근세에서 로봇개와 함께하는 여행은 기적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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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돌두유
작품등록일 :
2024.04.08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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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1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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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0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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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열] 16

DUMMY

* * *


보름달이 중천에 뜬 한밤중, 오제라 호수를 순찰 중인 어느 군함의 갑판 위.


호수에 빠트렸던 양동이가 도르래에 이끌려 물 밖으로 나왔다. 양동이가 갑판 위로 올라오자 근처에 서 있던 선원이 양동이를 바닥에 내려놓은 다음, 배럴 위에 올려져 있는 랜턴에서 불씨를 옮겨와 횃불을 만들고, 그 횃불을 양동이에 채워진 물에 가깝게 가져다 댔다.


그 상태로 5초 정도 시간이 지나자, 횃불의 불이 표면에 옮겨붙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검게 타들어 간 무언가가 재가 되어 양동이 바닥에 가라앉는다.


“우측에서 보고합니다! 밀키 웨이브의 출현, 확인됐습니다!”


선원의 외침을 들은 선장이 포문을 열라는 명령을 내렸다. 포문이 열리자 갑판 아래의 선원들이 칼로 기름통에 구멍을 내고, 포문을 통해서 기름이 호수 위에 방사되도록 했다.


주변에 있는 다른 수십 대의 배들도 일제히 기름을 호수에 흘려 보내버리자 수중은 달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암흑으로 변해갔다.


* * *


아침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선실 안의 어느 한 객실.


하림은 거울 안의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출항하기 전에, 항구에서 핵사가 사준 옷을 입어보고 있었는데, 서방의 옷은 처음 입어보는 터라, 잘 어울리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이 흉터들은 뭐야?”


하림의 뒤에 쪼그려 앉은 핵사가 셔츠를 들쳐서 등에 있는 흉터들을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하림의 등에 있는 흉터들은 동굴에서 얻은 것들이었다.


하림은 핵사의 말을 무시하며 역으로 질문을 했다.


“이건 어떻게 착용해?”

“그건 벨트야. 바지가 내려가지 않게 꽉 잡아주는 역할을 해.”


핵사가 직접 벨트를 차는 방법을 몸짓으로 설명하자 하림이 핵사의 행동을 하나하나 따라 했다. 마지막으로 조끼를 입으니 모든 준비가 끝났다.


계단을 올라가 갑판에 들어서자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사이에 서 있는 낯익은 얼굴의 두 사람.


“저기 보소. 사령술사가 올라왔네.”

“하림, 생각보다 잠을 오래 자는군.”


평상복을 입고 있는 야사와 하얀 원피스 차림의 아이카가 나란히 서 있었다. 하림이 오기 전에 먼저 얘기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얘기는 어디까지 진행됐나요?”

“벌써 다 끝났네, 저것 때문에 딱히 고민할 것도 없었지.”


하림은 야사의 시선을 쫓아 고개를 돌렸다.


“······! 저게 뭐죠?”


드넓은 호수의 머나먼 수평선 끝이 말 그대로 불타고 있었다. 수면 위에 피어오른 붉은 불길이 호수 표면의 방대한 영역을 태워서 노을을 연상케 했다.


하림의 물음에 대답해준 사람은 야사였다.


“뮤턴트가 나타난 거라고 하더군. 저 불길은 뮤턴트를 죽이기 위해 아우구스타 해군이 기름을 뿌린 거고.”

“뮤턴트요? 뮤턴트는 마녀의 영역 밖으로 나올 수 없지 않나요?”

“생물을 먹으면서 버티면 몇 시간 정도는 방사능 지대 밖에서도 살 수 있지. 진짜 이상한 건 이렇게 먼 곳까지 뮤턴트가 나온 게 20년 만이라는 거네. 덕분에 원래 목적지였던 항구로 가는 길이 막혀버려서 다른 항구로 가야만 하는데, 그 항구에서 블나시아 국경까지 가려면 대륙의 반의반을 횡단해야 하는 상황이라는군.”

“네? 그러기에는 식량이 부족하지 않나요? 심지어, 아우구스타의 혹독한 겨울철에는 빵 하나 구하기도 어려울 텐데······.”


하림에게서 원하는 반응을 얻은 야사는 돛대에 등을 기댄 채로 표정에서 만족감을 보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얘기가 빨리 끝난걸세. 우리는 이 여자의 지원이 꼭, 필요하거든.”

“아···, 그런 거였군요.”


하림이 제대로 이해한 것을 확인한 야사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해 주겠네. 먼저, 우리는 이 여자의 입국을 최우선으로 도울걸세. 그다음에 우리는 돈을 지원받고, 이주를 시작하는 거지.”

“이주 계획이 미뤄진 거네요.”

“일단 블나시아에 들어가야 돈을 받을 수 있는 모양이니, 어쩔 수 없이 그래야만 한다네. 지금 500명이 넘는 사람이 전부 블나시아로 이동하기는 불가능하니까, 사람들을 어딘가에 대기시키고, 소수가 블나시아에서 돈을 가지고 돌아와서 이주를 시작하는 게 계획이지.”


야사의 말을 차분히 듣고 있던 하림은 그의 계획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게 가능한가요? 아무리 소수가 간다고 해도 최소 반년은 걸릴 것 같은데요?”

“그건 이 여자가 생각이 있다더군.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달 안에 블나시아에 도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들었다네.”


하림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 달이요? 그 긴 거리를 한 달 만에 갈 수 있다고요?”

“그건······.”


야사가 하림의 물음에 대답하려는 순간, 레모네이드를 가지고 돌아온 핵사가 불쑥 끼어들며 말했다.


“아! 나, 어떤 건지 알 것 같아. 열차를 타는 거죠?”

“······열차?”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하림이 눈을 끔뻑였다.


* * *


“이게, 열차······?”


뿌우우우우─!


아우구스타 어느 한 마을의 정거장.


경적을 울리며 역으로 진입한 열차가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열차가 완전히 정지하자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승하차를 시작한다.


하림은 짧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철로와 바퀴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금속으로 만든 레일과 금속으로 만든 바퀴. 입이 벌어질 정도로 멋지다고 생각한 그때, 등 뒤에서 누군가의 감촉이 느껴졌다.


“빨리 들어가! 자리를 먼저 차지해야지!”


핵사에게 등을 떠밀려서 열차에 탑승하게 된 하림이 처음 본 내부 광경은 기대한 것과는 다르게 밋밋했다.


“······깨끗하네.”


장거리 이동을 위해 묵직한 짐을 진 사람들 그리고, 깨끗한 바닥.


하림은 잠을 청할 수 있는 침대가 있었으면 했지만, 적어도 깨끗한 바닥이 있다는 것에서 만족했다.


고개를 돌려 방금 들어온 문 쪽을 바라보니 데버리 부인과 작별인사를 마친 야사가 탑승하고 있었다. 하림은 모두가 탑승할 때까지 한숨 돌리려고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또다시 핵사가 나타나 하림을 이끌었다.


“이쪽이야!”


핵사는 하림의 손을 붙잡고 열차 내부를 질주했다. 그러다가 어느 한 지점에서 한적한 자리를 발견해 그곳에 짐을 내려놓았다. 왔던 길을 돌아보니 야사와 아이카, 블랑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블나시아로 가는 인원은 하림, 핵사, 야사, 아이카, 블랑 총 다섯 명이었다. 하림과 핵사는 유사시에 아이카와 블랑을 억제하기 위해서, 야사는 하림과 핵사를 감시하기 위해서 같은 기차를 타게 된 것이었다.


“일주일간의 기차 여행이라니! 말로만 들었던 기차 여행의 로망을 실현 시킬 수 있겠어!”


정말로 기대하는 모양인지, 핵사가 반듯한 눈웃음을 지으며 입꼬리에서 웃음소리를 흘렸다.


“이게 그렇게 재밌는 거야? 무슨 로망이 있는데?”

“기차가 덜컹거릴 때마다 올라오는 멀미에 구역감을 느끼며 가도 가도 끝나지 않는 녹색 풍경을 며칠 동안 바라보다가 결국엔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시체가 된 듯이 잠만 자는 로망!”

“뭐, 뭐?”


하림이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순간, 커다란 경적 소리가 역 전체에 울렸다. 고막을 울리는 경적 소리에 순간적으로 얼어붙은 하림은 갑자기 움직인 열차 때문에 하마터면 중심을 잃을 뻔했다.


“우와~~~~”


핵사가 창가에 딱 들러붙어서 서서히 밀려나는 역내 풍경을 보며, 흥분된 목소리로 긴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림과 가까운 곳에 자리 잡은 야사는 감탄 섞인 혼잣말을 했다.


“이걸 타고 블나시아로 단번에 가는 건가······.”


하림은 긴산에서 절대 경험하지 못할 이런 대단한 이동수단에 자신이 타 있는 것이 꿈 만같이 느껴졌다. 이 열차는 블나시아의 기술로 만들어졌다고 들었는데, 이런 기술을 가진 블나시아 본토는 어떨지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어쩌면, 이번 여행은 좋은 일만 있길 기대해 볼 만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 * *


“이건 예상 못 했는데······.”


핵사가 간신히 쓴웃음을 유지하며 코막힌 목소리를 내었다.


공기 중에 가득한, 숨 쉴 수 없을 정도로 탁한 연기. 몇몇 사람들이 담배나 대X를 피우자 공기가 금새 탁해져 버린 것이었다.


치맛자락에 얼굴을 파뭍은 블랑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욱, 풀 타는 냄새 메스꺼워요······.”


하림은 그녀 옆에 앉아 있었는데, 치맛자락 속에서 쥐새끼처럼 숨 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굉장히 안쓰럽게 보고 있었다.


하림이 다소 격앙된 말투로 말했다.


“아우구스타에 흡연자가 많다고는 얘기를 들었지만, 이건 좀 많이 심각하잖아.”


사실, 그냥 많은 정도가 아니고, 아우구스타의 시민 대다수가 흡연자였다. 아우구스타에서 흡연의 역사는 5년 전에 있었던 전쟁으로 긴산에만 서식하던 여러 종자가 아우구스타에 유입된 후부터 시작되었다.


종전 후, 상실로 인한 고통을 중독성이 강한 식품으로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결국, 이런 밀폐된 환경에서는 다 같이 간접 흡연하는 것은 숙명이 된 것이다.


“이런 곳에 계속 있다가는 중독되고 말 거에요. 죽게 된다고요······!”

“아니, 죽지는 않아. 아이카씨랑 야사님이 청정한 칸을 찾는다고 했으니까, 조금 더 기다려보자”


하림이 블랑을 격려하기 무섭게,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아이카가 돌아왔다. 그녀는 입과 코를 수건으로 가리고 자세를 바짝 낮춘 모습이었다.


아이카가 평소와 같은 청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꽤 괜찮은 장소를 찾았다. 다들 괜한 시비 걸리지 않게 조심히 이동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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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Brain dead] 34 24.11.16 15 0 11쪽
33 [Brain dead] 33 24.11.04 16 0 12쪽
32 [Brain dead] 32 24.10.23 18 0 10쪽
31 [Brain dead] 31 24.10.11 22 0 11쪽
30 [Brain dead] 30 24.09.15 29 0 11쪽
29 [Brain dead] 29 24.09.05 34 1 12쪽
28 [Brain dead] 28 24.08.12 34 0 12쪽
27 [무광의 야수] 27 24.07.12 43 0 11쪽
26 [무광의 야수] 26 24.07.08 3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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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무광의 야수] 23 24.06.28 32 0 10쪽
22 [무광의 야수] 22 24.06.27 33 0 11쪽
21 [무광의 야수] 21 24.06.26 37 0 11쪽
20 [무광의 야수] 20 24.06.25 40 0 13쪽
19 [무광의 야수] 19 24.06.24 43 0 13쪽
18 [무광의 야수] 18 24.06.23 37 0 10쪽
17 [예열] 17 24.06.21 34 0 11쪽
» [예열] 16 24.06.20 39 0 10쪽
15 [예열] 15 24.06.19 33 0 14쪽
14 [예열] 14 24.06.18 37 0 12쪽
13 [예열] 13 24.06.14 48 0 12쪽
12 [예열] 12 24.06.11 37 0 14쪽
11 [오래된 전설] 11 24.06.10 38 0 11쪽
10 [오래된 전설] 10 24.06.07 40 0 12쪽
9 [오래된 전설] 9 24.06.02 4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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