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세에서 로봇개와 함께하는 여행은 기적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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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돌두유
작품등록일 :
2024.04.08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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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1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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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7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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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광의 야수] 22

DUMMY

블랑이 긴장한 기색으로 말했다.


“방금 뭐였던거에요? 위험해 보였는데.”


특정한 대상에게 물어본 말은 아니었는데, 그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하늘만 멍하니 올려다보고 있는 하다키에게 블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부인께서는 뭔가 아는 것이 없나요?”


잠깐 뜸을 들인 하다키가 입을 열었다.


“저건,”


하늘을 가리키며.


“하늘을 나는 뮤턴트임.”


블랑은 눈을 한 번 깜박이고는 개의치 않고 대화를 이어갔다.


“아, 그렇군요. ······그리고, 요?”

“저렇게 모습을 숨기는 놈들은 보통 발화성 물질이나 독성 물질을 뱉어내는 식으로 공격해. 독성은 버틸만 하지만, 발화성은 맞으면 살아남기 힘들어.”

“그럼, 정말로 하늘에 뭔가 있긴 하다는 건가요? 아무것도 안 보이는 데요?”

“그야, 위장 마법을 쓰고 있으니까 당연히 안 보이지.”

“위장 마법? ······저런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아시나요?”

“아···············”


하다키가 갑자기 미간을 약간 좁히더니 이마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역시 아쉬워.”


하다키는 벌떡 일어서며 ‘죽기전에 한 장만 더 그려야 겠다.’ 라고 중얼거렸다.


떨리는 눈동자로 하다키를 쳐다보고 있는 블랑의 뒤에서 사베트가 어깨에 메고 있던 소총을 ‘탁’ 내려놓았다.


“쏘겠다.”


두 여자의 시선이 자신에게 모이자 사베트는 눈동자를 굴리며 어렵사리 긴산말을 내뱉었다.


“뮤턴트가 공격하면 위치가 들어난다. 그 때, 내가 쏘겠다.”


계속해서 화약을 밀어넣고 있는 그에게 하다키가 잘 모르겠다는 말투로 물었다.


“그걸로 하늘을 나는 뮤턴트를 맞춰서 떨구겠다는 건가?”

“그렇다.”

“작은 납탄으로는 바람을 이겨내기 힘들텐데.”

“이정도면 ···하, 할 수 있어.”


패치와 납탄을 총구로 넣으려던 그의 손이 갑자기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총구와 패치와 납탄이 서로 엇나가는 모습에 눈을 부릅떠서 집중력을 높이자 간신히 납탄을 입구에 끼울 수 있었다.


총을 거꾸로 뒤집어서 총구를 바닥에 내리찍는 것으로 납탄을 안쪽으로 넣고, 총구를 다시 위로 향하게 한 다음, 흔들리는 꽂을대를 운 좋게 총열에 꽂아서 탄을 끝까지 밀어 넣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블랑의 표정은 점점 시큰둥해졌다. 사베트의 표정은 의연해 보였지만, 행동은 안타까워서 보기 힘들 정도로 불안정했다.


장전을 마친 그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서 하늘을 향해 총구를 들었을 때, 블랑은 그의 뒤로 다가가서 방아쇠에 검지를 올리고 있는 그의 오른손을 덥석 잡았다.


[에리,]

“······!”

[맞추지 못할]

“거면 쏘지 마세요. 뮤턴트를 괜히 자극했다가는 우리가 표적이 됩니다. 알아듣겠나요? 당신 말고도 총을 가진 사람은 많으니까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항상 차가운 총열을 잡고 있던 사베트의 손에 비하면 블랑의 손은 무지 따뜻했다.


사베트는 그녀의 손에서 가늠쇠로 시선을 옮긴 상태로 입을 열었다.


“반대쪽도.”

“예?”

“반대쪽도 잡아줘.”

“반대쪽?”


블랑은 사베트의 뜬금없는 요구에 당황스러워하다가 무심코 바라본 총열 끝이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확연한 결과에 블랑은 얼떨결에 그의 미심쩍은 요구에 순응하고 말았다.


“이, 이렇게요?”


블랑은 그의 왼손을 어떻게 잡을지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사베트를 뒤에서 끌어안는 형태로 그의 두 손을 잡게 되었다.


사베트와 블랑의 뒤에서 계속 하늘을 주시하고 있던 하다키가 말했다.


“공격 징후가 나왔어. 집중해.”


모두가 주시하고 있는 하늘에서 이내 허공이 열리더니 검은 체액에 뒤덮인 투사체가 검댕을 뿌리며 발사되었다.


그 순간, 하다키는 하늘을 나는 뮤턴트가 고도를 낮추는 것을 느꼈다.


“···! 위치를 옮기다니?!”


뮤턴트가 움직이는 찰나의 순간에, 침착하게 목표물을 쫓던 사베트의 눈이 투사체가 만들어낸 포연이 흔들리는 것을 포착했다.


“보인다.”


방아쇠를 당기고, 점화 화약이 불타는 시간을 고려하여 제조준 한다. 검은 연기가 움직인 방향으로, 대충 직감적으로 저기.


탕—!


흩날리는 화염과 화약 찌꺼기.


일대를 울리는 총성이 잠잠해지자 고요가 찾아왔다.


하다키가 뒤로 한 발짝 물러나며 말했다.


“기묘한 일이야. 뮤턴트가 전술적으로 행동한 기록은 없는데.”

“뭔가요? 못 맞춘 건가요?”

“······”


조용히 하늘을 주시하던 사베트가 이상한 기류를 감지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미세한 흐름이 느껴졌다.


그 직후, 마른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듯, 그들의 눈앞에 거대한 분홍색 구강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아!, 아 —아!악]


모습을 감추어주던 투명한 날벌레들을 후두둑 떨구어내며, 블랑과 사베트가 있는 자리에 턱을 박은 뮤턴트가 연결 동작으로 부리를 휘둘러서 하다키를 공격했다. 하지만, 간발의 차이로 부리의 끝이 그녀에게 닿지 않았다.


[아, 아악!]


최후의 발악을 실패로 마친 뮤턴트가 자신의 무게를 못 이겨 열차 밖으로 떨어졌다. 놈은 바닥에서 두어 번 구르고 나서 입에서 단말마를 흘렸다.


몸 곳곳에 남아있던 투명한 날벌레들이 뮤턴트의 숨넘어가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달빛에 반짝이는 날개를 펴고 날아갔다.


옆으로 몸을 날려서 공격을 피한 블랑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시, 십년감수···! 흐읍, 하. 주, 죽는 줄 알았네요.”


블랑과 같이 벽에 딱 붙어있는 사베트가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그곳에 남은 건 핏자국만 남은 바닥. 방금까지 있었던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가버렸네.”


뭐, 사베트가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어차피 남이니까.


바닥에 이어진 핏자국은 앞칸으로 가는 문으로 이어져 있었다. 활짝 열린 문이 바람에 닫힌다.


* * *


기차가 움직여서 안전이 확보된 뒤로는 다시 랜턴이 환하게 비추는 객실 내부.


발을 내디딜 때마다 땀에 젖은 깔창이 빠득빠득 소리를 냈다. 돌덩이라도 머리에 얹은 것처럼 고개를 휘청이며 길게 이어진 객실을 가로지른 하림이 다음 칸으로 넘어가는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녀를 발견하자 설움과 함께 한숨이 흘러나왔다.


“아······.”


칸과 칸을 연결하는 연결부 위에서 실로아가 몸을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온몸에 보라색 점액을 뒤덮고, 검은 액체를 쏟아내는 타원체를 입에 문 채로.


실로아는 뮤턴트가 발사한 투사체가 기차를 타격하기 전에 공중에서 낚아 챘고, 그 결과로 인공 근육이 녹아내리는 치명적인 해를 입은 것이었다.


하림은 말없이 그녀 앞에서 무릎을 꿇고, 더 가까이 다가가서 넓게 벌린 팔로 꼭 안아줬다.


그녀가 기뻐하는 것을 느끼며 조용히 속삭였다.


“이제 알겠다. ······실로아는, 외로움을 잘 타는구나.”


보라색 증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점액에 뺨을 파묻고, 검댕이가 잔뜩 묻은 몸통에 손을 올려놓았다. 온몸의 힘을 빼서 전부 그녀에게 맡긴 채로, 그녀에게서 흘러나오는 에너지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살결에 들러붙은 점액이 무척 차갑게 느껴지고, 시끄러운 증기기관 소리가 정신을 흔들었다. 오감이 곤두선 것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감각은 더욱 날카로워져서 바람이 마치 칼날 같아지고, 심장박동은 가슴을 후려쳤다.


하지만, 고통에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그녀의 강철로 된 피부에 더욱 세게 밀착했다.


감각을 잃어가는 몸. 혼미해지는 정신.

이제는 눈앞의 그녀밖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 순간, 지천을 뒤집는 진동이 시야를 마구 뒤흔들었다.


달을 가리며 솟아오른 신세계의 패룡(覇龍).


소년은 그것의 실체를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아버렸다.


* * *


거대한 몸체가 움직이며 ‘드드드드득!’ 괴음이 났다.


창문 밖에 보이는 길고 거대한 몸체. 회색 비늘을 두른 패룡이 자신의 몸으로 기차를 감싸기 시작한 것이다.


그 광경을 보는 하다키의 동공이 확장됐다.


“이건 좀 흥미롭군. 경악스러워.”


쿵!


기차가 갑작스럽게 멈추자 그 반동으로 천장에 달린 랜턴이 흔들렸고, 허공에 뜬 바퀴가 의미 없이 헛돌았다.


하다키가 자신과 가장 가까운 부하를 보며 플라타리아의 언어로 말했다.


“남는 무기 하나 없나?”

“저희도 남는 건 없습니다. 천도(賤刀)라도 꺼내올까요?”

“아니, 내 알아서 하겠다.”


하다키는 앞칸으로 떠났고, 이어서 블랑도 자리를 떠났다.


상황 파악이 느렸던 사베트는 주변 분위기만 살피다가 블랑의 뒤를 호다닥 쫓았다.


뱀 같은 패룡의 회색 비늘이 부르르 떨리더니, 그 사이에서 인간형 뮤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온몸의 피부가 뾰족하게 솟아 있는 눈 없는 괴물.

그들은 쿵 쿵 소리를 내며 천장에 내려오거나 날카로운 손톱으로 외벽에 매달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총으로 무장한 승객들의 사격을 직격당한 뮤턴트들이 피를 튀기며 열차에서 떨어져 나갔다.


지휘를 맡은 아이카가 아우구스타의 언어로 소리쳤다.


“후열 준비!!!”


탄을 소모한 앞줄이 장전할 동안, 후열에 서 있는 사람들이 창문을 향해 총구를 내렸다.

해머를 당긴 다음, 곧바로 이어지는 격발.


두 번째로 외벽에 붙은 뮤턴트들이 살점을 흩날리며 외벽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곧바로 천장에서 외벽으로 기어 내려오는 또 다른 뮤턴트들.


적들이 쉴새 없이 공세를 가하자 탄을 소모한 승객들은 재장전할 시간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재장전을 중단하고, 칼이나 도끼를 손에 들었다.


눈 없는 인간형 뮤턴트들이 눈 대신 존재하는 감각 기관으로 승객들을 노려보며 기차 내부로 뛰어들었다.


태고에 목소리와 눈을 잃은 흉한 괴물이 오직 살인만을 하기 위해 움직였다.


검고 긴 손톱이 복부를 노리면, 살짝만 스쳐도 살이 뜯겨 나가고 피가 철철 흘렀다.

대검으로 단단한 가죽의 약한 틈새를 찌르고, 질긴 머리를 도끼로 찍는다.


아무런 생각 없이, 폭력성을 한계까지 끌어올려 전의를 불태우리.

떨지 않고, 그저 고함을 지르면서 생각 따윈 전부 떨쳐냈다.


벌컥!


전투가 한창 진행 중인 객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베트가 안전하게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며 총구에 화약을 부었다. 개머리판을 바닥에 ‘탁탁’ 쳐서 화약을 정리하고, 주머니에서 이빨 자국이 선명한 납탄을 꺼내어 총구 안으로 쏙 넣었다.


총을 높이 들어 올린 다음, 총구를 천천히 내려서 조준하고, 걸음을 멈춘 순간 해머가 내려가며 격발. 적의 머리에 명중한 납탄이 수십 조각으로 갈라지며 두개골을 단번에 분쇄했다.


탄을 소모한 소총은 달려오는 적을 향해 던진 다음, 품 안에서 권총을 꺼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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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Brain dead] 33 24.11.04 16 0 12쪽
32 [Brain dead] 32 24.10.23 18 0 10쪽
31 [Brain dead] 31 24.10.11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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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무광의 야수] 26 24.07.08 3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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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예열] 17 24.06.21 34 0 11쪽
16 [예열] 16 24.06.20 38 0 10쪽
15 [예열] 15 24.06.19 33 0 14쪽
14 [예열] 14 24.06.18 37 0 12쪽
13 [예열] 13 24.06.14 47 0 12쪽
12 [예열] 12 24.06.11 37 0 14쪽
11 [오래된 전설] 11 24.06.10 37 0 11쪽
10 [오래된 전설] 10 24.06.07 40 0 12쪽
9 [오래된 전설] 9 24.06.02 4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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