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세에서 로봇개와 함께하는 여행은 기적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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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돌두유
작품등록일 :
2024.04.08 21:19
최근연재일 :
2025.04.11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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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2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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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광의 야수] 27

DUMMY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드넓은 설원. 높은 하늘.

하림은 눈 깜짝할 새에 새로운 장소로 넘어와 있었다.


가만히 서서 주변을 둘러보자 멀지 않은 곳에 오두막 한 채가 보였다.


“이렇게 휑한 곳에 혼자 사는 건가?”


하림은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이동되었음에도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며 오두막을 향해 자연스럽게 걸어갔다.


오두막에 가까워지니 마당에서 식수를 급수하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그는 방한복으로 꽁꽁 싸매고 있어서 성별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

그가 하림을 발견하더니 그 자리에 멈춰서서 하림을 계속 응시했다. 얼굴이 모자 그늘에 가려져서 어떤 눈빛을 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후둑, 후둑


뜬금없이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내려 바닥을 보았다. 하얀 눈밭 위에 보인 것은 새빨간 피.

핏방울이 하림의 발 앞에 후두둑 떨어지고 있던 것이다.


하림은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두 손을 들어 얼굴을 더듬었다. 눈가를 만지자 손바닥에서 피의 감촉이 느껴졌다. 오호라, 눈에서 피가 나오던 거였다니, 신기해라.


신체의 변화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오두막을 향해 계속 걸어갔다. 오두막에 가까워질수록 시야가 노랗게 변해가고, 강한 피로가 느껴졌다. 심지어는, 인지하지 못한 채로 오줌을 질질 흘리기까지 했다.


이제는 하반신의 감각이 전부 사라졌고, 오금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 사람과의 거리 10m를 남겨두고 결국, 무릎을 꿇게 되었다.


그는 등허리에서 22구경 기관단총을 꺼내서 하림의 복부를 조준했다. 조정간을 단발에 두고 방아쇠에 검지를 올린다.


노랗게 변한 세상이 흔들렸다. 그늘 속의 눈동자가 증오를 품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 내가 이곳에 잘못 찾아왔나 싶다.

슬프고, 고통스럽고, 질투까지, ······했구나?


* * *


타당, 탕─!


메아리치는 총성이 연이어 울려 퍼졌다.

기차의 측면을 기어오르던 인간형뮤턴트들이 총탄 세례를 맞고 굴러떨어졌다. 그 직후, 또 다른 뮤턴트들이 서로를 밟으며 기차 위로 올라오려고 하였다.


방어선이 전부 무너지고, 지금은 기차의 지붕만이 유일한 보루인 상황. 끝없는 적들의 공세에 승객들은 쉴새 없이 필사적으로 전투에 전념했다. 창끝으로 기어오르는 놈들을 밀쳐내고, 뛰어오르는 거미형은 소총으로 격추시켰다. 작은 실수에도 손가락이 잘려나갈 정도로 치열한 전투에서 피와 땀이 지붕을 축축하게 적신다.


애벌레를 닮은 뮤턴트에게 세이버를 찔러넣은 아이카가 오만상을 지었다.


“끄으웩, ······시팔, 이게 뭐냐고. 꿀렁거리는 게 냄새도 좆같아!”


옆에서 소총수의 장전을 대신 해주고 있는 블랑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아이카님, 조금 흥분하신 것 같은데, 괜찮으신가요?”

“하아···, 진짜 최악이야. 크기라도 작으면 귀엽게라도 봐주지. 저런 게 세상에 왜 있냐고······.”


아이카는 자신의 세이버에 묻은 끈적이는 점액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근처에 있는 시체의 옷에 은근슬쩍 문댔다.


“앗, 아이카님, 저기!”


아이카는 블랑이 가리키는 대로 기차의 후미 쪽에 시선을 두었다. 그곳에는 거대한 풍뎅이 한 마리가 대여섯 명의 승객들을 힘으로 밀어서 몰아내고, 거대한 날개를 위협적으로 펼치고 있었다.


“블랑, 총 하나 들고 따라와.”


블랑은 조신하게 산탕총을 품 안에 안고, 세이버를 들고 달리기 시작한 아이카의 뒤를 따라갔다. 거대 풍뎅이 앞에 다다르자, 블랑이 산탄총을 허리에 붙이고, 눈대중으로 조준하여 발포했다.

열 개의 산탄이 놈의 얼굴에 명중했지만, 단단한 외골격을 고작 산탄이 관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만, 아이카는 약간의 빈틈도 충분하다고 여겼다. 큰 충격을 받은 거대 풍뎅이가 주춤거리는 순간, 높이 도약한 아이카가 녀석의 등에 올라탔다.


“징그러운 새끼, 발딱 뒤집혀서 발발대는 모습이라면 동정이라도 해주마.”


아이카는 단단한 외골격의 틈새로 세이버를 찔러 넣으려고 하였다. 하지만, 거대 풍뎅이도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당해주지는 않았으니. 녀석은 날개를 펴고 급하게 날갯짓을 했다.


“으앗! ···큭!”


공중으로 비상한 거대 풍뎅이는 몸을 좌우로 흔들어 댔고, 아이카는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겉날개가 펼쳐지자 보이는 벌레의 뽀얀 살결. 아이카는 그곳을 노리고 세이버를 휘둘렀다.


푸직!


살결이 찢어진 곳에서 하얀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무수히 많은 벌레 알이 쏟아져 나왔다.

운 나쁘게도, 아이카가 벤 곳은 알집이었던 것이다.


아이카는 수천 개의 알이 자신을 덮치기 전에 풍뎅이에게서 떨어져나와 기차 위에 착지했다.


점액과 함께 알을 질질 흘리면서도 꿋꿋하게 공중에 떠있는 거대 풍뎅이.

블랑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엄, 저런 것도 누군가의 식량원이니까 자연에 존재하는 거겠죠?”

“블랑, 지금은 농담을 삼가라.”

“넵.”


이제, 거대 풍뎅이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가 관건이었다. 그대로 날아와서 공격할 속셈이라면, 그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일은 항상 조짐 없이 다가왔으니.


어디선가 나타난 에뮤를 닮은 뮤턴트가 거대 풍뎅이를 공중에서 ‘앙’ 물어버렸다. 몸통이 통째로 물려버린 거대 풍뎅이는 날갯짓을 멈추고 침묵했다.

눈 앞에 펼쳐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란 블랑과 아이카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에뮤를 닮은 뮤턴트가 몸을 돌려 뒷모습을 보여주자 뮤턴트의 사타구니에 매달린 소년이 보였다.


복슬복슬한 초코색 머리카락에 황동색 눈동자. 긴산의 제1군단 기마부 소속이었던 튜로였다.


아이카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는···, 이리곤의 기마부 소속, 튜로아니냐?”

“어?, 아이카 부장님이다! 안녕하심까!”

“아니, 네가 왜 여기 있어?”

“그러게 말임다. 낙마하고 눈뜨니까 여기던데요?”


튜로가 두 손으로 잡고 있던 뮤턴트의 ‘그것’을 놓고 사타구니에서 내려오자 에뮤를 닮은 뮤턴트는 거대 풍뎅이를 입에 문 채로 어디론가 달려가 버렸다.


튜로는 자신의 두 손을 꼼지락거리며 그것을 잡고 있던 감각을 떠올렸다.


“몸통은 커다란데, 생각보다 너무 작아서 그립감이 좀 아쉽네.”

“너,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냐?”

“로망을 실현하는 중이었슴다. 첫 번째는 공룡 만나기, 두 번째는 공룡 먹어보기, 세 번째가 공룡 타보기 였슴다.”


아이카는 경악을 넘어 어이가 없어졌다.


“그걸 또 먹었어? 뮤턴트의 살점을 먹으면 수명이 줄어든다, 멍청아.”

“얼래, 그런 거 였슴까? 그치만, 설인들은 잘만 먹잖아요?”


아이카는 튜로를 상대하는 것을 포기하고, 뒤돌아 자리를 떴다.


아이카를 따라가는 블랑의 옆에 튜로가 나란히 서며 너스레를 떨었다.


“누나, 왼쪽 눈에 상처 되게 멋지다. 뭘로 찢기면 그렇게 돼?”

“음, 고마워요.”


세 사람이 기차의 선두를 향해 움직이고 있을 때, 기차 내부에서는 커다란 무언가가 차체를 일그러뜨리며 객실 내부를 휘젓고 있었다.


[휘이이이이이!]


인간형 뮤턴트지만, 그 모습이 사뭇 달랐다. 키는 두 배로 크고, 목에는 크기도, 모양도 다양한 구멍이 여러 개 뚫려있어서 계속 바람 소리가 났다.


걸을 때마다 머리를 천장에 부딪히고, 팔을 휘저으면 창틀이 뭉개지고 유리 조각이 흩어진다.

자연적인 생명체가 아닌 뮤턴트로서는 바보 같은 걸음으로 아장아장 걷는 게 최선이지만, 살인을 목적으로 태어난 그는 자신의 걸음걸이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피를 전신에 두른 야사가 반대쪽에서 어슬렁어슬렁 다가오며 말했다.


“나는, 생겨 먹은 것과는 다르게 마음이 여려서, 참으로 짠하긴 허네.”


뮤턴트의 몸에는 총상으로 인한 구멍과 찢어진 흉터가 곳곳에 있었다.

총상의 크기로 봐서는 라이플 따위가 아닌, 좀 더 큰 구경의 총. 예를 들면 기관포.

세월의 흔적으로 남겨진 흉터가 그의 과거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휘이이이이이이───!]


“네가 얼마나 못났건, 썩어 빠져서 쉰내가 나던, 오늘, 너의 이야기는 내가 여기서 끝내겠다. 와라, 네 비극을 내 희극으로 마침표 찍어주마.”


뮤턴트의 피로 흠뻑 젖은 상태인 데버리 야사가 준비한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도마뱀형뮤턴트.

야사는 살아있는 도마뱀형의 항문에 손을 꽂아 넣어서 글러브처럼 사용한 것이다.


돌진하던 놈의 두 팔을 도마뱀형의 입으로 붙잡아 돌진을 멈췄다. 신경이 살아있는 도마뱀형은 놈이 발악할수록 더욱 강하게 깨물었다.


“으라아! 여기서 더 얼마나 보여줄 수 있나?, 괴물!!”


야사는 뮤턴트의 발목을 차서 중심이 흔들리게 한 다음, 빠르게 스텝을 밟아 잽을 연속으로 때려 넣었다.

정타를 맞은 뮤턴트는 뒤뚱거리며 주춤했다.


야사는 기품있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뭐야, 겨우 이것밖에 안 되다니, 네가 보낸 세월은 전부 거짓이었나?”


뮤턴트는 금세 정신을 차리고, 외골격의 날카로운 부분을 고슴도치처럼 세우며 분노했다.


“삐이이이이이───!”


침 튀기며 포효처럼 내지르는 호루라기 소리. 이내, 막무가내로 돌격한 뮤턴트는 가공할 만한 속도로 야사를 밀고 나아갔다.


뮤턴트의 급발진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야사는 두 발이 붕 뜬 채로 뮤턴트와 함께 객실 내부를 가로질렀다.


야사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말을 끝내려 했다.


“아하하! 역시,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 자네는 내가 처리하는 게 젊은 친구들에 대한 배려······.”


쿵!


야사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벽과 충돌했다. 충격이 기차 전체를 뒤흔들고 분진을 날렸다.


다시 기차 위 지붕. 이번에는 기차 선두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하다키는 기차 내부에서 느껴지는 커다란 충격파에 순간 주춤했지만, 이내, 완전히 신경을 꺼버리고 천도를 휘둘렀다.


카가각─!


좋은 기세로 휘둘러진 칼날이 인간형의 외골격에 막혔다. 다만, 그것도 잠시, 하다키가 힘을 강하게 주자 베인 부분에서 칼날이 비집고 들어가 목을 완전히 날려버렸다.

다음으로 그녀의 앞을 막은 인간형도 처음은 똑같았지만, 힘을 강하게 주자 야구공처럼 칼날에 밀려 날아갔다.


고개를 돌려 주변이 정리된 것을 확인하고, 패룡의 비늘 위를 돌아다니다가 어느 한 지점에서 발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한, 이쯤 되려나?”


하다키는 천도의 칼날을 아래로 향하게 했다.


아무런 광택도 나지 않고, 표면이 울퉁불퉁한 칼날. 장식도 없고, 무늬도 없는 밋밋한 나무 손잡이.

미천한 검 천도가 패룡의 비늘 사이로 깊숙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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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Brain dead] 34 24.11.16 15 0 11쪽
33 [Brain dead] 33 24.11.04 16 0 12쪽
32 [Brain dead] 32 24.10.23 18 0 10쪽
31 [Brain dead] 31 24.10.11 22 0 11쪽
30 [Brain dead] 30 24.09.15 29 0 11쪽
29 [Brain dead] 29 24.09.05 34 1 12쪽
28 [Brain dead] 28 24.08.12 34 0 12쪽
» [무광의 야수] 27 24.07.12 43 0 11쪽
26 [무광의 야수] 26 24.07.08 36 0 13쪽
25 [무광의 야수] 25 24.07.04 39 0 12쪽
24 [무광의 야수] 24 24.07.01 34 0 14쪽
23 [무광의 야수] 23 24.06.28 32 0 10쪽
22 [무광의 야수] 22 24.06.27 33 0 11쪽
21 [무광의 야수] 21 24.06.26 37 0 11쪽
20 [무광의 야수] 20 24.06.25 40 0 13쪽
19 [무광의 야수] 19 24.06.24 43 0 13쪽
18 [무광의 야수] 18 24.06.23 37 0 10쪽
17 [예열] 17 24.06.21 34 0 11쪽
16 [예열] 16 24.06.20 38 0 10쪽
15 [예열] 15 24.06.19 33 0 14쪽
14 [예열] 14 24.06.18 37 0 12쪽
13 [예열] 13 24.06.14 48 0 12쪽
12 [예열] 12 24.06.11 37 0 14쪽
11 [오래된 전설] 11 24.06.10 37 0 11쪽
10 [오래된 전설] 10 24.06.07 40 0 12쪽
9 [오래된 전설] 9 24.06.02 4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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