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가 아동일 때. 나는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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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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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9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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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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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화

DUMMY

118화


단현과 장양이 황제의 침전에 다가오자, 환관 하나가 후다닥 빠른 걸음으로 와서 허리를 숙였다.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폐하께 우리가 왔음을 아뢰게."

"네"


말을 하자마자 환관이 궁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환관이 나왔다.


"어서 들어오십시오."

"알겠네."


환관들끼리의 유대감이 있어서일까? 서로 간의 말은 부드러웠고 상대를 존중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황제 앞에 섰다. 황제는 상의를 풀어 헤친 채 침대에 앉았다. 평소에 아양을 떨던 궁녀들은 머리카락 하나 보이지 않았다.


'황제의 심기가 제대로 불편해진 모양이군.'


단현은 속으로 원외가 불러온 상황을 어떻게 자신에게 이득이 되도록 할지 계산하였다.


그가 술병을 들고 입에 댔다. 이미 몇 병 마셨는지 얼굴이 붉었다.


"짐이 이런 대접을 받아야만 하느냐! 충신을 지키지도 못하는 황제가 되었단 말인가?"


황제의 두 눈이 붉어졌다. 바로 눈물을 쏟아낼 것만 같았다.


"충신인 신풍후가 그런 억울한 누명을 받는 데 도울 수 없다니!"


두 사람은 황제가 어떤 일 때문에 화가 났는지 잘 알았다.


"왜 그대들은 그를 구하지 않았나! 가증스러운 관리들이 그를 몰아세우는데 왜 침묵하였는가! 오랜 세월 동안 내 곁을 지닌 그를 죄인 취급해야 하는 짐의 마음을 왜 헤아리지 못하는가!"


장양은 능수능란하게 담담했던 표정을 바꿨다. 눈을 가늘게 떨면서 누구보다 이 상황을 슬퍼하는 것처럼 보였다.


"폐하. 신풍후는 충신입니다. 그의 마음을 어찌하여 폐하께서는 모르십니까. 왜 아들을 파양하고 떠나보냈겠습니까."


단현은 속으로 이리 생각했다.


'꼴값 떨고 있네.'


실제로 황제가 단초를 신경 썼다면 이미 어의라도 보냈어야 함이 마땅하다. 이 사달이 나니까 부랴부랴 어의를 보내고 아끼는 척했으니 웃길 뿐이다.


'만약 내가 낙양으로 더 일찍 돌아왔다면, 단초가 더 많은 걸 잃었겠지. 아쉽구나.'


단초는 자신의 것을 옮긴 것에 불과하다. 단현이 단초의 모든 것을 부숴버리기 전에 말이다. 마음 같아서는 단초의 자식과 그 가족도 처리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어찌 되었든 간에 장양과 단현은 같은 편인 샘이다. 환관을 너무 적대시하는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폐하를 위한 마음은 세상에 둘째가라면 서러운 분입니다."


단초를 칭찬하는 말에 기분이 언짢았다. 그 감정이 얼굴에 드러날까 싶어서 일부러 고개를 숙였다.


"저희가 그분의 편을 들어서 폐하를 난처하게 하는 선택을 질책하실 분임을 누구보다 아실 것이라 믿습니다."


황제가 침묵하다가 한숨을 크게 쉬었다. 고개를 잠시 내렸다가 들었다.


"간정후. 자네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단현을 똑바로 바라보는 황제.

단현이 입을 뗐다.


"폐하. 저희는 폐하의 명령을 따르는 사람입니다. 목표를 명확하게 알려주셔야 합니다. 어떤 것을 원하십니까?"


장양과 황제의 만담 같은 대화를 들어줄 생각도 이를 따라 할 생각도 없었다. 그래서 직설적으로 물은 거다.


단현의 단호한 눈빛에 황제의 표정이 굳었다.


'한나라'라는 제국을 다스리는 황제가 술주정하면서 신하들에게 보채듯이 말하는 모습이라니! 볼품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과거 양기 대장군의 눈치를 보며 굽신거렸던 버릇을 놓지 못한 것인가? 다른 신하들의 눈치를 보며 술주정을 핑계로 두 제후를 부르다니 말이다.


황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잠시 후 그는 자기 뺨을 두 손바닥으로 때렸다. 손끝이 가늘게 떨렸지만, 그는 이를 꽉 깨물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짐이 미안하네. 그래. 나랏일 하는데 술주정하듯이 굴면 아니 되지. 안 되고말고."


황제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술기운을 몰아내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또렷한 정신으로 말하지. 짐은 관리 놈들의 오만함을 더는 두고 볼 수가 없도다. 짐을 도와 양기를 처단한 그대들이라면 방도가 있겠지."


장양과 단현이 입을 꾹 닫았다. 방법이야 떠올린다면 수십 가지 말할 수 있다. 장양이 눈치껏 나섰다.


"폐하. 현재의 균형을 깨고 싶으시다면 어느 정도까지 깨고 싶으신 것입니까?"


그동안 관리 세력과 환관 세력의 균형을 맞췄던 황제다. 그 균형의 무게를 어느 세력에 얼마만큼 몰아줄지를 물어본 거다.


"짐은 더는 관리들의 전횡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야."


양기 대장군이 권력을 쥐었을 때는 숨소리조차 내는 것을 조심하던 관리들이었다. 그런데 그를 숙청하고 황제가 권위를 되찾으니 이것저것 요구하는 게 많았다. 그게 자신이 양기보다 못한 인물이 된 거 같아서 기분이 더러웠다. 양기에게는 입 다물던 관리들이 황제에게는 이놈이 잘못했네 뭐네 하면서 으르릉거렸으니까. 원외를 비롯한 관리들이 단초를 공격하던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단현과 장양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서로의 눈을 마주쳤다. 동시에 두 사람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 황제는 지금 질문의 요지를 이해하지 못하였다. 단현이 암담한 황제의 자질에 눈을 감았다. 곧 눈을 뜨고는 물었다.


"폐하. 견제입니까? 아니면 숙청입니까?"


그 물음에 황제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떠졌다.


단현은 질문하고는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황제가 눈을 좌우로 굴렸다. 생각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그냥 명령하면 알아서 해주겠거니 했던 거다. 그동안 그래왔으니까.


"흠···. 그게···."


황제는 팔짱을 끼고 눈을 감았다. 괜히 고심하는 척하며 위엄을 세워보려고 들었다.


장양이 슬며시 걸었다. 단현 옆에 가까이 서고는 팔을 툭하고 쳤다. 황제의 부족한 자질을 생각하면 더 말해 봤자였다.


단현이 고개를 저었다. 황제의 애매한 명령에 그들끼리 판단을 내렸다가 황제가 딴소리하면? 그들만 손해다.


장양도 그의 판단이 옳음을 알았다. 장양은 아까 서 있던 자리로 돌아가고는 황제의 대답을 기다렸다. 황제가 답을 정했는지 헛기침하였다.


"견제와 숙청 사이였으면 좋겠군."


정말 기대 이하의 대답이었다. 견제와 숙청 사이라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말을 한다니 말이다. 견제는 특정 세력이 영향력을 펼치거나 자유로워지는 것을 억누르는 것이다. 숙청 반대 세력을 제거하거나 처단하는 것이다.


견제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길 때 숙청하는 것이다.


장양이 미소를 지었다. 잠시였지만 입술이 떨렸었다. 황제의 개같은 말에 짜증이 난 거다. 그렇지만 황제의 곁을 보필하는 환관이 어찌 모시는 분의 마음을 파악하지 못할까. 최대한 황제의 말을 좋게 포장해야 한다.


"폐하께서는 심려가 크심을 압니다. 황실을 농락했던 죄인의 그림자가 큰 탓에 나라가 흔들리지 않을지 걱정되실 겁니다."


황실을 농락했던 죄인은 양기 대장군을 일컫는 말이다. 양기가 권력을 장악하고 있을 당시에 자신에게 반대하던 관리들을 모조리 죽였으니까.


장양의 말에 황제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자기가 말했지만, 개같은 것을 알았던 모양이다.


"그렇네!"

"설령 죄가 있다고 하더라도 대수의 관리를 처단한다면 죄인의 시대를 떠올릴 것이고 이는 민심이 흔들리게 만들 테니까요."


장양이 말을 마치고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단현에게 차례를 넘긴 거다. 그는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폐하. 숙청하지 않으면서도 모조리 처리할 방도는 있사옵니다. 이 방법은 피를 흘리지도 않으면서 그들을 도모할 수 있으니, 폐하의 자비에 딱 맞는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 어서 말해보게."


황제의 엉덩이가 들썩였다. 단현이 작게 입을 움직이며 말했다. 그 말을 다 들은 황제가 자기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치며 호탕하게 웃었다.


"과연 이 나라에 그대들만 한 충신이 있을까. 그대들은 만고의 충신들이 아닐 수가 없도다. 그대들은 어서 나의 뜻을 행하도록 하거라."


"네. 알겠사옵니다."


단현과 장양은 침전을 빠져나왔다. 두 사람은 나란히 걸었고 뒤에는 몇 명의 환관들이 따랐다.


"간정후도 참으로 고생이오. 어찌 그리 돌고 돌아서 처리하려고 하오?"

"폐하께서 원하는 시는 바가 아닙니까. 최대한 이룰 수 있도록 노력은 해봐야지요."


장양의 간드러진 말투에 단현이 차분하게 대답하였다.


"그런데 그대의 계획대로만 한다면 너무 식상하고 재미가 없지 않소이까?"

"거기서 선을 넘으면 소위 선비라는 놈들이 더 징징거립니다."

"지금도 징징거리는데 거기서 더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지요."


단현이 고개를 돌렸다. 환관들이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만약 하신다면 폐하의 윤허도 없이 움직이는 것이 온대 괜찮겠습니까? 폐하께서 이 사실을 안다면 분노하실지 모를 일이지요."

"폐하께서는 자기 몰래 뒤에서 수작질 벌이는 걸 싫어하지요. 그런데 여기에 누가 우리의 말을 듣고 말합니까? 자네 우리가 뭐라고 했는지 아는가?"


뒤에 있던 환관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침묵하고 걸으시기만 하셨는데 어떤 대화를 했는지 아냐고 물으시는 것인지요?"


대답하고는 환관답게 적당히 허리를 숙인 상태로 웃었다. 능청스러운 태도였다.


저 뒤따라오는 환관 중에 황제의 사람은 없다. 단현이 한숨을 쉬었다.


"일이 잘못되면 저는 모른 척할 거란 것만 알아주십시오."

"잘못될 일이 없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게."


그들의 대화는 그리 끝났다.


***


그 대화를 마치고 어느 날.

낙양은 난리가 났다. 병사들이 낙양을 돌아다녔다. 황궁, 저잣거리를 가리지 않았다. 병사들의 눈빛에는 살기가 등등했다.


"당장 죄인들을 추포하라!"

"네!"


지방관과 태학(太學)의 학생들이 이응, 진번 등을 옹립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지금 벌어지는 정사에 대해 비판하며 환관 세력에 척결하려고 들었다.


그들이 그런 짓을 벌인 배경은 있었다.


원외가 단초를 공격하면서 황제는 그에 대한 조사를 명령했다. 그 과정에서 단초는 사망하고야 말았다. 단초를 조사한 것은 아니고 집안을 뒤진 것에 지나지 않았다. 공신이라는 것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럽게 조사를 진행하였다. 단초가 죽은 것은 나이가 들고 병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황제의 생각은 달랐다. 원외가 단초에게 누명을 씌우지 않았다면 그가 죽지 않았을 거란 생각에 빠졌다. 원외에 대한 원망은 그때 그의 편을 들던 관리들에게 향하게 되었다. 가득이나 관리들을 싫어했던 황제였기에 주저함이 없었다.


“제후들이 추천한 인사들을 지방관으로 파견하도록 하지.”

"폐하. 제후들은 능력과 인품이 아니라 자기 일족이냐 아니냐로 사람을 천거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들은 지방관으로 내려가서 백성들의 땅을 억지로 빼앗으니 그 죄를 조사하여 벌을 내리셔야 합니다."


마치 처음에 환관들이 양기를 처단한 후를 연상케했다. 정치를 환관하고만 하려고 했던 모습이 그때와 같았다. 아니 그때보다 더했다.


"공신들이 자기 일족이라고 하나 엄연히 능력과 인품이 있기에 추천한 것이다. 또한 짐도 그들이 인재라고 여겼기에 지방관으로 파견했음이다. 그런데 이를 시기 질투하여 거짓을 일삼으니, 그것이야말로 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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