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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속은냉죽
작품등록일 :
2024.04.1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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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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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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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38화 – 보더리스 블루스 (3)

DUMMY

“밖에 해놓은 건 잘 봤다. 누가 봐도 대가리에 피가 쏠리지 않고는 못 견디게 했더만.”

“그렇지? 잘했지?”

안 그래도 놈들이 그 메시지를 잘 발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왼쪽 놈을 살린 채로 풀어준 건데, 도발 효과가 적다면 괜한 헛고생이 된다.

나는 사우전드 선의 마지막 한 모금을 목구멍 너머로 넘겼다.

독한 알콜향에 섞여 타바스코소스의 매운 뒷맛이 살짝 피어오르다 사라졌다.

“하지만······ 아니, 상관없나.”

퀵소드는 뭐라 말을 꺼내려다 그만뒀다.

“뭔데. 말해봐. 궁금하잖아.”

“어차피 말해봐야 소용없으니까 그렇지. 너도 나도 이방인이니까 이런 말을 해봐야 바뀌는 게 없잖아.”

“난 딥 래더 시티 토박이다만.”

“하지만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살고 있지.”

“라파엘. 여기 나이트 라이더 한 잔.”

나는 다른 술을 시켰다.

그렇지 않으면 침묵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보니는 가족이고, 돌쇠와 쇠돌이는 매형이고, B&C의 아직 깡패 물 덜 빠진 놈들은 부하이자 덜떨어진 동생이다.

하지만 내게 있어 여기는 ‘현재’가 아니라 ‘미래세계’다.

퀵소드가 말한 이방인이라는 말은 지금 내 상황에 딱 어울린다.

다만······.

“시끄러워. 앞으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면 현실에 발을 붙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복수 말이냐?”

“그렇지.”

클라이드 매니코어에게서 클라이드 비스펀지를 해방시킨 원인이었던 물랭 루주의 참극.

그 일에 대한 복수만 마치면, 알폰스 마이클 윈슬롯을 내 손으로 직접 때려죽일 수만 있다면 이런 불안정한 정신상태도 안정화될 것이다.

단순한 억측 같은 게 아니라 비싼 돈 주고 찾아간 심리상담사에게 들은 이야기니까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

“그럼 다행이고. 여기, 퓨리 로드 한 잔.”

“그런데 넌 뭐 없냐.”

“뭐가?”

“나는 일단 당면한 목표가 있고, 그걸 이루면 뭔가 바뀔 거라는 예측이라도 있지. 근데 넌?”

“있겠냐.”

퀵소드는 한숨인지 헛웃음인지 모를 기묘한 소리를 내고는 술잔을 잡았다.

“내 이야기는 존나 오래전에 끝났어. 그날 서른 명도 안 남은 동료들과 함께 오강을 건너는 순간 모든 게 끝났지.”

퀵소드의 내부에서 소용돌이치는 막대한 에너지가 특정한 패턴으로 응집하는 것이 느껴졌다.

술에 대한 반사적인 해독 작용을 일부러 억누르는 것이었다.

“그 이후론······ 뭐랄까, 그냥 인생 자체가 덤처럼 느껴졌지. 그 이후에 지금처럼 강력한 힘을 얻긴 했지만, 그렇다 해서 뭔가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생각은 전혀 안 들었고. 그런데 꼭 한 시대에 한두 명씩은 꼭 나를 어떻게 알고 찾아와서 속세에 어떻게든 영향력을 행사하라고 씨부렁거렸단 말이야.”

나는 서서히 술기운이 올라와 흐릿해지는 머리로 생각했다.

이거 전에도 대충이지만 한 번 듣지 않았었나.

“그 뭐냐, 게이트 사태가 어쩌고 하는 그거?”

“그래, 그거. 뭐랬더라, ‘그 정도 힘이 있으면 게이트 사태를 막을 수 있지 않았었냐.’라고 했던가? 하하.”

퀵소드는 쓴웃음을 지으며 술을 들이켰다.

“뭐랬더라, 힘 있는 자의 의무? 까고 자빠졌네, 씨발. 만약 그럴 생각이 있었으면 진작 2차 대전도 막았고 한국전쟁도 막았겠지.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왜 자기가 생각한 것도 아닌 말로 남을 설득하려 하는 거지? 일생일대의 부탁이라면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이 아니라 명대사 같은 안전빵을 찾는 시점에서 전혀 도와줄 생각이 들지 않아. 차라리 ‘의화권으로 총알을 막을 수 있게 해주시오.’ 같은 헛소리를 진지하게 하는 놈을 도와줬으면 도와줬지.”

“그래서 도왔냐?”

“내가 싫어하는 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고전무공 숭배자고 다른 하나는 종교쟁이야.”

그리고 의화단은 둘 다라.

“애초에······ 애초에 내가 역사니 속세니 하는 뭐 그런 거에 손을 안 뻗은 이유가 뭐겠어. 그냥 내가 돌아가고 싶다 생각한 과거······ 있는 그대로의 미래로 돌아가고 싶다 생각해서 그런 거였지. 근데 그 다시 찾아온 과거는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가고······ 남은 건 추억이랑 기념품밖에 없는데······ 아직 끝날 때까지 남은 시간은 너무나 길고······.”

퀵소드는 자기 머리를 감싸고 카운터에 엎드렸다.

그리고 그대로 잠들었다.

“나 참.”

나는 혀를 차며 나이트 라이더가 담겨 있던 잔 밑바닥에 깔린 얼음을 입 안에 넣고 굴렸다.

잠시 후 바텐더가 와서 쓰러진 퀵소드를 보고 물었다.

“무슨 일이야?”

“너 전에 카운터에 앉은 손님이 말하는 건 다 알아들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었냐? 이야기 들었으면 알잖아. 원래 바텐더는 술 만드는 게 아니라 이야기 들어주는 직업이라면서.”

“그야 일반적인 손님이라면 그렇지. 그런데 거기 쓰러진 그 손님은 전혀 일반적이지 않거든. 나 사실 그 양반이 여기서 한 말 중 술 주문한 것 외에는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고. 나머지는 다 한쪽 귀로 들어와서 한쪽 귀로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단 말이지.”

바텐더, 라파엘은 잔을 닦으며 말했다.

“게다가 네 눈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는데 내 눈에는 이 양반 얼굴도 흐릿하게 보이고, 네 입에서 나오는 호칭도 안 들려. 대체 누구고, 무슨 일이야?”

“그게 워커로서의 호기심이라면 슬슬 워커 수칙 1조를 상기시키고 싶어지는데?”

“워커? 아니. 네가 여기 출입하기 시작했을 시기부터 왔던 단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바텐더로서의 호기심이지.”

그거라면 간단히 대답해줄 수 있겠다.

“사라지지도 않고 되돌릴 수도 없는 걸 술로 잊어보려 하는 불쌍한 녀석. 더 불쌍한 건 본인도 그게 아무 소용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는 점이고.”

“뭐야. 흔한 일이네.”

“그렇지?”

라파엘은 완전히 흥미를 잃은 듯 닦고 있던 잔을 들어 불빛에 비췄다.

“아무튼······.”

“비스펀지.”

그때, 낮게 으르렁거리는 듯한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왔군. 드디어 왔군.

나는 흥분과 기대로 쿵쿵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뒤를 돌아봤다.

2미터는 넘을 키에 기계화한 양팔.

“뭐야. 너냐.”

아쉽게도 내가 바깥에다 해놓은 도발은 그리 극적인 효과를 보이지 못했던 모양이다.

“근무 끝났다. 아까 한 잔 사기로 했지?”

바운서, 미켈란젤로는 씩 웃으며 퀵소드가 앉은 쪽의 반대쪽 옆자리에 앉았다.

“어, 응. 그랬지. 뭘로 할래?”

“그 시큰둥한 반응은 뭐지? 겨우 술 한 잔 사는 게 그렇게 아깝나?”

“그럴 리가 있냐. 단지 바깥에 해놓은 그게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아서 말이지.”

“아, 그거.”

미켈란젤로는 혐오와 경탄이 반반 섞인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도발 한번 확실하더만. 나였으면 그 이야기 듣는 즉시 바로 뛰쳐나왔을걸.”

“그런데 왜 아직까지 아무 소식이 없지?”

“전령을 잘못 썼겠지.”

“그것도 그런가. 라파엘, 여기 솔라 플레어 둘.”

“잠시만 기다리셔.”


* * *


루카스 스테인버그는 격노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자신이 아끼던 부하 세 명이 퇴근 후 놀러 간 바에서 끔찍하게 살해당했다는 것에 격노했다.

아무리 갱이라 해도 엄연히 사회의 일부인 만큼 암묵의 규칙이 존재하는데, 그걸 어디서 유입되었는지 모를 미친놈이 아주 태연하게 어긴 것이었다.

시체가 발견된 곳은 보더리스에서 불과 50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담벼락.

그가 아끼던 삼인조 중에서 중앙에 서는 리더격인 남자는 한쪽 손목이 무슨 도폭선에 휘감겼다 폭파된 것처럼 너덜너덜하게 절단되었고, 그 이후 목을 묶여 담장에 매달린 채 질식해서 죽었다.

그가 매달려 있던 담의 벽에는 스프레이로 큼직하게 ‘저는 개길 상대를 잘못 골랐다가 충직한 부하를 세일럼 그린 공장에 보내게 되어버린 무능하고 비겁한 개자식입니다.’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삼인조에서 오른쪽을 담당한 남자는 리더 바로 옆에 목을 매달려 있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목만 매달려 있었다.

그 잘린 목은 길게 잡아 늘려진 혀에 박힌 못을 통해 벽에 고정되어 있었고, 그 못에는 ‘저는 너무 멍청해서 세일럼 그린 공장에서조차 머리는 받아주지 않았기에 여기 남아버린 바보입니다.’라는 팻말이 함께 걸려 있었다.

그리고 삼인조의 왼쪽 담당은 본거지 바로 옆, 시선이 잘 닿지 않는 뒷골목에서 발견되었다.

손목과 발목에는 동맥을 확실히 손상시켰을 깊은 상처가 남아있었고, 그중 고열에 지져져 어설프게나마 지혈 조치가 된 것은 양쪽 다리뿐.

중앙과 오른쪽이 매달려 있던 장소에서 차갑게 식은 부지깽이가 두 개 발견된 것을 보면, 이 짓거리를 한 개자식은 아마 왼쪽의 사지를 전부 손상시킨 다음 두 군데만 지혈시킬 기회를 줬을 것이다.

왼쪽은 양쪽 다리를 지혈하는 것을 선택하고 이 소식을 전하러 달려왔지만······ 양쪽 손목에서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피 때문에 본거지에 도달하기 직전 죽었으리라.

그게 하필이면 으슥한 뒷골목이었기 때문에 발견된 것은 아침.

그 기나긴 밤이 지날 동안, 비스펀지는 보더리스에서 여유롭게 술을 마시고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갔다고 한다.

당연히 격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전쟁이다.”

스테인버그는 자신의 갱, 블루헤즈에게 명령을 내렸다.

“B&C에 전쟁을 선포해라. 지금부터 우리가 총력을 기울여 놈들을 때려죽일 테니 각오 단단히 하라고 말이다.”

[하지만 보스. 놈들은 이미 5번가의 규칙을 어겼습니다. 일부러 선전포고까지 하면서 대비할 시간을 줘야 할 필요가 있습니까? 그냥 한 번에 쓸어버리죠?]

모니터 너머에 있는 부하의 얼굴은 불만이 가득했다.

그러나 스테인버그의 뜻은 흔들리지 않았다.

“놈들이 불문율을 어겼다 해서 우리까지 어기면 어떻게 하겠나? 결국 똑같은 놈이 되는 거지. 아무리 끔찍한 일을 당했다 해서 도의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

[그렇습······ 잠시만요, 전언이 있습니다.]

“전언? 누구의?”

스테인버그는 전언이라는 말에 블루헤즈의 상부조직인 윈슬롯 패밀리를 떠올렸다.

어째서? 이미 이번 달 상납금은 냈을 텐데?

그런 스테인버그의 생각은 잠시 후 들려온 전언의 내용에 의해 완전히 깨지게 되었다.

[전언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일개 폭력배 주제에 도의를 언급하지 마십시오. 짜증납니다.’ 이상입니다.]

“뭐? 대체 누가?”

[접니다.]

모니터에 비치고 있던 부하의 얼굴은 어느새 그리 잘 만들었다고는 말할 수 없는 2D 아바타의 얼굴이 되어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팀 리퍼즈의 전자전 담당인 리퍼0입니다.]

“리퍼즈? 젠장, 보안 담당! 보안 담당 어딨어!”

[소용없습니다.]

화면이 분할되며 블루헤즈의 전자보안실 내부의 카메라 시점이 나왔다.

머리에 케이블을 꽂은 보안 담당은 얼굴에 있는 모든 구멍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 있었다.

“뭐······?”

[B&C에의 선전포고를 수락했습니다. 지금부터 B&C 그룹 산하의 경비회사인 화이트 독과 전속 러너 팀인 팀 리퍼즈에 의한 직접타격을 실시합니다.]

모니터와 연결된 카메라가 바뀌었다.

감히 누가 나올 거라 생각지도 못해서 경비가 허술했던 배수구 뚜껑이 벌컥 열리고, 거기에서 클라이드 비스펀지가 얼굴을 불쑥 내밀었다.

비스펀지는 자신을 비추는 감시카메라를 바라보고는 씩 웃으며 말했다.


“디셉티콘, 집결하라.”


* * *


중견 갱이었던 블루헤즈와 새로 5번가에 올라온 기업인 B&C의 전쟁은 개전한 지 불과 30분 만에 블루헤즈 주요 간부 전원이 사살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살아남은 조직원들은 5번가의 다른 윈슬롯 패밀리 계열 조직에 흡수되었고, 블루헤즈가 보호비를 걷고 있던 구역은 B&C 그룹의 경비회사인 화이트 독이 치안을 유지하게 되었다.

겉보기에는 그저 세력권을 주도하는 조직 이름이 바뀌었을 뿐인 작은 사건.

그러나 지금까지 경직된 채 크게 변동하지 않았던 5번가의 세력도가 크게 바뀌었다는 것은 단순히 조직 하나가 무너졌다는 것 이상으로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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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제077화 – 헬로 올드 프렌드 (2) 24.07.11 10 0 13쪽
78 제076화 – 헬로 올드 프렌드 24.07.10 12 0 12쪽
77 제075화 – 와이 디쥬 세이 댓 네임? 24.07.09 11 0 12쪽
76 제074화 – 더 시티 오브 더 리빙 데드 (6) 24.07.08 12 0 17쪽
75 제073화 – 더 시티 오브 더 리빙 데드 (5) 24.07.07 12 0 12쪽
74 제072화 – 더 시티 오브 더 리빙 데드 (4) 24.07.06 13 0 12쪽
73 제071화 – 더 시티 오브 더 리빙 데드 (3) 24.07.05 14 0 12쪽
72 제070화 – 더 시티 오브 더 리빙 데드 (2) 24.07.04 11 0 12쪽
71 제069화 – 더 시티 오브 더 리빙 데드 24.07.03 12 0 12쪽
70 제068화 – 노 세컨드 찬스 포 더 루저스 24.07.02 14 0 12쪽
69 제067화 – 루저스 리벤지 (2) 24.07.01 14 0 13쪽
68 제066화 – 루저스 리벤지 24.06.30 16 1 12쪽
67 제065화 – 배틀 위드 퍼스널 그루지 (3) 24.06.29 15 0 12쪽
66 제064화 – 배틀 위드 퍼스널 그루지 (2) +1 24.06.28 19 0 12쪽
65 제063화 – 배틀 위드 퍼스널 그루지 24.06.27 17 0 13쪽
64 제062화 – 언인바이티드 투어리스트 앤 포이즌드 챌리스 +1 24.06.26 17 0 13쪽
63 제061화 – 인터미션 미션 (3) +1 24.06.25 1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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