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아카데미의 건립자: 자금 확보부터 시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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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사랑
작품등록일 :
2024.04.1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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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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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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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DUMMY

9화


필레우스가 눈을 찌푸렸다가 초롱초롱하게 떠졌다. 입가에는 미소가 올라왔다.

갑자기 자기와 친해지고 싶어진 것일까? 그동안의 노력이 드디어 빛이 나는 것일까? 물론 그가 한 노력이라고는 마법의 오르골로 강제 댄스를 추게 한 것밖에 없었다.


“여기에 남겠다고? 나와 친해지고 싶어서?”


끼에에엑!


절로 귀를 막게 되는 절규였다. 짜증이 나는지 바닥을 힘껏 발로 찼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렸는지 바로 허리를 꾸벅거렸다. 듀라한이 자기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킨 후 다시 원을 그렸다. 팔들을 이용해서 X자를 표현하였다. 필레우스가 잠시 눈을 껌뻑였다.


“비정상적인 과정으로 소환이 되어서 역소환이 안 된다고?”


듀라한이 엄지손가락을 들며 고개를 격하게 여러 번 끄덕였다.


“하긴.... 벤시가 가진 흑마법의 기운을 모아서 소환한 것이니까.”


필레우스는 턱을 만지다가 시선을 듀라한이 선 자리에 뒀다. 듀라한이 서 있는 바닥에 검은색의 마나가 마법진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듀라한이 손뼉을 치며 덩실덩실 엉덩이를 흔들었다. 점점 형체를 구성하고 마법진을 담을 원을 그리는 일만 남았다.


끼잇?


마법진의 원을 그리지 않고 서서히 검은 마법진이 옅어지더니 없었다. 듀라한의 춤사위도 멈췄다. 그가 필레우스를 빤히 쳐다봤다. 머리는 없지만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필레우스가 머리를 긁적였다.


“너를 역소환할 힘이 부족했네.”


벤시의 힘을 모아 만든 벽돌이 더는 없었다. 듀라한이 온몸을 흔들어대고는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였다. 주먹으로 바닥을 내려쳤다. 그에게 죄가 있다면 흑마법사의 소환에 응한 것밖에 없었다. 참담한 마음을 소리로 표현하였다. 필레우스가 쭈뼛거리면서 천천히 옆에 오다가 한쪽 어깨를 천천히 토닥였다.


"다행히 아직 기회가 있어."


끼엑?


바닥을 치던 손을 멈추고 상체를 일으켰다. 머리는 없지만 마치 필레우스를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필레우스가 손을 들자, 세숫대야가 날아왔다.


"너에게는 벤시가 있지."


물에 담긴 벤시가 있는 세숫대야를 잡아다가 듀라한 앞에 들었다. 듀라한은 신속하게 일어섰다.


끼에 에에~~~


기분 좋은 흥얼거림이 듀라한에게 나왔다. 아직 희망이 있었다. 벤시의 힘을 쥐어짜면 그는 돌아갈 수 있다. 상대가 동종업계 존재였지만 어쩔 수 없다. 이 지옥에 벗어나야 한다.


허공에 푸른빛의 마나가 보이고 뭉쳤다. 이윽고 어떤 물체가 되었다. 다섯 개의 손가락이 들어갈 수 있는 장갑이었다. 필레우스가 직접 듀라한의 손에 장갑을 끼웠다.


"지금 상태에서 힘을 뽑아내는 방법은 하나야. 네가 돕지 않으면 할 수 없어. 도와줄래?"


필레우스는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듀라한은 손가락들을 붙이며 O자를 보여줬다. 얼핏 하트처럼 보이기도 했다.


필레우스가 듀라한의 손을 잡고 펼쳤다. 그 위에 짐가방에서 꺼냈던 것을 올려놓았다. 네모난 모양에 향기가 뿜어졌다.


"벤시를 이것으로 문질러."


세숫대야가 허공에서 이동하고는 책상에 착륙하였다. 주춤거리면서 듀라한이 세숫대야 앞에 섰다. 물에 담가진 벤시를 그것으로 문질렀다. 점점 벤시의 몸에 거품이 났다.


"내가 직접 만든 비누야. 효과는 확실해."


삐이이잇!


낯선 상황에 기절했던 벤시가 손발을 힘껏 휘둘렀다. 마치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 같았다. 세숫대야에 담겼던 물이 검게 변했다.


"도대체 얼마나 씻지 않았으면 이러니?"


필레우스가 질척거리는 검은 물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삐이잇!


필레우스가 책상 위에 올려진 수건 하나를 들었다. 그리고 비틀었다.


"비누 거품을 물로 씻기고 이렇게 해야 해. 벤시 안에 있는 것까지 빼내야 하니까."


듀라한이 빨래를 당하던 벤시를 손에서 놓았다. 고민이 되었다. 동종업계 존재를 이렇게 하는 것에 죄책감이 들었다.


삐이이이익!


듀라한의 본능은 고민과는 별개다. 그의 양손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렸다. 비틀려진 벤시는 다행히 소멸하지 않았다. 사람이었다면 죽었을지 모른 위력이었다.


세숫대야가 어둠으로 채워지고 필레우스가 세숫대야를 잡았다. 물을 잠식하던 어둠이 빠져나와 서로 뭉쳤다. 벽돌의 형체를 갖추게 되었다.


세숫대야에는 진짜 구정물과 벤시만 남았다. 벤시의 검은 붕대는 진한 회색으로 탈바꿈했다.


"어휴, 인간 세상에 살려면 아직도 멀었네."


듀라한은 자기도 모르게 몇 발짝 뒤로 걸음을 옮겼다. 귀환 예정인 그와 달리 벤시는 여기에 계속 머물러야 한다. 상상만으로 다리가 떨렸다.


끼에야?


바닥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필레우스가 머리를 숙였다. 그가 듀라한을 안심시켜 주려고 말했다.


"소멸할지 걱정이야? 걱정하지 마. 방법을 생각해 놓았어."


끼, 끼에 에에?!


백마법이나 흑마법이나 대가를 건네고 실행한다는 점에서 갔다. 대가가 마나이냐, 생명이냐의 차이일 뿐 본질은 같다. 그 대가가 소진되면 마법은 멈추고 소환된 존재는 역소환되거나 소멸한다.


"이 녀석도 마음을 열고 잘 지낼 거야."


필레우스의 눈에는 순수한 호의가 담겼다. 듀라한은 이해하고야 말았다. 빨리 빨래를 끝내고 돌아가야 한다. 마음이 바뀌면 자신도 여기에 갇혀버릴지 모른다. 호의를 가장한 악마 짓에 당할 수 없었다. 아까보다 더 강하게 빨아버릴 요량이었다.

필레우스가 주먹을 쥔 손을 들었다.


"잠깐."


듀라한이 바로 손과 팔의 힘을 풀었다. 그가 세숫대야를 들고 화장실로 갔다. 잠시 후 다시 나왔다.


반짝이는 세숫대야에 깨끗한 물이 담겼다. 다시 책상 위에 놓았다.


"자. 다시 해."


삐이이이익!!!!


벤시의 절망이 귓가를 때렸다.


***


해가 지기 시작한 시각.

붉은빛이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고 벤시는 180도 변해버렸다. 끈적이며 검었던 붕대는 부드럽고 하얀색이 되었다. 벤시의 근본인 부패와 병의 기운은 사라지고 개운한 기운만이 남았다.


릴리 부인에게 빌려온 건조대에 벤시는 매달렸다. 창밖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대롱대롱 흔들었다. 기절했는지 몸은 축 늘어졌고 혓바닥을 입 밖으로 내밀었다. 바닥에는 벤시에게서 빼낸 기운으로 마법진이 발동하였다.


필레우스가 한 손을 흔들며 외쳤다.


"도와줘서 고마워.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부를 테니까 그때는 좀 더 같이 시간을 보내자."


끼, 끼익


듀라한은 몸을 창가 쪽으로 돌렸다. 만약 머리가 있다면 필레우스와 시선을 피하는 위치였다. 그러면서도 듀라한은 필레우스처럼 손을 흔들었다.


***


시간이 지나면 벤시는 뽀송해질 것이다. 필레우스는 문을 열고 발걸음을 옮겼다. 발걸음 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사라지자 벤시의 붕대가 건조대를 향해 올라갔다. 건조대와 벤시의 연결고리인 집개를 제거하기 위함이다.


삐삑!


이를 악물고 붕대로 집개를 여러 번 잘랐다. 조각난 집개와 벤시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좌우로 기우는 몸을 겨우 지탱하며 문 앞으로 향했다. 미약한 힘으로 붕대를 꺼내서 문고리를 내리고는 문을 당겼다. 열린 문틈 사이로 벤시가 꿈틀꿈틀하며 앞으로 기었다.


빽!


문이 다시 닫히려고 하면서 벤시가 끼어버렸다. 강한 충격에 소리를 지르고 바닥에 머리를 부딪쳤다.


***


신의 강림과 곁을 지키는 천사들을 표현한 색 유리창이 노을빛에 아름답게 빛났다. 그 앞에 한 사내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다. 눈을 감고는 기도하고 있었다. 그는 하얀 상의와 하의 그리고 로브를 뒤집어썼다. 하얀 옷 끝자락에는 황금색의 실로 된 자수가 놓여 있었다. 가시덩굴이었다. 회색빛의 의복을 입은 사내들이 그 앞에 섰다.


그들이 허리를 숙이고 있자 그가 입을 열었다.


"찾지 못하였습니까?"

"죄송합니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신을 경배할 줄 모르는 더러운 불신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시국에 신성력이 느껴졌습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일정 이상의 신성력을 감지하는 성물이 작동했습니다. 어찌 생각하십니까?"

"신의 대리자께서 강림하신 것이 분명합니다."


그가 눈을 뜨고 다리를 펴고 일어섰다. 몸을 돌리고는 사내들을 내려다봤다. 갈색과 주홍빛이 섞인 듯한 눈동자가 서슬 퍼렇다.


"그런데 정작 신의 종인 저희가 신의 대리자를 찾지 못했군요."

"죄송합니다."

"사과는 필요가 없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찾으세요."

"네"

"만약 우리가 늦어서 그분이 해를 당한다면 그대들은 천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


사내들이 자리를 뜨고 대주교는 천장을 보고 낮은 저음으로 속삭였다.


“아무래도 제가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들은 미덥지 못해요.”


검은 눈동자의 여인이 긴 푸른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당당하게 걸어왔다.


"그대는 요주의 인물을 감시해야 합니다."

"누구를 말입니까?“


그녀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떠졌다. 도대체 상대가 누구이기에 이단 심판관이자 성기사인 그녀가 나서야 할까. 대주교가 입술을 깨물면서 머뭇거렸다.


"말씀해 주십시오."


대주교는 '신의 대리자'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지 않았다. 강대한 신성력을 느끼고 성물도 반응했으나 운석이 떨어질 때도 그러했으니까. 운석이 떨어질 때마다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강대한 신성력, 성물은 반드시 운석이 떨어진 경우에 발동하였다. 그 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마탑 소속의 마법사가 있습니다. 이름은 필레우스"

"필레우스···.“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단 심판관인 그녀가 모르는 이름이라고 함은 전혀 요주의 인물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의혹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비밀리에 조사하니까. 대주교가 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의아해할 만합니다. 그대는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니까."


대주교는 한숨을 쉬고는 목을 들었다. 색 유리창으로 만들어낸 신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는 마탑에 '엘라티오'라는 성을 부여받았습니다."


그녀의 표정이 굳었다. 엘라티오의 뜻은 위대함이다.

마법사는 오만하고 자기들이 세상에서 제일 잘난 줄 아는 놈들

세상이 좋아져서 마법사들을 대우해 주지만 예전에는 이단 취급이었다. 마법사들을 악마 추종자로 몰아서 '마법사 사냥'을 했던 시절이 불과 200년 전이다. 홀로 있던 마법사들이 모여서 마탑을 세운 배경이기도 했다.


“선대 신관들의 노력으로 마법사들은 교화되었습니다.”

“덕분에 모두가 평화로워졌습니다. 대주교님.”

“평화는 조금만 방심해도 금이 가고 깨집니다.”


그녀가 한 팔을 가슴 쪽에 대고 목을 숙였다. 대주교는 '필레우스'라는 사람이 '마법사 사냥'을 다시 하게 만들 수 있다고 여겼다. 생존을 위해서 마탑으로 모여도 여러 파벌로 분열하는 도도한 놈들이 마법사다. 그런 놈들이 한 명의 마법사에게 ‘엘라티오’라는 성을 줬다. 혹시라도 그를 중심으로 마법사들의 왕국이라도 건국하려고 든다면?


"그럴 일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마탑의 마법사들이 알았다면 가운데 있는 손가락을 들어 보일 망상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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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24.04.14 20 1 12쪽
» 9화 24.04.14 23 1 11쪽
8 8화 24.04.14 2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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