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아카데미의 건립자: 자금 확보부터 시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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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사랑
작품등록일 :
2024.04.1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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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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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DUMMY

15화


모래알 하나가 벽에 부딪혔다. 모래알에 담긴 마나가 연소하였다. 그로 인해 방대한 기체를 보내졌다. 기체가 팽창하면서 가해오는 압력에 폭음이 귀를 울렸다. 벽화는 가루가 되어버렸다. 비고에 걸린 마법 덕분인지 천천히 벽화가 복원되어 갔다.


용병들은 피가 식는 기분이 들었다. 그들의 발바닥 아래에는 셀 수 없는 모래들이 있었다. 그 깊이는 가늠하기 어렵다. 거리도 그렇다. 모두가 동시에 침을 삼켰다. 모래알 하나는 막을 수 있다. 두 개도 막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 모래알이 수십 개, 수백 개가 된다면 막을 수 있을까? 죽음이 바로 눈앞에 있다.


"개 같은 인생이었지만 너희를 만나서 좋았다."


레이첼이 유언처럼 뱉은 말을 시작이었다.


"못난 나를 용병단 단장이라고 따라줘서 고맙다. 그리고 미안해."


검을 두 손으로 쥔 라이카가 헐떡이며 말했다.


"그렇게 따지면 거금에 눈이 멀어서 말리지 못한 내가 더 미안하네. 미안해하지 말게."

"용병 일을 하면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염두에 뒀어. 그게 오늘일 뿐이야."


장난스러운 말투였다. 미노스와 엔달프가 피로한 몸으로 견뎌냈다.


"자네는 그동안 잘해왔어. 그러니까 괜찮아."


라이카는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 힘든 동족들을 도왔다. 그 삶에 후회는 없으니 죽음을 각오하기도 쉬웠다. 모두의 눈빛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듯하다. 다들 비슷한 마음일 것이다. 각자가 지금 할 수 있는 최고의 공격을 위해 달리려고 할 때였다.


비고의 요정 뒤에서 뿌연 연기가 점점 늘어났다. 필레우스가 탄 카트 뒤에서 난 연기였다. 그는 점점 그들과 가까워졌다. 두 팔을 천장 쪽으로 펼쳤다.


"어그로(aggro)!"


다시 무지갯빛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죽음을 각오하던 찰나에 의뢰자가 돌아왔다.


점점 빛이 잦아들었다. 비고의 요정은 계속 필레우스를 노려봤다. 그를 추격하던 시체 병사들의 고개가 한쪽으로 움직였다. 라이카와 동료들이 있는 방향이다. 레이첼은 입을 크게 벌렸다.


"식빵! 또?!"


라이카가 손에 힘이 풀렸다. 입을 작게 벌리고 눈을 껌뻑였다. 죽음을 각오한 순간에 필레우스가 왔다. 그가 귀환 마법을 쓰면 전부 살 수 있다. 그들은 희망에 젖어 들었다. 그 탓에 풀린 긴장을 다시 하는 것은 힘들었다.


다행히 검을 완전히 놓치기 전에 붙들었다.


엔달프가 눈이 동그랗게 떴다. 손가락으로 그들을 가리켰다.


"저 병사들의 상태가 이상하다. 다리를 봐."


그들 중 일부는 다리를 절뚝였다. 엉성하게 붙은 다리를 당장 떨어져도 수긍 되었다. 용병들도, 시체 병사들도 거의 힘을 다한 상태였다.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았다. 싸우면 100% 죽는 상대와 싸우는 것보다 낫다. 사망률 100%보다 승률 50%가 희망적이다.


필레우스가 손가락 하나를 펼치고 목을 긁었다. 비고의 요정이 목을 돌렸다. 그 눈은 필레우스를 향하였다.


"문제를 인식한 시점에서는 어그로(aggro)가 통하지 않는 보군."


적당히 치고 빠지려고 했는데 어려울 듯싶었다.


"문화재 훼손은 최소한으로 하고 싶은데···.“


문화재란 무엇인가? 역사적 가치가 큰 자료다. 그 자료는 건물이 될 수 있고 서적이 될 수 있고 조각이 될 수 있다. 문화재는 조상의 삶을 알게 해주며 민족의 주체성을 보존하게 해준다.


아쉽게도 문화재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 시대였다. 필레우스는 마탑 소속의 마법사이며 지성인이다. 문화재를 보호 및 복원할 의무가 있다고 여겼다.


비고의 요정과 대화로 문제를 풀어보기로 결심했다.


"비고에 있는 금은보화들을 전부 나에게 줄 수 있니?"


비고의 요정이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손으로 귀로 추정되는 부분을 때렸다. 필레우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곳의 보물들을 나에게 전부 달라고!"


수천 년의 세월로 기능이 저하된 줄 알았다. 비고의 요정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비고를 지키는 '비고의 요정'에게 금은보화들을 전부 내놓으라고 한다?

'비고의 요정'이 존재하는 이유를 스스로 상실하라는 뜻과 같았다. 자기 존재 이유를 말살하자는 제안에 동의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상대에게서 마나가 측정되지 않는다. 나약한 침입자들의 마나는 잘만 확인되었는데 유독 한 사람에게만 안 된다. 마나는 생명체에도, 무생물에도 존재한다. 대기에 마나가 있으니까. 마나가 없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고의 요정은 인정하였다. 눈앞의 인간은 절대적인 실력자다. 수많은 침입자 중에서 유일하게 위험하다.


비고 요정의 몸에서 열기가 뿜어졌다. 시체 병사들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공기가 달라졌다. 뜨거웠다. 라이카와 용병단원들은 손에서 무기를 놓쳤다. 가슴을 부여잡으며 숨을 헐떡였다. 이 공간의 대기 성질이 바뀌었다.


엄청난 속도로 대기의 속성을 바꿨다. 대단한 능력이다. 이 공간에서 비고의 요정과 필레우스만 그대로였다. 필레우스가 힐끔 눈을 내리깔았다. 힘들어하는 용병들이 있었다.


그가 쓰러진 이들을 향해서 손바닥을 펼쳤다. 푸른 마나가 그들을 감쌌다. 그들의 호흡이 조금은 나아졌다. 죽기 직전에서 죽을 것 같다는 정도로 고통이 줄었다.


비고의 요정이 더 강한 힘을 대기에 뿌렸다. 필레우스가 눈을 반짝였다. 자신의 마나를 제대로 꺼내려고 들었다.


삐이익!


귀여운 굉음과 함께 필레우스가 매고 있던 가방에서 무언가가 삐져나왔다. 아주 작은 손이었다. 그것은 순백의 베일과 우아하게 늘어진 의복을 입었다. 그야말로 경건한 성녀 혹은 성모의 모습이었다. 차별화된 점이라면 눈가를 하얀 천으로 감쌌다는 것이다. 그것은 가방을 나왔으나 기력이 부족하여 모랫바닥으로 떨어졌다.


삑!


필레우스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는 그 존재가 가진 마나로 정체를 알아차렸다. 그것은 빨래를 당한 벤시였다.


***


벤시는 몸을 떨었다. 없는 기력을 다 뽑아 썼다. 탈출을 위한 희생이었다. 필레우스가 방으로 돌아오기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가방 안에 있던 조각상을 꺼냈다. 벤시는 자기 몸의 천을 일부 잘랐다. 그 천들로 조각상을 감싸고 건조대에 매달았다. 조각상의 모습으로 몸과 얼굴을 바꿨다. 그 후에 바로 가방에 숨었다.


그는 탈출의 때를 노렸다. 필레우스는 벤시가 가방 안에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었으니까. 벤시의 힘이 너무 미약한 탓이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고 희망을 품었다. 희망은 절망이 되었다. 비고의 요정이 만든 대기는 벤시를 고통스럽게 했다. 성공할 뻔했는데 실패했다.


***


필레우스는 떨어진 벤시를 줍지 못하였다. 비고의 요정이 이상 행동을 보였다. 변질되었던 대기는 깨끗해졌다. 그는 팔과 다리를 비비 꼬았다. 벤시는 두 주먹을 쥐어 방어 자세를 취했다.


비이고~ 비이이이고~


비고의 요정은 몽실몽실한 목소리를 냈다. 몸안에 있는 핵이 두근거리는 듯하였다. 수천 년 동안 비고를 지키면서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다.

더러움 하나 없는 깨끗한 기운과 성스러운 외모까지!

그 어떤 금은보화보다 귀하다.

빨래를 당해서 깨끗해진 것은 상상도 못 했다. 탈출을 위해 몸과 외모를 성형한 것도 몰랐다.


비고의 요정은 벤시에게 첫눈에 반해버렸다. 용병들은 서로를 힐끔 쳐다봤다. 긍정적인 분위기에 라이카가 숨을 조심스럽게 내쉬었다. 공기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저거 반한 거겠지?'


레이첼은 비고의 요정과 벤시를 눈에 담았다.


'식빵. 우리 살 수 있을 듯?!'


미노스는 침을 삼켰다. 이마에는 땀이 흘렀다.


'저 존재는 마법사의 권속으로 보이니 희망적이오.'


우르스는 이를 잘근잘근 물었다.


'제발 잘 되었으면 좋겠다.'


엔달프는 고개를 들었다. 천장에 화려한 장미 무늬가 있었다.


'우리는 그냥 보내줬으면···.‘


모두가 압도적인 존재가 사랑에 빠졌음을 알아차렸다.


"저 이상행동은 서열 싸움을 걸기 위한 준비인가?"


필레우스는 남다른 관점으로 해석하였다. 수컷들이 서열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몸을 부풀리는 것과 같다고 여겼다.


점점 내려오고 모래에 두 발을 디뎠다. 무릎을 꿇고 상체를 세운 벤시와 눈을 마주치게 되었다. 벤시는 서서히 팔을 내렸다. 비고의 요정에게는 살기가 없었으니까. 인간보다 가까운 존재니 도와줄지 모른다.


비고의 요정 옆에 보라색의 구름이 생성되었다. 그는 손을 구름 안에 넣었다. 손을 빼자, 반지가 하나가 나왔다. 산맥처럼 산의 모양이 여러 개 솟아있었다. 비고의 요정은 그것을 세웠다. 인간에게는 반지였던 것이 벤시에게는 왕관이 되었다. 벤시의 머리에 그것을 올렸다. 비고의 요정은 손을 뗐다.


빽!


벤시는 왕관의 무게를 견딜 수 없었다. 머리가 앞으로 쏠리면서 모래에 박혔다. 벤시의 머리에는 여러 기억이 스쳤다.


악랄한 마법사와 듀라한에게 잡혔다.

빨래를 당하고 말았다.

건조대에서 말려졌다.

탈출하던 중에 고양이와 혈투를 벌였다.

탈출을 위해서 자랑스러운 벤시의 모습을 포기해야만 했다.


이제는 초면인 놈에게 조롱당한다. 선의를 베푸는 척하며 다가오는 것에 속았다. 같은 업종 종사자인 듀라한에게 속고도 순진하게 믿었다. 억울하였다. 벤시는 소환자의 명에 충실한 죄밖에 없었다. 눈물에 모래가 젖었다.


울음소리가 복도에 작게 울려 퍼졌다. 훌쩍거리는 소리에 비고의 요정이 손을 뻗었다가 접었다가 반복하다가 멈췄다. 다가가려고 하면 울음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비고의 요정은 어정쩡한 자세로 섰다. 필레우스는 한 발짝 앞으로 걸었다. 담담한 얼굴이었다.


"도와줄까?"


그 한마디에 비고의 요정이 필레우스 앞에 날아왔다. 그러면서 그의 바짓단을 잡아당겼다. 손가락이 벤시를 가리켰다.


비고, 비고, 비고!


사랑의 힘은 강했다. 죽이려고 했던 상대에게 도움을 청하다니 감탄사가 나온다. 더군다나 수천 년 만에 처음으로 느낀 감정이 아닌가. 반면에 필레우스의 목덜미는 식은땀이 났다. 벤시의 사회화 및 행동 원리 연구는 아직 시작조차 못하였다. 벤시를 깨끗하게 씻고 말린 것이 전부였다.


"벤시는 아주 까다로운 존재지. 그렇게 공격적으로 나오면 상처를 받아. 연약하거든."


아는 것이 없음에도 입을 나불거렸다. 공짜로 비고의 재물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았으니까.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좋은 승리법이다. 비고의 요정이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선지자의 말을 듣는 신도처럼 굴었다. 이때 좋은 말을 건네면 넘어올 확률이 높다.


필레우스가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손가락에서 푸른 마나가 나오고는 가루처럼 변했다. 벤시를 향해 날아갔다.


"일단 이 녀석을 재우고 우리는 돌아가야 할 것 같아."


가루가 된 마나를 맡고 조용해졌다. 새근새근 잠든 소리가 미약하게 들렸다. 피레우스가 허리를 굽혀서 벤시를 잡았다. 가방 안에 넣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멍하니 있던 비고의 요정이 팔다리를 펼쳤다.


비고! 비고! 비고!


마치 가지 말라고 말하는 듯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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