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아카데미의 건립자: 자금 확보부터 시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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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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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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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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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DUMMY

20화


"어느 학부에 지원할 생각입니까?"


모든 학부에 교사가 부족하다. 많은 사람이 그만두었기 때문이다. 남은 교사들은 추가 근무를 하면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법학부가 좋습니다. 저는 마탑 출신이거든요."

"예?"


경비원은 필레우스가 사기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마탑의 마법사에게 무엇이 부족할 수 있단 말인가? 경비원의 입장에서 마법사는 귀족에 준하는 존재다. 마탑의 마법사는 귀족과 대등 혹은 그 이상이라고 볼 수 있었다. 경비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이 아카데미의 경비원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졌다. 비록 망해가는 아카데미라고 해도 말이다.


"예끼! 아무리 비바 사립 아카데미가 나락을 갔다고 해도 이렇게 사기꾼이 들락날락할 곳이 아니야. 당장 꺼지시게!"


진실을 말했음에도 불신한다. 필레우스는 가슴이 아팠다. 경비원의 타당한 의심과 별개다. 진실을 이렇게 매도하는 사회를 봤으니까.


잠시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눈앞의 경비원에게 믿음을 줄 수 있을까? 자신이 마탑의 마법사인지 증명할 수 있을까?'


그가 눈을 몇 번 끔뻑거렸다. 마법사가 자신을 증명하는 가장 간단하고 빠른 방법을 뭘까?

손바닥을 펼쳐 내밀었다. 손바닥 위로 마법진이 나타났다. 다른 손으로 땅바닥을 가리켰다.


마법진이 아카데미 안까지 펼쳐졌다. 머리가 터질듯한 어려운 술식이 마법진을 채웠다. 셀 수 없는 푸른 색의 나비들이 땅에서 올라와 하늘로 날아갔다. 나비들이 구름 속으로 들어갔다. 구름 속에서 푸른 섬광이 번쩍였다가 사라졌다. 그 직후 마법진의 흔적은 지워졌다.


'마법사는 마법으로 자신을 드러내야지.'


마법사답게 화려한 마법을 선보였다.

그 어떤 머뭇거림도 없이 마법진이 그려졌다.

발동을 위한 준비 시간조차 없었다.

그 마법진에 소모된 많은 마나.

일반 마법사들도 해석하지 못할 정교하고 복잡한 구성을 이룬 마법.

마탑의 마법사 정도는 되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일반 마법사뿐 아니라 마법에 무지한 일반인도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차릴만하다.


몇 곳의 교실 창문이 열렸다. 교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몸을 내밀고 두리번거렸다.


"이 정도면 믿을 수 있을까요?"


이걸 믿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경비원은 살면서 마탑의 마법사를 본 적이 없었다. 얼른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마탑의 마법사님께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필레우스가 어깨를 다독이며 웃었다. 그는 상대의 실수를 꼬투리 잡는 사람이 아니었다. 적어도 스스로는 그리 여겼다.


"사람이 살다 보면 그럴 수 있죠. 다음부터 안 그러면 되는 거니까요."


경비원은 얼른 허리를 펴고 정문을 열었다.


"편히 볼일을 봐주십시오."


아까와 격이 다른 예의 바름이다. 귀하신 분이 망해가는 아카데미에 왔으니까 당연하다.


***


안경을 쓴 노쇠한 노인이 소파에 앉아서 차를 따랐다. 차는 냄새만 맡아도 품질이 나쁨을 알 수 있다.


"손님 대접이 부족하지만 양해해주십시오. 아카데미 상황이 좋지 않아서요."

"괜찮습니다. 이해합니다."


그가 찻잔을 들고 입에 댔다. 맛이 없어서 순간 멈칫했다. 자연스럽게 잔을 내려놓았다.


'나의 아카데미에서는 고품질의 차만 구비해놔야겠어.'


노인의 이름은 로비용.

비바 사립 아카데미의 교장이다.

그는 필레우스를 계속 위아래로 훑었다. 마법사는 귀족에 준한다. 마탑의 마법사는 귀족 혹은 그 이상의 존재다. 마탑의 마법사가 방문한 게 믿어지지 않았다. 비바 사립 아카데미는 망하기 직전이었으니까.


필레우스이 눈을 아래로 깔았다. 그는 로비용의 시선 따위에 관심이 없었다. 잔의 차에 미친 자기 얼굴이 보였다. 피부가 푸석해 보였다. 피곤하긴 했던 모양이다. 침대에 누워서 오이를 잘라야 할까. 그 오이를 얼굴에 붙여야 할 듯싶었다. 아니면 무를 잘라서 붙여도 좋다.


그가 고개를 들고 로비용의 눈을 마주했다. 눈에 힘을 주며 떴다.


"이해하기가 어려우신 것을 압니다. 마탑의 마법사가 오기에는 여기는 많이 부족하죠."

"그렇습니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로비용이 고개를 떨궜다. 동정심을 느낄 모습이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말이다. 아쉽게도 필레우스는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당당하게 고개를 까닥거렸다.

비바 아카데미의 연혁과 성과, 졸업생들에 관한 자료를 떠올렸다. 어떻게 지금까지 아카데미가 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생각해보니까요. 많이 부족한 건 아니네요."

"네?"

"엄청나게 많이 부족한 곳이에요."


루비용의 미소 지은 입꼬리 한쪽이 떨렸다. 손은 파르르 하고 진동을 일으켰다.


'개자식!'


부정적인 점을 계속 말하면 기분이 나쁘다. 아무리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해도!

루비용이 작게 숨을 들이마시고 뱉었다.


'참자. 마탑의 마법사가 교사를 한다는 이야기만 퍼져도 좋다. 신입생들이 늘어나겠지.'


현재 비바 아카데미는 계속 운영을 할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관한 확인 절차를 밟고 있었다. 학교 운영이 학교 폐교보다 가치가 크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 입학생 증가는 그 가치를 알게 해줄 척도 중 하나다. 교장은 회생 가능성을 판정받을 가능성을 떠올랐다. 가슴이 조금 진정이 되는 듯하였다.


"그런데 비바 아카데미의 교사를 하시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단기 계약이지만요."


필레우스에게는 특유의 눈치 없음이 있었다.


"나중에 아카데미를 설립하려고 하거든요. 먼저 아이들을 가르칠 줄 알아야 하잖아요."


루비용은 망해가는 아카데미의 교장이다. 그의 앞에서 아카데미를 세우겠다고 하는 말 하는 인성에 감탄사가 나왔다.


"망할"

"예?"


운이 나쁘게도 필레우스는 감탄사를 듣지 못했다. 루비용이 헛기침을 뱉었다.


"크흠.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차피 망해가는 아카데미의 명운은 그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교장이 혀를 달싹거렸다.


"그런데 정말로 그 많은 수업을 '홀로' 진행하실 예정입니까?"


교장은 일어나서 자기 책상 앞에 섰다. 서랍장에서 서신 하나를 꺼냈다. 필레우스에게 줬다. 그가 그 서신을 펼쳤다.


"네. 여기 적힌 내용대로 할 계획이에요."

"여기에 적힌 수업 양은 한 사람이 책임지기에는 너무 많습니다."


필레우스가 원하는 수업 반의 숫자와 수업 시간, 횟수는 상상을 초월하였다. 한 사람의 몸으로 해낼 수 있는 업무량이 아니다. 날로 해먹을 거 아니라면 그러하다. 준비할 일이 많다.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커리큘럼을 짜는 거부터 고난이다. 실전과 이론은 다르니까. 실제로 가르치는 일도 쉽지 않다. 나에게 쉬운 내용이 학생에게는 어려웠다.


"정말로 힘들겠죠. '여기서 혼자 하는 건'요. 그래도 여러 가지 교육 방법을 확인해 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잖아요."

"수업의 질이 떨어질까 우려가 됩니다."


무리한 일정으로 제대로 된 수업 준비를 못 한다면? 죄 없는 학생들이 쓰레기 수업을 듣게 되는 거다. 이 사실이 널리 퍼지면 아카데미 폐교에 무게가 실린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 오기 전에 미리 다 준비를 했거든요."

"수업을 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시죠?"

"마탑의 마법사들에게 가르친 적이 있어요."


필레우스가 해맑게 웃었다. 반면에 로비용의 얼굴의 미소가 점차 지워졌다.

걱정이 로비용의 머리에 휘몰아쳤다. 마법사와 망해가는 아카데미의 학생이 같은가? 수준부터 다르다. 그 수준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표현을 써야 할 만큼이다. 하물며 그냥 마법사가 아닌 마탑의 마법사다. 그들 간의 격차는 수준 차이를 논하는 게 모욕일 정도다.


"그때그때 수업 내용을 수정해 나갈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필레우스가 손으로 자기 뺨을 살짝 두들겼다.


"수업은 언제부터 가능하십니까?"

"일주일 뒤부터 가능할 거 같아요."


피부가 사막처럼 메마른 느낌이 들었다. 학생들과의 만남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얼굴 관리를 해야겠다. 학생들의 눈에 '잘생긴 남자 선생님'으로 보이길 원했다.


"일주일 뒤에 말입니까?"

"수업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해서요. 최대한 빠르게 일정을 잡아도 일주일이네요. 그 이내로는 불가능해요. 수업 준비를 위해서 아카데미를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되는 거죠?"

"수업 준비요? 물론입니다."

"그러면 내일부터 아카데미에서 수업 준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필레우스는 벌떡 일어나서 인사했다. 곧바로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루비용은 태풍이 지나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엄청 의욕적이네. 뭐. 의욕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


루비용은 자신의 결정이 학생들에게 어떤 파국을 선사할지 꿈에도 몰랐다.


***


필레우스가 말한 것처럼

다음날. 그는 아카데미 정문을 당당히 지났다. 아카데미 건물, 기숙사 건물, 산책로 등을 걸어 다녔다. 위치를 파악하기 위함일까? 학생들이 지나갈 때마다 손을 흔들었다.


"다음 주부터 출근해서 너희를 가르치게 되었어. 잘 부탁해!"


학생들이 비웃으며 지나갔다. 인사를 받아주는 학생은 소수였다.

이런 망해가는 아카데미의 교사로 채용될 수준밖에 안된다고 생각한 탓이다.

어디에서 못된 것들은 있다. 비웃음으로 끝나지 않고 시비를 거는 무리였다.


"이딴 아카데미에 선생이라니. 수준을 알만한데요? 정말 무능력한가 봐요?"


주근깨의 주황색 머리카락에, 녹빛 눈동자를 지닌 학생이 말을 건넸다. 뒤를 따르는 학생들이 킥킥거리며 웃었다.


"그러게. 아무도 받아주지 않으니까 여기로 온 거지."

"여기 망하면 갈 곳이 없겠네."


자기들끼리 속닥거리는 척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필레우스가 빠르게 학생들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었다.


'몸의 균형이 잘 잡힌 것으로 보아하니 기사나 용병 쪽을 원하는 아이들인가?'


그는 세상 물정 모르고 눈치가 없다. 시비는 무시하는 게 답이거늘. 필레우스가 학생들의 말에 반응해줬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의 생각을 이해해. 여기는 망하기 직전의 아카데미니까. 그렇지만 비바 아카데미가 '이딴 아카데미'인 거지. 나는 무능하지 않단다."

"하! 그러면 유능하신 분께서 왜 여기에 오셨을까요?"


그 물음에 답을 일말의 고민도 없이 내뱉었다.


"실험 쥐...."

"실험 쥐?"


필레우스는 순간 어깨를 움찔했다.

학생들을 상대로 실험 쥐라니! 말이 너무 과하지 않는가. 사실이라고 해도 기분이 나쁠 발언이었다. 정정해 줄 필요가 있다.


"실수. 학생을 가르치는 법을 배우고 싶어서 왔어. 잘하는 애들보다 못하는 애들 가르치는 게 교육 커리큘럼을 짜는 데 도움이 될 거 같기도 하고."


학생들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들을 '못하는 애들'이라고 면전에 대고 욕하니까. 한 학생이 옷소매를 걷고는 다가왔다.


"뭐라고 하는 거야!"


학생이 교사를 때리는 사건이 퇴학을 당해도 쌀 일이다. 그들은 그 사실을 잘 알았다. 일 위협만 하고 끝내려고 했다. 겁을 먹어서 다음날 사직서 내는 선생도 있었으니까.


작가의말

꼬님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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