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

“솔직히 말할게요. 전 이 세상이 싫어요.”
난 이 세상이 싫다.
그야, 이세계에 떨어지자마자 바로 몽둥이로 마구마구 때려서 노예로 팔아버리는 세상을 좋아하게 될 리가 없잖아?
“제가 게임, 그러니까 꿈을 꾸는 거에 더 매달렸던 것도, 이 세상이 싫어서였어요. 이 세상이 저한테 잘해준 게 뭐가 있는데요? 솔직히 말해서 이딴 세상이 망하든 말든, 알 바 아니에요. 이렇게 된 거 아예 그냥 확 더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요.”
“...그래. 그렇겠지. 미안, 내가 너무 무리한 부탁을 했구나. 그래. 나도 이 세상을 좋아할 수 없는데, 네가 어떻게 좋아하겠니.”
그러한 내 대답을 들은 마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내게 사과했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마녀의 사과에 고개를 흔들며 마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근데, 마녀씨는 달라요.”
“뭐?”
“이 세계는 저에게 잘해준 게 아무것도 없지만, 마녀씨는 제게 잘 해줬잖아요? 그러니까. 음, 당신이 원한다면 한번 해보죠. 뭐.”
이 세계는 싫다.
하지만 이 사람은 좋다.
단지 그뿐인 이야기다.
마녀가 태양을 되찾아달라고 했으니, 노력해 볼 뿐이다.
“실패해도 너무 실망하진 말고요. 최대한 노력해 볼 테니까요.”
“무슨 태양을 되찾는단 이야기를 옆집에 뭐 좀 가져다 달란 이야기처럼...”
“퀘스트 준 거 아니었어요? 퀘스트가 다 똑같죠. 뭐.”
메인 퀘스트냐 서브 퀘스트냐의 차이는 있어도 다 똑같은 퀘스트니까, 응.
적당히 농담을 던지며 무거워진 분위기를 정리하자, 마녀는 다시금 내 손을 꽉 붙잡으며 내게 감사를 표했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고마우면 탈출 계획이나 더 말해봐요. 어디로 갈지는 정해졌는데, 어떻게 탈출할지도 생각해둔 거 있어요? 그냥 정면 돌파?”
“하나 생각해둔 방법이 있어.”
“뭔데요?”
“던전을 억지로 폭주시키는 거야. 몬스터들이 만들어낸 혼란을 이용해서 도망치는 거지.”
“던전을 폭주시켜요? 그게 가능해요?”
“그렇게 어렵지 않아. 요점은 던전을 자극해서 먹었던 걸 전부 토하게 만드는 거니까. 던전의 코어가 눈앞에 있는 상황이라면 손쉬운 일이지.”
“저흰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는 거 맞죠?”
“...원래는 탈출 수단이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준비할 수 없으니, 폭주에 휘말려서 나오는 수밖에 없겠지.”
“괜찮은 거 맞아요, 진짜?”
“괜찮아. 폭주라고는 해도 던전 안에 있던 몬스터들이 나올 뿐이니, 경계만 잘하고 있으면 위험하진 않아.”
몬스터들을 이용해서 혼란을 만든다니.
탈출 방법이 살짝 못미더운 걸 빼면 괜찮은 계획처럼 보인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다 괜찮은데. 이러면 도살장까지 폭주에 휘말리는 거 아니에요?”
“응. 그게 목적이니까. 아예 도살장을 전부 날려버려서 누가 어디로 도망쳤는지 알기 힘들게 하려고.”
“...그럼 노예들도 다 죽는 거 아니에요?”
“그게 중요해?”
마녀의 반문에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중요하죠. 적어도 도망칠 수 있게 도와주긴 해야 하지 않을까요?”
“...굳이 그래야 하니? 노예들을 도울 시간에 거리를 벌리는 게 더 나을 거 같은데.”
“음. 전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게 더 추적자들이 우릴 추적하기 어렵게 만들 거 같아서요. 쫓아야 할 흔적이 늘어나면 추격대도 분산되지 않겠어요? 그리고...”
“그리고?”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두면, 그 개자식들이랑 다를 바가 없잖아요. 죽어가는 사람들 보고 그냥 죽으라고 방치하던, 그놈들이랑.”
난 이 세상이 싫다.
그러니까, 이 세상과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꾸는 꿈처럼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마녀에게 말하자, 마녀는 살포시 내 손을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아직 순수하구나, 그래. 넌 처음부터 그랬지.”
“네?”
“으음. 아냐. 그래, 뭐. 도망칠 수 있게 길을 열어주는 정도는 간단하니까. 하지만 명심해. 다른 사람을 도와주려다가 우리가 위험해질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거야. 알겠지?”
“물론이죠. 저도 제 목숨 아까운 건 알거든요?”
“뭐, 도와줘도 크게 달라질 게 없다고는 생각되지만.”
“....?”
뭐지?
뭔가 마녀가 알고 있는 게 있는 걸까?
어째선지 노예들을 돕는 게 별 의미가 없을 것이라 확신하는 마녀의 모습에 의문이 잠시 들었지만, 폭주를 준비하는 마녀의 모습에 금세 의문이 머리에서 지워진다.
“준비하렴. 많이 어지러울 거야.”
이윽고 마녀가 코어에 손을 올리자 코어에 날카로운 실금이 번져나가고, 금방이라도 코어가 부숴질 듯 변하자 던전 그 자체가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공간이 미친 듯이 압축되기 시작한다.
“우, 우왁?!”
분명히 나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데, 공간 그 자체가 미친 듯이 줄어들며 내 곁을 스쳐 지나간다.
던전 안에 있던 몬스터들이 공간과 함께 휩쓸려 바닥을 구르는 모습을 보니, 등골이 오싹하다.
마치 고속도로 한복판에 서서 미친 듯이 달려오는 자동차들을 두 눈으로 지켜보는 듯한 기분이다.
마녀와 난 어떻게든 이 공간의 폭주에 버티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간 저 몬스터들과 같은 꼴이 될 것이다.
“...끝났나?”
공간의 흔들림은 맨 처음 시작되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갑작스럽게 끝났다.
던전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던 나와 마녀는 어느새 맨 처음 들어왔던 던전의 입구로 돌아와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이곳에 있었다는 것처럼.
“뭐, 뭐야?!”
“몬스터? 더, 던전이 폭주한 건가?!”
“비상! 다들 무기 챙겨!!”
그리고 당연하게도, 던전의 폭주에 휘말린 몬스터들 또한 던전 밖으로 내던져지듯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던전 밖에서 적당히 시간을 때우고 있던 병사들은 갑작스러운 몬스터들의 출현에 당황하며 전투를 준비하기 시작했지만, 몬스터들은 이미 병사들에게 덤벼들기 시작했다.
“키에엑!!!”
코볼트, 해골 병사, 트롤...
나와 마녀가 던전 안에서 싸웠던 몬스터 뿐만이 아니라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몬스터까지 일제히 병사들에게 덤벼든다.
그건 마치, 누군가가 조종하는 병사들이 진군하는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쉿, 자극하지 않게 천천히.”
“...네.”
하지만 어째서일까?
몬스터들은 나와 마녀에게 일체의 관심을 두지 않고 병사들과 싸우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었고, 나와 마녀는 그 틈을 타서 서둘러 몬스터 무리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서둘러 도살장을 향해 달려가며 나는 방금의 일을 마녀에게 물어봤다.
“방금, 왜 아무도 저흴 공격 안 한 거예요? 몬스터들이?”
“저기도 생각이란 게 있으니까. 굳이 위협적이지 않은 대상에게 덤벼들기보단 눈앞의 위험부터 처리하기로 생각한 거겠지. 우리가 공격적으로 행동했었으면 거기 있던 녀석들이 다 덤벼들었을걸?”
“아하...”
하긴, 몬스터들은 게임의 몬스터처럼 그냥 맹목적으로 인간을 죽이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니까, 굳이 우리와 싸우려 하지 않는 것도 이해된다.
그런 대화를 나누며 서둘러 도살장을 향해 달려가니, 묘하게 조용한 도살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
분명히 던전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란이 여기까지 전해졌을 텐데, 왜 이렇게 조용하지?
원래라면 도살장을 지키고 있는 병사들까지 전부 빠져나온 상황인데, 이쯤되면 몇 명 정도는 상황을 파악하고 도망치려 할 만하지 않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도살장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끼며, 혹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니 일단 큰 소리로 노예들에게 상황을 알려주지만.
“지금 몬스터들이 던전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어요! 당장 도망쳐야 해요!”
“......”
그렇지만 누구도 내 외침에 반응하지 않고, 정적만이 맴돌 뿐이었다.
이 이상한 상황에 내가 당황하며 다시금 누군가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니.
“지금 도망치지 않으면...!”
“시끄러워, 우리도 아는 거 가지고 겁나게 쫑알쫑알거리네.”
“어...?”
“도망치고 싶으면 맘대로 도망치라고.”
한때, 나를 괴롭히던 녀석들이 숙소의 문을 빼꼼 열고 얼굴을 내밀고 불평을 내뱉는다.
도망치지 않지만, 몬스터들과 맞서 싸울 준비도 하지 않는 모습에 내가 의아해하는 동안 녀석들은 짜증난다는 듯 다시 숙소의 문을 거칠게 닫았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몬스터들이 도살장을 덮치지 않는다는 확신이라도 있는 걸까?
아니, 그렇다고 해도 도망칠 절호의 기회인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더 말이 안 되는데?
그러한 낯선 노예들의 반응에 내가 당황하고 있으니, 마녀가 쓴웃음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저 사람들은 도망치지 않을 거야. 다들 포기해버렸거든.”
“...포기했다고요?”
“더 나은 내일이 올 거라 생각하지 않으니까, 도망쳐봤자 똑같이 고통스럽다고 생각하는 거지. 아니, 오히려 더 고통스러울 거로 생각하고 여기에 남는 걸 선택하는 거야.”
“무슨...”
“몽마의 꿈에 사로잡힌 사람들과 사실상 다를 바 없어. 설득할 생각은 포기해. 짧은 시간에 설득하는 건 불가능할 테니까. 나도 한때 저랬어서 잘 알아.”
“......”
정말, 그래서 아무것도 안 한다고?
도망쳐봤자 똑같이 고통스럽다고 생각해서?
눈앞에 닥친 기회를 잡지 않는 저들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마녀의 말대로 저들을 설득하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굳게 닫힌 문을 뚫고 들어가기엔 너무나 나와 마녀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았으니까.
“...식량부터 챙기죠. 먼 길을 떠나야 하니까요.”
“그래. 그러자꾸나.”
서둘러 도살장을 이리저리 뒤지며 길을 떠나는 데 필요한 물품들을 챙기고 있던 도중, 방치된 듯한 창고를 하나 발견한다.
모포 같은 거라도 찾을 수 있을까 창고의 문을 열어젖히고 발을 집어넣으니, 뭔가 물컹한 게 내 발에 밟힌다.
“으악?!”
순간 당황하며 발을 떼자, 창고 안에 널브러진 시체처럼 곤히 잠자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저들이 누구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몽마에게 당해서 영원한 잠에 빠진 이들, 바로 그들이었다.
“......”
사실상 시체나 다름없는 이들을 보고 있으니 썩 기분이 좋지 않았기에, 나는 서둘러 문을 닫고 다른 장소를 탐색하려 했으나.
“으으...”
“어...?”
어째선지, 내게 밟힌 사람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더니 서서히 잠에서 깨어난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설마, 던전 안에 있던 몽마가 이 사람들을 습격한 범인이었나?
그 몽마가 죽어서 꿈에서 깨어나는 거고?
그렇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니, 잠에서 깨어난 사람 또한 비몽사몽인 채로 목소리를 낸다.
“뭐야, 이거? 뭔 일이 있던 거야?”
자신이 자고 있던 동안 일어난 일을 궁금해하는 남자의 중얼거림이 기폭제가 된 걸까?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시체들이 하나둘씩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한다.
“으윽... 머리야...”
“으음...”
몽마의 꿈에서 깨어난 노예들은 주위를 둘러보며 현재 상황을 파악하려 하지만, 당연하게도 창고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할 수 있을 리 없다.
결국 노예들의 시선은 내게 일제히 꽂히고, 나는 다른 노예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깨어난 노예들에게 현 상황을 간략히 설명했다.
“지금 던전에서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까, 살고 싶으면 지금 당장 도망쳐야 해요. 여러분은 지금까지 몽마에게 붙잡혀 있었다가 깨어난 거고.”
“몽마...? 어쩐지, 꿈이 그렇게 생생할 리 없었는데...”
“병사들도 다 몬스터들을 막으러 간 상태니, 원하는 대로 해요.”
어차피 이 사람들도 아무것도 하지 않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곧장 발걸음을 돌리려 했지만.
“저기! 도와줘서 고마워.”
“이, 일단 빨리 도망치자고. 저 꼬맹이가 한 말 못 들었어? 몬스터들이 몰려온다잖아.”
“어, 응. 그래야지.”
꿈에서 깨어난 노예들은 다른 노예들과 달리, 내게 감사 인사를 남기고선 도살장에서 도망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아 보이는 것이 누가 봐도 도망쳐봤자 썩 좋지 못한 결말을 맞이할 것이 뻔한데도 말이다.
“...저기! 이거 좀 받아요.”
그래서일까?
난 어설프게나마 짐을 꾸리고 있는 노예들에게 나도 모르게 내가 발견한 음식들을 건넸다.
“이건...?”
“전 이미 많이 챙겨둬서, 받으세요. 음식도 없이 도망칠 순 없잖아요?”
“...고마워. 정말 고마워.”
“나중에 다시 만날 수 있으면, 그때 반드시 보답할 테니까...!”
“네, 기대하고 있을게요.”
확실히 마녀와 나 둘이서 먹기엔 충분할 정도로 음식을 확보해뒀지만, 그렇다고 남에게 주는 게 아깝지 않을 정도는 아닌데 왜 그랬을까?
어째서 이 사람들을 도우려 했는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실하다.
이 사람들의 결말이 부디 행복하기를 나 자신이 바랬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 사람들에게서 나와 마녀의 모습을 겹쳐 본 것이겠지.
불확실한 길을 떠나는 나와 마녀의 여정의 끝이 부디 행복하길 바라며 말이다.
그렇게 노예들과 헤어지고 마녀에게로 돌아오자, 마녀는 그런 일련의 과정을 쭉 지켜보고 있었던 듯 쓴웃음을 지으며 나를 맞이했다.
“뭐, 먹을 건 충분하니까. 그래도 앞으론 그런 일은 하지 않는 게 좋아. 괜히 얕보였다간 큰일 나니까.”
“저도 알아요. 그냥, 행운을 빌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래?”
마녀는 행운을 누구에게 빌었냐는 말은 하지 않고 그저 살포시 내 머리를 쓰다듬을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서서히 도살장 쪽으로 몬스터들이 만들어내는 소란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지고 나와 마녀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슬슬 출발할까?”
“네. 슬슬 떠나죠.”
그렇게, 나와 마녀는 도살장을 떠나기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첫 번째 목표는 저 안개의 숲에 나타난다는 안개의 동쪽으로 갈 수 있는 좁은 길이다.
부디, 우리가 무사히 거기까지 도달할 수 있길.
난 간절하게 바란다.
#
안개를 타고 하나의 소문이 퍼져 나간다.
한 몽마가 인간에게 죽었다는 소식.
흔치 않은 이야기가 전해지며 안개가 술렁인다.
“소식 들었어?”
“무슨 소식?”
“인간한테 몽마가 죽었데!”
“봉화꾼이야? 봉화꾼이 다시 나타난 거야?”
“몰라! 일단 엄청 뜨거웠던 거 같은데.”
“뜨거워?”
“응. 근처에 있던 안개가 엄청 뜨거웠데!”
봉화꾼이 사라지고 난 뒤로 한동안 나오지 않던 사망자에 대한 소식.
안개 속의 몽마들은 무료한 시간을 때울 것이 오랜만에 생겨났다는 데 기뻐하며 몽마의 죽음을 가십거리로 삼으며 웃고 떠들었다.
“그럼 봉화꾼인가?”
“내가 들은 거랑 좀 다른데. 그냥 평범한 인간이었다는데?”
“에엥? 평범한 인간이라고? 그럴 리가!”
“맞아. 내가 듣기론 밥 먹다가 체했다더라. 바보같지?”
“뭐야, 그게. 바보 같아.”
“아니야. 내가 들은 거로는 봉화꾼이 싸우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했데!”
그렇게 소문이 뒤섞이며 더욱 더 혼란스러워지던 와중, 구석에서 가만히 다른 몽마들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한 몽마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잠시 다른 몽마들의 주의가 그 몽마에게 향했지만, 대부분 관심을 금방 거두고 원래 하던 이야기로 되돌아간다.
그러는 사이, 일어선 몽마는 조용히 숲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직접 자신의 두 눈으로 소문의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서.
소문의 주인공을 만나러 달려간다.
그 진상이 무엇이 되었든, 이 지루한 안개보단 더 흥미로울 거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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