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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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키위
작품등록일 :
2024.04.21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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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2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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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 플레이

DUMMY

“윽...!”


묵직하다.

허공에서 안개로 만들어진 듯한 검을 꺼낸 몽마들이 내게 내지른 검을 받아낸 뒤,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아주 잠깐 검을 마주한 것 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 알 수 있다.

이 잠깐보다 더 오래 검을 맞댔다간 내 검이 부러지라는 것을.


“...몽상구현이 도대체 뭔데, 갑자기 이래?!”


몽마가 내 검에 둘러진 상태니 검이 상대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부러지는 일은 없을것이라 생각했는데, 무기를 꺼낸 것만으로도 이 정도라고?

이건 근력이 밀린다거나 하는 수준의 차원이 아니다.

오러를 두른 검을 평범한 검으로 상대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그런 개념적인 차원이다.

급격하게 바뀐 전황에 내가 당황하며 의문을 표하자, 내 검을 감싼 몽마가 내게 몽상구현에 대해서 간략한 설명을 해준다.


“꿈을 몽마들이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해서 밖으로 꺼낸 거야. 사실상 하나의 세계나 다름없어.”

“...그러니까, 대충 심상구현의 몽마 버전이란 소리지?”

“음, 좀 많이 다르긴 한데. 비슷해. 그렇게 이해하면 될 거야.”

“설명! 아주, 고맙네!”


이를 악물며 간신히 두 몽마의 검격을 피해내며 그렇게 소리친다.

다행히 저 몽마들이 싸움엔 그렇게 익숙한 것 같지 않은 덕분에, 아까부터 아슬아슬한 한끝 차이로 공격을 버텨낼 수 있다.


“설명해준 건 고마운데, 그럼 너도 좀 써줘라! 저거!”


설명을 들어보니, 심상구현에 심상구현으로 대처하는 것처럼 몽상구현엔 몽상구현으로 대처해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몽마에게 몽상구현을 써줄 것을 요구했지만, 몽마는 불가능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난 못해.”

“왜?!”

“난, 난... 아직 완전히 소화한 꿈이 없거든.”

“그건 또 왜?!”

“...마음에 드는 꿈이 없었단 말이야. 흥, 다 어디서 본 거 같은 꿈만 있고.”


오만하게까지 느껴지는 평소대로의 몽마의 말투지만, 그러한 몽마와 나의 대화를 엿들은 걸까?

안개로 이루어진 검을 들고 다가오는 몽마들은 그런 몽마의 중얼거림을 비웃었다.


“큭큭, 뭐래. 그냥 네가 반푼이여서 그런 거잖아.”

“제대로 꿈을 소화하지도 못한 반푼이가 무슨 폼을 잡고 있어?”

“......”


대충 무슨 상황인진 알겠다.

그렇지만 여기서 둘 중 누구의 말이 사실인지 알아내려 힘을 쏟을 여유는 없으니, 나는 곧장 머릿속에 생각난 계책을 몽마에게 이야기한다.


“그래, 몽상구현은 꿈을 먹어야 사용할 수 있단 소리지?”

“뭐, 그렇지.”

“잘됐네. 그럼, 내 꿈을 먹으면 쓸 수 있단 소리지?”

“뭐?”

“빨리. 더 오래 못 버티니까, 먹는 건 알아서 먹어. 방해하진 않을 테니까.”

“무슨, 뭔. 지금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아?”


꿈을 먹어야 몽상구현을 쓸 수 있다면, 즉석에서 보충하면 되는 거 아닌가?

어차피 여기서 패배하면 똑같이 꿈을 먹힐 텐데, 차라리 이 녀석에게 먹여서 뭔가 방법을 찾는 게 맞다.

아무래도 저 두 몽마는 나와 같이 게임하는 데에 관심이 크게 없어 보이니까.


“꿈을 몽마에게 먹힌다는 거, 무슨 의미인지는 아는 거야?”

“뭐, 꿈을 먹혀도 새로 꿈을 꾸면 되니까. 그럼 되는 거 아냐?”

“...미친놈. 몰라, 네가 먹으라고 했으니 먹는다!”


꿈을 먹힌 이들의 말로가 어떤진 두 눈으로 봐서 안다.

하지만 꿈을 먹혔던 이들이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것도, 두 눈으로 보았다.

다른 노예들은 전부 도망치는 걸 포기했을 때, 유일하게 희망을 찾아 도망친 건 꿈을 먹혔던 이들이었으니까.

일종의 도박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지금은 도박을 해야 할 때니까.

내 제안에 몽마는 당혹해했지만, 굳이 자신에게 꿈을 먹여주겠다는데 거절할 이유도 없는지 곧장 내 꿈을 먹기 위해 내 몸에 스며들었다.


“어우, 이거 기분이...”


몽마가 달라붙으니, 서 있는 채로 꿈을 꾸는 듯한 몽롱함이 찾아온다.

잠이 꾸벅꾸벅 쏟아지는 듯한 감각이었지만 집중하니 제정신을 어느 정도는 차릴 수 있었다.


“이 자식이, 혼자 독점하려고?!”

“그렇겐 안 되지!”


안개의 검을 든 몽마들은 나와 함께 있던 몽마가 내 꿈을 혼자 먹어 치우는 걸 막으려는 듯 급하게 내게 달려들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주는 몽마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울려 퍼지고, 난 내가 뭘 해야 할지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몽상구현.”


시동어를 읊는 것과 동시에, 회색의 안개가 내가 손에 든 검에 뭉치며 형상을 바꿔나간다.


“뭐야, 저게...?!”

“이게 몽상이라고? 너무 선명하잖아...!”


내 손에 피어난 몽상을 확인한 몽마들의 입에서 말도 안 된다며 경악성이 터져 나온다.

슬쩍 내 손 안의 검에 시선을 주자, 안개로 이루어진 듯 흐릿한 몽마들의 무기와는 달리 내 손에 들린 검은 번쩍거리며 날카로운 빛을 안개 속에 흩뿌리고 있었다.


“...마음에 드네. 역시 다키스트 썬은 이거지.”


몽마가 내 꿈 속에서 꺼내온 몽상은 보스들의 힘으로 만들어진 신화의 무기도 아니고, 개발사에서 초보자들을 위해 구제용으로 놔둔 사기적인 성능의 무기도 아니었다.

게임을 시작할 때 가장 처음으로 얻을 수 있는 제대로 된 무기인 단순한 한 손 검.

그것이 내 손에 들린 몽상이었다.


게임에서 정말 많은 무기를 사용할 수 있지만,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에게 게임 끝까지 가장 손에 잘 맞고 써먹기 좋은 무기는 이 평범한 한 손 검이다.

그렇기에, 이 한 손 검의 이미지는 그 어느 때에도 흐려지지 않고 떠올릴 수 있다.

기왕이면 방패까지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것까지 불러내는 건 무리였던 걸까?

아무튼 이걸로 동일한 조건은 맞춰졌다.


“인간 따위가, 몽상을 손에 넣어봤자...!”


두려움을 떨쳐내려는 듯, 나를 무시하는 발언을 하며 내게 달려드는 몽마들과 검을 맞부딪힌다.

한쪽을 방패로 삼아 숫자의 우위를 무력화시킬 생각이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조차 없었다.

안개의 검은 평범한 한 손 검을 이기지 못하고 흩어져 사라지며 그대로 내게 몽마의 텅 빈 몸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무슨...”


아무래도 동일한 조건을 갖췄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더 유리한 조건이었던 듯하다.

방어할 수단이 사라진 몽마의 몸이 단칼에 내 검에 베여 안개로 흩어져 사라지고, 순식간에 동료가 당한 걸 지켜본 몽마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몸이 굳어있다.

몽마가 상황을 파악할 때까지 기다려줄 이유도 없기에 나는 남은 몽마마저 단칼에 베어버리고, 순식간에 두 명의 몽마가 안개로 되돌아간다.


[물질로 이루어지지 않은 존재를 여럿 처치했습니다. 마력이 1 상승합니다.]


“흐흐흐, 좋네.”


몽마가 꿈속에서 자꾸 웃던 게 옮은 걸까?

몽마를 처치하며 마력이 올라갔단 메시지를 보며 아저씨 같은 웃음을 흘리고 있으니, 스르륵 안개를 닮은 몽마가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한숨을 토해냈다.


“...진짜 미쳤지.”

“뭐가?”

“너 같은 인간은 진짜 처음 봐. 무슨, 몽마한테 자기 꿈을 먹으라고 내밀지 않나...”

“그런 사람들. 꽤 많지 않나? 내가 본 것만 해도 수두룩한데.”

“넌 그런 류가 아니라... 아니다. 에휴.”


몽마가 한숨을 내쉬는 사이, 나는 이 몽상구현이란 것을 더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으음, 뭔가 더 커다란 건 못 꺼내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나의 머리를 몇 번이고 부쉈던 감시자의 철퇴다.

그런 무기를 꺼낼 수 있다면, 그런 무기들에 부여된 기술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름대로 몽상을 이리저리 움직여보려 했지만.


“우욱. 잠깐만...! 이건...!”

“어, 어?”


갑자기, 내 주위를 둥둥 떠다니던 안개를 닮은 몽마의 모습에 변화가 생긴다.

회색빛 주위의 안개와 똑같아 보이던 몽마가 마치 안색이 변하듯 보랏빛이 섞이더니, 무언갈 토해내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으에엑...”

“어, 괜찮냐?”

“갑자기 그렇게 큰 걸 꺼내려고 하면 어떻게 해! 다 소화하지도 못했는데, 그러니까. 으, 속 안 좋아... 이런 건 무리라고...”


아무래도, 몽마가 곧장 내 꿈을 완전하게 소화할 수는 없었던 듯 하다.

그 덕분인지 내 손에 들려있던 몽상은 흩어져 사라지고 내 손엔 마녀가 내게 선사한 검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몽상이 흩어져 사라지고, 아직도 억지로 몽상을 꺼낸 후유증에 시달리는 듯한 몽마에게 분위기를 풀고자 간단한 질문을 던져본다.


“그나저나, 내 꿈을 맛본 소감은 어때?”

“뭐?”

“꽤 맛있지 않았어? 내가 다른 건 몰라도, 꿈 하나는 기가막히게 꾼다고 생각하는데.”

“네 꿈의 맛은...”


내 질문에 대수롭지 않게 답하려던 몽마는 갑작스럽게 입을 다물고 내게 대답을 돌려주지 않았다.


“......”

“응? 뭐야, 너무 맛있어서 감동한 거야?”

“몰라. 잘 기억 안 나.”

“그게 뭐야? 너, 청년 치매야?”

“아, 자꾸 이상한 거 물어보지 마! 네 꿈을 생각하면 자꾸 이상한 기분이 든단 말이야. 괜히 마음만 복잡해지고. 몰라, 모르니까. 더 묻지 마!”

“음...”


아무래도 내 꿈이 몽마에게 묘한 감상을 들게 만든 것인지, 몽마는 역으로 화를 버럭 내며 대답하기 싫다는 듯 입을 닫아버렸다.

그러한 몽마의 모습에 나는 더 이상 추궁하는 걸 그만두고, 재빠르게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바꿨다.


“뭐, 아무튼. 위기도 넘겼으니, 슬슬 다시 돌아다녀야겠네. 맞다, 아까 물어보는 걸 깜빡했는데. 숲 깊숙하겐 왜 들어가지 말라는 거야?”

“...다른 몽마들이 널 바로 눈치챌 테니까. 그랬다간 널 다른 몽마들에게 빼앗길 거야.”

“뭐, 다른 몽마들 수준이 다 저 정도면 들켜도 괜찮을 거 같은데?”

“네가 방금 상대한 녀석들은 몽마 중에서도 최하위야. 제대로 된 몽마들은 자기들만의 몽상이 있다고. 방금처럼은 안 될걸?”

“제대로 된 몽마라...”


내가 봤었던 그 몽마는 몽상구현 같은 걸 사용하지 않던데, 그럼 그 녀석도 제대로 된 몽마는 아니었던 걸까?

아니, 깨있는 채로 우리를 꿈속에 빠트렸던 기술이 몽상구현의 일종이었던 게 아닐까?

둘 중 무엇이 되었든, 몽마와 정면승부는 최대한 피하는 게 좋겠네.

그때 그 몽마보다 강력한 몽마가 많다면 차라리 꿈 속에 침입해온 걸 상대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몽상구현을 사용하고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으니 말이다.


“흥. 다른 녀석들에게 먹힐 거면 차라리 나한테 먹히지?”

“그건 안 되겠는데. 이것저것 약속한 게 있어서.”

“응. 일단, 밖에서 만나기로 한 사람이 있어서 말이야.”

“만나기로 한 사람? 아, 그 마녀라는...”

“그래. 네가 베꼈던 그 사람.”


내 꿈을 먹으면서 어느 정도 기억을 엿본 걸까?

몽마는 내가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바로 눈치챘다.


“그리고 또, 태양을 되찾아야 하거든. 마녀랑 같이 태양을 되찾기로 약속해서.”

“...태양?”

“뭐야. 뭔지 몰라? 너한테도 보여줄까?”

“뭔진 알아. 그걸 네가 되찾겠다는 말이 어이가 없을 뿐이지. 참나.”

“뭐, 해보기 전까진 가능할지 불가능할지 모르잖아?”

“넌 정말 이상한 녀석이야. 참.”


이상하다는 듯 중얼거리는 몽마의 말투가 그래도 썩 부정적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그 모습에 나는 혹여나 싶은 심정으로 몽마에게 밖에 나가는 방법을 물어본다.


“아무튼 그렇게 됐으니까. 혹시 밖에 나가는 법, 알려줄 수 있어? 넌 몽마니까, 어떻게 나가는지 알고 있지 않아?”


이러한 내 질문에 나는 몽마가 알려줄 수 없다고 답하는 것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몽마의 입에서 튀어나온 대답은 내 예상 밖의 것이었다.


“...몰라.”

“어?”

“몰라, 모른다고! 모른다고. 나도 여기서 나가는 법 같은 건, 모른단 말이야...”


몽마도 이 안개를 나가는 법을 모른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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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작별 +12 24.11.16 4,189 16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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