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스테미나]
[버섯 애호가]
[2단 점프]
스테미나, 버섯 애호가, 2단 점프.
3개의 선택지 중, 무엇을 골라야 할까?
지난번엔 이름만으로도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는 직관적인 이름이었다면, 이번엔 잘 이해되지 않는 선택지가 있네.
일단, 2단 점프는 무슨 뜻인지 알겠다.
말 그대로 2단 점프가 가능해진단 뜻이겠지.
유용하다면 유용하겠지만, 그렇게 굳이 필요한 능력처럼 생각되진 않는다.
근데 버섯 애호가는 뭔데?
히얼 위 고의 파워 업 아이템 중 가장 유명한 게 버섯이란 걸 생각하면, 파워 업 아이템을 먹은 것과 같은 효과를 받는 건가?
도대체 무슨 효과인지 한눈에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스테미나 이건 무슨 효과일지 바로 짐작이 가긴 한다.
히얼 위 고의 스테미나 시스템, 이걸 사용할 수 있단 뜻이겠지.
“음...”
일단 2단 점프는 거르고, 나머지 두 능력 중에서 하나를 정한다고 생각하면 뭐가 좋으려나?
히얼 위 고에서 버섯을 먹었을 때 효과가 분명, 블록을 부술 수 있게 되고 스테미나와 점프력이 더 늘어나는 거였지?
확실히 나쁜 효과는 아니지만, 문제는 이 효과가 조건부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문제다.
정말로 버섯을 먹을 때에메나 발동되는 효과면 어떻게 해?
어쩌면 진짜로 독버섯에 내성을 가지는 효과일 수도 있는 거고.
굳이 조건부 효과를 고르는 것보단, 계속해서 효과를 발휘하는 효과가 좋지 않을까?
스테미나 시스템을 얻는다면 일단 다른 건 몰라도 체력 회복이 엄청나게 빨라질 테니 말이다.
게임 속에서 대충 앉아서 수십 초 정도만 쉬기만 하면 스테미나가 가득 찼는데, 현실에서도 그런다고 생각하면 이건 엄청난 이점이다.
게다가 히얼 위 고의 스테미나는 일종의 또 다른 체력으로도 작동하기도 하니, 생존력에도 큰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좋아, 정했다.
“스테미나로 가자.”
스테미나를 택하는 게 앞으로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렇게 판단한 나는 3개의 선택지 중 스테미나를 택했고, 그와 함께 왼쪽 손등에 녹색으로 빛나는 원이 하나 그려진다.
이게 스테미나 게이지인가?
시험 삼아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니 그냥 평범하게 움직이는 것으로는 게이지가 닳지 않고 달리는 정도로 격하게 움직일 때만 게이지가 줄어드는 게 보인다.
계속 손등에 표시되는 것도 아니고, 속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켰다 껐다를 할 수 있는 게 보기에 불편하진 않을 것 같다.
그렇게 새롭게 손에 넣은 능력을 파악하고 있으니, 꿈이 끝날 타이밍이 되었는데도 어째선지 꿈이 끝나지 않는다.
“응...?”
뭐지?
왜 꿈이 끝나지 않지?
지난번과 다른 전개에 내가 의아해하고 있으니, 노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기. 뭐 이상한 글자가 눈앞에 나타났는데. 이게 뭐야?”
“노엘? 아, 설마...?”
노엘에게도 3개의 선택지가 나타난 건가?
뭐야, 마녀 때에는 나한테만 메시가 떠올랐는데 이번엔 뭐가 다른거지?
그땐 마녀는 몽마를 막고 있었고, 나 혼자서 보스를 잡아서 그런 건가?
이번에는 협력 플레이로 보스를 클리어했으니까, 노엘에게도 보상이 지급되는 건가?
“혹시, 선택지에 뭐라 쓰여있는지 말해줄 수 있어?”
“어. 음. 첫 번째엔 2단 점프, 두 번째엔 일심동체? 세 번째는 코인 수집가. 이렇게 적혀져 있네.”
2단 점프는 넘어가고.
일심동체는 뭐야.
설마, 게임에서 로프로 서로를 묶었던 걸 말하는 건가?
만약 그거라면 썩 마음에 드는 능력은 아닌데.
하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코인 수집가란 이름이다.
“코인 수집가...? 이거 혹시?”
코인 수집가.
대부분의 플렛포머 게임에서 코인이란 단어가 나타내는 뜻은 언제나 하나다.
한 번 더 스테이지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
즉, 목숨이다.
만약 코인 수집가가 게임 내부에서처럼 뭐 코인을 100개 모으면 라이프를 하나 늘려준다거나 하는 효과라면, 저건 절대 놓쳐선 안 된다.
불사자와 레벨업처럼 일장일단이 있는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도 아니니, 저걸 버리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무조건 코인 수집가. 코인 수집가를 선택해.”
“그래? 그럼, 알겠어. 그걸로 할게.”
내 강한 어필에 노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선택지를 누르고, 노엘에게 무언가 변화가 있는지 물어본다.
“뭔가 바뀐 건 있어?”
“음. 글쎄? 잘 모르겠네. 아직은 뭐 없는 거 같은데.”
“그래?”
노엘과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천천히 꿈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여긴?”
그렇게 다시 내가 눈을 떴을 땐, 어딘지 모를 초원 위였다.
뭐지? 안개의 숲을 빠져나가는 데 성공한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니 초원의 끝자락에 지어진 거대한 성이 내 눈에 들어온다.
“성? 저건...?”
보통 크기가 아니다.
지평선을 가득 메울 정도로 거대한 크기의 성이라니, 저런 게 있었나?
안개의 동쪽엔 저런 성이 있는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니 낯익은 목소리가 내게 저 성의 정체를 알려준다.
“여왕님의 성이야.”
“노엘? 여왕의 성이라고? 그럼 여긴...?”
“응. 아직, 꿈을 빠져나오지 못한 거야.”
“이런...”
한 번에 바로 탈출한 줄 알고 좋았는데, 그게 아니라니.
안개의 숲은 일종의 꿈 속의 꿈 같은 장소였던 걸까?
꿈에서 깨어났는데도 꿈이라니.
예상보다도 훨씬 강력한 여왕의 힘에 한숨을 내쉬고 있으니, 노엘이 듣던 중 반가운 이야기를 했다.
“그래도 성이 바로 근처니까, 오히려 좋을지도 몰라.”
“무슨 소리야?”
“나도 눈으로 본 적은 없지만, 아마 저 성에 바깥으로 통하는 출구가 있을 거야.”
“출구가 있다고? 성에?”
“응.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몽마들은 전부 다 성을 방문했던 걸 생각하면, 아마도.”
“성이라...”
저 성에 밖으로 향하는 출구가 있다고?
이대로 저 성을 향해 돌격해서 출구를 찾아 밖으로 나가면 해피 엔딩이겠지만, 그렇게 쉽게 일이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괜히 저 성에 여왕의 성이라는 이름이 붙진 않았겠지.
어떤 괴물들과 함정들이 저 앞에 도사리고 있을지도 알 수 없고,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분명히 저 성에 노엘이 상급 몽마라고 칭한 존재들이 있을 것이란 것이다.
지난번에 마녀와 함께 싸웠던 수준, 아니 그보다 강한 존재들이 있으리라 생각하는 게 맞겠지.
만약 그런 존재들이 성에 잔뜩 있다면, 정면 돌파로 출구까지 도달하긴 쉽지 않으리라.
“...일단, 한 번 더 꿈을 꿔봐야겠네. 성을 돌파하는 건 너무 어려울 것 같은데.”
굳이 저 출구를 이용할 필요는 없잖아?
싸우지 않고 빙 우회해서 뒷문으로 나갈 방법이 있다면 뒷문으로 가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노엘과 함께 주위의 평원에서 안전하게 잠잘 수 있는 장소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발걸음을 옮기던 그때.
“응?”
“뭐야, 저거?”
“코인...?”
정말 뜬금없이, 평원 위에 거대한 코인이 떨어져 있었다.
이게 코인 수집가의 효과인 걸까?
조심스럽게 노엘과 함께 코인에 다가가자, 노엘에 접촉한 코인은 히얼 위 고 시리즈 특유의 경쾌한 전자음을 내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게 끝이야?”
“적어도 코인 100개는 모아야 뭔가 효과가 생길걸? 원래 게임할 때도 그랬으니까.”
“100개... 이걸 언제 다 모아?”
“돌아다니다 보면 언젠간 모이겠지.”
이렇게 된 거, 자기 전에 코인부터 모으고 가 볼까?
그렇게 생각하고 주위를 탐색해 보지만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완전한 평야밖에 보이지 않아, 나는 어쩔 수 없이 노엘에게 불침번을 부탁한다.
안개 속에서 코인을 찾으려고 돌아다니는 것보단 빨리 안개를 탈출한 뒤에 찾는 게 났겠지.
“밖에서 뭔가 다가오면, 바로 알려줘야 해. 알았지?”
“알았어. 나만 믿어.”
“그럼...”
털썩 초원에 드러누워서 잠에 빠져들려고 하던 그때.
“..윽.”
코끝에 강렬한 물비린내가 느껴진다.
마녀가 내게 몽마의 냄새라며 알려주었던, 얼핏 우유를 닮았던 그 냄새를 몇 배로 농축시켜서 만들어낸 듯한 냄새다.
저수지에 빠진 시체를 물 밖으로 끌어내면서 남겨진 물방울에서 나는 냄새라고 해야 할까?
그땐 어떻게 보면 향기로운 냄새라고도 생각되었지만, 이렇게 진해진 냄새를 맡으니 구역질이 올라올 정도다.
상급 몽마들이 나타난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리지만 여전히 초원엔 나와 노엘만 보일 뿐이다.
뭐야, 몽마가 나타난 것도 아닌데 이 냄새는 뭐지?
인상을 찌푸리며 갑작스러운 변화를 파악하고 있으니 노엘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어머니...?”
“노엘?”
“방금, 어머니가 느껴졌는데? 설마...”
“어머니? 몽마의 여왕을 말하는 거야?”
“응. 확실해. 내가 여왕님의 기척을 헷갈릴 리 없어. 이건 여왕님이 분명해.”
“여왕...?”
여왕?
일곱 재앙이자, 모든 몽마들의 어머니.
마녀가 말하길 지금의 내가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상대.
그게, 지금 여기에 나타났다고?
어째서?
“......”
여왕의 기척이 느껴진단 소식에 나는 입술을 깨물며 잠들려는 것을 멈추고 이상 사태에 대비하려 했으나, 갑작스럽게 느껴지던 비린내는 어느 순간 기척을 감추고 사라졌다.
여왕이 사라진 평원에는 다시금 소름 끼치는 정적만이 맴돌 뿐이었고, 이 일련의 현상을 지켜본 난 직감할 수 있었다.
“...억지로 들어와서 그런가, 시작부터 들킨 것 같네.”
이건, 내가 여왕의 꿈을 억지로 끝낸 덕분에 일어난 일이라고.
그래, 몽마의 여왕 정도면 자기 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대충 파악하고 있겠지.
만약 그렇다면, 지금 당장 여왕이 나를 습격하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여왕은 여왕의 꿈에 들어선 나를 공격하지 않고, 내가 잠들려 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렇다면 이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답은 명료하다.
여왕이 내 꿈을 주시하는 중이다.
내가 아닌, 오직 나의 꿈에만.
“여왕님이 네 꿈에 흥미를 가진 거 같아. 요한.”
“...여기서 잠들었다간 큰일 나겠네.”
“응. 아마, 네 꿈을 보기 위해서 직접 오실 수도 있어. 어머니는 쉽게 뭔가에 흥미가 생기지 않지만, 한 번 관심 가진 건 어떻게든 손에 넣고자 하니까...”
“......”
그러한 생각은 노엘도 똑같이 한 것인지, 노엘이 조심스럽게 내게 조언을 건넨다.
젠장, 이렇게 되면 내 꿈을 통해서 꿈을 빠져나가는 방법은 더 못 써먹겠는데?
아무리 빠르게 엔딩을 본다고 해도 그보다 먼저 몽마의 여왕이 찾아올 테니까.
결국 내가 내릴 수 있는 선택지는 단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결국엔 성에 가야 한다는 거네. 쯧...”
어떻게든 상급 몽마들을 피해서 성안 어딘가에 있을 출구를 찾아낸다.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어짜피 선택지가 없겠다, 나는 더 머뭇거리지 않고 지평선에 거대하게 보이는 성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스테미나 게이지가 전부 바닥날 때까지 달리고, 게이지가 다시 회복되면 달리고.
진짜 어마어마한 거리를 달리는데도 지평선의 성은 도저히 가까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만약 스테미나 게이지가 없었다면 저 성까지 도달하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지 상상도 안 간다.
그래도 성을 향해 달리는 동안, 코인 몇 개를 더 찾아낼 수 있던 건 소득이라고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 코인이란 거, 우리 주변의 어딘가에 무작위로 나타나는 것 같네.
“혹시, 성 내부의 구조에 대해서 뭐 아는 거 없어?”
성에 도착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았기에, 혹시 노엘에게 성 내부에 대해서 아는 게 없냐고 물어보지만.
“음... 뭐, 조금? 아주 살짝...? 그것도 오래 전 일이고... 그래서 지금은 별 도움 안 될지도 모르고...?”
“모른다는 거구나?”
“아니, 진짜로 조금은 아는 구역이 있어! 근데, 거기가 어딘지 모르니까... 음...”
자존심을 세우려는 것인지 끝까지 조금은 안다고 답하는 노엘은 그런 변명을 하는 자기 모습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듯, 이내 시무룩하게 입을 다물었다.
“......”
그렇게 노엘이 입을 닫아버리니, 묘하게 어색한 분위기가 감돈다.
성까지 도착하려면 한참 걸릴 텐데 그동안 계속 이런 분위기인 것도 좀 그러니, 나는 어색해진 분위기를 풀고자 말을 꺼냈다.
“그러고 보니까, 밖에 나가서 뭘 하고 싶냐. 넌?”
“...전에 말했던 거 같은데?”
“안 말했던 거 같은데. 기억 안 나. 다시 좀 말해줘.”
“...최고의 꿈을 찾아서 그 꿈을, 내 걸로 만들고 싶어. 그게 내 목표야.”
“아, 맞다. 그렇게 말했었지? 최고의 꿈이라. 내 꿈은 어때? 내 건 대충 어느 정도 수준이야?”
“네 꿈은...”
내 질문을 들은 노엘은 뭔가 말하려다 망설이며 입을 닫고, 뭔가 처음에 말하려고 했던 것과는 다른 것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뭐. 그럭저럭 나쁘지 않아. 지금까진 최상위권? 그 게임인가, 하는 건 충분히 재밌었어. 도대체 어쩌다 그런 꿈이 나온 건진 모르겠지만.”
“오호, 그래? 나중에 다른 게임도 해 보면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거야.”
“...다른 게임? 너랑 한 게임 말고도 다른 게 있는 거야?”
“그치. 플랫포머 게임도 한참 남아 있고 다른 게임도 많으니 하고 싶은 장르가 있으면 뭐든지 말해줘. ”
“플랫포머 게임...? 그게 무슨 말이야?”
“아. 용어부터 설명해야 하나? 플랫포머는 말이지...”
들뜬 마음으로 기꺼이 노엘에게 플랫포머 게임에 대해서 설명하니, 나름대로 내 설명을 이해한 노엘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니까. 너랑 한 그, 달리는 게임을 플랫포머란 장르로 구분한다는 거지?”
“그치.”
“음... 그럼, 그건 뭐야? 네 기억을 보니 다키스트 썬? 이란 게임이 있던데. 그건 플랫포머가 아니야?”
“그건 소울라이크라고, 다른 게임 장르야. 둘 다 액션 게임이긴 한데, 완전 다른 장르지.”
“소울라이크? 그건 뭐야?”
“음. 그러니까, 소울이라는 게임이 있거든? 그 게임의 이름이 아예 장르의 이름이 된 거지. 대충 암울하고, 난이도 어렵고, 전투 자원이 중요하고... 그런 게임들을 소울라이크라고 부르는 거지.”
“...게임 하나의 이름이 게임 장르의 이름이 됐다고? 그런 게 가능해?”
“뭐, 게임계에선 은근 흔한 일이야. 메트로베니아도 있고, 소울라이크란 이름도 로그라이크란 장르명에 영향받은 거니까.”
“로, 로그라이크? 그건 또 뭔데?”
“그러니까 이건 로그라는 게임에서 따온 건데. 맵이 무작위로 생성되고, 영구적인 죽음이 있고, 세이브 안 되고, 턴제에...”
노엘이 게임 이야기에 관심을 보인 덕분에, 플랫포머 장르 이야기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로그라이크까지 뻗어나간다.
진짜 이런 게임 이야기를 다시 친구와 할 수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이 세계에 온 뒤로 즐거웠던 순간이 많이 없는데, 지금이 제일 즐거운 것 같다.
그렇게 노엘과 대화하며 달려 나가다 보니, 어느덧 거대한 여왕의 성이 지척으로 다가와 있었다.
“슬슬 도착했나? 경비병은... 안 보이는 거 같지?”
“응. 몽마의 기척은 안 느껴져.”
이런 성이라면 경비병들이 있을 법 한데, 어째선지 성 가까이 다가가도 몽마들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뭐, 경비병이 없다면 나야 좋은 일이지.
“입구가 어디 있으려나...”
“저기. 저거 아냐?”
“어디?”
“저기, 약간 그늘진 곳.”
“아. 저긴가?”
거대한 성벽 아래에서 출입구를 찾아 서둘러 성안으로 들어가려 다가가니, 내 앞을 가로막는 그림자가 성문에서 튀어나왔다.
“쯧...”
그래, 역시 경비병이 아예 없을 리가 없지.
그렇게 생각하며 경비병과의 전투를 준비하며 다가섰지만, 가까이 다가가며 드러난 경비병의 얼굴에 나는 당혹스러운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어?”
그도 그럴 것이 내 앞을 가로막은 경비병의 모습은.
“거기 멈춰라. 이곳은 스틸하트가 수호하는 곳이다.”
나와 마녀의 앞을 가로막았던 그 기사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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