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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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키위
작품등록일 :
2024.04.21 00:16
최근연재일 :
2024.12.0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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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2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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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몽마의 성

DUMMY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가 없다.

안개에 휩싸인 어두컴컴한 숲에서 나와 마녀를 가로막던 그 기사를 마주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잊을 수 있을 리가.

하지만 분명 그 기사가 마녀에게 최후를 맞이한 모습까지 똑똑히 봤는데,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지?


죽었던 사람이 되살아난 상황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내가 눈앞의 상황을 정리하려 제 자리에 멈춰서니, 눈앞의 기사는 내게 다시금 경고를 날린다.


“이곳은 스틸하트가 수호하는 영역. 그 이상 다가오면 베겠다.”


아무래도 나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듯한 모습에, 나는 조금이라도 정보를 얻고자 기사를 동요시킬 법한 말을 꺼내 본다.


“...레온, 씨. 맞나요?”

“내 이름을 어떻게 아는 거지?”

“지인이, 레온씨를 만나면 절 도와줄 것이라고 해서요.”

“지인? 누가 그런 소리를 했지?”

“프로미넌스... 그러니까, 엘리아나씨가 저를 보냈어요.”

“엘리아나?”


마녀와 기사가 나눴던 짧은 문답에서 들었던 기사의 이름을 말하니, 기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마녀의 이름에 반응했다.


“엘리가 널 보냈다고?”

“네. 음...”


아직 살아있던 때의 기억이 남아있는 걸까?

마녀의 이름에 반응하는 걸 봐선, 기억은 어느 정도 남아있지만 죽기 직전의 기억은 없다고 보는 게 맞으려나?

그렇게 생각하며 기사의 반응을 살피니, 기사는 고개를 내저으며 길을 내어주지 않겠단 의지를 강하게 표출했다.


“엘리가 널 보냈어도 여길 통과할 순 없어. 이만 돌아가라.”

“이 너머에 뭐가 있길래 그래요?”

“내가 지켜야 할 것.”

“뭘 지키고 있는 건데요?”

“내가 수호해야 할 것.”

“뭘 수호하고 있는데요?”

“그야. 당연히..”


무언가 이상한, 자꾸만 꼬리를 무는 대화가 이어진다.

결국, 기사와의 문답은 자연스럽게 파국을 맞이한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그야 당연히. 당연히. 당연히...?”

“...저기, 괜찮아요?”

“지켜야 해. 지켜야 해. 지켜야 해. 지켜야 해. 지켜야 해...”

“읏...”


내 질문에 대답하려던 기사는 자신도 대답을 내어놓지 못하고, 마치 고장난 기계처럼 답을 내놓을 수 없는 대답을 계속해서 반복할 뿐이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갑작스러운 기사의 변화에 당황하며 뒤로 물러서자, 노엘이 내게 저것의 정체에 대해서 답을 알려준다.


“꿈의 파편에 뭔가 물어본다고 해도 제대로 된 이야기는 못 들을 거야.”

“꿈의 파편?”

“응. 말 그대로 저건 꿈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이야. 제대로 된 꿈이 아니어서 별로 맛있지도 않고, 특별할 이야기도 없이 그냥 똑같은 것만 반복할 뿐이야. 그냥 무시하는 게 좋아.”


저게 그러니까, 꿈의 파편이라고?

그렇다면 저 파편은 원래 기사의 꿈이었던 걸까?


“저 파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거야?”

“그건 나도 몰라. 뭐, 대충 상급 몽마들이 먹다 남긴 찌꺼기 같은 거겠지.”

“......”


기괴하게 똑같은 말만을 반복하는 기사의 파편을 보고 있으니 썩 기분이 좋지 못하다.

그건 아마도, 저 기사가 잊어버린 지키고 싶었던 대상이 누구인지 대충 짐작이 가기 때문이겠지.

노엘의 말이 사실이라면, 기사의 꿈은 이미.


“...혹시, 저 조각. 먹어줄 수 있어?”

“안 될 건 없는데, 괜찮겠어? 인간이 보기에 썩 좋은 광경은 아닐 것 같은데.”

“저대로 방치하는 것보단 네가 먹어주는 게 더 나아. 일종의 장례식이라고 생각해야지,..”

“뭐, 네가 그렇다면야...”


그래, 저렇게 의미 없이 지키고자 했던 대상조차 잊어버리고 같은 행동만을 반복하게 놔두는 것보단 아예 완전한 최후를 맞이하게 하는 것이 더 낫다.

그렇게 생각하며 노엘에게 저 파편을 없애줄 걸 부탁하니, 노엘의 안개와 같은 몸이 스르륵 기사의 파편에 다가간다.

그러자 노엘은 기사의 파편을 자신의 몸으로 감싸버리고, 슬라임에게 포식당하는 것처럼 기사의 몸이 안개 속에 사로잡혀 모습이 사라진다.

노엘이 어째서 썩 보기에 좋은 풍경이 아니라 했는지 알 것도 같다.

잠시 후, 기사의 파편을 감쌌던 안개가 흩어져 사라지자 거기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조용히 묵념을 올리고, 내 곁으로 돌아온 노엘은 그런 내 모습을 바라보며 주춤거린다.


“정말 괜찮은 거 맞지...?”

“괜찮다니까. 오히려 내가 감사해야지. 나 편해지자고 네가 내 눈치 보게 만들었으니까.”

“괜찮으면 상관없는데. 음, 뭔가 기분이 이상하네.”

“뭐가?”

“아니, 음. 지금까진 아무 생각 없이 식사... 그러니까, 꿈을 먹었는데. 이번엔 뭔가, 자꾸 뭔가. 좀 그래서...”

“...그래?”


노엘의 말이 단순히 내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말인지, 정말로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에 변화가 생긴 것인지는 모른다.

그렇기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밖에 없었다.


“그럼. 계속 그 기분을 잊지 말아줘. 그거면 됐어.”

“...응. 그럴게.”

“가자. 계속 여기 있을 수는 없잖아? 밖으로 나가야지.”


노엘에게 생긴 변화가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것뿐.

그리고 노엘과의 인연이 계속 끊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난 그렇게 바라며 노엘과 함께 성 안쪽으로 발걸음을 들여놨고, 어두컴컴한 통로를 지나가니 성 내부의 풍경이 두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몽마들의 성이니만큼 성 내부에 몽마가 가득 들어차 있을 줄 알았지만, 의외로 몽마들은 성 내부에서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성 내부엔 인간들이 한가득 들어차 있었다.


“좋아, 한 바퀴만 더!”

“오늘은 날씨가 좋네. 산책이나 갈까?”

“그래, 이거야. 이거라고! 드디어 완성했어!”

“흐하하, 하하하!”

“고마워, 정말로 고마워!”

“좋은 아침입니다!”


인간들이 가득 들어차 있단 말엔 그 일체의 거짓이 없었다.

마치 버려진 창고에 물건들을 대충 쌓아둔 것처럼, 거대한 성벽 안쪽을 다양한 인간들이 움직일 틈조차 없이 들어차 있었다.

그런데도 저 사람들은 고통스러워하기는커녕, 정해진 대사처럼 들리는 말들을 내뱉을 뿐이다.

수많은 사람이 뒤엉켜 내뱉는 목소리는 그것만으로 듣는 이가 소름 돋게 만드는 기괴한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뭐야, 이거...”


마치, 샌드박스 게임에서 누군가 재미로 장난삼아 NPC들을 잔뜩 복사해두고 방치한 것 같은 기괴한 풍경이다.

이게 정말 현실이라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 풍경에 나는 내가 보는 게 무엇인지 알면서도, 노엘에게 저 풍경에 대해서 물어본다.


“노엘. 그러니까, 저거 다...”

“응. 꿈의 파편이야.”

“미친...”


지평선을 가득 메운 성벽 안을 가득 메울 정도로 꿈의 파편이 넘쳐흐른다고?

이게 전부 다, 몽마들이 꿈을 먹어 치운 흔적이라고?

오히려 꿈의 파편이 이렇게나 많아 보여도, 사실은 오히려 적은 거일 수도 있다.

이 세상이 안개에 집어삼켜지고 얼마나 수많은 사람이 몽마에게 잡아먹혔을지를 생각하면 말이다.


“......”


이 참상을 보고 나서야 나는 어째서 몽마의 여왕이 재앙이라고 불리는지 진심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이걸 재앙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무엇을 재앙이라고 부르겠는가?

너무나 경악스러운 광경에 내가 할 말을 잃어버리니, 노엘이 조심스럽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내가 이딴 곳에 살았다고? 진짜 끔찍하네. 으.”

“.......”

“요한, 정신 차려. 충격적인 만큼 빨리 여길 빠져나가야지.”

“...그래, 그래야지.”


그래, 이딴 곳에 계속 멈춰있긴 시간이 아깝다.

노엘의 재촉에 나는 정신을 차리고 더 깊숙한 성 내부로 들어갈 길을 찾기 시작했다.

꿈의 파편이 주위를 완전히 뒤덮은 덕분에 지나다닐 길조차 찾기 어려웠지만, 성벽 위로 올라가 보니 이동할 수 있을 것 같은 발판들이 보인다.

꿈의 파편에 삐죽 튀어나온 성의 일부처럼 보이는 발판들을 따라서 움직이다 보면, 어디 들어갈 수 있는 루트가 보이겠지.


“...좀 거리가 먼데?”


문제가 있다면 발판들이 매우 좁고, 성벽에서 거리가 꽤 멀어 발판을 향해 뛰어가는 게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대충 가까운 발판까지의 거리를 계산하며 몸을 풀고 있으니, 노엘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거 뭔가, 너랑 같이 했던 플랫포머? 게임 같네.”

“게임 같다고? 아, 확실히...”


꿈의 파편이 뭉쳐서 만들어진 인간의 바다 사이사이 떠 있는 발판을 이동해야 한다니, 진짜 말 그대로 플랫포머 게임 그 자체네.

심지어 발판과 발판 사이에 코인들이 조금씩 둥둥 떠다니는 것까지 말이다.

배경이 배경인지라 여길 이동하는 게 그리 즐겁진 않을 것 같긴 하다.

플랫포머 게임은 골인하는 것보다 골인하기 위해 이동하는 과정이 즐거워야 하는데.

그보다 게임 하니까 생각난 게 있다.


“그러고 보니까 노엘. 너, 지금 몽상구현 사용할 수 있냐?”

“몽상구현? 가능하지. 근데, 그건 왜?”

“잘됐네. 그럼, 반지 하나만 좀 꺼내줘.”

“반지?”

“질풍의 반지라고, 지난번에 내가 끼고 있던 거. 지금 사용할 수 있으면 도움이 될 거 같아서.”

“한 번, 시도해 볼게.”


스르륵, 내 주위를 맴돌고 있던 노엘의 몸이 한데 뭉쳐지며 내게 익숙한 반지의 모습으로 변화한다.

내 손바닥 위에 떨어진 반지를 조심스럽게 손가락에 끼자,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 반지가 제대로 구현됐다.

그런데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 나는 그 부분을 노엘에게 물어본다.


“근데. 전에도 이렇게 변했나? 전엔 그냥 뿅, 하고 나타난 기분이었는데...”

“아, 그거? 음... 그게 말이지. 그 기사의 꿈을 먹었더니, 뭔가 더 꿈을 다루는 방법을 잘 알게 되었다고 해야 하나. 그 기사가 심상을 다루던 방식으로 꿈을 다뤄본 건데 좀 잘 된 거 같더라고.”

“그래? 뭐, 더 나아진 거 있어?”

“일단 전보다 오래 더 몽상을 유지할 수 있을 거 같아. 좀 더 연구하면 더 강력한 몽상도 꺼내올 수 있을 것도 같고.”


기사의 꿈을 먹고 몽상구현이 강화됐단 이야기를 노엘은 내게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더 강력한 몽상도 꺼낼 수 있다니, 이거 잘하면 무기뿐만이 아니라 게임에서 내가 사용하던 스킬도 꺼낼 수 있는 게 아닐까?

아무래도 지금 저 풍경을 보고 나서 꿈을 먹었단 이야기를 하는 게 좀 그런지, 노엘은 조금 떨떠름한 말투로 내게 말하는데 노엘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나는 일부러 노엘을 더 칭찬했다.


“그러니까, 레벨업 했다는 거지? 잘됐네. 계속 이대로만 가자고.”

“으, 응.”

“좋아. 그럼 출발하자. 몽상은 대충 어느 정도 유지될 거 같아?”

“음. 지금 이 상태로는 한 5분 정도? 그 이상 유지하면 부담이 올 거 같아...”

“5분? 충분하네.”


스테이지 제한 시간이 5분이나 되는 플렛포머 게임이라니, 굉장히 자비로운 게임이네.

난 그렇게 생각하며 강화된 신체 능력을 이용해 성벽 위를 뛰어올라 인간의 바다 위를 표류하는 발판 위에 착지했다.


“...뭔가 저 아래에서 우글거리네.”


발판 사이를 뛰어다니는 동안 흘깃 인간의 바다를 바라보자, 꿈의 파편들 사이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 불길한 것들이 보인다.

아무래도 이 바다에 빠지면 그냥 편하게 다시 되돌아올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뭐, 안 빠지면 그만이지.

최대한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자 다시금 발판을 박차고 공중으로 뛰어오른 순간, 꿈의 파편들 사이에서 인간이 이상하게 변이한 듯한 괴물이 나를 노리고 뛰어오른다.


“...어딜!”


공중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나를 깨물려 하는 기괴한 변이체를 밟고 그대로 다시금 뛰어올랐고, 오히려 덕분에 맨 처음 목표했던 지점보다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었다.


“방금 좀 괜찮았는데?”

“이 정도는 기초적인 소양이지.”


안개낀 숲에서 나오던 괴물들의 근원이 여기였던 걸까?

노엘의 칭찬을 뒤로하고 계속해서 앞으로 달려나가다 보니, 온갖 괴물들이 꿈의 파편들 사이에서 꿈틀거리며 나를 노리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마녀에게 배웠던 괴물들도 보이기도 하고, 한 번도 본 적 없던 괴물들도 잔뜩 보인다.

특히, 사람 여러 명을 하나로 융합시킨 듯한 기괴한 괴물은 내가 발판 사이를 뛰어다닐 때마다 나를 노리며 펄쩍 뛰어오르는 것이 상당히 위협적이다.


“이번엔 왼쪽이야, 조심해!”

“확인!”


내 시야의 바깥에서 습격해오는 괴물은 무척이나 위협적이었지만, 노엘이 주위를 감시하며 괴물의 접근을 알려준 덕분에 습격에 대처할 수 있었다.

그렇게 괴물들을 피하며 발판 위를 나아가다 보니, 짧은 시간에 순식간에 스탯이 여럿 오른다.


[이해할 수 없는 적의 공격을 사전에 눈치챘습니다. 집중력이 1 상승합니다.]

[당신은 재빠르게 위험한 공격을 여러 번 회피했습니다. 민첩이 2 상승합니다.]


귀중한 스텟이 무려 3이나 올라갈 무렵, 나는 마침내 성 내부로 향하는 입구처럼 보이는 장소를 찾아낸다.


“...저기가 입구 아냐?”

“그런...거 같은데?”


입구라기보단, 억지로 창문을 박살내고 침입하는 것 같지만 일단 성 내부로 들어갈 통로를 찾아낸 김에 나는 곧장 자리를 박차고 창문을 향해 뛰어든다.

어차피 히얼 위 고의 시스템상, 스테미나가 남아 있으면 낙하 데미지는 받지 않으니 용기를 가지고 말이다.


“됐다! 들어왔다!”


쨍그랑.

천장에 부착된 창문을 깨트리며 성 내부로 진입한 나는 기쁨의 탄성을 터트린다.

하지만 이내 난 탄식조차 내지르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내가 잊고 있던 것이 있었다.

저 참상을 만들어낸 성 내부의 풍경이 바깥보다 나쁘면 나빴지, 더 나을 일은 없다는 것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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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작별 +12 24.11.16 4,189 161 13쪽
17 작별 +9 24.11.15 4,365 149 13쪽
16 프로미넌스 +12 24.11.14 4,424 15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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