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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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키위
작품등록일 :
2024.04.21 00:16
최근연재일 :
2024.12.0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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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2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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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지

DUMMY

“찾았다. 저기가 부화장인가?”


레온의 안내대로 성 좌측의 탑으로 향하니, 정말로 부화장으로 추정되는 방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계단을 올라와 탑 최상층에 도착하자 좁디좁은 탑의 폭보다 명백히 넓어 보이는 방이 나타난 것이다.


“...몽마들의 기척이 엄청 느껴져. 근데, 그렇게 강하진 않아.”

“부화한 지 얼마 안 되는 몽마들인가? 상급 몽마는 안 느껴지지?”

“응. 그 정도로 강력한 기척은 안 느껴져.”

“좋아, 다행이네.”


이 빌어먹을 성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남아있고 싶지 않다.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나와 노엘은 서둘러 더 깊숙한 안쪽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숲속에서 봤던 것보다 더 짙은 안개가 나와 노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몽마들이 태어나는 장소여서 그런 걸까?

짙어진 안개는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안개를 해치며 나아가고 있으니.


“윽. 뭐야?”


길을 걷던 중, 나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얼굴을 부딪힌다.

인상을 찌푸리며 앞을 살펴보지만 보이는 건 오로지 안개뿐, 그 이외의 것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설마?”


조심스럽게 무언가 나와 부딪힌 곳을 향해 손을 뻗어보니, 손끝에 무언가 덩어리진 것이 잡힌다.


“안개가... 뭉친 건가? 이거?”

“그런 것 같은데? 희미하지만 몽마의 기운이 느껴져.”

“이게 몽마라고?”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게 아닐까? 나도 잘 모르겠네.”


집중해서 주위의 안개를 살펴보니, 내가 부딪힌 것처럼 희뿌옇게 안개가 뭉쳐진 것처럼 보이는 곳들이 군데군데 있었다.

그렇다면 저것들이 전부 다 몽마의 어린 시절이란 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노엘의 입에서 어이없다는 듯한 중얼거림이 튀어나온다.


“뭐야. 다들 나랑 다를 것도 없잖아.”


다른 몽마에게 폐기물이라 불린 걸 아직까지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걸까?

자신을 무시하던 몽마들이 어떻게 태어나는지 확인한 노엘은 무척이나 후련해 보였다.

그러한 노엘의 모습에 피식 미소를 지으며 함께 안개 더 깊숙한 곳으로 발을 들여놓자, 슬슬 주위의 풍경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건...?”

“어지럽네. 으.”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주위의 모습이 변화한다.

어느 때에는 안개의 숲이었다가, 다음 걸음에는 드넓은 평원이, 사람들이 가득 찬 도시가, 황량한 사막이, 동굴이, 미궁이, 바다가, 우주가, 숲이 매 순간순간 변화한다.

하지만 매 순간 풍경이 변하는 것 외에는 다른 이상한 일은 일어나지 않아, 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이상야릇 기상천외 애매모호한 풍경을 나아가던 그때.


“.....?”


문득, 누군가와 시선이 맞는다.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인지 하지도 못하고 있었지만, 그 시선을 눈치챈 순간 모든 신경이 그쪽으로 쏠린다.


“......”


장막 너머에서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도대체 누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거지?

의아함을 참지 못하고 장막을 벗겨내 시선의 정체를 알아내려 손을 뻗은 순간, 일순간 장막이 펄럭이고.


“...어라.”

“왜 그래?”

“아니, 잠깐 누군가를 봐서...”


다시금 풍경이 바뀌어 안개 속으로 되돌아온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장막 너머의 존재와 눈이 마주친 기분이 들었다.

모순적이지만, 장막 너머의 누군가는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잠든 사람과 시선이 마주치다니, 말이 되는가?

찰나의 접촉으로 내게 남은 건 긴 생머리를 한 누군가에 대한 옅은 인상뿐이었다.

내가 본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고찰하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은 별로 없었다.


“저거... 다 꿈이냐?”

“으, 응. 그런 거 같아.”

“미친...”


초 단위로 바뀌는 뒤죽박죽인 안개 속을 빠져나온 나와 노엘 앞에 나타난 건, 거대한, 정말로 거대한 꿈 덩어리였다.

인간, 짐승, 괴물, 엘프, 드워프, 악마로 보이는 무언가, 수인...

지금까지 몽마들이 모아온 모든 꿈을 한데 합쳐놓은 거대한 덩어리가 안개의 중심부에서 꿈틀거리며 허공을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우주에 고깃덩어리로 만들어진 별이 떠 있는 듯한 기괴한 광경이었다.


“아, 으...”

“아...”


꿈 덩어리에서 삐죽 삐져나온 다양한 생명체의 팔다리나 신체 부위는 점차 색채를 빼앗기며 음울한 회색빛으로 변해가고, 그렇게 완전히 색채를 빼앗긴 꿈은 안개로 변해 흩어진다.

그러는 사이에도 주위를 둥둥 떠다니던 사람들의 꿈이 혜성이 별에 이끌리듯 꿈 덩어리에 끌려가 하나로 합쳐진다.

이것이 안개의 숲을 이루는 안개의 근원이리라.


“...다가갈 수조차 없네. 젠장.”


너무나 보기 끔찍한 풍경에 나도 모르게 저 꿈에 사로잡힌 이들을 해방하고자 하지만, 꿈 덩어리에서 흘러나오는 안개는 단단하게 굳어 나의 접근을 차단한다.

말 그대로 순수한 몽상이 나와 노엘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다.

이 몽상을 뚫는 건 말 그대로 몽마의 여왕을 쓰러트릴 수준이 아니면 불가능할 것이다.

결국, 나는 저 끔찍한 고기의 별에서 눈을 돌리고 이곳을 빠져나갈 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저기, 출구인가?”

“으음? 어디?”

“저기. 핵 뒤쪽에서 꿈들이 흘러오는 곳.”

“아...!”


그때, 내 눈에 꿈의 덩어리 뒤편에서 안개가 일렁이는 곳이 보인다.

저기서 꿈이 자꾸만 흘러오는 걸 보면 저기에 출구가 아니더라도 뭔가 있는 것 같은데?

그런 판단으로 흘러오는 꿈들을 따라 안개 속을 나아가다 보니, 다시금 초 단위로 주위의 풍경이 바뀌기 시작하고.


“거울...?”


전신 거울 하나만이 그 혼란스러운 풍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고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조심스럽게 거울을 바라보니 거기에 비치는 건 나와 노엘의 모습이 아닌, 어딘지 모를 기나긴 통로의 모습.


“설마, 이게 출구인가?”

“이게 출구라고?”

“...들어가진다. 출구, 맞는 거 같아.”


조심스럽게 거울 표면에 손을 가져다 대니, 마치 물속에 손을 넣는 것처럼 팔이 쑥 하고 거울 안으로 들어간다.

이게 출구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다른 곳에 통하는 통로인 것이 분명하리라.


“드디어 탈출할 시간이네.”

“...여길 나가는 날이 올 줄은 진짜 꿈에도 몰랐는데.”

“몽마가 꿈에도 모르면 어떻게 해?”

“말이 그렇다는 거잖아.”


드디어 성을 빠져나갈 수 있단 기쁨에 나와 노엘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거울 안으로 들어갔지만.


“어, 어?”

“뭐야. 이거?!”


노엘과 내가 거울 안에 들어서자마자 거울 안의 풍경이 이리저리 뒤틀리기 시작한다.

거울 속 공간이 깨지고 무너지는 듯한 위험한 상황에 나는 더 나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서둘러 왔던 길을 되돌아가 거울을 탈출한다.


“이게 무슨...”


예상치 못한 상황에 서둘러 거울의 상황을 살피지만, 거울은 우리가 탈출하자마자 다시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방금의 소란으로 거울이 망가지지 않은 건 다행이지만,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지?


“뭔가, 탈출할 수 없게 하는 경보 장치 같은 게 있는 건가?”

“...어떻게 해? 다른 길을 찾아봐?”

“다른 길이 있나? 여기 말고는 방법이 없어 보이는데.”


이렇게 된 거, 위험을 감수하고 무너지는 통로를 강행 돌파해 봐?

일단 거울 안쪽의 상황을 다시금 확인하기 위해 나는 조심스럽게 머리를 거울 안으로 집어넣고 내부의 상황을 살펴본다.

그러자.


“어?”


어째선지 아까의 공간의 뒤틀림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고요한 거울의 통로만이 나를 반긴다.

다시 멀쩡해진 거울 안쪽의 상황에 나는 의아해하며 조금 더 거울 안으로 몸을 집어넣지만, 여전히 거울 속 세상은 평온할 뿐이다.


“노엘, 방금 그거. 이제 진정됐다. 빨리, 이 틈에 빠져나가자.”

“그래? 그러면...”


노엘은 내 부름에 내 뒤를 따라 거울 안으로 이동하고 노엘이 거울 안쪽에 살짝 몸을 들이민 순간, 다시 거울 속 공간이 뒤흔들리기 시작한다.


“우왁?!”


서둘러 다시 노엘이 거울을 빠져나가자마자 거울 안의 혼란은 잠잠해지고, 그 모습을 지켜본 나와 노엘은 동시에 무엇이 문제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나 때문인거야. 설마?”

“아마...도?”


노엘.

노엘이 안개를 빠져나가기 위해 거울에 들어설 때마다, 거울 속 공간이 뒤틀리던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노엘을 바깥에 놔두고 나 혼자서 꽤 멀리까지 가 보지만, 반대편 출구가 보일 때까지 거울 속 통로에 이상 현상은 발생하지 않는다.


“어땠어?”

“아무 이상 없더라. 출구도 찾았는데, 생각보다 가깝더라고.”

“...그래, 그렇구나.”


거울 안을 둘러보고 온 결과를 이야기하자, 노엘이 씁쓸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스르륵 내게서 멀어진다.


“노엘?”

“...어쩔 수 없잖아. 이러면. 응. 지금까지 같이 다니면서 재밌었어. 그러니까, 그러니까...”

“노엘!”


뒷말을 말하지 말라고 내가 서둘러 소리치지만, 노엘은 내 고함에도 굴하지 않고 뒷말을 이어서 내뱉는다.


“난 여기까진가 봐. 안개 밖에는 너 혼자 나가. 너랑 함께하면서 진짜, 진짜 즐거웠어. 너랑 같이 보낸 시간, 절대 잊지 않을게.”

“노엘. 그럴 필요 없어. 같이 나갈 수 있다고.”

“정말로? 저렇게 공간이 뒤흔들리는데, 가능하다고? 아니야. 너무 위험해. 나 하나 데려가겠다고 괜히 널 위험에 빠트리는 것보단, 그냥 날 버리고 너 혼자 가는 게 맞아. 난, 난 제대로 된 몽마도 아닌 찌꺼기잖아. 그러니까...”

“...널 버리고 혼자 나가진 않을 거야.”

“그 레온이란 기사도 그랬잖아! 죽지 말라고. 넌 희망이잖아! 넌 희망이니까, 혼자서라도 살아줬으면 해.”

“노엘.”


여태껏 노엘과 함께 다니며 들어본 목소리 중, 가장 감정이 담긴 목소리로 노엘은 내게 소리친다.

내가 살아남았으면 좋겠다는 노엘의 저 외침은 절대 거짓이 아니리라.

그리고, 그 외침에 담긴 억울함과 슬픔 또한.

그러니 난, 노엘을 그냥 놔두고 나간단 선택을 내릴 수 없었다.


“노엘. 난 너 혼자 놔두고 안 나가.”

“...왜? 왜 그러는 거야. 그랬다간 너까지 안개에 갇힌다고.”

“충분히 탈출할 수 있어. 험한 길을 달려서 같이 골인 지점까지 가보는 건, 많이 해봤잖아?”

“그냥 너 혼자 나가라고! 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네가 여길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소리 지르며 어떻게든 나 혼자 나가게 하려는 노엘의 모습에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야.”

“뭐가, 뭐가 아니라는 건데?”

“나 혼자 나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너도 알잖아? 나랑 같이 게임을 했으니까. 골인 지점에 도착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어떻게 골인하느냐지. 골인하러 가는 과정을 어떻게 즐기는가, 그게 중요해. 나한테는.”

“무슨...”

“난 너랑 같이 나가고 싶어. 노엘.”

“......”


내가 자신에게 하는 말이 전부 진심이라는 걸 깨달은 노엘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왜...?”

“왜냐니. 그냥, 그러고 싶다고밖에 말 못하겠네.”

“왜. 왜 나를 이렇게 도와주려는 거야. 난 몽마인데다 제대로 된 몽마도 아니고, 심지어 처음엔 네 꿈을 먹으러 온 건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렇게 중얼거리는 노엘에게 내가 해줄 말은 하나뿐이었다.


“네가 나가고 싶다고 했잖아.”

“어...?”

“네가 안개 밖으로 나가서 다양한 걸 보고 싶다고 했잖아? 그래서야.”


밖으로 나가서, 새로운 것들을 보고 싶다는 심정이 어떤진 내가 제일 잘 안다.

그 푸줏간에서 마녀가 날 도와주지 않았다면, 난 아마 계속해서 창살 밖을 바라보며 꿈만 꾸었을 것이다.

누군가 나를 도와주었기에, 나 또한 다른 누군갈 도와줄 뿐이다.

단지 그뿐이다.


“하하하... 뭐야, 그게. 진짜, 정말 고작 그거 때문이라고?”

“그래. 그리고 뭐, 너랑 같이 게임하는 것도 재밌었으니까. 여기서 헤어지면 새로운 게임을 못 알려주잖아?”

“...그치, 게임 친구는 소중하니까. 흐흐.”


내 대답을 들은 노엘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더니, 그제서야 스르륵 내 몸을 휘감아왔다.


“그래. 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면, 지옥 끝까지 따라가 줄게. 이젠 네가 싫다고 해도 떨어지지 않을 거니까, 각오해.”

“어이쿠, 이건 좀 무섭네.”

“농담 아니니까. 후회해도 늦었어.”


능청을 떨면서 거울 속 통로를 빠져나갈 준비를 끝마친다.

질풍의 반지도 잘 챙겼고, 스테미너 게이지도 최고치로 채웠다.

이제 남은 건 단 하나, 직접 달려서 출구를 나오는 일뿐이다.


“내가 캐리할 테니까. 내 뒤만 따라오라고.”

“이야, 엄청 든든한데?”


준비를 끝마치고 거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코인이 우릴 환영하듯 나타나 반긴다.

경쾌한 전자음과 함께 전력 질주하며 앞으로 달려 나가니, 순식간에 거울 안의 공간이 뒤틀리며 이리저리 부서지기 시작한다.


“시작됐다. 집중해!”

“말 안 해도, 집중하고 있어!”


콰직, 콰드득.

귓가에서 들려오는 파열음과 함께 달리고 있으니, 통로 자체가 완전히 무너져내리기 시작한다.

어디로 이어진 지 모를 끝없는 나락 위를 통로의 파편들이 둥둥 떠다니고, 나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루트를 계산하며 잔해 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펄쩍 뛰어오른 순간, 갑자기 다시 거대한 흔들림이 일어나며 내가 밟아야 할 발판이 무너져 내린다.


“이런?!”


착지점이 갑작스럽게 사라져 당황한 그때, 내 몸에 달라붙어 있던 노엘에서 로프가 튀어나와 근처의 파편을 붙잡는다.

뭐야, 로프를 저렇게도 사용할 수 있었나?

그런 사이, 히얼 위 고에서 서로를 로프로 묶고 이리저리 돌아다닐 때처럼 로프 반동에 의해 나와 노엘이 기상천외한 각도로 앞으로 날아간다.


“뭐야, 이거 어떻게 한 거야?!”

“네 꿈을 빌려서, 몽상을 끌어냈어!”

“오호라.”


지금까진 다키스트 썬의 몽상만 꺼내더니, 이젠 히얼 위 고의 몽상까지 꺼낼 수 있게 된 모양이다.

로프의 반동을 이용해 마치 거미 인간이 된 것처럼 흩어져 사라지는 발판들을 뛰어넘어 앞으로 나아간다.

순식간에 엄청난 속도와 함께 휙휙 허공을 날아다니고 있으니, 이 상황이 썩 유쾌해 자연스럽게 즐거운 웃음이 터진다.

그건 노엘도 마찬가지였는지, 노엘도 나처럼 웃음을 터트리며 내게 소리친다.


“내가 캐리해준다고 했지!”

“그래. 버스 완전 달달하네!”


그렇게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저 앞에 드디어 출구의 모습이 보인다.


“거의 다 왔다!”


좋아, 드디어 이 빌어먹을 안개를 빠져나갈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들뜬 미소를 지으니, 쉽게 내보내줄 수 없다는 듯 다시금 공간이 뒤틀린다.


“자, 잠깐. 공간이..!”


뾰족하게 깨진 공간이 날카로운 창마냥 나와 노엘이 나아가는 루트에 태어나 우릴 겨눈다.

저걸 피하자니, 그랬다간 추진력을 잃고 바닥에 떨어지고 그냥 나아가자니 저 공간의 파편에 온몸에 꿰뚫릴 게 분명한 상황이다.

그 순간, 노엘이 품 안에서 반짝이는 무언갈 꺼낸다.

회색빛의 안개와 상반되는, 무지개빛으로 반짝이는 작은 버섯.


이건, 히얼 위 고에서 가장 유명한 파워업 아이템.

그 효과는 바로 1회 피격 면역이다.


“빨랑 삼켜!”

“읍!”


노엘이 내 입에 버섯을 쑤셔 박는 것과 거의 동시에, 날카로운 공간의 파편이 내 몸을 꿰뚫고 지나간다.

하지만 피격 면역이 부여된 내 몸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멀쩡하게 파편을 지나치고, 그대로 골인 지점의 출구에 도달한다.


“됐다...!”

“해냈다!”


이대로 출구로 들어가면 안개를 빠져나갈 수 있다.

다 해냈다고 기쁨의 탄성을 터트리던 그때.


“재밌는 꿈을 꾸는구나, 내 아이야?”


짙은 물비린내와 함께, 세상이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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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고백 +6 24.11.10 6,300 199 15쪽
11 성장 +16 24.11.09 6,237 205 11쪽
10 게임 엔드 +12 24.11.08 6,271 23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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