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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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키위
작품등록일 :
2024.04.21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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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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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0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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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트가로

DUMMY

“이제 마지막으로 죽기만 하면 되겠다.”

“뭐...?”


내 제안에 노엘이 듣지 못할 걸 들었다는 듯 경악을 내뱉는다.


“죽는다고? 왜? 여기까지 와놓고?”

“그야. 던전을 리셋시켜야 할 거 아냐. 이렇게 레벨업이 잘 되는데, 한 번만 돌고 끝내긴 아깝잖아?”

“무슨. 아니...”


지금까지 몸을 비틀면서 몬스터들과 싸워서 번 경험치와 맞먹는 양의 경험치를 이미 던전 스프를 플레이하면서 획득했다.

이렇게나 파밍 효율이 좋은 이벤트 던전을 그냥 끝내라고?

당연히 여기서 뽕 뽑아먹을 수 있을 때까지 전부 뽑아먹고 끝내야지.

너무나 당연한 추론이지만, 노엘은 죽는다는 단어에 거부감을 느끼는지 인상을 찌푸린다.


“죽으면 그냥 꿈이 끝나는 거 아냐? 그런 거 못하지 않아?”

“너. 그거 있잖아. 그린 코인. 그걸 이용하면 되지.”


대수롭지 않게 노엘의 코인을 이야기하니, 노엘은 진짜 내 말대로 회차를 돌기 싫었는지 로그라이크 원리주의자처럼 이야기한다.


“...로그라이크에서 그래도 되는 거야? 영구적 죽음이 로그라이크의 컨셉 아니었어?”

“뭐, 이미 로그라이크에서 벗어난 지는 한참 지났는데 뭐. 턴제가 아니고 실시간이 된 순간부터 로그라이크는 끝났어. 이걸 로그라이트가 아니라 라이크라고 부르는 게 더 이상하지.”


지금 이 상황이 되었는데도 이걸 로그라이크라고 부르면 베를린 해석이 어쩌고, 정통 로그라이크-라이커들이 까르보나라를 만드는 점소이를 보는 무협지 독자마냥 화를 낼 수준이다.

솔직히 지금 상황은 로그라이크도 아니고, 로그라이트라고 부르기도 힘든 로그라이트-라이크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사실상 모드를 마구마구 떡칠해서 마개조한 게임이지, 지금 상황은.


“아무리 그래도 무슨. 죽는 걸 그렇게 쉽게...”

“뭐, 어차피 게임이잖아. 진짜 죽는 것도 아닌데.”

“...으, 난 모르겠네.”

“게임에서 안 죽어본 것도 아니잖아. 히얼 위 고 하면서 낙사를 얼마나 했는데?”

“그건 이거랑은 또 느낌이 다르니까.”

“아무튼, 나 먼저 간다?”

“야!”


나는 곧장 인벤토리에 들어있던 여러 유독한 포션들을 단번에 복용했고, 순식간에 체력이 줄어들며 눈앞에 게임 오버 화면이 나타난다.


[당신은 맹독 포션을 마시고 사망했다!]

-도달한 계층:99층

-처치한 적:총합 322

.

.

.

.


사망 후에 뜨는 게임 오버 메시지창을 서둘러 끄고 나니, 인벤토리에 먼저 꺼내놨던 그린 코인이 반짝이며 빛을 발하고.

난 다시금 던전의 1층으로 돌아와 있었다.

인벤토리의 내용물까지 그대로 말이다.


“...이게 되네?”


그린 코인으로 부활한다고 해도 새롭게 처음부터 시작할 줄 알았는데, 아예 인벤토리까지 그대로 가져올 줄이야.

이렇게 되면 경험치 노가다가 훨씬 더 쉬워지겠네.

그렇게 시작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니, 불만스러운 표정의 노엘이 내 뒤를 이어서 던전에 모습을 드러낸다.


“어, 왔어?”

“...게임할 때는 사람이 달라지는 거 같네. 너.”

“그냥 효율적인 플레이를 한다고 해줘.”

“에휴. 그래, 빨리 끝내고 나가는 게 맞겠다.”


투덜거리는 노엘과 함께 몬스터들을 사냥하기 시작하니, 다시 마지막 층까지 도착할 즈음엔 노엘의 코인이 다시 그린 코인 2회 분량이 쌓인다.


“...흠.”

“...한번 더 하게?”

“스탯 30까지만 찍자. 그 이상은 효율이 안 나오니까. 딱 30까지만.”

“미쳤지, 진짜...”


어차피 레벨이 점점 높아지면 같은 레벨의 몬스터를 잡아도 들어오는 경험치가 줄어드니, 더 노가다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어느새 게임의 장르가 로그라이크에서 핵앤슬로 바뀐 것 같지만 원래 게임이란 게 다 그런 거지, 뭐.


[김요한]

-체력:30

-근력:30

-마력:30

-민첩:30

-집중력:30


“음, 아름답네.”


그렇게 이어진 파밍의 결과로 완성된 전 스텟 30.

보고 있기만 해도 슬슬 웃음이 나오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스탯 파밍을 위해 열심히 노가다를 뛰면서 모아둔 아이템들 덕분에 최종 보스를 잡는 건 무척 간단했다.

모아둔 물약들과 음식, 무기들을 펑펑 사용하며 보스의 공격을 전혀 피하지 않고 맞딜로 보스를 잡을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 과정에서 가장 도움이 된 건 반드시 공격이 명중하는 효과를 지닌 창, 극악의 드랍율을 자랑하는 유니크 무기 미스틸테인의 가지였다.

이게 노가다 중간에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말이지.


“좋아. 보스 클리어!”

“드디어 끝난 거 맞지...? 노가다, 더 안 할거지?”

“안 해. 파밍할 건 다 했으니까.”


노엘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지만 나는 정말로 게임을 끝내기 위해 보스를 사냥하고 나온 아이템, 최고의 스프를 집어든다.

그러자 게임이 끝났음을 알리는 메시지가 떠오르고, 다시금 세상이 어둠에 파묻히며 내게 3가지 선택지를 제시한다.


[인벤토리]

[최고의 스프]

[보물 상자 중독]


“...나왔다.”


좋아, 제대로 나왔다.

인벤토리가 안 나오면 어쩌나 싶었는데, 제대로 인벤토리가 나왔다.

다른 두 개의 선택지도 그리 썩 끌리는 이름이 아니고, 이건 인벤토리가 아닌 다른 걸 선택하는 사람이 바보지.

그렇게 생각하며 노엘을 바라보니, 어느새 노엘 또한 보상 선택을 끝마친 상태였다.


“뭐야. 벌써 선택했어?”

“응. 뭐, 고민할 게 없던데?”

“보상 선택지로 뭐가 나왔는데?”

“최고의 스프가 나와서, 그거 골랐지. 최고의 스프라니, 한번 먹어보고 싶지 않아? 어떤 맛일지 궁금한데.”

“...진짜로?”

“응. 이따가 같이 먹자. 히히.”


최고의 스프가 어떤 맛인지 궁금하다고 최고의 스프를 고르다니.

어이없지만 노엘다운 이유여서 웃음을 터트리니, 다음 순간 난 잠에서 깨어났다.


“잘 잤다.”


꿈속에서 노가다를 뛰는 동안, 그동안 현실에서도 그만한 시간이 지나간 탓인지 잠에서 깨어난 나를 반기는 건 강렬한 공복이었다.


“어우, 배가...”


아무것도 안 먹고 잠만 잤으니 당연히 배가 고프지.

입안이 바싹 마른 느낌에 얼마 남지 않은 물을 찾으려던 그때, 내 머릿속에 인벤토리의 존재가 생각난다.

그러고 보니 스톤 스프의 인벤토리엔 기본적인 식량이 자동적으로 지급되지.

그럼 인벤토리 안에 뭔가 먹을 게 남아있지 않을까?

난 그 정도의 기대를 하며 인벤토리를 열었지만, 그 안에 있던 건 내 예상 밖이었다.


“인벤토리...응?”

“왜 그래?”

“아니, 인벤토리에... 아까 파밍했던 게 다 있는데?”

“뭐?”


조금 전까지 파밍을 하며 차곡차곡 모아두었던 아이템들, 그것이 전부 다 인벤토리 안에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던 것이다.

방어구, 무기, 포션, 식량, 투척품, 심지어 유니크 무기까지.

아니, 이게 이렇게 된다고?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했으나, 나는 조심스럽게 인벤토리에서 흰 빵 하나를 꺼내 본다.


“...꺼내지네?”


그러자 너무나 손쉽게 인벤토리 밖으로 끌려 나오는 하얀 흰 빵.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머리는 이 상황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제대로 된 식사에 굶주린 내 몸은 머리보다 빠르게 반응한다.

꿀꺽, 자연스럽게 침이 목을 넘어가고, 나는 조심스럽게 흰 빵을 뜯어 입 안에 넣었다.


“...와.”


이 세계에 떨어지고 난 뒤, 처음으로 먹는 제대로 된 음식의 맛이다.

그냥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 것일 뿐인데, 자꾸만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제대로 된 식사가 얼마나 행복감을 선사하는지 이 순간 비로소 깨닫는 것 같다.

목마른 상태로 빵만 먹다 보니 자연스럽게 목이 막혀, 나는 서둘러 인벤토리에서 깨끗한 물을 꺼내 마신다.


“크으... 이거지.”


물 또한 이렇게 깨끗한 물을 마셔본 게 얼마나 오랜만인가?

제대로 된 음식에 행복함을 느끼고 있으니, 슬그머니 내게 노엘이 다가와 말을 건다.


“저기, 요한. 불 좀 피워줄래?”

“응?”

“그. 최고의 스프라는 게, 스프를 주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만들어야 하는 거 같아서.”

“...네가 직접 만든다고? 스프를?”

“응. 레시피가 머릿속에 들어왔다고 해야 하나?”


노엘이 택한 최고의 스프가 그런 보상이라니.

살짝 어이없는 보상에 나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파이어 코인을 꺼내 노엘의 부탁대로 불을 피운다.


“이렇게 하면... 됐다.”


마력 스탯이 30까지 상승한 덕분일까?

왼손의 마녀의 낙인을 이용해 화염을 다루는 방법이 좀 더 익숙해진 기분이다.

전이었다면 최대 화력으로밖에 던지지 못했을 불꽃을 이젠 적당한 크기로도 조절해서 피워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그 레시피가 뭔데?”

“기다려봐. 여기에 일단 물을 넣고. 아, 물도 좀 꺼내줘.”

“그래. 그리고?”

“음... 일단은 포션도 좀 필요하네.”

“포션을? 그거, 진짜 요리 맞아?”

“아. 나 한번만 믿어보라니까?”


이것저것 요구하는 재료들이 아무리 봐도 평범한 요리에 쓰일 재료는 아닌 듯 하다만.

일단, 난 노엘이 요구하는 대로 인벤토리에서 재료들을 아낌없이 꺼내 노엘에게 넘겨준다.


“좋아. 그럼 이걸 다 집어넣고 푹 끓이면...”


그러자 노엘은 용캐 몽상으로 냄비를 만들더니, 그 안에 재료들을 전부 마구잡이로 집어넣고 스프를 끓이기 시작한다.

제대로 된 손질도 없는, 말 그대로 무식하게 재료들을 때려 박는 노엘의 모습에 내가 불안감을 품으며 노엘의 요리를 지켜보니 마침내 그 결과물이 태어난다.


“짜잔. 특제 최고의 스프, 여기 완성!”

“비주얼이... 대단하네? 진짜, 게임 속 그 스프 그대로네.”

“그치? 그야, 그 스프니까!”

“오우...”


노엘이 만들어낸 스프의 모습은 말 그대로 게임 속, 최종 보스를 잡고 드랍했던 최고의 스프와 똑같이 생겼다.

그래, 먹었다간 어딘가 탈 날 것처럼 생겼단 뜻이다.

내가 노엘이 만들어낸 스프를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니, 노엘은 겁도 없는지 당차게 자신이 만든 스프를 한 입 입에 넣는다.


“오옹?!”

“맛 있냐, 그거?”

“응! 되게 맛있는데? 너도 먹어봐!”

“음...”


솔직히 말해선 되게 먹고 싶지 않지만, 저런 반응을 보이니 뭔가 조금 맛이 궁금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 그럼 나도 조금만...”

“자, 여기!”


조심스럽게 노엘이 만든 스프를 한 입 먹자.


“...?”


매우 기묘하게도, 노엘의 스프에선 매우 정상적인 맛이 났다.

정상적이라고 해야 하나, 푹 끓인 곰탕을 먹는 듯한 느낌?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완전히 다른 스프의 맛에 내가 당황하고 있으니, 스탯에 변화가 생긴다.


[일시적으로 체력과 근력이 2 상승했습니다!]


무려, 체력과 근력이 2나 상승한 것이다.

뭐야, 이거?

최고의 스프에 이런 효과가 있었다고?


“어때? 내 요리.”

“...괜찮네. 꽤.”

“그치?”


결국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노엘의 요리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뭔가 제대로 요리를 하는 것 같진 않은데 본인은 그게 평범한 요리라 생각하는 것 같으니 뭐, 됐나?

나중에 요리 시뮬레이션 게임이나 한 번 시켜줘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어느덧 하늘에 다시금 두 개의 달이 떠오른다.


“...슬슬 이동하자. 쉴 만큼 쉬었다.”

“그래. 가자!”


평원을 떠나 요새로 향하기 전, 나는 마지막으로 인벤토리에서 던전 스프의 방어구들을 꺼낸다.


“이 정도면 특이하진 않지?”

“용병이라고 생각할 거 같긴 한데. 뭐, 그렇게 고급져보이진 않네.”

“좋아. 그럼 이대로 가자.”


괜히 주목을 끌었다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던전 스프의 최상급 방어구를 꺼내기보단 중반부에 교체한 뒤에 인벤토리에서 꺼내는 걸 잊었던 방어구를 착용한다.


“그럼, 나도. 얍.”


노엘도 내 옷차림을 따라 비슷하게 옷을 바꾼 뒤, 나와 노엘은 다시금 라트가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노엘의 존재 덕분인지 라트가로 향하는 동안 몬스터들의 습격을 마주하진 않았고, 그렇게 거대한 산맥이 지평선을 잡아먹을 무렵.


“...마을이다.”


나와 노엘의 앞에 마을처럼 보이는 건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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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히얼 위 고 +7 24.11.17 3,938 147 12쪽
18 작별 +12 24.11.16 4,189 161 13쪽
17 작별 +9 24.11.15 4,365 14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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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프로미넌스 +10 24.11.13 4,794 15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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