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족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sd.vara
작품등록일 :
2024.04.22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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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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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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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이세민

DUMMY

장안성 / 647년

장손무기가 이세민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엄숙했으며,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폐하, 신라 귀족 비담과 염종이 반란을 일으켜 죽은 자가 30여 명에 이르고, 그 식속들까지 포함하면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합니다. 백제는 그 틈을 타 무산, 감물, 동잠의 세성을 공략하였고, 백제 장군 의직이 요거서 등 10여 성을 함락시켰습니다.”

이세민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김춘추란 놈이 다시 짐에게 온 건, 제 나라 내정도 복잡한데 백제까지 공격해 들어오니 구원을 요청하기 위함이로군.”

“그러하옵니다, 황제 폐하.”

장손무기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화면이 전환되며, 김춘추가 이세민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이세민은 차가운 눈빛으로 김춘추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대들은 우리의 연호와 복식을 따른다 하였음에도 제대로 행하지 않으며, 우리를 섬기는 데 정성을 다 하지 않고 급할 때만 찾아오는데, 짐이 도와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김춘추는 간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신라는 후미진 바다 한구석에 있으면서 공손하게 대륙을 섬긴 지 여러 해 되었으나, 백제가 억세고 교활하여 여러 차례 침범하고 능멸함을 멋대로 하더니 금기야 지난해에는 대군을 일으켜 깊숙이 쳐 들어와 수십 성을 짓밟아서 대국에 입조할 길조차 막아버렸습니다. 만약 폐하께서 천조의 군사를 빌려 주시어 저 흉악한 무리를 잘라 없애 주시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백성들은 남김없이 저들에게 사로잡히고 말 것이니, 그리되면 더 이상 폐하의 영롱한 얼굴조차 알현하지 못할 것입니다. 부디 통촉해 주시옵소서.”

장손무기는 이세민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조언했다.

“신라 놈들이 간악하긴 하나 저대로 백제에 멸망해 버린다면 백제와 고구려가 연합해 대국을 넘볼까 우려되옵니다.”

이세민은 잠시 생각에 잠긴 후, 눈을 좁히며 말했다.

“신라는 짐이 고구려를 정벌하는데 어찌 군사를 일으켜 고구려 후방을 교란하지 않았는가. 그대 여왕은 연약하여 신라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구나. 여왕이 짐에게 입조하여 신하의 예를 올려라. 그리하면 짐이 아비 된 마음으로 신라를 구원할 것이다.”

김춘추는 애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황제께 예를 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바닷길이 막혀 힘든 상황입니다. 북으로 고구려가, 서로는 백제가 있으니 폐하께서 도와주신다면 여왕을 모시고 소신이 직접 입조하겠나이다.”

이세민은 김춘추를 내려다보며 껄껄 웃었다.

“알겠다. 그대의 정성을 생각하여 신하국인 신라를 도와주도록 하겠다. 앞으로 짐을 섬기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하라.”

김춘추는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

“황공하옵나이다. 황제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이세민은 고구려 정복에 재차 실패한 후, 신라의 구원 요청을 마지못해 들어주는 척했으나, 사실 그는 신라와 고구려를 동시에 제압할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었다. 신라는 여전히 강성한 고구려를 격퇴할 능력이 부족하여, 외세의 도움을 빌어 나라를 지키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들의 비열한 모습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영주성 / 647년

초여름의 태양이 부드럽게 내려앉는 오후, 까마귀는 딸 연수진과 함께 작은 연못가에 앉아 있었다. 연수진은 열 살 된 작은 소녀로, 그녀의 눈에는 항상 호기심이 가득했다. 까마귀는 딸의 작은 손을 잡고, 그녀가 물가에서 놀이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연수진은 물속에서 반짝이는 물고기들을 따라다니며 웃음을 터뜨렸다.

“아빠, 저 물고기들 정말 빨라요!”

연수진이 웃으며 말했다.

까마귀는 딸의 웃음소리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래, 우리 수진이도 물고기처럼 빠르고 용감하게 자라야 한다.”

그 순간, 걸걸중상이 조심스럽게 연못가로 다가왔다. 그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만나는 연수진을 향한 기쁨이 가득했다.

걸걸중상은 활짝 웃으며 손을 벌렸다.

“아이고, 우리 수진이. 잘도 크는구나, 하하하.”

연수진은 걸걸중상의 품에 안기며 소리쳤다.

“아빠! 중상 아저씨가 오셨어요!”

걸걸중상은 수진이를 번쩍 들어올리며 즐겁게 웃었다.

“그래, 많이 컸구나. 이제 정말 아가씨가 다 됐어.”

걸걸중상의 뒤에는 미소년이 서 있었다. 그는 용모가 준수하고 눈빛이 날카로웠다. 소년은 걸걸중상의 아들, 걸걸조영이었다. 그는 까마귀를 향해 군례를 하며 나섰다.

“신, 조영. 대장군님을 뵙습니다.”

걸걸조영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고, 그의 태도는 당당했다.

까마귀는 흐뭇하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나이가 몇이라고?”

걸걸조영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열 살입니다.”

까마귀는 그의 대답에 미소를 지었다.

“허허. 어디 한번 검이나 잡아 볼까.”

걸걸조영은 존경심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대장군님.”

둘은 연못가에서 조금 떨어진 빈터로 이동했다. 까마귀는 검을 뽑아들고 걸걸조영을 바라보았다.

“어디 한번 실력을 보자꾸나.”

걸걸조영은 주저하지 않고 검을 뽑아들었다. 그의 눈에는 결의가 가득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서서히 다가갔다.

“준비됐느냐?”

까마귀가 물었다.

걸걸조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대장군님.”

둘은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까마귀는 걸걸조영의 눈을 바라보며 그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걸걸조영은 빠르고 날렵한 동작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그의 검은 번뜩였고, 까마귀는 그의 공격을 받아치며 미소를 지었다.

“좋다. 네 실력이 많이 늘었구나.”

까마귀가 말했다. 열 살이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검술이 안정적이었다. 까마귀가 틈틈이 무쌍비도술을 가르쳐왔기 때문이다.

걸걸조영은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

“대장군님 덕분입니다.”

두 사람은 몇 번의 격돌을 더 이어갔다. 까마귀는 점점 걸걸조영의 실력을 인정하게 되었고, 걸걸조영은 더욱 자신감 있게 공격을 이어갔다.

비무가 끝날 무렵, 까마귀는 검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제 너도 훌륭한 무사가 되어 가는구나. 열 살의 나이에 이 정도라니, 대단하다.”

걸걸조영은 숨을 고르며 존경심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대장군님. 앞으로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까마귀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걸걸조영의 어깨를 두드렸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정진해라. 너에게 큰 기대를 하고 있다.”

32살이 된 까마귀는 걸걸조영에게서 밝은 미래를 보았다. 그는 마음속으로 이 소년이 장차 자신을 뛰어넘을 훌륭한 무사가 될 것을 확신했다.



영주성에서 요서로 / 648년

초여름의 태양이 내리쬐는 훈련장, 까마귀는 딸 연수영과 함께 군사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었다. 강인한 군사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때, 걸사비우가 황급히 달려왔다.

“형님. 당나라 놈들이 산둥성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거란 굴가 놈도 병력을 움직이고 있답니다.”

걸사비우가 헐떡이며 말했다.

연수영의 눈이 번쩍였다.

“산둥성을? 산둥성을 공격한다는 건 놈들이 해로를 확보하겠단 건데, 굴가를 움직여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거잖아.”

까마귀는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물었다.

“굴가의 병력 규모는?”

“10만은 훌쩍 넘는 것 같습니다.”

걸사비우가 대답했다.

걸걸중상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놈들이 움직이는 걸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까마귀는 걸걸중상을 위로하며 말했다.

“위험은 신호를 주지 않는 법이지. 대막리지께 연통은 넣었는가?”

“네, 형님. 그런데 요즘 평양성 정세가 어지럽단 소리가 있습니다.”

걸사비우의 목소리에 걱정이 배어 있었다.

연수영이 냉소를 띠며 말했다.

“흥. 오빠도 어쩔 수 없나. 나이는 들어가고, 누구도 믿지 못하니. 예전 같았으면 당군이 움직이는 것도 미리 알아채고 움직였을 텐데.”

까마귀는 연수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수영 대인. 대인께서는 어찌 생각합니까?”

연수영은 침착하게 답했다.

“산둥성을 잃으면 결국 발해만을 포기한다는 건데. 비사성은 지난 고당전쟁 이후 해군력을 복원하지 못했어. 바닷길은 당의 장악하게 되겠지.”

걸걸중상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산둥성을 구원하는 사이, 굴가가 영주를 공격하면 어찌합니까. 교역을 허가하면서, 이곳은 북방 유목민의 무역 중심지가 되었는데요. 더욱이 영주를 잃으면 하북은 물론 요서까지 무너질 것입니다.”

까마귀는 결단을 내린 듯 물었다.

“개마무사는 출격 준비가 되었나?”

걸사비우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무장, 훈련도 완벽합니다.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까마귀는 흐뭇하게 웃으며 걸사비우를 바라보았다.

“하하, 역시 나의 돌격대장 비우로구나. 그럼 우리 전력은 까마귀 기병 2만 5천에, 보병 1만 5천, 개마무사 5천, 4만 5천인가.”

걸사비우는 당당하게 말했다.

“전쟁, 쪽수로 합니까? 우리가 언제 적보다 많았던 적이 있습니까. 제가 선봉에 서겠습니다. 맡겨 주십시오.”

잠시 생각에 잠긴 까마귀는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산둥성은 포기한다. 출진 준비를 하라. 거란 놈들의 씨를 말려버리겠다.”

영주에서 요서로 삼족오 깃발을 휘날리며 까마귀군은 행군을 시작했다. 까마귀는 말을 타고 병사들의 행군을 지켜보았다. 연수영이 그의 옆에 다가와 물었다.

“무슨 생각이야?”

“뭘 말입니까.”

까마귀가 되물었다.

“병사들은 가죽 갑옷에 비늘철제를 이어붙인 찰갑을, 말에도 갑주를 입혀 중무장 기병, 고구려 전통 개마무사잖아. 지금껏 한 번도 운영하지 않은 개마무사는 왜. 오빠한테 도움까지 받아가면서 5천이나 되는 개마무사를 왜 키웠어? 개마무사가 돌파, 수비력은 압도적이지만, 네 장기인 기동전엔 취약하잖아.”

까마귀는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대인 말씀처럼 방어력이 뛰어나니까요. 우리는 이번 전투에서 방어를 통해 상대의 힘을 분산시키고, 기동전으로 결정타를 날릴 계획입니다.”

연수영은 조금 의아해하며 물었다.

“하지만, 개마무사가 방어에 뛰어나다 해도 기동전에서는 속도가 느리지 않아?”

까마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개마무사는 전통적으로 돌파와 방어에 중점을 두었지요. 그러나 이번에는 개마무사로 방어선을 구축하고, 적의 병력을 소진시키는 동안 기병을 활용한 기동전으로 적의 측면을 공격할 것입니다. 이 전략이야말로 이번 전투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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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60 김주신02
    작성일
    24.06.26 15:25
    No. 1

    너무 꼬여가는 느낌이네요 ㅎㅎㅎ
    과연 고구려는 어떻게 될것인지 기대되네요
    늘 잘 보고 있습니다 항상 고생 많으시고
    힘내세요 뽜이팅입니닷 ~^.^ ㅎ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sd.vara
    작성일
    24.06.26 20:01
    No. 2

    1차 고당전쟁 이후 당은 대규모 정복전쟁을 포기하고, 소모전 양상으로 고구려의 힘을 빼는데 주력합니다.
    국력차가 압도적인 상황에서 소모전은 고구려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었고요.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상황과도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고구려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강대국 당과 맞서 싸운 자랑스런 조상입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0 김주신02
    작성일
    24.06.27 15:21
    No. 3

    오호 설명을 들으니 꼬인게 아니라
    약간 소모전과 당과 신라처럼
    이이제이와 당의 양면전쟁 이네요ㅎㅎ
    설명해주셔서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늘 몸 조심 하시고 완결까지 힘내세요
    뽜이팅입니당~^.^ ㅎ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sd.vara
    작성일
    24.06.27 22:42
    No. 4

    즐겁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장마가 온다고 합니다.
    올해는 무난히, 조용히 갔으면 좋겠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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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한 시대가 저물다 24.07.11 86 4 11쪽
60 승리, 그러나 +2 24.07.10 89 2 12쪽
59 아, 고구려 +2 24.07.09 87 3 10쪽
58 연수영의 죽음 24.07.05 108 2 11쪽
57 천하영웅 연개소문의 죽음 +1 24.07.04 93 3 12쪽
56 흔들리는 백제 24.07.03 89 3 12쪽
55 대조영의 첫 전투 +1 24.07.02 88 5 12쪽
54 끝없는 전쟁, 내가 누구냐! +2 24.07.01 90 4 13쪽
53 새로운 시대 24.06.30 101 4 10쪽
52 연개소문과 까마귀 +2 24.06.29 105 4 11쪽
51 건재한 연개소문 +2 24.06.28 105 4 13쪽
50 요서 전투 +2 24.06.27 108 4 13쪽
» 멈추지 않는 이세민 +4 24.06.26 106 4 11쪽
48 하북에서 요서까지 +2 24.06.25 106 3 13쪽
47 끝나지 않은 전쟁 +2 24.06.24 111 3 10쪽
46 삼족오의 맹세 24.06.23 114 2 10쪽
45 영주성으로 24.06.22 107 2 13쪽
44 미친놈 +2 24.06.21 117 3 11쪽
43 아, 연수영 +2 24.06.20 132 4 11쪽
42 승자의 환희 24.06.19 129 4 13쪽
41 전후처리 24.06.18 109 4 12쪽
40 반격 24.06.17 119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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