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족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sd.vara
작품등록일 :
2024.04.22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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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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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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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가 저물다

DUMMY

목숨을 건 도박이었는데 연남생은 너무도 쉽게 까마귀에게 원하는 것을 마음껏 퍼주었다. 이제 그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평양성을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야했다. 그런 속을 모르는 태왕, 연남생, 대신들은 놀랐다.

“벌써 떠난다니. 이제 전투가 끝났는데. 아직 승전식도 못했는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닌가.”

보장태왕이 안타까운 얼굴로 말했다.

“말씀은 고마우나, 당군이 침략해 온 함선을 모두 불태웠으니 육로로 퇴각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 거란이나 해족과 연합하여 영주를 공격할까 걱정이 되옵니다. 영주에는 수비병 4만 명이 주둔하고 있으나, 어디서 어떤 공격이 올지 모르는 곳이니 오래 비워 두기에 염려 됩니다. 부디 허락해 주십시오.” 까마귀가 말했다.

연남건과 연남산이 연남생에게 귓속말을 했다.

“까마귀가 평양성에 있으며 승전식까지 하면 민심이 흔들릴 겁니다. 스스로 떠난다 하는데 서둘러 보내주십시오. 어차피 서쪽 최전방 영주입니다. 실질적으로 고구려 영지라고 볼 수도 없는 곳. 제 발로 그곳을 지키며 고구려의 방파제 역할을 하겠다는데 막을 이유가 있습니까, 형님.”

연남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대의 충절이 감탄스럽소. 내 친히 비단 500필과 식량을 준비해 줄 터이니, 조심히 떠나도록 하시오. 고구려는 그대의 충심을 잊지 않을 것이오.”

연남생은 물론 연남건, 연남산 형제들은 보급품을 실을 마차와 소, 양을 직접 챙기며 까마귀에게 정성을 보였다. 까마귀는 생해의 가족들과 함께 길을 떠나며 하늘을 보며 혼잣말을 했다.

“이놈들은 그저 저들의 권력에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인가. 연개소문이 왜 나와 생해를 그렇게 악착같이 떨어뜨려 놓았는지 모르는구나. 거탕 장군 전사 후 속말·백산 말갈의 실질적인 우두머리는 생해. 그런 그를 빛나는 무공, 업적, 고구려 무사 전반에 지지를 받고 있는 나와 함께 두겠는가. 그것도 영주라는 고구려의 실질 지배력이 닿지 않는 서쪽 땅에. 연개소문 생전에도 영주성은 지역 특성상 자치권을 인정받았는데, 생해와 그의 부대까지 흡수한다면 완전한 독립되는 것이다. 나를 따르는 고구려인, 거란, 해족, 돌궐, 심지어 당나라인도 있었지만, 생해가 나와 합류함으로써 말갈족은 이제 나의 세력 안으로 들어온 것이나 마찬가지로구나.”

까마귀는 자신의 군대와 함께 평양성을 떠나며 고구려의 미래를 걱정했다. 연남생은 까마귀가 자진해서 떠나준다니 즐거워하며 어리석게도 그를 보내기로 했다. 연남생은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까마귀를 경계하고 있었지만, 까마귀의 진정한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고구려는 내부의 권력 다툼과 외부의 침략으로 인해 혼란에 빠져 있었다. 연개소문의 죽음 이후, 고구려의 지도부는 분열되었고, 민심은 흔들리고 있었다. 고구려의 미래는 불투명했고, 까마귀는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장안성 / 662년

장안성의 궁궐은 조용하고 무거운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당 고종은 황금빛 용포를 입고 왕좌에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새겨져 있었고, 눈에는 피로와 실망이 가득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의 고구려 원정이 실패로 끝난 것에 대해 깊은 탄식을 하고 있었다.

고종은 천천히 일어나더니, 눈앞에 놓인 칙서를 집어 들었다. 그의 목소리는 권위 있고도 슬프게 울려 퍼졌다.

“지난번에 선왕의 뜻을 받들어 백성들의 원통함을 씻어 주고자 몇 년 사이에 요동의 바다로 군사를 출동시켰는데, 비록 흉악한 자를 제거하고, 난폭한 자를 쳐 죽였지만 의로움이 나로부터 어그러졌고, 백성들은 시달리고 재물은 고갈되어 부역이 늘어갔다.”

그는 한숨을 쉬며 계속해서 읽어 내려갔다.

“푸른 바다를 멀리까지 건너가고 위험한 길을 지나 원정을 하였던 탓에, 풍랑에 익사하기도 하고, 적들과 교전 중에 목숨을 잃기도 하였다. 이번에 군대가 연달아 출동하면서 전쟁 준비가 매우 힘들어졌다. 지방 관리들이 이로 인하여 잘못이 생기고, 부역에 한도가 없어 공공연히 뇌물이 성행하였다.”

고종의 목소리는 점점 더 슬퍼졌다.

“결국 정사를 해치고 풍속을 상하게 하는 것이 이보다 심한 것이 없다. 앞서 고을들에게 배를 만들게 한 것은 이미 되었으니, 동쪽으로 이동은 즉시 모두 정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고종은 칙서를 내려놓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눈에는 후회의 빛이 가득했다.

“우리는 우리의 자만심과 무지로 인해 수많은 목숨을 잃었다. 고구려의 땅은 우리에게 너무도 험난하고 먼 길이었다.”

그는 창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선왕의 뜻을 따르고자 했으나, 결국 백성들만 고통받고 재물은 고갈되었구나. 우리의 원정은 실패로 끝났고, 우리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고종의 탄식은 궁궐 전체에 울려 퍼졌다. 신하들은 그를 지켜보며 고개를 숙였다. 그들은 황제의 슬픔과 후회를 이해하고 있었다. 그 누구도 이번 원정이 이렇게 끝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고종은 다시 한번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제 우리는 다시 우리의 땅을 돌아보아야 한다. 백성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재물을 다시 모아야 한다. 더 이상의 무모한 원정은 없다.”

그의 목소리는 비장하게 울려 퍼졌다.

“앞으로 우리는 우리의 힘을 내실을 다지는 데 쓸 것이다. 고구려의 땅은 우리에게 너무도 험난하였지만, 우리는 이 실패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이제는 우리의 백성을 돌보고,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우리의 임무이다.”

고종은 신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모든 군사를 철수시키고, 백성들의 부역을 줄여라. 그리고 다시는 이런 무모한 원정을 하지 않도록 하라.”

신하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네, 폐하.”

고종은 천천히 황좌에 앉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의 마음은 무거웠고, 그의 눈에는 깊은 슬픔이 깃들어 있었다.

장안성의 궁궐은 다시 조용해졌지만, 그 안에는 깊은 변화의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영주성 / 662년

영주성의 한적한 성곽 위, 대조영은 까마귀와 생해, 걸사비우와 대중상과 함께 서 있었다. 그들은 고구려의 현 상황을 두고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대조영이 입을 열었다.

“당이 고구려 원정을 포기했답니다. 고종이 직접 칙서를 내렸다네요. 하긴 그런 대패를 겪고 다시 병력을 동원할 여력이 있을 리 없지요.”

생해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휴.... 그러면 뭐하는가. 평양성은 여전히 시끄러운 듯하네.”

까마귀가 물었다.

“무슨 말인가?”

생해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자네도 알다시피 남생은 무능력에 거만하고, 남건은 야심가로 형에게 대막리지 지위가 계승된 것에 불만을 품고 남산과 함께 세력을 키우고 있다네. 최고 권력자 세 명이 이 모양이니 조정은 두 패로 갈라졌어. 서로 간의 치열한 경쟁, 세력 규합, 모함, 더러운 술수들이 난무해. 당이 전쟁을 포기한 게 오히려 평양성 자리싸움에 불을 지핀 격이야.”

대중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생해 형님이 평양에 남았더라면, 어떤 화를 입었을지 모를 겁니다. 그 놈들에게는 생해 형님까지 경쟁자로 보였을 테니까요.”

생해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러게 말일세. 연개소문 대막리지께서 눈이 감겼을까 모르겠네.”

걸사비우가 새로운 소식을 전했다.

“신라 소식은 들으셨습니까? 병신 같은 신라는 당에 치이고, 복신과 흑치상지의 백제 부흥군에도 치여 정신이 없다 합니다. 제 힘으로 한 게 없으니 어쩌겠습니까. 다행히 당이 지난 대패로 병력을 백제 땅에서 완전 철수했으니 이제 숨통이 트이겠네요.”

대조영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대막리지께서 복신과 흑치상지의 백제 부흥군을 지원해 백제가 다시 재건할 수 있게 도와야 하는 거 아닙니까. 답답합니다. 신라 놈들이 계략으로 복신을 암살했답니다. 놈들의 주특기지요.”

생해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복신을 말인가? 백제 부흥군은 어찌 되었나?”

대조영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복신이 죽으니 부흥군도 힘이 빠져버려, 신라군의 공격에 맥을 추지 못한답니다.”

생해는 답답한 표정으로 말했다.

“답답하군. 답답해. 연개소문 대막리지가 계셨더라면 백제가 이리 되도록 가만있지 않으셨을 텐데.”

까마귀는 무거운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고구려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 이들의 얼굴에는 피로와 불안이 가득했다. 고구려의 내외부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었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연개소문 대막리지께서 계셨다면 지금의 고구려는 이렇게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외부의 적과 싸우는 것만이 아니라 내부의 적과도 싸워야 한다. 우리의 힘이 분열되고 있으니, 적들은 그 틈을 노리고 있다.”

생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네, 까마귀. 내부의 분열이 가장 큰 문제일세. 우리가 이렇게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때, 평양성의 대신들은 서로의 발목을 잡느라 바쁘다니.”

걸사비우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신라 놈들은 계략으로 복신을 암살하고, 우리는 내부의 분열로 인해 백제를 돕지 못했으니, 이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 고구려의 미래가 걱정입니다.”

대중상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도 우리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고구려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는 것뿐입니다. 내부의 분열을 막고, 외부의 적을 물리치는 것이 우리의 임무 아니겠습니까.”

까마귀는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대중상. 우리는 끝까지 싸워야 한다. 고구려를 지키기 위해, 우리의 미래를 위해. 연개소문 대막리지께서도 우리에게 그 뜻을 남기셨을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결의를 다지며 다시 한번 고구려의 미래를 위해 싸울 준비를 했다. 비록 고구려는 내부의 분열과 외부의 적으로 인해 위태로웠지만, 그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결의와 용기는 고구려의 미래를 밝히는 희망의 불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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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천하영웅 연개소문의 죽음 +1 24.07.04 93 3 12쪽
56 흔들리는 백제 24.07.03 89 3 12쪽
55 대조영의 첫 전투 +1 24.07.02 88 5 12쪽
54 끝없는 전쟁, 내가 누구냐! +2 24.07.01 91 4 13쪽
53 새로운 시대 24.06.30 101 4 10쪽
52 연개소문과 까마귀 +2 24.06.29 105 4 11쪽
51 건재한 연개소문 +2 24.06.28 105 4 13쪽
50 요서 전투 +2 24.06.27 108 4 13쪽
49 멈추지 않는 이세민 +4 24.06.26 106 4 11쪽
48 하북에서 요서까지 +2 24.06.25 106 3 13쪽
47 끝나지 않은 전쟁 +2 24.06.24 111 3 10쪽
46 삼족오의 맹세 24.06.23 114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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