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전생작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다이드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5.04 20:24
최근연재일 :
2024.06.13 08:20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535,397
추천수 :
10,885
글자수 :
234,497

작성
24.05.27 13:18
조회
11,142
추천
247
글자
11쪽

28.여행(2)

DUMMY

“지금 가고 있어. 오늘 저녁쯤 도착할 거야.”

[오오! 진짜? 드디어 일본에서 보는 거냐?]

“그럼 도착하면 연락할게.”

[그래. 산노미야역에서 기다릴게.]

“뭘 기다리냐. 내가 가면 되는데.”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고개를 돌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신칸센은 빠르게 고베를 향해 달려갔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거리와 그 사이로 보이는 전통적인 건물들이 눈을 즐겁게 했다.

이곳은 한때 고베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곳이다. 진도 7의 대지진이 온 지역이다.


고베는 400년 동안 지진이 없었을 정도로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곳이었다.

그런 곳에 대지진이 왔으니 피해가 엄청날 수밖에 없었다.

그로 인해 한때 잘 나갔던 고베가 일본에서도 최고의 부채를 가진 도시로 몰락해버렸다.


아직도 그 영향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인구가 감소 중이었다.

그래도 사람 살기에는 좋은 도시였다.

효고현 지역은 공업 지대기에 재일 한국인 숫자가 많아 오사카 못지 않게 한식집이 많기 때문이다.


“변한 게 없네.”


도착한 신고베역은 옛날 그대로였다. 거의 몇 년만에 온 곳이었지만 가게들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래도 중심지로 가려면 지하철을 타고 산노미야역까지 가야한다.

신고베역은 이름과는 다르게 고베 중심지에서 멀기 때문이다.


“현성! 고노야로! 몇 년만이냐!”


잇치키가 환하게 웃으며 나를 맞이했다.

안경을 쓴 그는 지적인 모습이지만 환하게 웃을 때는 사람이 바뀐다.

엄청나게 친근감 있는 사람으로 이미지가 확 변한다.

나도 저절로 웃음이 나와 우리는 서로를 반갑게 끌어안았다.


“오랜만이야 잇치키. 한국에서는 1년 전에 봤잖아.”

“일본에서는 거의 10년만이잖아. 존나 너무하다니까. 나만 한국에 가고.”

“중학교 선생님이 비속어를 너무 쓰는 거 아니야?”

“너 때문에 입에 배서 그래.”


잇치키는 한국어로 말을 하고 나는 일본어로 답을 하는 웃기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학교는 어때?”

“피곤하지. 요즘 애들 정말 말 안듣는다니까.”

“그건 매년 나오는 레파토리잖아.”

“그래도 귀여운 애들이 많아. 순진한 행동을 보고 있으면 나도 젊어지는 느낌이야.”

“애들한테 손 대면 안된다.”

“나를 뭘로 보고.”


우리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근데 우리 어디 가는 거냐?”

“응? 당연히 고베규 먹으러 가잖아.”

“거기 아직도 있어?”

“당연히 있지. 나랑 사장님 엄청 친하잖아. 어찌나 친한지 내가 곧 그곳 사위가 될 거 같거든.”

“뭐!? 너랑 미나미가 결혼한다고?”


미나미는 우리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고베 와규집의 딸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친구였던 잇치키와 미나미는 이른바 소꿉친구였다.

그들이 곧 결혼을 앞둔 사이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그래, 미나미와 결혼하기로 했어. 아직 민철이에게도 얘기하지 않고 너한테만 얘기한 거야.”

“미나미랑 결혼하면 손에 장을 지진다는 놈 어디갔냐. 그래서 누가 고백했는데?”

“내가 고백했지. 중학교 때부터 나를 좋아했다고 하더라고. 답답한 놈이라고 엄청 맞았다.”

“맞을만 했네.”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고베의 거리를 걸었다.

고베는 여전히 아름다운 도시였다.

벚꽃이 만개한 길을 따라 걸으며, 우리는 옛 추억을 되새기고 미래를 이야기했다.


“어떤 일로 일본에 온 거야?”


잇치키가 물었다.


“재앙의 아이 애니메이션 곧 개봉하잖아. 그전까지는 휴식. 여행차 일본이나 돌아다니려고.”

“31일이라고 했지?”

“어. 일주일 전에 시사회도 있다.”

“그렇게 막 참여해도 되나? 정체 숨긴다면서.”

“한국말 쓰면 모른다더라. 다들 일본인으로 생각해서.”

“걸리면 잠입액션 찍겠네.”


산노미야역에서 조금 더 걸어가자 우리의 단골가게인 이지야 와규에 도착했다.

잇치키는 익숙한 듯 사장님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장인어른. 친구랑 왔습니다. 예전에 저랑 같이 다니던 친구인데 기억나시나요?”


사장님의 얼굴은 예전보다 나이가 들어보였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머리가 전부 벗겨지고 말았다.


“오. 현성 군이잖아. 당연히 기억나고 말고. 덩치가 큰 민철이랑 너희 셋이서 자주 왔잖아.”

“사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래. 엄청 오랜만이군. 민철은 어디 있나? 농구선수가 된다고 항상 다짐하던데.”

“그 녀석 한국에서 선수로 뛰고 있습니다. 지금은 시즌준비 중이거든요.”

“그렇게 다짐하더니 꿈을 이뤘군.”


사장님이 감탄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목표는 NBA 주전이라고 하네요.”

“꿈은 크게 꾸는 게 좋은 거야. 주문은 어떻게 해줄까? 평소 먹던 대로?”

“네, 그렇게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예전에 항상 앉았던 익숙한 자리에 앉아 음식을 주문했다.

고베규의 진한 향이 벌써부터 코끝을 자극했다.

오랜만에 만난 잇치키와 함께한 시간은 마치 어제 만났던 것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했다.


"고베에서 며칠 지내는 거야?"

"한 열흘 정도 있을 생각이야. 그리고 나서 도쿄로 넘어가려고."

"그래? 그럼 그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되겠네."


위이잉─ 위이잉─


그때 잇치키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어. 미나미. 현성이? 지금 너희 가게에 왔어. 어, 알았어.”

“미나미야?”

“어. 잠깐 얼굴 보러 온대.”


와규를 먹으며 기다리니 잠시 후, 문이 열리며 미나미가 들어왔다.


그녀는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반에서도 예쁜 편에 속해서 그녀를 짝사랑한 남자아이가 적지 않았다.

그녀에게 고백을 했다가 차여 눈물을 쏟은 애가 한둘이 아니었는데 그녀와 결혼하는 게 잇치키라니.


“현성! 오랜만이야!”


미나미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일본에 오니 반가운 얼굴들을 계속해서 볼 수 있었다.

길거리를 돌아다녀보면 나를 기억하는 분들도 여럿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게 키만 2m에 달하는 민철이와 항상 같이 다녔으니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이야, 미나미. 잇치키랑 결혼한다는 게 사실이야? 이 녀석의 망상같은 게 아니고?”

“응. 사실이야. 아직 정확한 날짜는 정하지 않았지만, 내년 봄쯤이 될 것 같아. 벚꽃이 피는 시즌에 하고 싶어서.”

“꼭 그때 맞춰서 다시 일본에 와야겠네. 축의금도 두둑하게 줄게.”

“고마워. 한국에서 드라마 대본 썼다고 들었어. 시청률도 엄청 잘 나온다며?”


나는 잇치키를 슬쩍 쳐다보았다.

고개를 젓는 모습이 아무래도 하나비 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제작진이 잘해준 거지.”

“나도 찾아보려고 했는데 전부 한국어밖에 없어서 못 봤어. 그래도 배우들이 연기를 잘하는 것은 알겠더라.”

“맞아. 주상혁과 차예린이라는 분들이 주연인데 배우들은 확실히 연기가 다르더라.”


우리는 저녁 내내 고베규를 먹으며 예전 이야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식사가 끝난 후 우리는 고베의 밤거리를 함께 걸었다.


“아, 잠깐 서점에 들를 수 있을까? 사야할 책이 있거든.”


미나미가 서점을 가리키며 묻자 우리는 다함께 서점에 들어갔다.

그녀는 찾는 책이 어디 있는지 알고있는 것처럼 곧장 직행했다.

그리고 그녀가 집어드는 책을 보았을 때.

나는 표정관리가 힘들었다.


[재앙의 아이]


그녀가 사려던 책의 저자가 바로 나였으니까.

잇치키 역시 웃음을 참는 것처럼 고개를 돌리자 미나미가 변명하듯 말했다.


“저번에 사려고 했는데 다 팔렸더라고. 요즘 이게 엄청 유행하는데 알아?”


그녀는 1권에서부터 6권 완결까지 모두 골라서 계산을 마쳤다.

잇치키는 묘한 표정으로 그녀 대신 책을 들었다.


“이번에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나온대. 잇치키랑 같이 보려고 하는데 현성이 너도 같이 볼래?”

“아니, 나는 따로 볼 사람이 있거든.”


그때는 유즈키 과장님과 같이 영화를 보기로 했다.

게다가 커플 사이에 껴서 무슨 꼴을 보라고.


“이거 엄청 재밌으니까 너희들도 봐봐. 나는 이북으로 보다가 종이로 보고 싶어서 사는 거거든. 아니다. 현성이 너는 내가 한권 사줄게.”

“아니야, 됐어. 사실 집에 있거든.”


다시 서점으로 들어가려는 미나미를 붙잡았다.

집에 원본 파일까지 있고 초본에 견본품까지 있었다.


같은 이야기를 할 사람이 생겼다고 좋아하는 미나미.


“야. 네가 사인이라도 해주는 게 어때?”


잇치키가 웃는 낯으로 말하자 나는 녀석을 째려보았다.


이 자식이.


미나미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있다가 책을 내밀었다.


“어, 그럴래? 한국의 드라마 작가한테 사인 받은 책이라니. 희소성 있고 좋을 거 같은데?”

“그래. 이렇게 원하는데 해줘라. 자, 펜은 여기 있다.”


나는 잇치키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미나미의 책에 사인을 해주었다.


[책을 사주셔서 감사합니다. - 백현성]


사인은 한국어로 해주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누군가한테 설명하기도 복잡하다.

친구가 책을 샀는데 사실 그건 정체를 숨긴 내가 쓴 글이고 거기에 나는 다른 신분인 드라마 작가로 사인을 해줬다.

그들은 각자 국적이 다른데 한 명은 일본인이고 한 명은 한국인이다.

그리고 그들은 동일인물이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이냐고.


“1권 말고 다른 책들에도 해줄래? 일본에 드라마 수입되면 꼭 볼게. 그때는 자랑할 수 있겠다.”


나는 다시 고개를 숙여 나머지 책들에도 사인을 마쳤다.


[2권도 사주셔서 감사합니다. - 백현성]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결국 내 책을 사주는 독자가 늘어난 거잖아. 그저 사인회를 해줬다고 생각하자.


그건 그렇고 정체를 숨기니 이런 일도 다있구나.


뭔가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도 같았다.

이런 상황 하나하나가 작가에겐 작품적으로 유용한 아이디어가 되곤 했다.


‘그런데 나는 엉뚱한 상황에만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느낌이네.’


저번에 병문안을 갔을 때 조선시대 좀비물을 떠올린 것처럼.


이번에는 경찰 신분을 행세하며 살인을 하는 살인범이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것도 한국에서는 경찰, 일본에서는 살인범이라는 설정이.


일본을 발칵 뒤집은 살인사건.

계속해서 수십 차례나 발생한 살인사건이었고 경찰은 범인을 한국인으로 추정한다.

그에 일본으로 초청을 받아 일본땅을 밟은 한국경찰.


하지만 사실 그가 일본을 발칵 뒤집은 살인범이었던 것.


이걸 풀어낼 수 있을까?


한국에 있는데 어떻게 일본에서 살인을 저지른 걸까? 그리고 어째서 일본 경찰은 범인을 한국인이라고 생각한 걸까?


그러다 고개를 저었다.

흥미로운 소재는 맞지만 대중들의 거부감이 심할 것이다.

나락가기 딱 좋은 설정이었다. 어느 정도 수정이 불가피해보인다.


“그럼 이만 우린 가볼게. 피곤해 보이니까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에 하자.”

“그래. 잘가라. 미나미 너도.”

“응. 이렇게 얼굴 봐서 좋았어. 나중에 보자.”


그렇게 잇치키 커플과 헤어진 나는 호텔로 돌아왔다.


후지무라 문고에서 예약해둔 호텔은 5성급으로 이렇게 세련된 곳을 보기 드물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그걸 즐길 체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적당히 샤워를 마친 나는 침대에 다이빙해 눈을 감았다.


작가의말

선작과 추천 그리고 댓글은 늘 힘이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방구석 전생작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방구석 전생작가,로 제목 변경되었습니다. +1 24.05.22 730 0 -
공지 연재 시간 변경 공지입니다. 24.05.14 11,629 0 -
44 44.액션 연기 NEW +8 8시간 전 2,814 105 12쪽
43 43.액션스쿨 +25 24.06.12 5,690 187 12쪽
42 42.이안 +12 24.06.11 6,626 204 12쪽
41 41.또다른 차기작 +12 24.06.10 7,223 217 12쪽
40 40.헤븐(4) +9 24.06.08 8,523 204 11쪽
39 39.헤븐(3) +10 24.06.07 8,244 199 11쪽
38 38.헤븐(2) +19 24.06.06 8,562 212 12쪽
37 37.헤븐(1) +13 24.06.05 9,303 242 12쪽
36 36.또다른 시작? +6 24.06.04 9,919 234 11쪽
35 35.종방 +6 24.06.03 9,983 255 12쪽
34 34.차기작 +10 24.06.01 10,403 250 13쪽
33 33.한국 +8 24.05.31 10,247 242 12쪽
32 32.재앙의 아이(2) +11 24.05.31 9,985 226 12쪽
31 31.재앙의 아이(1) +15 24.05.30 10,646 230 11쪽
30 30.시사회 +8 24.05.29 10,487 237 11쪽
29 29.여행(3) +10 24.05.28 9,905 229 12쪽
» 28.여행(2) +11 24.05.27 11,143 247 11쪽
27 27.여행(1) +14 24.05.26 11,350 249 12쪽
26 26.끝 +15 24.05.25 11,647 278 12쪽
25 25.시작(4) +9 24.05.24 11,572 257 12쪽
24 24.시작(3) +12 24.05.23 11,575 262 12쪽
23 23.시작(2) +8 24.05.23 11,885 249 11쪽
22 22.시작(1) +7 24.05.22 11,948 247 12쪽
21 21.막내피디 +9 24.05.21 12,004 243 11쪽
20 20.김현수 +5 24.05.20 12,096 245 11쪽
19 19.드라마 촬영(2) +12 24.05.19 12,180 237 11쪽
18 18.드라마 촬영(1) +6 24.05.19 11,989 233 11쪽
17 17.대본리딩 +8 24.05.18 12,091 256 11쪽
16 16.기자 +15 24.05.17 12,060 241 10쪽
15 15.드라마 제작 +10 24.05.17 12,678 247 11쪽
14 14.오디션 +15 24.05.16 13,032 236 11쪽
13 13.투자(2) +11 24.05.15 13,076 239 10쪽
12 12.투자(1) +11 24.05.15 13,256 246 12쪽
11 11.출판(5) +4 24.05.14 13,576 254 10쪽
10 10.출판(4) +10 24.05.13 14,731 259 11쪽
9 9.출판(3) +11 24.05.11 14,777 252 11쪽
8 8.출판(2) +6 24.05.10 15,633 265 11쪽
7 7.출판(1) +16 24.05.09 15,946 261 10쪽
6 6.드라마(2) +9 24.05.08 16,654 289 16쪽
5 5.드라마(1) +13 24.05.07 17,700 293 18쪽
4 4.계약(2) +20 24.05.06 18,139 313 14쪽
3 3.계약(1) +12 24.05.06 18,620 323 10쪽
2 2.글 못 쓰는 남자 +33 24.05.05 20,138 338 13쪽
1 프롤로그 +16 24.05.04 25,201 35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