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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쿨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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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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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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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쓰루패스 교통.

DUMMY

계성기의 개소리 라이프 33화.

<쓰루패스 교통.>



여행을 계획하고 3개월 후, 우린 고대하던 다낭에 도착했다.


총 비행시간 약 4시간.

성인에게도 따분한 시간이었던 만큼 아이들에게는 아주 긴 여정이었다.


아마 발광모드가 기본 사양으로 탑재된 녀석들에겐 케이지에 갇힌 듯한 지옥 같은 순간이었을 거다. 그러나 2시간이란 시차 때문에 그런지 내겐 녀석들과 달리 그 곳은 왠지 가깝게만 느껴졌다.


그래서였을까?

여기저기서 흔하게 들리는 모국어 그리고 공항 입구에 즐비하게 늘어선 픽업 대기 한글 푯말.

공항을 나선 내 첫 감상은 이 곳이 과연 다낭이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그야 당연히 그럴 리는 없겠다마는 집에서 가까운 인근 도시만 가도 대부분이 2시간이니 이런 착각은 틀린 감상만은 아니었다.


“뭐 여, 왜 죄다 한글이야? 우리 제대로 온 거 맞아?”

“응 맞아. 동남아 귀족 풍 면상인 너라 동질감 느껴지는 얼굴에 그런 생각이 들 수는 있겠다마는 도로 맞은편 차량들만 봐도 여긴 분명 다낭이 맞아!”

“그렇군. 어쩐지 친근하더라니.”


그래도 폐부를 정화하는 듯한 신선한 공기, 이국적인 조경수 그리고 후덥지근한 날씨가 이 곳이 진짜 다낭임을 짐작케 했다.


그제야 진짜 여행이란 사실이 새삼 실감됐다.


전날 미리 예약해 뒀던 픽업 서비스에 문제가 있어 다소 그 출발이 김 샜다마는 다른 문화 다른 나라가 주는 설렘은 이를 상쇄하고도 남음이었다.


“얘넨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내 이름이 쓰인 푯말을 든 안내자가 보이지 않아 뚤레 뚤레.


“예약 잘 못한 거 아냐?”

“아냐! 예약 확인 문자 다시 봤는데 이상없었어!”


거의 한 시간가량을 공항 주변에서 길 잃은 아이마냥 방황하게 됐다마는 뒤 늦게 나타난 유창한 한국어 가능 기사의 등장은 그나마 환전으로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있던 우리에겐 여행의 묘미인 허용 가능한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했다.


“유 성기?”

“나? 계성기! 퍼스트 네임 계.”

“아아 오케. 오케. 유 엑스엑스 빌라 고?”

“예스.”


근데 분명 예약 사이트 설명에는 유창한 한국어 가능이라 했던거 같은데.


“두 유 스피크 코리안?”

“?”

“두 유 스피크 잉글리쉬?”

“?”


이정도면 유창이랑은 너무 거리가 먼 게 아닌가 싶었다.

하물며 이 2개 국어 능통자는 양심도 없게 한국어는커녕 간단한 영어도 할 줄 몰랐다.


이런 사람과 대체 어떻게 소통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너, 내 말 알아 듣겠어?”

“오케 오케.”

“아, 알아들어요.”

“오케 오케. 컴 컴.”

“으응?”

“고 고!


야이 우라질 놈들아.

이 정도면 한국말 가능이란 수식어를 붙이면 안 됐지!


“알아듣는 거야? 못 알아듣는 거야?”

“뭘 집착해 오라는데 따라가면 그만인 것을.”

“오케 오케. 컴 컴.”

“그럼 좀 천천히라도 가던가! 짐도 많은데.”


하물며 이 기사양반은 지금껏 한번도 한국말을 하지 않았다.


“저기요. 좀 천천히. 슬로우 슬로우!”

“오케 오케. 컴 컴.”


그저 무적의 영단어 4조합으로 선무당 때려 맞추듯 아슬아슬 대화를 이어나갈 뿐이다.

이정도면 우리 여름이도 타국 나가 유창한 영어 실력이라 자부할 수 있지 않나 싶다.


뭐, 그래도.

그래도.

뜻이 통한다는 게 다 어디겠는가!


목적지는 픽업 예약 업체에서 미리 알려줬겠다, 얘가 그래도 눈치는 있어 뭘 말하면 대충은 알아먹겠다.


문제는 숙소 도착전에 간식이라도 살 요량으로 근처 편의점이라도 들렸으면 싶은데, 이런 고차원적인 대화는 유창한 한국말 가능 베트남인과는 나누기 매우 어렵다는 점에 있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한담?”


게다가 얘는 또 다분히 고의적으로 내가 말 걸려 손 치려면 의도적으로 딴청 피우는게 피부로 와 닿을만큼 느껴졌다.


“헤이, 리슨? 아저씨! 저기 너 너님 임마! 자꾸 어딜 보는 거야?”


저가 항공이라 기내식이 없어 꼬마들은 배고프다며 과자 사 달라 쫑알쫑알.

그 옆에 공복에 무척이나 난폭해지는 마신님의 친우분들은 습한 날씨에 더 더욱 예민 예민.


근데 이 양심 없는 유창한 한국어 가능자는 손 발에, 영단어까지 모두 조합해도 말귀를 잘 못 알아먹는 게 아니겠는가?


어쩌다가 얘를 고용하게된 현지인 면상의 인솔자로써 이 상황은 퍽 난감했다.

그도 답답했는지 결국 번역기를 꺼내 묻더라.


“이걸 쓰면 서로 대화하기 편해요.”


우선 던져 보긴 하겠으나, 사실 우린 픽업만 예약했지 어디 들린다는 옵션은 없었던 관계로 세상 친절하게 단호박 같은 그가 과연 해 줄까 의문이었다.


요금이야 더 추가로 상납할 요량은 있었으나 문제는 그의 스케줄 상 그 잠시간의 시간을 내어 줄 수 있냐가 쟁점이었다.


나는 최대한 상냥하게 그가 운전하는 관계로 이번엔 내 폰으로 음성 번역기를 돌려 물었다.


“마트에 잠시 들리고 싶어요. 가능할까요?”


이에 돌아온 대답은.


“아, 맛트. 맛트. 노노노!”


함박 웃음과는 너무 이질적인 아주 칼 같은 손절이었다.


‘에이라 이 인정머리 없는 어린노무자식아! 애들 배고프다는데 거 5분도 못 내주냐?’


근데 아마 생각한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이게 소통의 부재로 마트 간다는 의미를 장 본다고 받아들여 이 같은 거절을 한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안전 운전하고 있는 이양반에게 방해되게 번역기로 전락해 버린 영혼의 단짝인 폰을 계속 들이 밀 수도 없고.


게다가 경로 내 마지막 마트로 짐작되는 장소는 좀 전에 지나 이상의 대화가 의미있을까 싶었다.


“쏘리 쏘리. 스케줄 빨리. 안돼! 안돼!”

“오케이. 빌라 고.”


이렇게 된 거 차라리 숙소에 가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게 더 나은 선택이었다.

그래도 그 덕에 처음으로 그의 입에서 나온 유창한 한국말은 들을 수 있지 않았나.


“아직 멀었어? 왜 이리 오래가?”

“그러게 우리 이러다 단체로 어디 끌려가 장기라도 적출 당하는 거 아냐?”

“착오가 있을 수 있으니까, 한번 물어봐! 지금 가는 곳이 우리 숙소가 맞는지.”


여기에 대해 아직 말은 안했다마는.

실은 내가 너무 눈 빠지게 완벽한 숙소를 찾다 그만 시내와 다소 먼 곳을 예약해 버린 거 있지?


뒤 늦게 지도로 확인했을 땐, 분명 15분 거리였는데 그곳은 생각보다 3배는 더 먼 곳에 위치해 있었다.


“어···그게 맞긴 맞는 거 같아. 차가 좀 막히나···..”

“막히기는 차가 한번도 멈춘 적이 없는데.”

“요금 후려치려 일부러 돌아 가나?”

“정해진 요금인데, 쟤가 뇌 이탈자도 아니고 그럴리가 있겠어?”

“미안하다. 예약하다 그만 숙소의 위치를 잘 못 봐 버렸어. 사실 이만큼 먼 게 맞아.”


물론 거리도 멀 긴 멀었다마는 여기에는 절대 시속50 키로를 넘지 않는 베트남 특유의 여유로운 운전이 한 몫 하지 않았나 싶다.


“여긴 과속 카메라도 없는데, 왜 다들 거북이야.”

“그러게 말이야. 그런데 여기에 없는 게 어디 카메라뿐이겠어?”


헌데 그게 아니었다.

저속의 이유는 그런 주머니 사정 참작형 저속 운행도 충청도식 ‘그리 급하면 어제오지 그랬슈’도 아니었다.


그리고 난 곧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물론 거북이 같은 느린 주행의 원인에는 차량 주인장의 45도 이상 꺾이지 않는 엑셀 패달 위 발목의 결함은 맞았다.


하지만 진짜 원인에는 우리나라 90년대 시골 도로 수준의 선 없는 도로와 존재하지 않는 신호 체계라 눈치껏 소통하고 타협해야 하는 교차로 건너기에 있었다.


이 나라에서는 우리나라처럼 대가리를 먼저 들이 민 놈이 승자가 되는 그런 시스템이 아니었다.


“빵빵!”

“빵!”

“얘넨 시도때도 없이 빵빵거리네.”


이때만 해도 난 기사 성격이 습관적 경고음 확장자에 지랄맞게 인상파 촉수라 그런 거라 생각했었는데, 그런 건 아니고 실은 이 곳 국룰이 먼저 클락션 누른 놈이 승자가 되는 그런 구조였다.


이 같은 모스 부호의 암호체계를 깨닫기까지는 도로주행 만점 기능자인 나 조차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던 거 같다.


대충 예를 들면 이런 느낌이다.


“빵빵!” (건널목 찜꽁! 우선권 발동! 내가 선수 쳤으니 당연히 내가 먼저 가겠음!)

“빵!” (아까비! 내가 먼저 누르려 했는데, 분하다.)


근데 참 희안하게도 이게 무질서 속 완벽한 질서인양 아주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는 거다.

마치 한 몸인 양 채워지는 지퍼처럼 말이다.


지그재그로 졸라 쫄리게 위험천만해 보이는데도 별 탈없이 한 대 한 대 지난다는 게 참으로 대단했다.


물론 감속도 꼬리 물기도 없다.

오직 클락션으로 이 모든 소통을 해결했다.


“빠방, 빠방!” (나 보이지? 조심해, 경고했다.)

“빠앙!” (오케이 접수 완료. 좋은 경고였다.)


혼 내주기 용 클락션을 이렇게 대화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또 실제로 소통하는 걸 보니 문득 문화의 다양성은 참 신비롭단 생각이 들었다.


“저들의 빵빵 대화가 점점 들리는 것 같아.”

“야 너두?”

“응 나도!”


이는 환경과 인식 차이 그리고 오랜 세월 집약된 성격이 버무러져 만들어진 문화 그 자체였다.

이를 보니 대체 우린 지난 과거를 어떻게 살았길래 경고성 클락션에도 문을 박차고 나가 삿대질하게 됐을까, 싶었다.


그저 한 개인의 성격 문제일까?


너무도 비일비재하게 발생되는 문제라 그렇다기에는 이유 없는 빵빵거림에 울컥하는 나만 봐도 그건 아닌 듯싶었다.


숙소에 도착하기까지 신호는 딱 두개 봤으니, 그들도 너무도 열악한 환경에 살기 위한 방편으로 진화한 듯 보이나, 어찌되었건 조금은 부러운 문화였다.


‘우리도 월드컵때 클락션으로 소통하곤 했는데 왜?’


그래 개성없이 아주 신명나게 소통할 때가 있긴 했지.

아무튼, 이걸 너무 시도때도 없이 눌러 대니까 정신 착란이 올 거 같고 산만하고 그러긴 하더라.


얘네도 가만 보면 정도라는 게 없어.

차선 변경도 깜박이로 하는게 아니라 클락션으로 통보하고 들이미니 말 다했지!


그래도 시도때도 없이 어디선가 나타나 옆에 달리고 있는 오토바이 그리고 어쩔땐 대담하게도 역주행을 감행하는 그것들을 피해 중앙선도 지워져 잘 안 보이는 이 도로에서 한 손으로 톡까지 날리며 운전하는 기사를 보고 있자니 대단하긴 하더이다.


얘네가 그래서 절대 50km/h는 넘기지 않나 싶기도 하고 그렇게 지지난 거리를 이동한 끝에 우린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젠 수고한 기사에게 합당한 대가를 치를 시간.


“여기, 약속된 15달러!”

“달러? 안돼 안돼! 동!”

“우린 15달러에 예약했는 걸.”

“노노노 동!”


당연히 달러를 더 선호할 줄 알았더니 또 그건 아니더라.


“어떻게야 하지?”


베트남 화폐에 아직 익숙하지 않는 나라서 이게 얼마를 줘야 맞는지는 잘 모르겠고.


“제시!”


눈치가 저짝 히말라야에 걸려 있는지 이 단어는 절대 모를거라 생각했었는데 이건 또 기똥차게 알아 듣데.


그러면서 제 핸드폰 계산기에 금액을 찍어 보이는데.


“40만동?”

“오케 오케.”


내가 아무리 등쳐먹기 쉬운 관상으로 타고 났으나, 40만동이 한국돈 2만원이란 사실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 함은 얘가 지금 날 쉽게 보고 있다는 뜻인데.


“노노 35!”

“안돼 안돼!”

“나 지금 얼굴 궁서체. 절대 물러서지 않음!”


남는게 없다는 듯한 저 억울해 보이는 우울한 얼굴.


“36.”

“오케이 콜!”


근데 알고 봤더니 원, 달러, 동이라는 삼국 화폐를 아우르다 보니 오류가 있었지, 40만동이 약 16달러 그리고 정확히는 37만동이 15달러가 맞더라.


나는 매정하게도 약 한 시간가량을 16인승차로 케리어까지 직접 실어준 고마운 사람에게 양심 없게 콩나물 대가리값 절삭하 듯 깍았던거다.


얘네 나라 화폐단위가 커서 1만동이 대단해 보였는데, 실제로는 우리나라 돈으로 고작 500원이었다.


더 따지고 들었으면 그냥 줬을 것을.

우리나라였으면 적어도 20만원은 줘야 했을 거란 생각에 괜시리 미안했다.


“걔 갔어?”

“어 완전 똥씹은 얼굴 하고 가더라.”

“그럼 어쩔 수 없지. 짐 풀어!”


그 미안함은 아주 잠깐이었다마는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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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8 고래를 잡다 1. 24.07.27 1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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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5 사실 하나 없는 진실된 방송 2. 24.07.24 11 0 12쪽
65 64 사실 하나 없는 진실된 방송 1. 24.07.21 13 0 12쪽
64 63 건물주 며느리의 삶. 24.07.20 13 0 12쪽
63 62 강 압전 도사 2. 24.07.19 13 0 12쪽
62 61 강 압전 도사 1. 24.07.18 12 0 12쪽
61 60 호구상은 아바타에도 그 같잖음이 드러나는 법 2. 24.07.17 12 0 13쪽
60 59 호구상은 아바타에도 그 같잖음이 드러나는 법. 1. 24.07.14 17 0 11쪽
59 58 평범한 졸업 사진 찍기 대작전. 24.07.13 1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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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53 어서 와, 부산은 처음이지? 1. 24.07.06 1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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