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한시장에 가다 1.

계성기의 개소리 라이프 34화.
<한시장에 가다. 1>
다낭은 그야말로 명품의 천국이다.
보이는 걸 곧이곧대로 믿으면 이처럼 사치스러운 곳이 없을 정도로 말이다.
“이야, 여기는 어떻게 된 게 여자들 몸에 명품 하나는 무조건 두르고 있냐?”
“어디 어디?”
“저 봐봐! 로고가 큼지막한 게 누가 봐도 명품이잖아!”
타고 있는 오토바이는 지금 당장 멈춰도 이상하지 않으나 걸친 옷은 그에 반해 로고가 화려해 어쩐지 서로 뒤섞이지 못하고 사람만 도드라져 보인다.
브랜드 로고가 큼지막히 찍힌 그 옷들은 그 브랜드가 선 보인 화보마냥 유니크하게 농촌스러운 감각이라 이곳 사정과는 동 떨어지는 가격과 갬성임에도 크게 이질감이 들지 않았다.
“근데 어쩐지 좀 싼티나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다.
대게 명품이라 함은 두른 사람의 사회적 지위와 위치에 맞게 돋보이고 고급지게 포장해 주기 마련인데, 여기선 그런 건 없고 어쩐지 마루st 느낌으로 그 사람을 세상 평범하게 만들어 버린다.
평소 동경해 마지 않던 그 로고 그대로였으나, 이해할 수 없게 참 값싸 보이고 누군가의 노랫말처럼 치렁치렁한 명품이 하나 부럽지가 않았다.
너무 흔해서 그런가?
어쩐지 내가 입고 있는 없을 무의 신사 옷이 더 있어 보이고 왠지 더 돋보여지는 듯했다.
“야,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저 길 봐봐!”
“으응?”
“심지어 명품끼리 콜라보한 옷도 아무렇지 않게 걸치고 있어. 저게 실존한다면 아마 우리집을 팔아도 못 살 성싶은데도 말이야.”
정령 이곳은 베트남의 베벌리힐즈였던 걸까?
당연지사 그건 아닐지고 아마 그 콧대 높은 밀라노의 유명 브랜드들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곳에서만큼은 짝퉁 타진을 포기한 것으로 추측됐다.
우리나라도 여전히 짝퉁이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다지만, 여기는 그 도를 넘어 마치 시장바닥에 ‘골라 골라 잡아 잡아 골라!’를 외치며 널 부러져 있는 보세 옷 마냥 판매 되는 듯 보였다.
“저게 다 진짜는 아니겠지?”
“저게 다 진짜라도 명품의 가치는 희소성인데, 이렇게 되면 별 의미 없지 않을까?”
“그렇기는 한데, 그래도 여기선 짝퉁 걸쳤다고 창피할 일은 없겠다.”
여윽시 일반적이지가 않다.
그간 내가 알고 있던 사회 법규와 통념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다.
짝퉁이 이리 흔하다니.
정말 이래도 되나? 싶었을 정도였다.
“여기 대체 뭐 야?”
이곳에 대해 묻는 다면 알려드리는 게 인지상정.
행여 진퉁을 걸쳤다 해도, 일면식 없는 상대라면 그 누구라도 당연지사 짝퉁일거라 어림짐작하게 돼 버리는 곳.
되려 아무것도 새기지 않는 비 메이커 보세가 희소성에 부각돼 왠지 더 있어 보이게 되는 곳.
명품이라고는 평생 가져 본 적 없는 내게 크나큰 컬쳐 쇼크를 안겨준 이 곳.
이 곳이 바로 경기도의 2700km 떨어진 숨겨진 또 하나의 도시, 다낭시이다.
여행 이틀째, 무 계획에 준해 움직이던 우리의 하루는 이곳 특산품 쇼핑으로 시작됐다.
“쇼핑은 항상 옳지!”
“그게 애들을 버리고 올 만큼이나?”
“버리다니?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맡기고 온 거지.”
조식을 야무지게 잡순 우리 쇼핑원정대는 아이들을 방치하 듯 수영장에 풀고는 참 모질게도 물갈이로 어제부터 겔겔 거리는 병자를 아이들 군기 반장으로 임명해 놓고 서둘러 택시를 잡아 그곳으로 향했다.
바로 다낭의 명물, 한시장으로.
그곳은 듣던 대로 그 귀한 명품을 동묘 좌판마냥 깔아 놓고 판매하고 있었다.
“여기 진짜 장난 아닌데? 좌판에 널브러져 있는 선글라스도 악마가 입는 다는 그 명품이 기본으로 새겨져 있어!”
“그러게 정말 이래도 돼 나?”
가장 압권이었던 것은 시선을 15도 틀 때마다 보기 싫어도 갖가지 메이커며 명품이 눈에 잡힌다는 거다.
그래도 시장은 그나마 이해라도 하겠는데, 길거리 매장, 쇼핑타워 등등.
짝퉁을 취급하는 매장은 그곳 말고도 여기에는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이걸 여기서도 판다고? 대 놓고 통유리 매장에 전시해가면서?”
“설마 여긴 진짜라도 파나?”
이쯤되니 판권을 따 정식 판매하는 건데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다.
그렇다기에는 익히 봐왔던 매장의 화려함에 비해 매우 허접한 수준이었으나, 개발도상국이라는 이 나라의 수준에 빗대면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헌데 어디 명품 걔네가 그럴 리가 있겠는가?
가오에 살고 희소성에 죽는 콧대 높은 패션의 선두주자라 자부하는 그것들이 그 나라의 사정에 맞게 매장을 개설하고 운영하게 둘 리 있겠냐 이 말이다.
근데 여기 다낭에선 정말 믿기지 않게 법의 철퇴가 두렵지도 않는지 버젓이 ‘진짜 같은 짝퉁’이란 푯말까지 내 걸고 당당히 장사하고 있었다.
“법이 솜방망이 수준이라 그런가 완전 당당한데?”
“어쩌면 아예 단속을 하지 않을지도.”
“그게 아니지. 내가 봤을 땐 여기선 상표 특허권이란 개념이 아예 없는 듯.”
그 덕분에 여행객인 우린 아주 노 났다.
실태가 어찌되었건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은 감히 쳐다도 못 볼 그곳까지 확장되어 있었으니까.
“저길 봐봐. 똥 중에 최고라는 뷔의똥과 가일의 라데꾸 콜라보 자켓이야!”
“어머, 저건 꼭 사야해! 정말 희소해! 단, 입고는 아는 체 안 하는 조건으로.”
그래도 가오가 있지 짝퉁티 풀풀 나는 저 거적대기는 걸칠 수 없고 역시나 이 시장 명물이라 소문이 자자한 미국인들의 국민 신발, 센달형 슬리퍼에는 퍽 욕심이 났다.
저거 한국에서 사면 못해도 3만원인데 여긴 단돈 7천원에 우릴 모셔 주니 가성비에 미치고 팔짝 뛰는 나 로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꼬드김이었다.
“환전! 환전이 필요해! 100달러 줘, 어서! 현기증 난단 말이야.”
“안되겠다. 이러다 또 바꾸겠다. 그냥 묻고 더블로가!”
대충 눈팅은 반미를 먹으며 오다가다 이미 완료했겠다.
가진 이 곳 화폐는 샘 솟는 구매욕에 비해 형편없이 적었겠다.
“저기 금은방에서 한국 사람들이 몰려 환전한다!”
우린 유통 구조상 절대 그럴 수 없어야 이치에 맞으나, 어떤 연금술을 펼쳤는지 은행보다 환전 시세를 더 쳐 주는 불가사이한 금은방에서 환전을 마치고 한국인 밖에 없어 한시장이라 불리는 그곳에 드디어 발을 들였다.
그곳은 듣던 대로 상인 반 한국인 반이란 말이 퍽 와 닿게 정말 한국인이 참 많았다. 그런 이유로 건물이 개 쫄보인 내가 두려움을 느낄만큼 세상 무섭게 음침하고 낡았음에도 아무 거리낌없이 그곳에 입성할 수 있었다.
본 쇼핑의 주 목적은 신발이었으나, 입구 초입 울 여름이가 좋아하는 주머니괴물카드를 발견한 우리 마신님은 이걸 당근 삼아 녀석의 인성을 바로잡고자 일단은 그것부터 구매하기로 한다.
혹시나 영어로 물어야 하나 싶었으나, 이 곳 시장의 주된 고객이 한국인이었던 까닭에 유창한 한국말 기사와는 달리 여기 상인들은 한국말을 너무나도 잘했다.
“카드 얼마예요?”
“40만동, 싸다 싸다.”
“아, 그래요?”
상인의 선 제시에 울 마신님은 40만동을 덥석 그리고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지급!
이게 2만원이란 사실을 모르는 우리 마신님은 재벌가 여사님 다있소에 온 것 마냥 결제가 세상 쿨했다.
빛 보다 빠른 결제에 얼 척 없어진 내 두 눈이 보름달만큼 커졌다. 이에 더해 설마 흥정을 하지 않을 거라 생각 못한 상인의 두 볼도 건내 주는 카드첩의 쓸모없는 전기 뚱땡이 쥐 마냥 붉게 물들었다.
호구 왔는가?
“표여사, 그걸 깎지도 않고 그냥 줘 버리면 어떡해?”
“모양 빠지게 여행 와서 흥정하라고? 그러면 깎아는 주고?”
“당연하지. 여기서는 흥정이 기본 행동강령이야!”
“그래? 그런데 나 그런 거 잘 못해.”
그러고도 그녀는 딸아이 서운해할까, 첫애 선물도 사야겠다며 거북이 줄자 장난감 10개에 50만동을 투척.
이 곳 한시장에서 아낌없이 주는 큰손임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슈퍼 대문자 P의 사고는 여행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도 한참은 남 달랐다.
아무리 세상만사에 무관심한 편이라도 그래도 보통 여행지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는 하는 편 아니겠는가?
그런데 울 마신님은 폰 검색창에 다낭의 다자도 검색한 적 없는 순수 혈통의 여행 백지자.
우선 부딪히고 보자는 정보의 순백주의라 그건 가당치도 않는 일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그렇다 쳐도.
“거북이 줄자는 몰라도 카드첩에 2만원은 한국에서 사도 좀 과한 금액대 아냐?”
아니, 그렇지 않는가?
어제 픽업 기사님께 지급한 돈이 36만동이었다.
16인승차량 지원에 캐리어 승하차에 운전에 기름값까지, 이 걸 다 아울러 36만동이었단 말이다.
근데 노란 쥐새끼랑 혼돈의 잡종 괴물들이 그려진 카드 몇 장이 40만동이라니!
이건 말이 안되는 거래다.
진짜 눈탱이 씨게 맞은 거다.
“그래서? 어떻게 지금이라도 물려?”
“아니···. 그건 아니고. 여기 상인들이 우리 눈탱이 정 조준하고 있으니까, 지금 부터라도 조심하자 이 말이지.”
하지만 말리기도 전에 울 마신님은 중국 졸부 마냥 쿨하게 완납해 버렸고 아까웠지만 쫌스러워 보일까, 난 그 결정을 무를 수 없었다.
늦게나마 그녀의 정신상태를 재무장했으나, 안타깝게도 우린 이미 호구 잡힌 상태였다.
그걸 살 땐 몰랐었는데, 우릴 보는 주변 상인들의 시선은 좀 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언니 언니! 여기 더 좋은 장난감 마나. 보고가 보고가.”
어떤 상인은 손을 쭉 뻗어 우리의 시선을 잡아 채는가 하면.
“싸게 줄게. 여기여기 기념품 마나요.”
또 어떤 상인은 어쩌다 아이 컨택이 되면 소심하게 제 가게를 어필했다.
근데 하나같이 같은 점은 다른 손님에 비해 왠지 우리에게 더 적극적인 구애를 했다는 거다.
“왠지 우리 큰손이라도 된 거 같다.”
“큰 손은 아니지만 쿨 손은 맞는 듯.”
“지금 카드첩 비싸게 샀다고 비꼬는 거야?”
“그럴리가. 그냥 사실이 그렇다는 거지. 근데 표여사, 우리 지금이라도 눈 깔아야겠다. 아까부터 우릴 주시하던 저 상인은 버선발로 나와 강매할 기세로 우릴 기다리고 있으니까.”
조금만 관심을 보이면 어찌나 호객행위를 해 대는지.
“호구님 호구님, 이건 20만동 깎아서 18만동에 그냥 줄게요.”
“그건 별로 필요 없어서···..”
쿨내 나는 거래를 했던 그 상점과 다소 멀어졌음에도 벌써 소문이 자자하게 퍼졌는지 질척거리는 수준이 다른 손님들과는 그 궤가 남 달랐다.
“그럼 15만동! 거져 준다, 진짜!”
“아니, 필요 없다니까요.”
“그럼, 12만동 더는 안된다, 정말!”
표 여사, 그러지 말고 계속 관심 좀 줘봐. 이거 가격 어디까지 떨어지나 보게.
듣고 있자니 여기 물건 시세 변동폭이 가히 잡코인은 저리 가라다.
100달러에서 0달라까지.
이게 무슨 국제 유가 시세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끝도 모르고 떨어뜨리는 게 어차피 사지 않을 물건이라지만 여행자로서 그 상황이 퍽 웃겼던 거 같다.
어라?
그렇다는 말은 ‘주머니괴물’ 카드집은 대체 얼마였다는 거지?
“표여사, 지금이라도 지갑은 내가 맡는 게 좋겠다!”
“지갑은 왜?”
“왠지 내가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그러니까 왜?”
그걸 진정 몰라서 물어?
네가 가지고 있으면 거지꼴을 못 면할 것 같으니까 그렇지.
하지만 후환이 두려워 진실을 곧이 곧 대로 말 할 수는 없었고.
“여기 그렇게 소매치기가 많대!”
“아 진짜?”
그녀를 잘 회유해 지갑을 잘 단도리친 나는 그렇게 1층을 지나 코쟁이들의 국민 슬리퍼가 있다는 악어샌들 구매처에 당도할 수 있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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