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그냥 개그 소설이나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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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쿨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1
최근연재일 :
2024.08.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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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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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6 가을이의 탄생 비화 1.

DUMMY

계성기의 개소리 라이프 36화.

<가을이의 탄생 비화. 1>



이 이야기는 2015년을 이틀 앞둔 새벽녘, 축복받아 마지않던 첫 애 출산에 대한 부족한 부모의 시련이자 암울한 기억이다.


내 인생에 다시없을 행복한 순간이 한 순간 좌절로 뒤바뀌어 버린 전조 없는 불행에 대한 회고이다.

부디, 이 글이 좌절해 있을 누군가에게 한줌의 희망이 됐으면 바란다.


11년을 거슬러 올라.


임신 중 행여나 잘 못되지는 않을까? 하루 하루를 노심초사, 하나의 생명을 10달간 정성스레 사랑으로 품어 온 소리의 분만날이 밝았다.


우리 부부는 전날, 산부인과 원장의 신들린 예언이 적중하며 손꼽아 기다리던 출산을 위해 가슴 뭉클하게 분만실로 입성했더랬다.


내 아이를 곧 만난다는 설렘.


우리의 분신과도 같은 그 존재를 오늘 이후 늘 함께 할 거란 기쁨은 조악한 언어로는 감히 담을 수 없는 충족감으로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들뜬 기분과는 별개로 첫 임신, 첫 분만은 우리 부부에게 모든 게 낯설고 두렵기만 했다.


“나 잘할 수 있을까? 언니 애 낳는 거 보니까, 이게 보통일이 아니던데. 그냥 지금이라도 제왕절개 하겠다 할까?”

“그건 네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지! 의사도 자연분만을 권하는데 왜 혼자 사서 걱정이야. 그리고 처형은 제왕절개 하지 않았었나?”

“······”

“나도 모르는 그 언니는 또 누굴까? 자연분만이 애한테도 좋다며 각오를 다지던 어제의 너는 대체 어디로 갔니?”


분만이 임박해 갈수록 이 정처 없는 불안감은 걱정을 양분삼아 더 커져만 갔다.


괜스레 분만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문제를 찾아보게 되고 있지도 않는 분만 공략법을 찾게 되고.

그래도 서로가 있어 의지하고 기댈 수 있으니 불안은 잠시였고 되려 이 순간마저 아름답고 고민이 무색하게 다 잘 될 것만 같았다.


동반자가 있다는 건, 함께한다는 건, 어떤 시련도 이겨 낼 수 있는 막연한 힘을 주는 그런 주문과도 같았다.


“자냐?”

“어우워어어. 아니 안자.”

“너는 이 와중에 코까지 골며 잘 생각이 드냐?”

“아냐 아냐 자긴 무슨, 걱정돼서 눈도 안 깜박이고 있었고마는.”

“그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그래, 너라도 그렇게 자 둬라. 그래야 네놈의 곧 죄다 뽑힐 머리끄덩이도 힘이란 걸 쓰며 버틸 테니. 애는 언제 나올지 모르니 푹 자 둬!”


가진통이 오고 벌써 4시간.


이후 분만은 급진적으로 진행될 줄 알았는데, 새 생명을 만난다는 건 먹고 싸는 일차원적 자연현상처럼 그리 간단한 과정이 아닌지 마냥 더디기만 했다.


각 종 기기를 몸에 부착하고 간호사들이 수시로 산모의 상태를 살피고, 검사하고 제모하고 관장하고 반나절이 꼬박 지났음에도 녀석을 만나기까지는 아직 요원한 일이기만 했다.


“자궁이 2센티 정도 열렸네요. 산모님 조금만 더 힘 낼 게요.”

“아직도요? 그럼 대체 분만은 언제쯤 할 수 있을까요?”

“그야 저희도 모르죠. 헌데 분만 유도제가 들어갔으니까 그리 길진 않을 겁니다.”


누가 좀 속 시원히 답을 알려 줬으면 좋으련만, 신만 아는 그 시점을 그들이 대답해 줄 수 있을리 만무 했고 으레 병원들이 다 그렇듯 돌아오는 대답은 두리뭉실할 뿐이었다.


우리의 이 물음들이 조바심이 아닌 순수한 걱정에서 비롯됐음에도 돌아오는 대답은 업무에 찌든 회사원의 그것처럼 그저 건조하고 냉담하기 짝이 없었다.


간호사의 사무적인 대답과 무뚝뚝함으로 무장한 부인과 원장의 태도는 안 그래도 소심해 겨우 물은 우리 부부를 주눅 들게 했다.


“저 말은 나도 하겠다.”

“모르는 걸 어떻게 알려 주겠어! 그냥 그런 가 보다 해야지.”

“아니 내가 신 내림 받은 무당 마냥 나올 타이밍을 정확히 알려 달라는 것도 아니고? 산모의 몸에 어떤 변화가 있고 어떤 일련의 과정을 거치게 되면 출산하게 되는지 대략적으로 설명해 달라는 건데, 저렇게 딱 잘라 말할 필요가 있나?”

“너 그렇게 안 물었잖아.”

“꼭 그걸 말로 해야만 아나?”

“너도 꼭 그걸 말로 해야만 알아 듣니?”


그래도 의지할 존재가 곁에 있다는 건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 예민하게 한껏 날 선 불만도 한낱 투정이 되어 쉽게 누그러졌다.


곧이라는 호언장담과는 달리 자궁이 2센티 더 열리는 데만 2시간은 더 걸렸으나 홍실로 엮여 하나 된 우리에겐 이 지지난 과정마저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하나 지루할 틈이 없었다.


“뾰봉 뾰봉 뾰보보봉.”

“정신 산만하니까, 폰 게임은 이제 그만 끄지?”

“이 판만. 이 판만. 딱 이 판만!”

“그럼 소리라도 좀 끄던가!”

“안돼 안돼 안돼! 아주 중요한 순간이란 말이야.”

“하···.. 너라는 인간은 대체···.. 너는 와이프란 사람이 산통에 피똥 싸고 있는데 옆에서 그러고 싶니?”

“얘 나오려면 아직 멀었다 잖아. 너 무통 맞아서 별로 아프지도 않다며?”

“너 이 새끼 지금 그걸 말이라고? 너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조용히 게임 끌래? 아니면 애 얼굴 보기도 전에 이 세상에서 네가 먼저 꺼져질래?”


그 지루함을 이겨내는 과정이 서로 상충돼 다소 잡음은 있었다마는 아무튼, 설렘 가득한 우리에겐 이 모든 게 다 좋았더랬다.


건조한 목소리와는 달리 간호사들은 시시때때로 분만실을 들락거리며 소리를 살뜰히 살피고 원장도 수시로 보고 받으며 분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모든 게 완벽했고 분만 과정은 대체로 순조로웠다.


“자궁이 많이 열렸네요. 태아 태동도 정상적이고요.”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던 고대한 그 순간이 왔을 때도 걱정될 만한 별다른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양수도 정상적으로 터졌고 자궁도 충분히 열렸네요. 곧 선생님 호출할 게요.”


자궁이 몇 센치 열리고 매번 알려 주는 여러 수치들이 대체 뭘 의미하는 지는 모르겠으나, 출산이 임박했고 곧 아이를 만날 수 있 단 말만은 똑똑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 이제 낳는 건가요?”

“네 산모님, 이제 힘쓰실 일만 남으셨어요.”


어느 시점이 되자 거짓말처럼 곧 낳는 다는 기대감과는 상충되게 무통 주사빨로 버티던 소리의 안면근육이 시시각각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말로만 듣던 산통의 정도는 비록 직접 당해보지 않은 나라지만 곁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견디기 힘든 그런 정말 아득한 고통이었다.


“으으으윽.”

“왜? 아퍼? 많이 아퍼?”

“죽을 거 같아 통증 치수 몇이야?”

“아직 99. 다행이 100은 넘기지 않았어! 아직 애 낳는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엄살이 너무 심한 거 아냐?”

“그래? 99라···.. 근데 다음 수치가 없는 게 아니고?”

“어?”

“이리 가까이 와서 머리통 좀 대 줄래? 내가 통증 99가 어느 정도인지 확실히 알려 줄게.”

“굳이 내가 알···..으아아아악. 아아아악!”


그러다 소리의 숨이 곧 넘어갈 듯 가파지기 시작할 때였다.


담당 의사가 와야 유도 분만을 시작할 줄 알았는데, 이런 중노동엔 굳이 귀하신 발걸음을 할 분이 아닌지 간호사의 라마즈 호흡법 구령에 맞춰 분만은 갑작스레 시작됐다.


“호흡 일정히 유지하시고!”

“합 하 호 홉, 합 하 호 홉, 으랏찻차차!”

“잘하고 계세요. 더 더 더 더 더.”

“합 하 호 홉, 합 하 호 홉, 으랏찻차차!”

“산모님 잘한다. 장하다. 더 더 더 더 더.”

“합 하 호 홉, 합 하 호 홉, 으랏찻차차!”


하지만 이렇게까지 천하장사 숨 넘어 갈 힘을 잔뜩 줬음에도 소리의 골반이 다소 협소한 관계로 새침한 녀석은 도통 얼굴을 보여주려 하지 않았다.


저래도 되나 싶게 간호사는 산모 위에 올라타 배를 누르고 나는 구령에 맞춰 등을 밀고 그럼에도 녀석은커녕 녀석의 머리털조차 하나 볼 수 없었다.


이 같은 반복 과정을 얼마나 더 이어 했는지 모르겠다.

힘주고 누르고 밀고 손 꼭 잡아주고.


당장 탈진해도 이상하지 않던 소리가 바톤 터치한 간호사의 구령에 다시금 젖 먹던 힘을 발산했을 때, 이 억겁의 시간의 밀 당 끝에 녀석은 드디어 빼꼼히 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거의 다 됐습니다. 이제 원장님 부를 게요.”

“네. 네.”

“호흡 유지하시고 오시면 다시 한번 우리 힘줘 봅시다.”


그제야 담당 의사가 오고.

드디어 출산의 마지막 단추만이 남아 있었다.


청심환 한 알로 날뛰는 가슴을 진정시킨 나는 이 위대한 탄생의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미리 준비한 DSLR을 목에 걸었다.


“다 왔습니다. 이번엔 쉬지 말고 계속 힘주는 겁니다. 끝까지. 더더더더.”


이 순간의 사진 한장이 녀석에게 사랑받고 태어난 증거로 기억되기를.


“머리 보이네요. 다 나왔어요. 산모님, 쉬지 말고 계속 계속 더더더. 아이를 위해 마지막까지 더 힘내야 합니다.”

“으라차차찻! 퐈이야!”

“잘하고 있어요. 더더더더.”


한계치를 벗어난 용씀에 얼굴의 핏줄이 죄다 터져 나가고 그녀의 이름 따라 높은음 자리표 소리에 청각이 멀어 갈 때쯤이었다.


“나옵니다. 나왔어요.”


함께 용써준 간호사들의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 지고 그제야 의사도 막 세상 밖으로 나온 붉은 핏덩이를 거꾸로 들고는 환하게 웃어 보였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산모님.”


레지던트 첫 집도 마냥 떨고 있는 내게 차가운 가위가 들리고 자식이 성장한 다는 것은 부모로부터의 의지에서 조금씩 벗어 나는 과정임을 알려 주 듯 그 첫 연결고리가 시리게 끊겼다.


바라고 마지 않던 역사적인 순간이자 평생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던 그 순간이었음에도 나는 너무도 벅차 당장 셔터를 눌러야 한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게 되었다.


“어? 이거 왜 이래? 기도 확보 똑바로 했어?”

“네에? 기도 확보는 됐을 텐데.”

“근데 왜 이러는 거냐고?”


그리고 그 사실을 인지했을 땐, 갑작스레 돌아가는 심상치 않는 분위기에 그런 준비를 했다는 기억마저 하얗게 잊게 되었다.


아픔도 잊고 새 가족 맞이에 핑크 빛으로 물들어 있던 환희의 설렘은 당연히 울려야 할 생명의 적막에 점차 흑백으로 점철돼 갔다.


평이한 삶을 살던 내게 감히 그날은 하늘이 무너진 것 보다 더한 좌절로 성큼 다가와 있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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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4 사실 하나 없는 진실된 방송 1. 24.07.21 1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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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1 강 압전 도사 1. 24.07.18 13 0 12쪽
61 60 호구상은 아바타에도 그 같잖음이 드러나는 법 2. 24.07.17 1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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