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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쿨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1
최근연재일 :
2024.08.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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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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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가을이의 탄생 비화 2.

DUMMY

계성기의 개소리 라이프 37화.

<가을이의 탄생 비화. 2>



“뭐 하는 거야? 똑바로 잡고 이물질 다시 확인 해야지!”

“네 네 네, 이상 없습니다. 다 뺏습니다.”

“그런데 왜 이래? 기도 확보 제대로 한 거 맞아? 빨리 호흡기 가져오고······”

“······”

“안되겠다. 원장들 다 호출해!”


눈치가 제로섬에 가까운 나였다지만, 뭔가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병원 내 모든 의사들이 굳은 표정으로 분만실에 들어서고 아이 얼굴에는 호흡기가 걸리고, 이 모든게 내가 익히 알던 것과 사뭇 달라 모를레야 모를 수가 없었다.


걱정에 소리의 어깨가 들썩이고 맞잡은 손 이 꽉 쥐어지고 아이 얼굴을 확인할 시간은 한참이 지났겄만은 나는 보호자로써 마땅히 물어야 할 그 질문을 행여 현실로 맞닿을까 감히 묻지 못했다.


얼어붙은 우리 두 사람은 막연히 담당 의사의 얼굴만 빤히 바라볼 뿐이다. 그러나 의사는 감히 우리와 눈을 마주칠 시도조차 하지 못했고 그런 까닭에 우린 당연하게도 처한 이 현실에 대한 어떠한 상황 설명도 듣지 못했다.


푸우욱 새애애액.

푸우욱 새애애액.


가해지는 압력에 수축했다 팽창하는 수동 인공 호흡기만이 이 상황을 이성적으로 보라 날 독려한다.


간간히 들리는 간호사의 이송 문의 전화가 별일 아닐거라는 현실 회피성 도피로부터 날 돌아 세웠다.


그러나 여전히 내가 할 수 있는건 별일 아니길 간절히 비는 허황된 신앙을 갖는 것과 맞잡은 손으로 그녀를 담담한 척 위로하는 것뿐.


놀랄 소리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집중하는 의사를 방해해선 안돼서 그저 가만히 있는 것만이 그때의 내 겐 유일한 선택지였다.

그러다 수분 후, 담당 의사의 입이 열렸고.


“많이 놀라셨을 겁니다.”

“무슨 일인가요? 왜 그러는 건가요?”


그렇게 빌었건만.

안타깝게도 그가 꺼낸 이야기는 우리 부부에게는 참담하기 그지없는 말들이었다.


“태변이 기도에 걸려 호흡이 불안정 했습니다. 긴급히 제거는 했으나, 지금 당장은 자가 호흡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 외 다른 설명도 했었는데 나는 그 대부분을 알아듣지 못했다.


“상황이 썩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우선 큰 병원으로 이송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른건 몰라도 이송이란 말만은 귀에 콕 박히듯 알아들었다.


그 말인즉 아이의 생명이 자신들의 손을 떠나 어떻게 손 쓸수 없다는 걸 반쯤 시인한 셈.

이렇게 된 이상 나는 이 상황을 외면하고 싶어도 더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크게 잘 못된건가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심각한 수준인가요?”

“우선 이송부터 하시죠.”


한 시간 거리를 사설 응급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같은 질문을 몇 번이나 반복해 물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물을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고 듣고 싶은 말은 단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의사는 그 간단한 대답조차 해 주질 못했다.


그 후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도착한 대학 병원 소속, 레지던트의 안내에 따라 사라는 물품을 구매하고 호송 비용을 치르고 그제야 변명 같은 산부인과 의사의 일련의 상황 설명을 듣고.


그 어떤 말도 들리지 않고 그 어떤 경우의 수도 떠오르지 않고 그저 수동적으로 시키는 대로만 하게 됐던 거 같다.


그래야 마땅히 이 일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 것만 같아서.

그때의 난 불민한 이 믿음을 사이비처럼 따르고 마냥 신봉했다.

웃프게도 난 무작정 그랬다.


당시엔 그것 만이 억겁의 세월과도 같던 이 긴 기다림이란 터널을 지날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신생아 응급실은 그러고도 초조함에 입술이 삐쩍 말라 피가 날 때쯤이 되어서야 열렸다.


“계가을 보호자분?”

“네, 네, 접니다.”

“접수는 하시고 오셨죠?

“네, 네, 다 했습니다.”

“그럼 잠시 이쪽으로 오시죠.”


하얀 가운을 입은 그 사람이 누구고 뭐하는 사람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나 아직 빛도 보지 못한 우리 아이를 살릴 구원자들 중 한 명이며 가장 가까이서 보살펴 줄이라는 건 분명해 보였다.


“저희 아이는 어떻게 됐나요? 살 수 있나요?”

“아직 판단할 시기가 아닙니다. 아이 상태에 대해서는 교수님께서 좀 더 보시고 말씀해 주실 겁니다.”


그러나 레지던트로 짐작되는 그가 날 찾은 이유는 내가 할 질문을 듣고자 하는 것도 아니요, 듣고 싶은 말을 해주려는 의도는 더더욱 아니었다.


“힘드시겠지만, 보호자님의 정확한 인지와 동의가 필요합니다. 잠시 여기 앉으시죠.”


그 후, 여의사의 담담한 설명은 계속됐다.


보험 약관마냥 복잡한 병원 내규에 더블어 법적으로 보장되는 환자의 권익까지.


이 중 삐끗해 뭐 하나라도 동의해 주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침대를 빼 버릴 것 같은, 악성 일수꾼의 노예 계약서 같은 반 강제적인 문서에 하염없이 동의를 눌렀던 거 같다.


거기에는 우리 아이의 현재 상태도 가감없이 문서로 기재되어 있었다.


“설명 드리겠습니다. 저희가 아이를 인계 받았을 땐, 이미 환자에게서 청색증이 진행된 상태였고 호흡은 있으나 주기적이지 못하거나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습니다.”


그 의도는 제 병원에는 어떠한 책임도 없음을 알리는 회피성 책임 전가였으나, 그 의도야 어찌되었건 난 그제야 아이의 상태가 상상이상으로 심각했음을 인지하게 된다.


의사의 말만 듣자면 지금 당장 숨을 거둬도 이상하지 않아, 사고 건 책임이건 이 딴 건 하나 중요하지 않고 아이의 현재 상태만이 내 겐 중요했다.


“우리 아이 살 수 있는 거죠?”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살기 힘든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만, 당장 확정적으로 드릴 수 있는 대답은 없습니다. 이어 말씀드리면, 검사 결과 뇌출혈에 뇌경색 등 다발성 뇌병변이 발견됐으며 현재는 인큐베이터에 안치되어 그나마 안정을 되찾은 상태입니다.”


그러다 뇌에 이상이 있단 말을 들었을 땐, 인간이 어찌 할 수 없는 불가해 영역의 문제에 그저 멍하니, 뭘 설명하는지도 모른 체 의사가 말하는 곳에 무작정 싸인했던 거 같다.


“그럴리가 없는데···. 그저 호흡이 약하다고만 했는데···.”

“뭐 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는데, 현재로선 뇌 산소 부족으로 뇌에 데미지가 간 것으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머리속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듯한 급격한 변화는 같은 상황에 처한 부모라면 당연스레 도달하게 되는 교과서적 반응이었다.


우리 애가 뇌 손상이라니?

살아도 정상적 사고가 불가능 할 수 있다니?


호흡에 문제가 있었는데 어째서 뇌에 문제가 생긴 단 말인가?

처음 든 생각은 이 믿기지 않는 현실에 대한 부정이었고 다음은 이 사태를 초래한 이 세상에 대한 분노였다.


“분만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건가요?”

“그 부분에 대해선 저희가 드릴 수 있는 대답이 없습니다.”

“가능성은 있다는 거죠?”

“제가 판단할 문제가 아닙니다.”


그때의 내 겐 의사의 대답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필요한 건 이 분노를 마땅히 받아야 할 그 누군가와 이 참담한 상황을 잠시라도 망각케 해 줄 파생된 사건이었다.


그래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비슷한 상황, 같은 계열의 분노를 찾아 무작정 인터넷의 바다를 헤메었다.


새벽임에도 댓글을 달고 답글을 기다리고.

누군가의 조언데로 진료 기록부를 떼고 분만 상세 기록을 복사해 삭힌 분노를 차츰 쌓아갔다.


“아버님, 얘는 어떤 가요? 괜찮아 졌을까요?”

“괜찮았다면 제가 이걸 떼러 이 병원까지 오지 않았겠죠.”


아는 분께 법률 자문을 구하고.


“뭐 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그래도 힘내세요.”


그런 내게 사고 병원의 원무과 직원은 심심한 위로를 건넸으나 분노에 귀가 멀어버린 내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도시에 몇 없는 산부인과라 이미 소문이 퍼질 데로 퍼져 모두가 분노하고 있는 날 안타깝게 보고 있었음에도 울화병에 협소해져 버린 내 시야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모든 걸 홧김에 단숨에 처리했음에도 당장은 시점상 무언가를 할 시기가 아니었다.

이 화를 점잖게 표출할 방법은 없고 삭히고 다독일 수밖에 지금은 다른 도리가 없었다.


우선은 와이프를 대학 병원 인근 조리원으로 옮기고 눈물로 하루를 지새우는 그녀를 위로하고.


“애는 봤 어? 어떻데? 괜찮아?”

“아직 중환자실이라 면회가 안돼서···..”

“의사 선생님은 뭐라시고?”

“그게···.”


입술이 하얗게 부르튼 그녀에게 할 수 있는 건 다 괜찮다는 하얀 거짓말뿐이었다.

녀석의 입에 물려야 할 젖을 풀린 눈으로 유축기로 짜고 아직 다 꺼지지 않은 배를 부여잡고 내 앞에서만큼은 눈물을 삼키는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다.


그녀를 보고있노라면 이 같은 시련을 내린 신이 다 원망스럽고 나라도 밝아야 할 텐데 한없이 우울해지는 스스로가 한탄스러웠다.


매일 하루 한번뿐인 아이 면회를 가며 그 마음은 더 커져만 갔다.


3일만에 만난 교수는 이 같은 경우, 예우가 좋은 경우가 많았다고 우릴 위로했으나 그건 그때 일뿐이고 유리 통안에서 아무 움직임 없이 누워만 있는 녀석을 보고 있자면 과연 우리에게 그 같은 기적이 있을까, 싶었다.


하루하루가 악몽 같은 나날들이었고 이 지지난 기다림 들은 사람을 마음 뿌리부터 병들게 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에 없었다면 우린 결코 이 같은 어둠을 헤쳐 나가지 못했으리라.


그렇게 악몽과도 같은 한달이 지났을 무렵, 우리 부부는 그제야 처음으로 아이를 안아 볼 수 있었다.

그러고 두 달은 더 지나고 난 후, 우린 드디어 꿈에 그리던 녀석과 온기를 나눌 수 있었다.


퇴원해 녀석과 함께 모빌을 보며 누워있는 그 시간이 어찌나 달콤하던지.


예우는 커가며 드러난다지만, 우리 부부는 녀석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었다.


가을이란 이름으로 출생 신고했을 땐, 이 모든 고난에 대한 보상을 받는 기분이 들 정도로.


죽음의 고비를 잘 넘겨준 녀석이 너무도 대견스러워 한없이 부족한 부모라 태어난 그 날만큼 울고 또 울었던 거 같다.


그렇게 녀석은 태어날 때 부린 말썽에 비해 너무도 온순히 그 기억들이 모두 잊힐 만큼 다른 이유로 지랄맞게 아주 건강히 자라 주었다.


“너는 대체 곱셈을 몇 번이나 설명해야 알아 먹니? 정말 모르겠어?”

“······”

“모르면 태도라도 똑바로 하던가! 대답 안 해?”


건강히만 자라 달라는 게 나머진 다 포기한단 말은 아닐진데.


“애가 뇌병변이 있어 빡대가리가 된 건가?”

“내가 장인께 들은 이야기가 꽤 있는데, 그건 아닌 거 같아.”

“뭐라고?”

“아냐, 그냥 그렇다고. 아무튼 뇌경색이랑은 전혀 무관하고 아마도 유전···.”

“이 새끼가 뭐 라는 거야? 너 이리와! 일루 안 와?”


아무튼 결론적으로 멀직히 지난 지금 그날을 되돌아보면 여전히 그때의 추억은 아찔하게 기억되지만, 가을이의 정상적인 예우에 비하면 다소 과한 걱정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도 다 쓴 글을 마신님께 보여줬더니 슬그머니 눈물을 훔치던 그녀가 끝내는 꺼이꺼이 서럽게 울더라.


세월이 흘러 물게 희석된 줄 알았는데, 탈 없이 커가는 가을이를 보며 이젠 다 잊힌 줄 알았는데, 그날의 악몽은 여전히 우리 부부에게 짙은 그림자로 남아 있었다.


혹시 그대도 지금 출구 없는 까마득한 터널을 헤매이고 있는가?

슬픔에 못 이겨 하루 하루가 지옥과 다름없는가?


꼭 우리와 같은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당장 벌어지지 않았으나 누구나 닥칠 수 있는 그런 일들이다.


그런 이들에게 다 잘 될 거라는 틀에 박힌 위로는 하지 않겠다. 하지만 이 말만은 자신 있게 해 줄 수 있다.


“기적은 진짜 있다.”


이것만은 분명하다.

산 증인이 바로 여기 있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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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4 사실 하나 없는 진실된 방송 1. 24.07.21 15 0 12쪽
64 63 건물주 며느리의 삶. 24.07.20 1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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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0 호구상은 아바타에도 그 같잖음이 드러나는 법 2. 24.07.17 14 0 13쪽
60 59 호구상은 아바타에도 그 같잖음이 드러나는 법. 1. 24.07.14 19 0 11쪽
59 58 평범한 졸업 사진 찍기 대작전. 24.07.13 1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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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53 어서 와, 부산은 처음이지? 1. 24.07.06 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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