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고물상으로 떠나는 여정 2.

계성기의 개소리 라이프 47화.
<고물상으로 떠나는 여정. 2.>
여어허헝기이르느능 저허어얼대 모오옷가아앙다아앗. 꾀꼬닥.
“이 똥차 또 이러네.”
공사 중인지 사고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오늘따라 한번도 막힌 적 없던 그 길이 변기에 아나콘다가 똬리를 튼 것처럼 꽉 막혀 있다.
“운전을 못하면 기어 나오지 말고 집에서 밥이나 만들어, 이 여편네야!”
지금이야 이런 사람이 거의 없어졌다마는 그때만해도 이 문장은 속 터지는 김여사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며, 또한 여기까지 오는 동안 세 번은 더 들은 말이다.
“이 여편네는 밥도 지을 줄 모르는 못함 재주꾼이라, 네놈의 진실 어린 핀잔에도 타격감이 1도 없거든! 어때, 편들어 줘서 고맙지?”
“응 타격감이 1도 없었는데, 버프 먹여 100으로 키워줘 정말 고맙다.”
덕분에 유리 멘탈의 보유자이자 시동 학살자인 형수는 멘탈이 바사삭 부서져 땀을 비오 듯 흘려 댔다.
여어허헝기이르느능 모오옷가아앙다아앗. 꾀꼬닥.
여어허헝기이르느능 모오옷가아앙다아아아고오옷옹. 꾀꼬닥.
“어쩌지? 시동이 또 안 걸리는데.”
“정확히는 못 거는 거다만, 아무튼 큰일이네.”
그래서였을까?
많이 늦었으나, 그녀는 무구한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 골동품 차는 자신이 다룰만한 그런 차가 아님을 비로소 인정하기에 이른다.
그래도 여기까지 별탈 없이 운행한 그녀를 믿었기에 우린 그저 더위를 잘 타는 태양인이라 땀을 비오듯 쏟는 것도 마냥 더워 그런 줄만 알았다.
“여기 도로가 왜 이 모양이냐? 이 정도 경사도면 능선을 따라 도로를 낼 게 아니라 터널로 뚫었어야 맞지! 안 그렇냐?”
“···..”
“야, 무섭게 왜 그래? 무슨 말이라도 좀해라. 맞지? 안 그래?”
“···..”
“나 누구랑 대화하니?”
나하아아아느능 여어어어기까앙징 제부와와왕 주죽여어엉졍. 주르르륵.
이때까진 그랬다.
형수 말수가 급격히 줄며 폭포수 육수 추출 대결에 합류했음에도 우린 눈치 없이 그녀가 운전에 집중하고 있어 그런 줄로만 생각했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 손을 달달 떠는데도 주정뱅이가 애 갖겠다고 연이은 금주에 금단 증상이라도 온 줄 알았다.
그러다 곧 깨닫게 된다.
10여 차례의 차량 시동 예토전생을 모두 실패한 그녀의 눈에는 청룡열차도 혀를 내 두를 이 도로가 지옥을 향해 꺼져가는 하이패스로 보인다는 것을.
차가 밀리고 밀리는데도 천하태평, 저돌적 키스를 부르는 뒷 차의 안일함에 그녀는 크게 매료돼 큰 사단을 예고하는 정신력 쇠약을 겪고 있음을.
“너 돌았어? 네가 아무리 의식적 사고 유발, 상습적 피아노 ‘미’자리 치는 뇨자라지만, 후진 충돌은 12대 중과실인데 옴팡 뒤집어쓸 참이야?”
“아···..나는···..나는···..”
그만해 쟤 멘탈 나갔으니까.
“가만히 뭐해? 비상 깜박이 켜고 시동도 다시 걸어 보고 어떻게 좀 해보라고! 이렇게는 오도가도 못할 거 같으니까.”
“오또케. 오또케.”
“그만! 그만 하라고! 쟤 정신머리 진즉에 가출했으니까. 뭘 해도 안 들릴거야. 그러니 제발 좀 가만히 있어. 자동차를 우리가 끌어야 하는 인력거로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우선 12대 중과실이란 단어는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모르겠다마는 그건 아니고 아무튼, 수동 변속기 차에 일자 무식인 나도 여기서 반클러치로 차를 부드럽게 조작해 끌어 올려야 한다는 것쯤은 아주 잘 알고 있다.
그게 안되면 앞차는 멀직히 떨어져 있으니 1단을 놓고 풀 악셀을 밟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테다.
‘너 이때는 면허 없었지 않냐?’
‘아, 그렇지! 근데 뭘 그렇게 따져. 그냥 그런 가 보다 하고 보는 거지.’
하지만 멘탈이 바사삭을 넘어 먼지가 되어 흩어져 버린 형수의 상태를 봤을 땐, 이게 단기간의 설명만으로는 이해시키기 어려울 것 같았다.
거기에 더해, 간신히 버티고 있는 이 똥차도 이렇게 무작정 혹사 시켰다가는 더는 못 버티고 요단강을 건너 버릴 거 같았다.
여기서 온전한 정신의 소유자는 나뿐이다.
결국, 이 문제를 타개할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형수, 정신차려!”
그리고 방법은 단 하나.
“날 봐! 그리고 잘 들어!”
“어···.어···.”
“우선 화장 안한 그 얼굴로는 더더욱 어렵겠지만, 최대한 그 얼굴로 순하고 불쌍한 표정을 짓고 있어!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세오 너는 내려서 뒷 차에 양해 좀 구해! 제발 좀 뒤에서 꺼지라고! 한번만 더 브레이크에서 발 떼면 곧 1미리 드랍이 현실이 될 것 같으니까.”
그 방법이라 함은 똥차에 귀한 분이라도 타고 있는 양, 보디가드가 되어 함께 걸으며 인간 범퍼 역할을 하는 동시에 주댕이로 사주경계를 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어제의 신호수 경험을 살려 위험인자로부터 주변 차들을 대피시키고 차가 밀릴 때 마다 풀 브레이크로 시동을 꺼 먹는 쫄보 형수의 멘탈을 청춘드라마의 오글거리는 대사로 다독이는게 지금의 최선이었다.
“넌 할 수 있어! 우린 널 믿어! 근데 날 똑바로 보지는 마. 그 눈, 당장이라도 찔러 버리고 픈 충동이 일거 같으니까.”
백지장 한 장 차이 간격의 뒷 차가 아쉬워하며 차를 물리고 형수는 탁 트인 공간에 다시금 차에 영혼을 불어넣는 숭고한 작업을 거행했다.
허어어디디일 오오올라가앙앙 내령와아앙. 주르르륵.
한번, 두번, 세번.
계속되는 도전에도 차의 시동은 켰다 꺼지기를 반복하며 밀리기만 했다.
그러다 결국 더럽고 아니꼬와 걸려 버린 시동.
네헤에에가 져어허헛다아아앙. 가아앙. 자아앙!
해냈다는 충만감도 잠시, 돌아보니 그곳은 이미 경사를 다 내려온 완연한 평지였다.
이로써 우린 경사를 만나면 반드시 노브레이크 논스톱 주행을 이어가야 함을 똑똑히 인지했다.
운전도 못하는 양반에게 그것도 수동에 아주 예민한 똥차라니.
“’쟤피해’는 이제부터 내 인생 차다. 왜냐면 무서울 것 없던 내게 인생의 쓴맛을 알 게 했으니까.”
이건 형의 계획적인 암살 시도였을까?
그건 알 수 없다. 하지만 이것만은 똑똑히 알 수 있었다.
“집에 가면 형에게 마지막으로 문안 인사드려라. 안락한 뒷 트렁크에 싣고 천국행 오르막 길을 오를 생각이니까.”
“난 노잣돈을 준비 해야겠군.”
“그럼 난 명복을 빌어 주지.”
의도가 어찌되었건 내가 불이익을 당하면 천인공노할 짓이 되어 버리고 그 천인공노할 짓엔 언제나 그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란 사실을 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천인공노할 짓이 미칠 파장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방심하고 있었는데, 아직 큰 거 한방이 남아 있었다.
이젠 놀랍지도 않는 정차 중 시동이 꺼졌을 때, 그 일은 벌어 졌다.
비비비빅 여여엿.
비비비빅 여여엿.
“어, 이거 또 왜이래?”
어쩐지 시동 걸리는 소리가 지금까지 와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비비비빅 여여엿.
비비비빅 여여엿.
엔진은 미동도 없고 점화플러그만 열심히 제 할일을 하는 소리랄까?
아무리 먹자 대학생이라지만,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자동차학과 학부생으로써 그 정도는 알았다.
그렇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이번엔 뭐가 문젠데?”
“기름이 없는거 아냐?”
“아냐, 기름은 반 넘게 있어!”
배운게 없어 고치지는 못하고 시동이 안 걸릴 경우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조취는 둘 중 하나다.
하나는 보험사에 전화에 출동 서비스를 부르는 거고 나머지 하나는.
“안되겠다. 뒤에서 밀어봐!”
“성기야 들었지?”
“하···.. 개소리 말고 너도 나와.”
여여엿 달달달하하하냐? 꾀꼬닥.
하지만 이런다고 안 걸리던 시동이 걸릴 턱이 있겠나?
여여엿 두우우버어언 머어어거. 또오오 머어어어거엇. 꾀꼬닥.
결국 우린 땀띠 확장자의 부조리한 요구에 팬티까지 다 젖은 끝에 보험 출동 서비스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출동 기사의 진당명은!
“아이고, 기름 관리좀 잘 하셨어야죠. 이 더운데 몇명이 고생입니까!”
“네에? 기름이 없다구요?”
“여기 게이지 보세요. 영혼까지 다 털어먹었고 마는.”
이 무슨 귀신 신아라 까먹는 소리인가?
기름이 있댔는데 갑자기 없다니?
근데, 신아라가 뭐냐고?
쓰면 쓸수록 그때가 떠올라 빡이 쳐 도저히 밝히지 않고는 못 베기겠는 형수의 진짜 이름.
“아, 그게 기름 게이지에요? 그 옆에 그게 아니라?”
“누가 봐도 기름통 그림이 그려진 이 게이지가 맞는데, 저···. 혹시 진짜 면허 있는 건 맞으시죠?”
“어쩐지 운행 할수록 기름이 늘어나는 것 같더니만.”
우리나라가 산유국도 아니고 그리고 네가 연금술사도 아니고 기름이 느는 것 같으면 의심부터 했어야지 뭔 소리야?
너 혹시 그거 본 거냐? 엔진과열 경고등?
“데헷! 아이쿠 실수해 버렸넹!”
나 니 형수 머리끄덩이 잡아도 돼냐?
나도 실수란 걸 하고 싶은데.
안해도 될 고생을 해 짜증이 머리끝까지 솟았으나 어쩌겠는가 이미 벌어진 일.
게다가 우린 기름 값에 보탤 돈도 없다.
“이것들이 눈 똑바로 안 떠? 왜? 지금부터 저 사과박스 들고 걸어 가려고? 알아들었으면 고개 끄덕여!”
그저 속 없게 헤실헤실 웃을 수 밖에.
돈이 없으면 사람이 이렇게 불쌍하고 비참해 질수가 없다.
그래도 다행인게 형이 완전 빌어먹을 똥차를 산 건 아닌지 기름 넣으니까 다시 잘 나가더라.
애초에 이 모든 사단의 시발점은 형의 ‘정말 괜찮겠냐?’를 물욕에 눈이 멀어 무시했을 때 이미 그렇게 될 운명이었던 거다.
형수는 그러고도 시동을 수십차례 꺼 먹은 후에나 원하고 바라던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형수의 하얗게 탈색된 몰골에 그보다 더 처참하게 흑백으로 점철된 우릴 보고 있자니 그제야 이 푼돈이 뭐라고 목숨을 걸었나 싶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어찌되었던 우린 결국 도착했고 이제 정산 받을 일만이 남았다.
“2만원!”
“네에? 아연 40Kg인데 왜 2만원이예요?”
“키로에 500원. 싫으면 도로 가져가!”
아니요.
말이 그렇다는 거죠.
그럼에도 이곳에서 팔아야지요.
소중한 우리 목숨은 오직 하나뿐이니까요.
근데 돌아갈 땐 그냥 걸어가면 안 될까? 어차피 비슷할 것 같은데.
온 김에 여기에 차를 넘기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 듯.
“뭐해? 끝 났으면 어서 들 타! 돌아가게.”
하지만 오는 동안 경험한 이 지옥 같은 여정을 그녀는 해냈다는 쓸데없는 자신감으로 승화시켜 버렸고 이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선택지가 되어있었다.
근데 형님집에서 우리 집엔 어떻게 가지?
기름 넣을것도 없이 해장국 한사발이면 땡인데.
“형수, 혹시 2천원 있을까?”
“꺼져! 먹고 죽을래도 없으니까.”
매정한 것! 그래서 중학교때 우리가 널 싫어했던 거야!
기름값도 못 보탠 우리가 할말은 아니다만, 아무튼.
잘 먹고 잘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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