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어서 와, 부산은 처음이지? 1.

계성기의 개소리 라이프 53화.
<어서 와, 부산은 처음이지? 1.>
내 친구, ‘도로 위 잠재적 가해자’ 기억 나지?
녀석이 부산 장기 출장 중, 혹시 반 장난 반 청약에 넣었다 당첨되었다는 소식을 알려 왔다.
[크하하하. 이게 나란 놈의 운빨이다. 너 그 아파트 프리미엄이 얼마인줄이나 알아?]
“프리미엄이 뭔 데?”
[어?]
“프리미엄이 뭐냐고?”
[어···.. 그러면 이게 대화가 안되는데···.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하지?]
전라도 토박이 놈이 부산에 있다는 것도 수상쩍었는데, 당첨만 되도 1억을 번 거라며 잘난체 섞인 너스레를 떨었을 때는 이 놈이 코인으로 전 재산을 탕진하고 조현병이 씨게 와 그저 공상속에 갇혀 버린 줄만 알았다.
[내가 이거 팔아서 한턱 거하게 쏠 테니까. 네놈의 그 거대한 턱 관리 잘 하고 있어! 그날 발끝까지 턱이 쏙 빠지려면 말이야.]
“와아아···.. 기쁜 걸. 나 곧 턱관절 탈구 반병신 된다. 이야 좋다.”
내 턱 빠짐은 코인 투자를 시작했을 때도 새끼손가락의 지켜지지 않는 맹약으로 애국가 4절 돌림노래마냥 지겹게 들었던 터라 크게 기대하진 않았었다.
또한 그때의 나는 몰랐으나, 정부가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으로 부산지역의 대부분을 지정해 이제는 팔아도 정부 배만 불리지 남는 것도 얼마 없었다.
그렇게 개소리로 취부하고 까맣게 잊고 있던, 몇 해가 지난 어느 가을날이었다.
[우리집 또 1억 오름. 크크크.]
“어, 그래. 그것 참 좋겠다.”
[너 턱관절 안녕 하시냐?]
이놈이 지도 잊고 있던 그 기억을 굳이 끄집어 다시 지 자랑으로 승화시키더니 더 믿기지 않는 말로 날 떠 보는게 아니겠는가!
규제라도 풀린 건가?
“나 언제 반병신 만들어 줄 거냐?”
[놔두면 더 오를 것 같아서. 크크크.]
“어, 그래. 그것 참 좋겠다.”
얼마나 지났다고 역시 그건 아니었고.
[그래서 아예 이사했음.]
뭐 어? 아파트를 샀다고?
“어, 그래. 그것 참···.으응? 코인 사기로 거지꼴을 못 면한 네 놈이 무슨 돈이 있어서?”
그 말은 이자와 각종 세금 그리고 중도금까지 깔끔하게 납부했단 소리인데, 월세를 전전하던 네놈이 어떻게?
투전판에 딸래미 갖다 판 한심한 아비마냥 본전 오면 갚겠다며 내게 돈 빌리려 했던게 엊그제인데, 도대체 무슨 수로?
프리미엄 챙겨 파는 것도 아닌, 얘가 몇 억이 넘는 아파트를 샀 단다.
당연히 난 허언증 중환자 40년차인 녀석의 청약 당첨 사실조차 믿기질 않았고.
[코인 말이야. 나 대박은 아니지만, 원금은 회복했어!]
“어, 그래. 그것도 참 잘됐다.”
특히 저 말은 더더욱 신뢰가 가질 않아, 때 되면 풀리는 허언이란 태엽을 감기 위해 주변사람의 꼭지를 돌리는 신박한 수작이라 생각했다.
이제는 하다하다 지하를 뚫는 코인 그래프를 뒤짚어 우상향이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어 정신승리한 줄 알았다.
당연히 웃기지도 않는 개소리인 줄 알았다.
녀석이 제 부모님댁에서 못다 챙긴 짐을 싣고 우리집까지 찾아와 납치하듯 날 강제로 데려다 집들이를 시키기 전까지는 말이다.
“’도로 위 잠재적 가해자’ 오빠, 연락도 없이 저희 집엔 무슨 일이예요? 또 무슨 주접을 떨러 여기까지 오셨어요?”
“제수씨, 성기 오늘 하루만 빌리자! 감당 못할 네 딸, 아들은 집에 뭐 하나 아작 낼까 못 데려 가겠고 장가가서 찐따 다 된 성기는 정상적으로 만취시켜 다음날 고이 돌려보내 줄게.”
”에휴, 무슨 그런 목 비틀어질 개 쌉소리를 제 명에 못 살려 희망차게도 지껄이세요. 성기가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처음엔 나도 갈 생각이 없었다.
바빠서 주말에 출근할 계획이기도 했고 마신님께서 이런 즉흥적인 일탈을 허 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학습된 포기였다.
“그래서 준비했지, 이거 받아! 명목은 가을, 여름이 용돈이지만, 사실은 네 주머니에 들어갈 거 다 알고 주는 거야.”
“어머! 진짜 개 코딱지만한 푼돈이긴 하나 성기를 빌려주는 데는 하등 부족함이 없는 금액이네요.”
“그럼 어떻게, 딜?”
“딜!”
저기요.
나 바쁘다고!
내가 가기 싫다고!
그 전에, 그 말인 즉 저 차에 내 하나뿐인 목숨을 맡겨야 한단 말인데.
“나···..나 안가! 나 벽에 똥 칠할 때까지 오래 살고 싶단 말이야!”
“어떻게든 똥 칠하게만 해 주면 되는 거야?”
“아니, 어떻게든은 빼고 자연의 섭리에 맞게.”
“그럼 지금부터 내가 자연의 섭리다. 제수씨, 뭐해? 돈 받아먹었으면 도와 줘야지. 쟤 빨리 실어!”
허리케인에 휩쓸리려는 사람처럼 도로 표지판을 붙잡고 늘어졌으나, 완력으로는 당해 낼 수 없는 마신님의 힘과 내 핫 포인트를 다 알고 있는 녀석의 공략에 스르륵 손이 풀려버렸다.
문을 못 닫게 사지가 절단 나는 한이 있어도 밖으로 쭉 뺏으나 출입문 오픈카란 해괴한 취향 충족으로 녀석은 무시하고 냅다 출발해 버렸다.
‘내게 오늘 뜬 이 태양이 마지막이렷다!’
하지만 그런 일련의 발악이 다 무색하게 어느덧 나는 녀석의 차에서 흥얼거리며 음악에 심취해 있다.
마치 소시오패스가 된 것처럼.
“이 안정감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녀석이 달라졌다.
가을이가 학교에 입학할 만큼의 세월은 운전 고자인 녀석도 초보 딱지를 뗄 만큼의 아주 기나긴 시간이었다.
녀석은 더이상 우회전 시 와이퍼 작동을 시키지 않았다.
1차로 우회전이란 위험천만한 주행도 하지 않았다.
“오호, 주행은 숲속 마냥 쾌적하고 코너링은 비단처럼 부드럽구나!”
이제 더는 녀석을 ‘도로 위 잠재적 가해자’라 불러 선 안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건 내 대단한 착각에 불과했다.
세월이 흘러, 제 운전 실력에 심취한 녀석은 제 치열처럼 다른 방향으로 엇나가 ‘도로 위 잠재적 가해자’가 되어 있었다.
전에는 무식해서 용감했다면, 지금은 익사이팅을 즐기려 용감해져 있었다.
나는 그 본성을 ‘다이나믹 부산’이란 슬로건이 걸린 고속 도로 끝, 부산 입구에서 알게 된다.
어쩐지 무거워진 공기, 시위를 잠식해 드는 사기.
들어가 선 안될 곳의 결계라도 지난 양 급격하게 변하는 녀석을 눈을 보고 말이다.
“너 눈까리가 왜 그 모양이야?”
“내 눈이 뭐 어째서?”
“그전에도 광우병이라도 도진 양 첨예하게 모든 문제의 발단이 될 것 같았는데, 지금은 그것을 넘어 좀비가 이지가 있는 양 공격적으로 상스럽달까?”
“얘가 뭐라는 거야. 정신 상그럽게.”
어울리지 않는 경상도 방언의 공격적인 말투.
주댕이가 원상폭격이 가능할 정도로 공격적으로 튀어나와 이질감은 없다마는 어쩐지 급진적으로 녀석의 상태가 변한 듯 보였다.
그리고는 아니나 다를까?
빵빵빵.
“씨익 씨익 씨익. 들어가야 하니까 비켜 달라고!”
빵빵빵.
“씨익 씨익 씨익. 비키라고 쫌!”
녀석은 어떠한 양보도 절대 용납하지 않으면서 제게는 페르시아 황금공장마냥 관대한 두 얼굴의 주행을 이어 가기 시작했다.
지금처럼.
“이 SKK가 감히 깜박이를 켜고 끼어들려 해?”
당연히 깜박이를 넣고 끼어들지 그럼, 후진 기어 박고 끼어 들겠냐?
얘 왜 이래?
엄마, 얘 이상해!
내가 녀석의 이상징후를 인지한 건 너무 늦은 그때부터였다.
부우우웅!
녀석이 상스러운 와꾸에 어울리는 감히 귀에 담지 못할 말을 지껄이더니 급진적 발목 스냅으로 끼어든 앞차를 믿기지 않는 광속으로 추월한다.
그러더니 암묵적 양보 감사 표시였던 비상 깜박이를 자체 세레머니 용으로 변경시켜 영웅적인 제 면모를 유감없이 뽐낸다.
“어떻냐! 이게 바로 부산식 우측 깜박이 페이크 좌측 끼어들기다! 어째 달달 하냐?”
우회전 표시를 와이퍼로 대신하던 녀석이라 이 행위가 이질감이 없어야 하는데, 너무도 위협적인 능숙한 주행이라 꼭 딴사람이 된 것만 같다.
“야··· 지···.진정해! 너 갑자기 왜 그래? 너 내가 아는 너 맞냐?”
나는 이 문화적 충격을 감당할 길 없어 말 수를 줄이고는 잡고 있는 손잡이를 꽉 말아 쥐었다.
‘내가 네 친구로 보이냐?’말하는 듯한 싸이코패스 현신의 차가운 시선처리에 나는 눈을 피해 버리고 말았다.
“길이 엿 같아서 그래, 길이!”
“그렇기는 하네. 네 놈이 한사코 무법천지 주행을 이어가는데도 길을 잘못 든 것을 보면 말이지.”
그런데 조수석에 앉아 녀석의 주행을 보고 있자니 이곳 도로 사정상 녀석이 비상하게 병신이 된 것도 어느정도는 이해가 가더라.
“뭐 뭐 뭐야? 이거 길이 왜 이래?”
“후훗, 고작 이정도에 당황하는 꼴이라니.”
“이게 고작이라니? 차선이 사라지고 고가도로 등장에 여러 길들이 다 엉켜 있는데!”
내가 소도시에서 살아서 그런가, 살다 살다 이렇게 복잡한 길은 난생 처음 봤다.
내 주위로 방위는 모두 서른 여섯개, 이 모든 방위에 통달하면 나는 어떠한 길에도 들어설 수 있다.
천하삼십육길!
그러나 현실은 회전교차로만 들어서면 방위를 잃어버린 반 길치.
그런 나라 여댓개가 넘는 교차로의 진행로에 눈이 핑핑 도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 이거 어디로 가야해?”
“어차피 길은 다 이어져 있기 마련!”
“그거 닭똥 냄새 날 것 같은 어떤 싹퉁바가지한테서 들었던 이야기 같은데? 아무튼, 그래서 길이 어디 더냐?”
물론, 녀석의 혼란한 긍정도 이 혼란을 가중시키는데 한 몫 하기도 했다마는, 아무튼.
“여기 신호에서 좌회전···..이 아니구나 더 급격한 좌회전이구나! 그렇다면 태새변환 우르디급 끼어들기!”
“야! 뒷 차들 빵빵 거리잖아!”
“그래서 뭐? 저건 잘 들어왔다는 반가움의 인사야. 여기 사람들 억양이 좀 그래, 사나워!”
진짜 궁금해서 하는 말인데.
너는 그게 정말 들려서 하는 말이냐?
괜히 뻘쭘해서 둘러댄 게 아니라?
아무튼, 이 곳 지리는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복잡하고 혼잡하고 혼란했다.
주행 지시선은 더 지방에 사는 나 따위는 감히 판독할 수 없을 만큼 휘황찬란하게 암호화되어 있고 마치 그 복잡함에 못 이겨 네비도 반 포기한게 느껴질 정도로.
그래서 여기 사람들 정신에 마구니가 끼게 된 게 아닐까 싶다.
“이거 지하차도로 가라는 거야 아님 도로를 빠져서 고가를 타라는 거야? 네비가 왜 이따구야?”
“내가 이곳에서 5년 가까이 운전하면서 처절하게 깨닭은 게 하나 있지!”
“그게 뭔 데?”
“길이 헷갈리면 일단 빠져라!”
“왜?”
“직진하면 돌이킬 수 없으니까.”
그러고 보니 고가를 타게 되면 못해도 주구장창 앞만 보고 나아가야만 한다. 거기에 거북이 주행으로 미루어 잘 못 걸리면 30분 이상을 갇혀 있게 될지도 모른다.
터널에 진입하게 되면 당연지사 유턴은 꿈도 못 꾸고 이어 중앙 분리대가 어디까지 나 있는지는 이 도로를 설계한 그 빡대가리들도 모른다.
그렇다면 녀석의 침 튀겨 길 찾기식 발상이 어쩌면 현명할지도 모르겠다.
“오호라. 이렇게도 갈 수 있네? 조오오올라 위험천만하게 추접스럽게도 말이야.”
이런식으로 유턴에 유턴을 거듭해 길 선택 야바위 실패의 댓가를 시간이 아닌 생명선 자체 삭감으로 아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정말이지 이 곳 부산은 조수석에 앉았음에도 주행 중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손발이 다 땀으로 흥건해질만큼 격정적으로 아찔하다.
‘운전자라도 좀 정상적이었다면!’
그런 녀석은 내 속 마음에 부응코자 가히 폭력적인 이 주행을 아주 성실히도 이어갔는데.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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