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괴롭힌 자의 말로.

계성기의 개소리 라이프 55화.
<괴롭힌 자의 말로.>
내 중고딩 시절,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에는 하나의 무리로 정의되는 일진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었다.
빵 혹은 짱 같은 무리의 서열 1위만이 있었을 뿐.
그 이후의 서열은 암묵적으로 ‘그래도 쟤가 좀 치지?”로 정의된 지금의 셔틀패치처럼 데이터화 된 순위가 아니라 사람마다 다른 잣대에 따른 뇌피셜 조작형 순위였다.
여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그래서 짱 주의로 어떤 세력구도가 형성된다거나 무지성으로 그를 추종하거나 떠받들지도 않았다.
분노조절장애들이 끼리끼리 모여 반 분위기를 흐릴때는 있었다마는 그들이 뭐 대단한 존재인마냥 눈치보며 주눅들어 살진 않았다.
“평생을 순둥한 3겹 앰보싱 비단길을 걸은 네가 뭘 안다고?”
그래서 요새 드라마 혹은 웹툰 학원물에서의 극단적 괴롭힘을 보면 정말 저런 애들이 있을까 싶다.
“네 놈이 세상 좁밥 물렁이들 밖에 없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와서 못 본건 아니고?”
“그런가? 그렇다면 다행이다. 삐끗해서 상고 갔다면, 관상에 의한 빵셔틀 확정이었을테니까.”
그래서 난 솔직히 이 부분에 대해
공감하기가 조금은 어렵다.
“부모님의 권력을 등에 업고 교내에서 패악질을 서슴치않는 무뢰배가 진짜 있었다고? 교실을 폭력으로 점거하고 따를 조장해 괴롭히는 그런 애들이 정말 실제 있었다고?”
“있었으니까, 미투가 터지는 거지. 없던 일을 만들어서 유포하겠냐?”
“아니, 지금 세대말고 우리때 말이야.”
“어···. 우리 때? 우리 때라···.. 그러고 보면···. “
짐작건대 우리 학교가 지방이라 큰도시 애들에 비해 많이 시골스럽게 순수했지 않았나 싶다.
아마 큰도시 애들은 좀 다르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솔직히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게 뭐 있겠나?
사람 사는 세상 다 거기서 거기고 돌아이질량보전의 법칙에 의거 그때나 지금이라 사이코패스기질 아이들 수도 비슷했을 텐데.
다른게 있다면.
아마도 같은 일은 더러 있었다만, 그때는 그 불합리함이 널리 퍼질 매개체가 부족하여 마치 없던 일인 양, 모두의 기억에 그렇게 묻혀 버렸지 않나 싶다.
아니면 그때의 교권이 저 드높은 하늘에 맞닿아 감히 하느님과 어깨동무하는 그들의 체벌을 감당할 길 없어, 강약약강의 그들이라 어쩌면 힘없이 순응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학교라는 보수적인 집단이 급진적으로 그렇게 나쁜게만 진행 됐을리는 없다.
솔직히 이 모든 부조리를 당해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마는 그래도 이거 하나만은 분명하다.
“라떼는 말이야 학교 밖에서 노략질을 했으면 했지, 적어도 같은 반 친구 돈은 안 뺏었어요.”
다시말하지만 내가 나온 고등학교가 지방 소도시에 있는 작은 학교라 그럴 수 도있는데.
글쎄.
이 부분에 대해 상고, 공고 나온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 봐도 같은 반 교우간의 갈취는 없었다는게 희미해진 기억의 우리가 모은 중론이다.
골목마다 삥 뜯는 불량배들은 많았으나, 그들도 제 교실에서는 돈을 상납받고 그러진 않았었다.
간간히 돈을 빌려 갚지 않는 무이자 세월 원금삭감형 체무자는 있었으나 이게 한 개인에게 상습적이다거나 흑도 보호세마냥 갈취하진 않았던 거 같다.
이쯤 되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
“웹툰, 드라마에 벌어진 일들은 이게 있을 법한 이야기를 쓴 게 아니라 멀티유니버스 다른 차원의 상상 스토리가 아닐까? 하고.”
허구 맞지?
이게 요새 사회적으로 너무도 빈번히 발생되는 문제라 묻는거다.
인간 사회의 특수성에 가뭄에 콩나듯 한 지역에 한번 일어 날까 말까한 일을 마치 이런일이 빈번한 양 꾸며 대는 게 아닌지.
실은 사실관계 따윈 필요 없고 이런 극도의 자극만을 원하고 소비하고 있는건 아닌지.
“왜 있잖아, 비행기 사고처럼 말이야.”
비행기는 확률적으로 자동차 보다 안전함에도 타게 되면 그 어떤 교통수단 보다 더 불안함을 느낀다.
아마 사고가 한번 터지면 그 충격이 대단해서일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일진, 왕따 등 이 문제가 없진 않으나 실은 자극적인 소재라 부풀려지고 또 부풀려진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기엔 요새 미투가 너무 빈번하게 일어 나는데? 유명해졌다 번진 애들이 이정도일진데 수면에 드러나지 않은 이들은 더 얼마나 많겠어?”
그래서 난 요새 사회적 괴리감을 느낀다.
이 모든 생각들을 종합해 보면 우린 다른 차원, 같은 소통 창구여야만이 이 모든게 맞아 떨어지니까.
“요새 통 못썼더니 판타지 마렵냐?얘는 또 무슨 얘기를 하려고 초장부터 장황하게 입을 터냐?”
내가 이 주제를 이토록 무겁게 시작한 이유는.
이같은 블록버스터 스펙타클한 고교생활을 경험하지 못한 내가 과연 이 주제로 고교생활 내내 신명나게 뜯기고 털렸을 그대들의 리즈를 만족 시킬 수 있을까 하는 자기 한탄에서다.
“에휴, 빵셔틀들 앞에서 입 털려니까, 거 참 민망하네.”
또한 뉴스의 자극적인 이야기에 비해 지금 할 이야기는 너무 밋밋하고 말랑해 밑장부터 깔고 들어가려 주저리 떠들어 본거다.
“그렇다기엔 분량을 너무 많이 잡아 먹었는데?”
그래서 별 기대는 말기를.
사실 지금 나도 내가 뭘 쓰고 있는지 잘 모르겠으니까.
그럼 시작하겠다.
내 고교시절, 그때의 짱은 지금처럼 폭력과 패기 그리고 깡으로 쟁취해 낼 수 있는 그런 자리가 아니었다.
“니 부먹파 두더지 햄이라 아냐? 내가 그 햇님 사촌동생의 친구되는 사람인디.”
“언젯적 부먹파냐? 어디 족보도 없는 땅속 지랄병자를 여서 들먹였샀냐? 뿅망치로 콱 조사불란게. 그럼 너는 찍먹파의 독고독사형님은 아냐?
“뭐? 독 고독사? 뭐 그리 살벌하게 가버린다냐? 찍먹파는 저번에 범죄와의 전쟁에서 완전히 와해 돼블지 않았냐! 다시 대세는 부먹파제!”
“뭔 쌉소리냐? 여적 찍먹파였고 앞으로도 쭉 찍먹파일건디!”
그 자질로는 최소한 유명 싸움꾼의 뒷배가 있다거나, 더 나아가 조폭집단의 똘마니 경험이라도 있어야 어디 후보에라도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이게 족보마냥 초중딩때 서열 계보를 타고 올라 추종자가 있다면 더 쉽게 거뭐질 수도 있겠다.
체급이 깡패라고 넘보지 못할 덩치에 여기에 더해 성격까지 지랄 맞으면 쫀팽이들의 스스로 낮춤 받들어짐을 누릴수도 있겠다.
다른 학교는 모르겠고 적어도 우리 학교는 그랬다.
우리 학교는 평화적 무혈 서열 확립이 전통적 기조였다.
“내가 졌쓰야. 네놈에게 그리 어두웠던 과거가 있었을 줄이야. 그만큼 깡도 나보다 허버 강대하겄제?”
“후훗, 감히 너 따위는 상상도 못 하제. 나는 초딩 노마치 유치털이 뺀치형님의 담배 심부름 테크까지 탄 나름 이바닥의 전설적 존재이니까. 너는 아마 뺀치형님 노래방 입구만 지키다가 그 더러븐 성질머리에 바로 나가 떨어져브렀을 걸?”
그런 이유로 의견충돌로 싸우는 건 많이 봤다만 서열 정리로 싸우는 건 한번도 보지 못했다.
당연히 바로 서지 않은 서열이라 하이애나처럼 무리를 지어 누군가를 삶이 피폐해질만큼 괴롭힐 힘도 얻진 못했다.
덜 성숙한 인격들이라 하루 이틀을 기분따라 괴롭히는 일은 있었다마는 드라마에서 처럼 강도 높은 인격말살까지는 당시 내 주변에는 없었다.
아무튼 그리하여 그 서열이란게 사실 근거도 없고 빡돌면 아무 쓰잘대기 없는 명예이기도 했는데.
“단지 힘 한점 들이지 않고 힘을 행사할 수 있는 그런 우대권 정도랄까?”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이같은 우대권을 남발하던 찍먹파 비호 일짱이가 숨겨진 싸움 고수를 만나며 벌어진 아주 식상한 일이다.
권력 남용의 그 끝이 얼마나 비참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솔직히 당시 우리 반에는 일짱이 없었다.
후보로 거론되는 몇명의 인물만 도마에 올랐을 뿐.
대부분이 누가 됐든 관심도 없었고 또 후보자 본인도 그 영광된 자리를 겸손하게도 원치 않아 그 자리는 꽤 오랫동안 공석이었다.
당시의 일짱 후보자를 끄집어 이야기해 보면.
후보자 중 한명으로 덩치 산만한 세상 옆집 아저씨같은 코만도스가 있었고.
다른 한명은 조폭 고삐리 활동대장이라는 소문만 무성한, 원체 과묵해 이를 확인할 도리가 없는 벙어리 삼룡이도 있었다.
실은 이때는 찍먹파 비호 일짱이는 후보자 말석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개 찐따 스러운 말투.
가벼운 행동거지.
웬지 조올라 좁밥스러워 보이는 팔자걸음 무빙까지.
얘가 나름 덩치도 있고 인상도 더러워 함부러 덤벼도 될 상은 아니었다마는 뭔가 강자로 대우해 주기에는 한 22%정도 부족했다.
그럼에도 우리가 녀석을 대충 일짱으로 인정해주게 된 계기에는 꾸준히 제 자리를 확인 받고 싶어하는 녀석의 그릇에 맞지 않은 욕심과 그게 뭐라고 저렇게 집착하나 싶은 그딴거 너나 해라는 우리의 무관심의 결과였다.
“왜 그런거 있잖아 전세 계약기간 끝났는데,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말이 없어서 자연스레 계약 기간이 연장되는 그런거.”
“이게 올바른 비유냐?”
“비슷해! 걔도 중학교 때의 왕좌를 별말 없어서 계속 계승했으니까.”
학기초에 서열잡기식 신경전은 조금 있었다마는 이것도 누가 호응해줘야 빛을 발하지 아무도 관심 없어서 그 혼자만의 레이스가 됐을 뿐이다.
“야 너 뭐더냐?”
“틀린 답안을 지우고 있는데, 왜?”
“근디 와 너의 틀림의 증거인 그 보스라기들이 내 등거리에 뿌려지뿌냐 이말이여?”
“그럴리가···.. 내가 네 앞자리 인걸?”
이처럼 말도 안되는 이유로 버럭 화를 냈다거나.
“이제 그만 좀 해 줄래?”
“킬킬킬. 내가 어제 기분 더러분 일이 있어가꼬 풀릴 때까진 고로코롬은 몬하겠는디!”
“왜 내게만 이래? 더하면 어깨 몰랑몰랑해 져서 흘러 내릴거 같단 말이야!”
“뭐시라고라고라? 가만히 있더라고 아직 끝나븐게 아닌게. 어뗘? 어깨에 혈액순환이 돌믄서 머리가 맑아지며 뭉침이 확 풀려블제? 아직 멀었어! 네놈이 극락에 가려면 아직 허천나게 남아브렀다고! 너무 걱정은 마! 네가 세번째 이니까.”
“그렇다면 저기 슬라임같은 놈들이 다···..”
“그라제. 다 내가 안마로 조져브렀제.”
제 기분따라 친구를 괴롭힌다 거나.
“낄낄낄. 조용히해 이 좀많이 있는 것들아!”
“성기야, 넌 머리 좀 감아라! 너 이 많다고 일짱이 걱정하잖아.”
“이런, 18세들이 그래도! 아가리 셔터 마우스 안 허냐?”
“일짱아. 18세들은 아랫층으로 가서 말해야 해! 우린 19세라서.”
“이런, 만 18세들아 아가리 셔터 마우스 하라고!”
“일짱아. 난 아직 생일 안 지났···..”
“닥쳐!”
“아, 미안.”
괜히 반 분위기를 험악하게 조장한다거나.
“아오! 이 느자구없는 걸 그냥 확! 허리 경계도 없는 엉덩이 탐정같은 놈을 저버 블수 도 없고!”
“일짱아 아직 이 시절엔 엉덩이 탐정이 나오질 않았어!”
“아오. 이게 또 꼬박꼬박 말대꾸를. 아조 그 쌔바닥을 뽑아다가 울집 똥개랑 딥키스를 시켜버릴라.”
말꼬리를 잡고 시비조로 제 위치를 각인시키려 들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누굴 이유 없이 때리거나 그런 적은 없었다.
“낄낄낄. 내 밑으로 다 조용히 햇! 눈 안 깔어 이것들아? 확 눈까리를 뽑아다가 깍두기랑 오독오독 씹어블랑께.”
“일짱아 여기 지금 너랑 나랑 둘뿐이야. 그리고 나는 눈도 안 마주치고 한마디도 안하고 숨만 쉬었어!”
“너가 그라고 말할 줄 알고 나가 이로코롬 미리 말해 븐 것이여! 봤냐? 이거시 예시안이다. 어뗘, 솔찬하제?”
“너 참 별 쓰잘데기 없는 미래를 보고 왔구나? 그리고 예시안이 아니라 예지안이야.”
하지만 이처럼 제 기분대로 반에서 패악질을 부려 대니 친구들의 원성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다.
그러던 어느날 우린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뜻을 모으게된다.
친구 한명 없는 놈이라 혁명은 어렵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친구끼리 다구리는 좀 그렇고.
“그래서 누가 나설 거냐?”
“난 싸움 못해서 안돼!”
10멸치 깡통로봇처럼 엉성하게 걷는 네놈은 빠져!
부탁할 생각도 없었으니까.
“나는 아장아장 걷다 돌때 크게 사고치고는 이 힘을 죽을때까지 봉인하기로 했지. 그래서 미안! 나도 안될 것 같아.”
비옷시옷 형제는 다 빠지라고!
너넨 다 도움 안되니까.
왜 묻지도 않을 걸 혼자 고민하고혼자 주접을 떨고 있어!
“친구끼리 사이 좋게 지내야지. 그렇게 해서야 되겠어?”
“앞자리인 네놈이 제일 많이 당하잖아.”
“그래서 응원한다고! 나는 못하지만.”
이렇게 되면 지원자를 받을 게 아니라 먹힐 만한 애한테 부탁이라도 해야겠다.
놈이 간사하게도 만만한 놈만 건드리는 편이라 피해 볼일은 없었겠다마는.
이건 다른 대다수의 친구들을 위해, 더 나아가 사회적 성공을 거둔 녀석이 학폭설에 좌절하지 않게 미연에 방지하는 개념에서 녀석을 위하는 거기도 하니까.
‘거기까지 내다 봤다고? 아조 찐친 나셨네.’
이게 바로 친구의 도리다.
“코만도야 너가 나서야 할 때다. 네가 나서서 우리반의 무너진 위계를 세우고 더 나아가 평화를 이룩해 다오!”
“으응? 내가?”
“너 밖에 없다. 벙어리 삼룡이는 말이 안통해서리.”
“미······미안해서 어쩌지. 나 걔좀 불편한데.”
“으응?”
“난 사람은커녕 개미 한 마리도 죽여 본적 없는 걸.”
걔를 죽이라는 말이 아니잖아.
아무튼.
얘는 너무 평화주의자라 애초에 이 일에 적임자가 아니다.
“그럼 누굴···.”
나서려는 사람은 없고 놈의 패악질은 심해져만가고.
벙어리 삼룡이는 학교도 잘 안 나오고 뒷자리서 주구장창 잠만 자는 녀석이라 놈의 독주를 막아 줄 사람이 없었다.
“···.나라도 나서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던 차, 한 사건이 벌어지고 마는데.
그 일은 무료함을 이기지 못한 일짱이가 괴롭힘의 최소한의 선은 넘지 않으려 새로운 타깃을 찾다가,
‘뽑고 보니 사자의 코털이었더라’는 격으로 필연적 인과에 의해 개 어이없게 일어 났다.
괴롭히기 딱 좋은 짱개집 아들래미란 타이틀 거기에 더해 혀짧은 발음.
다년간의 배달로 얻어진 철가방 근육 말곤 별 볼일 없었던 녀석이 요새말로 힘숨찐이었을 줄은 당시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어이, 혀 짧은 짱개. 오늘 상납할 반찬은 가꼬 왔겄제?”
“바탄니라니 그게 무승마리야.”
“요거 요거 이 발칙한 놈 보소? 반찬 꼬불치다 걸리면 어케 돼는지 알어 몰러?”
“나능 무승 마린지 도무지 모르겐능 걸. 무승 바탄? 우리 하악교능 급띡하능 데.”
하다 하다 녀석은 친구의 것까지 탐하기 시작했고 하필 또 그 상대는 운없게도 힘숨찐의 혀짧은 짱개였다.
불합리한 일짱이의 요구에 짱개는 극대노로 분개!
“아따 징해븐그! 꼭 설명을 해야지 안다냐? 긍게 나가 급식때 무글라고 거석을 가 오라는거지. 너네 짱개집에 만두 튀김정도는 있을 거 아녀! 와? 싫어?“
90년대식 클리셰로 도배된 힘을 숨겨야 하는 답답한 이유로부터 스스로를 해제하기에 이른다.
“네가 그렁게 따움을 딸해? 옥땅으로 따라와!”
옥상이 잠긴 관계로 빈 강당에서 싸우게 된 두 사람.
“와? 와? 머더게? 나랑 한판 붙어 블게?”
어쩐지 긴장한 얼굴로 제 2의 자아를 가진 왼팔을 한사코 꾸물쩍 거리며 그가 짱개의 멱살을 잡았다.
그러고는 먼저 칠줄 알았는데 아직 못다한 악역 대사가 남았는지 그러고도 한참을 뭐라 지껄여 댔다.
“우리 짱개 안 본사이 깡다구가 저짝 뒷산마냥 커브렀네 내한테 눈구녕을 다 부랄여 블고.”
이제 싸워!
“나가 얼탱이가 없서서 그런당께. 혹시 아침에 뭘 잘 못 머거븠냐?”
알았으니까. 싸워!
“허메 진짜로 느그 부모는 뭔 죄냐? 오늘부터 하나뿐인 아들래미 밤탱이로 배달가야 쓴디.”
너 혹시 종치길 기다리는건 아니지?
“나가 본디 선한 사람이라 인자해가꼬 기회를 주는 거시여! 어뗘? 지금이라도 무릅 꿇고 용서를 빌어 볼겨?”
이 SKK 맞네. 이놈 쫄았고만!
그러다 짱개의 선빵으로 시작된 싸움.
“그 아가리 깍 무러라!”
실제 이 둘의 싸움을 나 포함 몇몇이 직관으로 봤는데, 이건 싸움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거의 일방적인 구타.
그래봤자 유효타격은 턱주가리 한대랑 니킥 한대였다마는 일짱이는 반항조차 못하고 개털렸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짱개 녀석이 전국 격투기 대회에서 동메달도 목에 걸었다더라.
난 그날 싸움의 어나더 레벌을 직접 묵도했다.
“너 어딩응 가 거기 앙서?”
“허버 추접스럽게 싸우는 너 랑은 안 싸울랑께!”
“네가 아지 덜 마잤구나! 이리 오라니까.”
“긍께, 너랑은 안 싸운당께. 징하네 고만 쫓아와야.”
짱개는 이 싸움을 계기로 ‘짱개댁 이소룡’이라는 업그레이드된 별명을 얻음과 동시에 관심 없고 원치도 않았던 우리반 일짱이 되었다.
그리고 싸움 조또 모테 일짱이는 그날 이후 찌그러져 아주 평범한 고교생으로 졸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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