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운명을 비틀고 떼돈방석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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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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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2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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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 불길에 의해 바뀐 운명적인 물길(3)

DUMMY


화재로 인한 민심의 동요를 막고 심기일전, 경복궁 중건을 다시 도모하기 위해 무엇보다 왕실의 안정은 절대적이었다.


대왕대비는 흥선대원군과 손을 잡은 좌의정 김병학의 경복궁 중건 의지가 그토록 강한 줄 미처 몰랐다.


영의정 조두순을 나이가 많은 문신을 예우하기 위해 설치한 기구, 기로소(耆老所)로 모시도록 조처했다.


그리고 김병학을 일인지하 만인지상에 올리고 중전의 간택을 서둘렀다.


대왕대비의 총애를 받으며 왕비 후보 일 순위로 굳어졌던 은림은 아버지의 좌천 여파로 간택 명단에서 빠질 수밖에 없었고.


대원군의 부인 부대부인 민 씨의 추천을 받은, 후일 명성황후가 되는 자영은 3명이 뽑힌 최종후보에 들어 있었는데.


그들의 처소는 별궁으로 정해져 사가로 돌아갈 수 없었다.


삼간택을 통해 왕비에 뽑히지 못한 나머지 2명도 후궁이 되어 구중궁궐에서 평생을 보내야 했다.


만약 후궁을 거부하거나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길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삼간택에 오른 규수는 이미 왕에게 시집을 간 취급을 받았다.


그리하여 결혼한 여자들이 하는 쪽머리를 스스로 올리고 거처를 마련, 평생 혼자 살거나 머리를 깎고 절에 들어가 비구니가 되어야 했다.


‘전화위복······.’


권세출은 은림 낭자가 화재로 인해 중전 간택에서 제외된 현실이 꿈만 같았지만.


너무 좋아 날아갈 듯한 기쁨은 잠깐이었다.


화재의 책임을 진 서명수의 좌천 소식을 들은 권세출은 쳐다보기도 싫은 큰댁 쪽을 향해 미친 듯이 내달렸다.


큰어머니, 마님을 피하고 싶은 권세출의 발길은 큰집 모퉁이에서 우뚝 멈추었다.


좌천되어 천 리 밖의 강원도 정선으로 떠나는 서명수의 행차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따르는 수행원들도 관원과 짐꾼 서너 명이 고작이었다.


게다가 유배지에 다름 아닌 두메산골의 신임 사또로 전락한 서명수는 술독에 빠진 듯 비틀거리며 겨우 말에 오르고.


한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은림 낭자는 침착함을 잊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오히려 측은지심을 자아내게 했다.


“은림 낭자······.”


중얼거리는 권세출이 엿보는 모퉁이를 잠시 바라보던 은림 낭자가 아버지의 좌천 길을 따라 발길을 돌리는 때였다.


우르르릉~ 꽈광!


작별을 아쉬워하는 하늘마저 우는 듯 천둥소리와 함께 비까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은림 낭자! 은림 낭자! 그냥 가면 어쩝니까! 뭐라고 말 좀 해 주세요! 뭐라고 말 좀······.”


그렇게 외치고 싶은 권세출을 무심코 돌아다보던 은림은 쏟아지는 빗속으로 멀어져가고.


급기야 빗속에 털썩 주저앉는 권세출은 자신도 모르게 오렬했다.


“우리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잖아요! 우리 언제······으흐흐흐흑······.”


그때였다.


우산을 든 여인이 권세출에게 소리 없이 다가서고 있었다.


대원군의 부인 부대부인 민 씨 덕분에 외척으로 굳어지는 여흥의 딸,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민정아였다.


비에 젖는 권세출을 한동안 측은하게 내려다보던 민정아가 한 걸음 더 다가갔다.


하지만 권세출은 민정아가 안중에도 없는 듯 빗속에 주저앉아 일어날 줄 몰랐고.


“······!”


측은지심이 가시는 눈빛이 싸늘하게 변하던 민정아가 발길을 돌리다가 머뭇거리는데.


무예 사범 덕충이 했던 말이 귀에 쟁쟁했다.


ㅡ대감마님이 도모하시는 개화 시대가 열리면, 적서의 구별은 물론 남존여비까지도 분명 옛말이 될 것입니다.


ㅡ세출이 그놈 정말 볼수록 괜찮은 놈입니다.


생각을 지우며 은림이 떠나간 길을 바라보던 민정아가 빗속에 주저앉은 권세출에게 우산을 기울여 씌워주고 있었다.



***



희정당에 대소신료들이 운집해 있었다.


수렴청정하는 대왕대비의 신임을 받아 막후 정치의 서막을 올린 국태공.


한때 상갓집 개로 전락했던 대원군이 경복궁 중건의 굳은 의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듣자 하니 이번 화재로 경복궁 중건이 다 글렀다며, 내심 반기는 무리도 있는 모양인데······.”


아니라는 표정을 보이는 신료들을 둘러보던 대원군, 영상 김병학과 등을 진 강경파 김병석의 매제인 권무기에게 시선을 못 박고 말을 이었다.


“여는 누가 뭐래도, 어떠한 난관이 있어도 저 참담한 잿더미 위에 반드시 경복궁을 바로 세워놓을 것이오.”


“구, 국태공 저하!”


“말씀해 보시지요, 권 부제조!”


“왕실의 존엄과 번영을 위해 초지일관하시려는 저하의 깊은 뜻을 신들이 어찌 헤아리지 못하겠사옵니까?”


잠시 대원군의 표정을 살피다가 말을 이었다.


“하오나 경복궁 중건만큼은 이제 불가하옵니다, 저하!”


“어째서요?”


“국가재정은 이미 파탄 일보 직전이옵고······.”


“모르는 바 아니오.”


대원군이 단호히 말을 잘랐지만, 권무기의 말문은 닫히지 않았다.

“궁궐 재목 또한 천 리 밖의 함경도나 강원도의 두메산골에 보존된 정도이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 아니옵니까!”


“그 또한 모르는 바 아니오.”


“하온데 어찌······.”


“새로운 공역으로 백성들의 고통이 얼마나 심해질 것 또한 여는 잘 알고 있소이다.”


반격할 말머리를 찾느라 우물쭈물하는 권무기를 대원군이 다그쳤다.


“유사 이래 왕조의 상징인 법궁이 없는 왕조가 있었소이까?”


“저하······.”


권무기가 말을 잇지 못했다.


“자그마치 270여 년 전, 임진년 왜란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 왕성을 언제까지 그대로 방치할 셈이요?”


“······.”


권무기는 물론, 신료들 대부분이 유구무언이었다.


기선을 제압한 대원군의 높아지는 목소리에 단호함이 넘쳤다.


“아직도 당리당략에 따라 후일 운운하면, 그 누구라도 막지 않을 것이오. 당장 조정을 떠난대도······.”


말문이 막힌 권무기를 원망스럽게 보던 김병석의 측근들이 끼어들기 시작했다.


“국태공 저하의 심지가 그토록 굳으시니 소신들 또한 각오를 달리함이 마땅하오나······.”

잠시 뜸을 들이는 사이 다른 측근이 말을 이었다.


“파탄 일보 직전인 국가재정은 물론, 궁궐 재목을 어찌 조달하시겠다는 말씀이옵니까?”


“그러하옵니다. 저하의 비책을 듣고 싶사옵니다.”


재빨리 개입하는 권무기의 말을 들은 대원군의 표정이 굳어지고 있었다.


“······.”


말문이 막힌 듯한 대원군을 흘깃 보는 권무기의 올라가는 입꼬리에 비웃음이 매달리는데.


경복궁 중건의 묘수를 찾는 듯 잠시 신료들을 둘러보던 대원군이 비장하게 말문을 열었다.


“인사가 만사! 대책에 앞서 공석이 된 영건도감의 제조부터 발탁하겠소.”


권무기를 비롯한 신료들 대부분이 중책을 맡기 싫다는 듯 외면하는 순간이었다.


“권무기 부제조께서 중책을 맡아 그 소임을 완수해 주기 바라오.”


당황하는 권무기 펄쩍 뛰었다.


“저, 저하! 아니 되옵니다! 소신의 역부족을 재고해 주시옵소서!”


“이미 정해진 어명이오!”


“저하!”


“어명을 거역할 분들은 이 자리를 떠나도 만류하지 않을 것이오.”


웅성거리던 신료들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신임 제조의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해 재정문제부터 해결책을 밝히겠소.”


어명으로 직이 굳어진 권무기까지 할 수 없다는 듯 대원군을 주시했다.


“여는 누가 뭐래도 권 제조를 믿소. 하여 신임 제조의 역사적인 소임 완수를 위해 모자라는 재정확보를 위해 원납전 제도를 강화할 것이오.”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더불어 기부문화 정착에 기여하는 인사에게는 누구를 막론하고 합당한 벼슬을 내릴 것이오.”


대책을 따졌던 김병석의 측근들을 향해 못을 박는 듯한 특단의 조치가 추가되었다.


“또한, 경복궁 중건의 명운이 달린 궁궐재목감을 조달하여 공을 세우는 자에게도 벼슬과 후한 포상을 내릴 것이오.”


지금까지 침묵했던 영상 김병학에게 마지막 조처가 내려졌다.


“영상은 궁궐재목감 운송의 첨병인 떼꾼들의 안전을 위해 군사적인 조치도 강구해 주기 바라오!”


“명 받자옵니다, 국태공 저하!”



***



깊은 밤이었다.


측근들이 모두 모인 김병석의 저택, 사랑채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삼척동자도 물 건너갔다고 믿는 일에 뒤통수를 맞아도 유분수지!”


“그렇소이다. 우리 가문의 사위한테 제조직을 맡기며 재기를 도모할 줄 누가 알았겠소이까!”


“삼수갑산을 가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막아야 하오!”


“삼수갑산이 아니라 강원도 정선이 화근이외다!”


“지금 무슨 농이요!”


“저하께서 서명수를 정선 골짜기 신임 사또로 좌천시킨 저의를 아직도 간파하지 못했다는 말씀이오?”


“강원도 정선이야말로 예로부터 유배지가 아니었소?”


“지금은 유배지가 아니라 막대한 궁궐재목감이 보존된, 그야말로 경복궁 중건의 명운이 달린 곳이란 말이외다!”


“그만 고정들 하시지요.”


몸을 낮추고 끼어드는 민성집이 김병석을 보고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특단의 조치 이전에······영상대감의 용의주도한 물밑작업이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옵니다.”


김병석이 서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주먹을 파르르 떨며 어금니를 깨무는 김병석에게 민성집이 말을 이었다.


“문제는 떼꾼들이라 사료되옵니다만······.”


“떼꾼?!”


“예, 대감!”


“천한 떼꾼 놈들이 무슨 문제란 밀이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지 않사옵니까?”


“앞으론 내 앞에서 말 돌리지 말고, 직언해도 좋소.”


“감읍하옵니다, 대감!”


“혹시 궁궐재목감을 운송할 떼꾼 놈들부터 처리하자는 게요?”


“역시 대감이시옵니다. 천 리 밖에 있는 궁궐재목감을 한양으로 끌어올릴 놈들이 없다면.”


“금방 나온 비책은 아닐 터?”


“소인 서명수가 한양을 떠날 때부터 덕충이로 하여금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오고 있었사옵니다.”


“기탄없이 말해 보시오.”


“떼돈을 바라고 사방에서 구름처럼 몰려올 떼꾼들을 덕충이 혼자 씨를 말기에는 역부족!”


김병석의 고개가 크게 끄덕여지는데.


“하여 떼꾼 보호와 제조 대감 호위를 명분으로 장도삼 교관과 훈련단을 먼저 내려보낸 다음, 신임 권 제조께서 현지로······.”


권무기와 마주치는 민성집의 눈빛이 의미심장해지는 순간이었다.


뭔가 마음에 걸리는 김병석이 민성집에게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민 대감께서 경복궁 중건을 선뜻 막고 나설 줄은 몰랐소이다.”


“훈련단을 소인에게 관장토록 맡겨주신 대감의 뜻을 따르고자 하는 소인의 충정이 아직도 미덥지 않으신지요?”


“중전을 배출한 우리 안동의 시대는 저물고, 새 중전을 배출한 여흥의 시대가 열리는 마당이 아니오?”


“대감! 참으로 가당치 않은 하문은 거두어 주시기 바라옵니다.”


“누가 뭐래도 새 중전은 흥선대원군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외다.”


“하오나, 소인의 오늘이 있음은 오로지 대감의 은덕 때문이옵니다.”


대답이 너무 술술 나오는 민정집을 의심쩍은 눈으로 보던 김병석이 턱수염을 쓸다가 못을 막았다.


“우리 사전에 배은망덕은 없기를 바라오!”


“대감의 뜻을 따르는 일이라면, 소인 목숨도 아끼지 않을 것이옵니다.”


무릎을 꿇는 민성집이 이마가 방바닥에 닿게 머리를 조아렸다.


덕분에 야망으로 이글거리는 민성집의 눈빛은 김병석과 권무기는 물론, 그 누구의 눈에 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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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79화. 드러나는 비밀(1) 24.07.18 8 0 12쪽
78 78화. 증거인멸(3) 24.07.16 13 0 12쪽
77 77화. 증거인멸(2) 24.07.15 14 0 11쪽
76 76화. 증거인멸(1) 24.07.12 14 0 11쪽
75 75화. 생사의 갈림길(8) 24.07.10 23 0 11쪽
74 74화. 생사의 갈림길(7) 24.07.08 20 0 12쪽
73 73화. 생사의 갈림길(6) 24.07.05 21 0 11쪽
72 72화. 생사의 갈림길(5) 24.07.04 19 0 12쪽
71 71화. 생사의 갈림길(4) 24.07.02 24 0 11쪽
70 70화. 생사의 갈림길(3) 24.07.01 17 0 11쪽
69 69화. 생사의 갈림길(2) 24.06.30 17 0 11쪽
68 68화. 생사의 갈림길(1) 24.06.29 16 0 11쪽
67 67화. 간악한 음모(9) 24.06.28 19 0 11쪽
66 66화. 간악한 음모(8) 24.06.27 17 0 11쪽
65 65화. 간악한 음모(7) 24.06.26 16 0 11쪽
64 64화. 간악한 음모(6) 24.06.25 13 0 11쪽
63 63화. 간악한 음모(5) 24.06.24 23 0 11쪽
62 62화. 간악한 음모(4) 24.06.23 20 0 11쪽
61 61화. 간악한 음모(3) 24.06.22 23 0 11쪽
60 60화. 간악한 음모(2) 24.06.21 19 0 11쪽
59 59화. 간악한 음모(1) 24.06.20 29 0 11쪽
58 58화. 난공불락의 황새여울(3) 24.06.19 22 0 12쪽
57 57화. 난공불락의 황새여울(2) 24.06.18 28 0 11쪽
56 56화. 난공불락의 황새여울(1) 24.06.17 31 0 11쪽
55 55화. 떼돈방석과 벼슬(3) 24.06.16 32 0 11쪽
54 54화. 떼돈방석과 벼슬(2) 24.06.15 25 0 11쪽
53 53화. 떼돈방석과 벼슬(1) 24.06.14 39 0 12쪽
52 52화. 벽조목 쌍수목걸이의 비밀 24.06.13 24 0 11쪽
51 51화. 인연과 악연(4) 24.06.12 2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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