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운명을 비틀고 떼돈방석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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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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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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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8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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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6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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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화. 떼돈방석과 벼슬(3)

DUMMY


“이런, 촌놈 새끼······”


기선을 제압하려는 뚱보가 방태산의 따귀를 때렸고, 방태산이 맞받아 뚱보의 따귀를 후려쳤다.


“으악!”


목이 돌아가며 땅바닥에 나가떨어지는 뚱보가 동료들을 향해 악을 썼다.


“저 새끼 죽여!”


방태산의 힘에 놀라던 사내들이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어차피 기대했던 동업이 깨진 마당이었다.


“겁대가리 없는 촌놈 새끼! 너 오늘 임자 만났다······.”


본때를 보이려는 사내들이 욕설과 함께 방태산을 향해 몽둥이와 도끼를 사정없이 휘두르기 시작했다.


태천은 재빨리 풀숲에 숨어 소리 없는 동작으로 형님을 응원했고.


혈안이 된 사내들을 혼자 상대하는 방태산.

뗏목훈련으로 단련된 힘과 택견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억!”


“크악!”


역부족으로 나가떨어지는 사내들을 보던 뚱보가 비겁하게 돌을 들어 방태산의 뒤통수를 가격하려는 위기의 순간이었다.


“성님! 피해요!”


풀숲에서 튀어나오는 동생의 외침에 비호처럼 몸을 틀어 피하는 방태산. 곰 같은 뚱보를 잡아 번쩍 들더니, 강물에 집어 던지는 괴력을 보였다.


나무토막처럼 허공을 날던 뚱보가 강물에 풍덩 처박히는 때였다.


할아버지, 방수근이 고함치는 소리에 귀청이 떨어질 듯했다.


“태산아, 이놈!”


패싸움을 벌이던 사내들과 방태산이 동시에 돌아보았다.


고함을 쳤던 방수근이 작은손자를 데리고 다가왔다.


“살려줘! 어푸······어푸······나 좀 살려줘······.”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뚱보가 구원을 청했다.


방태산이 물에 빠진 뚱보와 할아버지를 번갈아 돌아보는데, 허우적거리는 뚱보를 보던 사내가 비아냥거렸다.


“진짜 웃기는 새끼네······뗏목 질로 팔자 고치겠다고 큰소리 뻥뻥 치던 놈이 개헤엄도 못 쳐?”


허우적거리던 뚱보가 가라앉으려는 순간, 방수근이 다시 소리쳤다.


“태산아!”


땅을 박차며 몸을 날려 강물로 뛰어드는 방태산.


뗏목훈련으로 잔뼈가 굵은 수영 실력으로 뚱보를 구하는데.


“우와······.”


지켜보던 매부리코와 사내들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렸다.



***



강물은 언제 패싸움이 있었느냐는 듯 무심히 흐르고.


패싸움에서 당한 얼굴의 피멍을 씻은 사내들은 괜히 강가에 앉아 강둑을 흘끔거렸다.


살아난 것이 꿈만 같은 뚱보는 눈만 끔벅거리고 앉았다가, 미안한 얼굴로 강둑에서 대립하는 방태산과 할아버지를 쳐다보았다.


태천은 형과 할아버지 눈치만 보고.


무릎을 꿇은 방태산은 버티고 서 있는 할아버지에게 항변했다.


“대뜸 먼저 욕지거리에다 따귀까지 치는데, 누가 그냥 맞고만 있어요!”


“그렇다고 형이란 작자가 어린 동생 보는 앞에서 살인이 날지도 모르는 패쌈질인겨!”


“······.”


“게다가 개헤엄도 못 치는 사람을 어찌 저 깊은 물에다 처박아? 만약 잘 못 됐으면 어쩌려고!”


꿇어앉은 방태산이 고개를 떨구었다.


“잘하는 짓이다! 쯧쯧쯧······.”


혀를 차던 할아버지가 걱정했다.


“다친 데는 없고?”


“괜찮아요, 할아버지!”


방태산이 고개를 들어 할아버지를 쳐다보았다.


무릎을 꿇은 손자에게 그만 일어나라고 할 줄 알았던 할아버지의 추궁이 떨어졌다.


“내 두 번 다시 뗏목에 떼 자도 입에 담지 말랬거늘!”


“덕만이 말마따나 어디 그냥 뗏목이냐구요, 할아버지!”


“뭣이여?”


“산돼지도 마다하는 풀뿌리나 캐 먹으며 언제까지 심마니 초막에서 사실 작정이냐구요!”


“닥쳐라!”


벼락 치는 듯한 꾸중에 강가에 있던 사내들이 모두 일어나며 할아버지를 올려다보는데.


방수근이 사내들에게 말머리를 돌렸다.


“어쨌거나 목숨 내걸고 벌어먹겠다며 외지에서 찾아온 손님들인데, 인사가 말이 아니게 됐소. 참으로 미안하구려.”


굳은 표정이 풀어지는 사내들이 슬금슬금 올라와 할아버지 같은 방수근 앞에 모여 섰다.


“다들 내 손자 같아서 하는 말이니 고깝게 여기지 말게 들.”


사내들이 잠자코 어른 말씀을 듣고 있었다.


“예로부터 불 난 자리에는 재라도 남지만, 물 잘못 만나면 그야말로 뼈도 못 추리는 법!”


뚱보가 꿇어앉은 방태산을 부축해 일으켰고, 방수근은 타이르는 말을 이어나갔다.


“아무리 벼슬과 떼돈이 좋아도 어찌 목숨과 바꿀 수가 있겠는가?”


고개를 끄덕이는 뚱보와 사내들을 흘깃 보는 매부리코의 눈빛이 불만으로 가늘어지고 있었지만.


혈안이 되는 매부리코를 무시하는 방수근의 타이름은 계속되었다.


“육중하기 짝이 없는 궁궐재목감 뗏목으로 한양 칠백 리 물길을 잡는 일은 결코 욕심만으로 그 소임을 다 할 수도 없거니와······.”


친할아버지 같은 방수근의 타이름에 뚱보와 사내들이 귀를 기울였다.


“옛 어른 말씀에도 산에 오르면 마음이 넓어지고, 강을 바라보면 생각이 깊어진다 했지만······.”


뚱보는 오는 길에 보았던, 기암괴석과 고목이 조화를 이룬 태산준령이 생각났고.


사내들은 산골짜기의 절경을 휘감고, 비집으며 굽이굽이 흐르는 강줄기가 스쳐 갔다.


“그 강을 이루는 물은 길을 떠날 때 서둘거나 다투지 않는 법······.”


매부리코도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가 앞을 막는 바위를 휘감는 모습이 그려졌다.


“바위가 앞을 막으면 부드럽게 휘감고, 절벽을 만나면 주저 없이 떨어지고, 웅덩이가 있으면 다 채우고······.”


방태산은 은빛 물안개를 흩날리며 떨어지는 구룡폭포가 장관을 이루는 모습이 떠올랐다.


“태산이 앞을 막아도 물은 포기하지 않고 제 길로 흐르지만······.”


뚱보와 사내들은 산허리를 휘감고 돌아 나오며, 굽이치는 강줄기와 강변의 모래밭을 적시는 잔잔한 물결에 시선이 끌리고 있었다.


“강변의 흐름은 느려도 중심과 물밑은 쏜살같이 빨라 멋모르고 뛰어들었다가는 뼈도 못 추리기 십상······”


방수근의 말에 감동하여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뚱보와 사내들.


그들을 비웃는 눈길로 노려보던 매부리코가 반기를 들었다.


“빌어먹을! 구더기 무서워 어디 장 담궈 먹겠나! 영감님 잘난 손자나 잘 가르치시오!”


“자네 어르신한테 무슨 말버릇인가?”


뚱보가 면박을 주었다.


“그려, 어른 말씀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잖어?”


다른 사내가 거들고 나섰다.


“그래서? 다들 빈손 들고 고향으로 돌아가려는겨, 시방!”


말문이 막히는 뚱보와 사내를 보던 매부리코가 목에 핏대를 세웠다.


“손자나 할아버지나 한통속인겨! 난 안 속아!”


매부리코의 부르짖음에 놀란 뚱보가 눈이 커지며 물었다.


“한통속이라니, 뭔 말이여?”


“손주 할아버지가 경복궁 뗏목 독식하려는겨! 감언이설로 우리 따돌리고 팔자 고치려는 개수작이란 말이야!”


입에 거품을 무는 매부리코의 막돼먹은 주둥이를 으깨버릴 듯이 눈에 쌍심지를 켜는 방태산이 주먹을 거머쥐는데.


“태산아, 진정하거라!”


장손의 주먹다짐을 막으려는 방수근이 떼돈의 유혹에 빠져 눈에 뵈는 게 없이 지껄이는 매부리코 앞으로 나섰다.


“이보게, 나와 우리 손주가 경복궁 뗏목을 독식하다니. 어디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오핸가?”


“오해는 무슨 오해!”


“명색이 떼꾼으로 늙은 내가 소문에 들리는 그깟 떼돈방석과 벼슬이 탐나 친손자 같은 자네들 밥그릇 빼앗아 독식할 사람으로 보이는가?”


“아니면, 상관 말고 볼일 보시든가!”


“네 이놈!”


조곤조곤 타이르던 할아버지에서 호랑이 같은 어른으로 돌변하는 방수근이 호통을 쳤지만.


버릊대기 없이 계속 말이 짧은 매부리코도 맞받아쳤다.


“함부로 이놈 저놈 하지 마쇼!”


“닥치거라! 목숨 함부로 내걸지 말라고 그만큼 일렀거늘······.”


“어차피 집 나올 적에 사잣밥 싸 들고 왔으니, 상관 마쇼! 아니면 우리 모두 평생 먹여 살리던가!”


‘저 새끼가······’


다시 팔을 걷어붙이던 방태산이 치미는 속을 억지로 다스리며 돌아서더니,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할아버지, 쇠귀에 경 읽기니까 그만두세요!”


“생때같은 목숨이 황새여울에 빠져 뼈도 못 추릴 것이 불 보듯 뻔한 마당에 어찌······.”


“그럼 할아버지가 대신 황새여울 뚫어 주실 거냐구요! 경복궁 뗏목으로 떼돈방석에 앉든지, 벼슬을 하든지 내버려 두세요!”


장손의 다그침에 할 말을 잃은 듯 한숨을 몰아쉬는 할아버지를 보던 방태산이 동생에게 말했다.


“태천아, 어서 할아버지 모시고 집으로 가자.”


“알았어요, 성님!”


작은 손자는 할아버지의 손을 잡아끌었고, 장손은 할아버지와 팔짱을 꼈다.


두 손자에게 이끌려 가던 할아버지가 안타까운 눈길로 뚱보와 사내들을 돌아다 보았지만.


어느새 사내들의 눈길은 매부리코에게 쏠리고 있었다.



***



김병석의 저택 사랑채 앞.


의구심을 피하려는 듯 평소 경계망을 구축한 사병들은 보이지 않고.


무슨 생각으로 경계심이 풀린 호위무사, 권세출은 장도삼이 했던 말이 귀에 쟁쟁했다.


―우리가 도모하는 개화 시대는 반드시 온다. 하지만 당장 달려가 만날 수도 있는 은림 낭자는 잊어라.


―특별히 너를 거두신 민 대감님의 마음에 쏙 들면, 서자로 태어난 너의 운명 같은 건 한순간에 달라질 수도 있다.


심호흡하는 권세출은 홍두깨여울에서 민정아를 구하면서 방태산을 추락시킬 때가 생각났다.


허리를 묶은 칡 줄기만 믿고 쳐다보는 방태산이 씩 웃으며 어서 올라가라고 손짓했다.


‘영웅은 결코 둘이 될 수 없는 법······.’


기회는 지금뿐이었다.


생명줄과 같은 칡을 끊으면 무지한 저 촌놈은 뼈도 못 추린다는 홍두깨여울에 처박혀 영원히 비밀에 묻히고 말 것이다.


생명의 은인, 방태산을 홍두깨여울에 추락시킨 기억을 지우려는 듯 세차게 도리질을 하던 권세출이 사랑채를 바라보았다.


김병석과 독대한 장도삼이 보고하고 있었다.


“떼꾼 놈들 씨를 말리는 심려는 놓으셔도 좋을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대감마님!”


“군사들은 얼마나 되더냐?”


“포졸들 몇 놈이 떼꾼들을 보호한답시고 어슬렁거리는 정도입니다.”


“혹시 연막술로 눈가림을 하는 날이면······.”


“그래봤자 오합지졸이옵니다. 덕충이 혼자서 처리해도 식은 죽 먹기인 판에 박보까지 자청해 남았습니다.”


“박보란 놈은 민성집의 여식에게 반해 장차 남산의 기둥감이 될 것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던 놈이 아니더냐?”


“세출이가 이번에 정아의 목숨을 구한 생명의 은인이 되는 바람에 덕충이 심복이 되기로 작심한 듯하옵니다.”


“두 놈 다 입이 가벼운 것들임을 간과하지 마라.”


“여부가 있겠습니까, 대감마님!”


“덕충이란 놈이야말로 뼛속까지 민성집이 사람······.”


“대감마님께 걸림돌이 되는 그 누구도 소인의 칼을 피하지 못할 것이오니 심려 놓으십시오.”


장도삼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던 김병석이 말했다.


“우리 매부야말로 영상대감께 제대로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생각이 많아지는 김병석의 눈길이 돌아갔다.


영건도감의 집무실.


권무기와 민성집을 맞이한 도제조, 김병학이 보고를 듣는 중이었다.


“신임 서명수 사또가 심기일전, 조정복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니 심려 놓으십시오, 도제조 영감!”


제조 권무기의 말에 쌍수를 들고 반색할 줄 알았던 김병학의 표정은 오히려 굳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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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79화. 드러나는 비밀(1) 24.07.18 8 0 12쪽
78 78화. 증거인멸(3) 24.07.16 13 0 12쪽
77 77화. 증거인멸(2) 24.07.15 14 0 11쪽
76 76화. 증거인멸(1) 24.07.12 14 0 11쪽
75 75화. 생사의 갈림길(8) 24.07.10 23 0 11쪽
74 74화. 생사의 갈림길(7) 24.07.08 20 0 12쪽
73 73화. 생사의 갈림길(6) 24.07.05 21 0 11쪽
72 72화. 생사의 갈림길(5) 24.07.04 19 0 12쪽
71 71화. 생사의 갈림길(4) 24.07.02 24 0 11쪽
70 70화. 생사의 갈림길(3) 24.07.01 17 0 11쪽
69 69화. 생사의 갈림길(2) 24.06.30 17 0 11쪽
68 68화. 생사의 갈림길(1) 24.06.29 16 0 11쪽
67 67화. 간악한 음모(9) 24.06.28 19 0 11쪽
66 66화. 간악한 음모(8) 24.06.27 17 0 11쪽
65 65화. 간악한 음모(7) 24.06.26 16 0 11쪽
64 64화. 간악한 음모(6) 24.06.25 13 0 11쪽
63 63화. 간악한 음모(5) 24.06.24 23 0 11쪽
62 62화. 간악한 음모(4) 24.06.23 20 0 11쪽
61 61화. 간악한 음모(3) 24.06.22 23 0 11쪽
60 60화. 간악한 음모(2) 24.06.21 19 0 11쪽
59 59화. 간악한 음모(1) 24.06.20 30 0 11쪽
58 58화. 난공불락의 황새여울(3) 24.06.19 22 0 12쪽
57 57화. 난공불락의 황새여울(2) 24.06.18 28 0 11쪽
56 56화. 난공불락의 황새여울(1) 24.06.17 31 0 11쪽
» 55화. 떼돈방석과 벼슬(3) 24.06.16 33 0 11쪽
54 54화. 떼돈방석과 벼슬(2) 24.06.15 25 0 11쪽
53 53화. 떼돈방석과 벼슬(1) 24.06.14 39 0 12쪽
52 52화. 벽조목 쌍수목걸이의 비밀 24.06.13 24 0 11쪽
51 51화. 인연과 악연(4) 24.06.12 2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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