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사 권능으로 신의 사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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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식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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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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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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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DUMMY

프롤로그.



[아, 이 개똥겜 아직도 서비스하네.]


공지사항에 올라온 첫 댓글부터 당연하다는 듯이 욕이 박혀 있다.


[진짜 돈에 미친 새끼들. 얼마나 더 퍼먹으려고 DLC를 이 따위로 팜?]


스크롤을 쭉쭉 내려봐도 보이는 건 게임사를 욕하는 목소리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개발진 중 한 명으로서 욱해야 하는 마음이 들어야 정상이거늘 이제는 별다른 감흥도 들지 않는다.


[이쯤 되면 사주는 유저도 문제 아니냐?]

[이게 게임임? 내 살다살다 DLC를 10개로 나눠내고 거기에 가챠를 따로 해야하는 병신 게임은 처음보네]

[이딴 게임을 좋아했다는 게 진짜 내 인생의 흑역사다]

[진짜 어쩌다가 이렇게 민심이 떡락했냐? 게임은 진짜 운영이 중요한 듯]


구구절절 다 뼈를 때리는 말의 향연이었지만 계속 보면 이것도 이제 지겹다.

댓글에 적힌 말대로 이 정도로 욕을 먹고 있는데도 게임이 굴러가고 있다는 게 한편으로는 신기했다.


아니, 굴러가는 정도가 아니라 아직도 돈을 쏠쏠히 잘 뽑고 있다.

아무리 인터넷에서 접으라고 난리쳐도 게임사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개발팀인 내 입장에서는 인생을 갈아넣었던 역작이 이렇게 똥게임 취급받는 게 슬펐다.

굳이 봐도 되지 않는 댓글들을 하나하나 다 확인하는 것도 누군가는 내 노고를 알아주지 않을까 해서일지도 모른다.


[솔직히 이쯤되면 차기작이 나와야지 대체 언제까지 우려먹기만 할 거임?]

[레알 크크, 사골 맛집도 이 정도까지는 안 우려먹음]

[돈 받고 팔아먹은 패키지 게임에 가챠를 추가로 팔아먹는 건 불법 아니냐?]

[이게 무슨 수집게임도 아닌데 무슨 시뮬레이션 게임에 가챠를 처넣고 있냐. 이게 게임임? 카지노지]


그래, 그래. 나도 안다.

하지만 어쩌겠나. 회사에 묶인 사축인 이상 까란 대로 깔 수밖에.


“하···그냥 때려치우고 다른 회사로 튈까······.”


[니네 월급도 가챠로 뽑으라고 하면 어떨까?]

[망겜만 보면 짖는 개: 멍멍멍!] 이라는 댓글을 끝으로 잠시 스크롤을 멈췄다.


“진짜 우리나라 게임계에 한 획을 그은 수작으로 남을 수 있었는데······.”


대한민국을 온라인 게임 강국의 반열로 올려놓는데 한 축을 담당한 회사 NET GATE.

창사한 이래 승승장구만을 달려온 이 회사가 낸 다음 작품은 놀랍게도 패키지 게임이었다.

그 동안 번 어마어마한 수익과 투자금을 동원해 만든 AAA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


지금까지의 역사 시뮬레이션과는 다른 엄청난 그래픽.

여기에 시뮬레이션 게임의 강점인 높은 자유도와, 이 자유도에서 파생되는 온갖 상호작용까지.


게임의 기본적인 진행방식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가문이나 인물이 되어 살아가는 것이다.

흔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현실에서 상상이 가능한 거의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어서 온갖 창의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게 이 게임의 묘미였다.


처음 나왔을 때의 반응은 그야말로 우리NET이 달라졌어요, 갓NET 하는 찬양일색뿐.

해외에서도 어마어마한 호평을 받아 온라인 게임임에도 메이저 웹진 2개에서 GOTY(올해의 게임)를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확장팩에서는 더욱 더 업그레이드 된 시스템을 들고 와 유저들을 열광시켰다.


“그때는 한국에서도 이런 게임이 나왔다는 게 자랑스럽다는 의견이 주류였는데.”


개발자 노트가 올라올 때마다 칭찬일색이었던 수백개의 선플들.

역사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들조차 이 게임 덕분에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파급력은 엄청났다.

종합게임 BJ들이나 스트리머들 중 한번쯤 이 게임을 찍먹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고, 대부분은 찍먹을 넘어서 푹먹으로 바뀌었다.

평가가 정점이었던 두번째 확장팩 때는 발매당일 서버가 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터졌을 정도다.

분명히 이랬던 찬란한 과거가 있는데 대체 어째서일까.


“태환아, 너 또 커뮤니티에 달린 욕설들 보고 있냐?”


다시 모니터 화면을 들여다보려던 참이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그쪽을 돌아보니 같은 시기에 들어왔던 동기가 쓴웃음을 지으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차피 지금 할 일은 다 끝냈거든.”

“변태도 아니고 왜 욕밖에 없을 글을 굳이 보고 그래?”

“어차피 우리한테 하는 건 아니잖아. 개발팀은 오히려 동정의 목소리를 더 많이 받고 있어.”

“에휴. 이래서 게임을 숫자놀음으로만 보는 사람들이 위에 있으면 안 된다니까. 나도 청춘을 다 갈아넣어서 만든 우리 자식이 망겜 소리나 듣고 있는 거 보면 기분이 썩 좋진 않더라.”


이 정도의 거대한 게임을 만들려면 당연히 누구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내가 여기에 기여한 부분은 따지고 보면 일부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게임사에 남을 대작을 만들어냈다는데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일해왔다.


그 게임이 지금은 조롱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내 동기 최서범이 모니터 화면을 들여다보더니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2절도 아니고 3절도 아니고 뇌절을 넘어서 화성까지 가버리니까 이렇게 된 거지. 돈이 되면 극한까지 쥐어짜려고 하는 게 우리나라 게임사들 특징이잖냐.”

“그래···과금 모델을 조금 적당히 조절하는 정도만 됐어도 괜찮았을 텐데.”


이 게임이 그렇게 욕먹어도 아직도 사람들이 많이 붙잡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재미있으니까.

하지만 역으로 그렇기 때문에 게임사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어처구니 없는 과금정책을 밀어붙였다.


원래 이 게임은 온라인 서버를 열어놓고 있기는 해도 본질은 패키지 게임이다.

굳이 가챠질을 하지 않아도 게임을 플레이 하는데 지장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지만, 게임사가 결국 그 방향을 스스로 버렸다.


그때부터였다. 미친 듯한 랜덤박스의 악몽이 시작된 시기가.

신규 컨텐츠를 뽑는 것도 랜덤박스, 인물 해금도 랜덤박스, 이벤트 발생도 랜덤박스, 능력치 조절 아이템도 랜덤박스, 그냥 게임에 존재하는 모든 게 다 랜덤박스다.


댓글 말마따나 결정을 내리는 놈들 월급도 랜덤박스로 뽑아보라고 한 번 말해주고 싶다.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아, 그거 아냐? 다음에는 뭔 가챠로 특수능력을 첨부해서 팔아먹으라는데”

“진짜 지랄을 하네. 설마 역사 시뮬레이션에 초능력을 넣겠다는 정신나간 생각은 아니겠지?”

“놀랍게도 진짜로 그 지랄을 하려나 보다. 보니까 무슨 독심술에 무조건 상대방의 호감을 사는 능력도 있다는데.”

“진짜 저런 개초딩스러운 능력을 넣으라고? 아···진짜 머리 아프다.”


미치겠네. 저딴 능력을 지닌 인간이 돌아다니면 그게 판타지 소설이지 역사물이냐.


아무리 감이 없고 돈에 환장했어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할 거 아닌가.


믿기지 않은 마음에 실제로 확인해 보니 놀랍게도 내 동기의 말은 전부 사실이었다.


-특수능력 뽑기 10회권 : 15000원


인터넷 카지노라 불리는 우리 회사의 가챠답게 대부분의 능력은 쓰잘데기 없는 능력들이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내 뒷목을 잡게 만드는 능력이 하나 있었으니.


“즉사기? 이번 가챠 픽업 능력이 저거라고?”


제발 누가 농담이라고 좀 해줘.


“놀랍게도 사실이란다. 어휴, 나도 진짜 머리가 어질어질하다니까. 그냥 이 회사는 돈에 미친 놈들이야.”


이후로도 작은 소리로 신나게 회사 뒷담을 늘어놓던 서범은 시계를 확인하고 웃옷을 걸쳤다.


“벌써 9시네. 일도 다 끝냈으니 나는 가봐야겠다. 넌 안 가냐? 진즉에 일 다 끝낸 거 같은데.”

“내일 작업할 거 미리 좀 해두려고.”


어차피 집에 가봐야 기다려줄 가족도 없는데 일찍 들어갈 마음도 들지 않는다.

오히려 예전에 죽어라고 야근만 했던 경험 때문인지 일찍 퇴근하면 뭔가 어색한 경지까지 가버렸다.

어떨 땐 회사에 올인하지 않고 가족을 만든 동기의 현명함이 부럽기도 했다.


“그래. 그럼 난 들어가볼 테니까 너도 적당히 해. 지금까지 경험해서 알겠지만 어차피 이건 우리 손을 떠났어.”

“나도 알아.”

“그래? 그럼 다행이고.”


이미 내 필생의 역작은 인공호흡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다.

이 더러운 꼴을 못참고 다른 회사로 이직한 동기들도 많았다.


물론, 나도 그런 생각을 수없이 많이 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황금기에 내 모든 걸 갈아넣어 여기에 쏟아부었다.


내가 다른 곳으로 옮기면 왠지 내 젊은 날의 모든 걸 부정하는 것 같아서.

그런 하찮은 상념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중간에 멈춰버렸다.

결국 게임은 회사의 소유일 뿐 나와는 관련이 없는 대상인데 내가 너무 감상적이었던 걸까.


“···씨발. 그러니까 박수칠 때 떠났어야지.”


개발비의 몇 배나 되는 이익을 일년 만에 회수했으면서 추함을 넘어 역겨워질 때까지 우려먹는 건 무슨 심보란 말인가.

혀를 한 번 차고는 다시 모니터에 시선을 집중했다.

즉사기는 무슨 얼어 뒤질 즉사기야. 이딴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존재하면 그건 더 이상 역사 시뮬레이션이라고 부를 수가 없다.


“어차피 바뀔 일은 없겠지만, 건드려보기라도 해야지.”


나는 테스트를 위해 만들어놓은 캐릭터의 능력을 화면 위에 띄워놓았다.


오스만 제국에서 최고의 명군으로 추앙받은 쉴레이만 1세의 손자.


쉴레이만 1세는 유럽의 가톨릭 국가들의 공포와 경외를 한몸에 받은 군주로 이슬람 역사상 최고로 손꼽히는 명군 중 하나였다.


다만 왕이 되려면 형제 살해 정도는 기본적으로 해줘야 하는 오스만 제국의 전통답게 자식 농사는 그리 좋지 못했다.


아내 휘렘 술탄을 지나치게 총애해 후계자로 유력했던 장남 셰흐자데 무스타파를 자신의 손으로 처형해버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무스타파의 어린 아들들까지 죄다 처형당했고.

이 스노우볼이 좋지 않게 굴러간 끝에 무능력한 셀림 2세가 파디샤의 자리를 물려받게 됐다.


무스타파의 아들은 장남이라고 해봐야 이때 고잣 열살 남짓.

아버지의 처형의 확정된 순간부터 이 어린 아이는 대제의 손자라고 해도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 없었다.


그러니 뭘해도 답이 없는 이 어린 아이에게 사기적인 능력을 부여해 마음껏 제국을 주무르는 테스트를 해보라는 거겠지.


하지만 이미 회사의 정책에 반감이 극에 달한 나는 이 능력에 밸런스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추가로 조금씩 능력이 강화 되는 방식으로 성장단계를 조절해두었다.


“···최소한 발동 조건, 횟수 제한 이런 걸 붙여놔야 머리를 굴리는 재미도 있고 쫄깃한 맛이···에휴, 됐다. 어차피 들어처먹지도 않을텐데.”


이런 짓을 하고 있어봐야 ‘응, 아니야 그냥 많이 팔릴 능력이나 만들어’라는 답이 돌아오겠지.


나는 푸념을 흘리며 의자의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 순간.


책상 전체가 흔들리는 진동이 느껴졌다.


“······뭐, 뭐야?”


지진인가?

서울에 지금까지 이런 대규모 지진이 일어난 적은 없었는데.

등줄기가 서늘해지고 공포로 사고가 정지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본능적으로 책상 아래로 들어가 숨으려고 했으나 이상하게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니 두 눈이 휘둥그래진다.


강남의 거리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건물 저 아래로.

문자 그대로 세상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었다.

아니, 흔들리는 게 세계인지 나 자신인지 구분조차 가지 않았다.


혹시 이게 그 말로만 듣던 과로사라는 건가.


구역질이 날 정도로 어마어마한 흔들림이 모든 걸 먹어치우고 내 시야는 서서히 어둠에 잠겼다.

의식이 흐릿해지고 귀에서는 이상한 환청이 들리는 혼란 속에서.


[···성공···실패시···대가······]


나는 완전히 눈을 감았다.












작가의말

새로운 작품으로 다시 인사드립니다


잘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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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사도와 황족 (2) +19 24.05.24 4,289 202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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