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사 권능으로 신의 사도가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폭식마왕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3
최근연재일 :
2024.06.12 10:0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202,179
추천수 :
8,627
글자수 :
297,597

작성
24.05.14 10:00
조회
5,925
추천
252
글자
20쪽

자고로 신앙을 잃는 것은 (2)

DUMMY


오스만 제국의 최고위층이 참여하는 궁정회의.

오스만 튀르크어로 디바느 휘마윤, 통칭 디반으로 통하는 제국 평의회는 최근들어 성토의 장이 된 지 오래였다.


본래 디반은 일주일에 네 번 가까이 소집된다.

하지만 쉴레이만은 비공식적으로도 회의를 소집하기에 실질적으로는 거의 매일 회의가 열린다고 봐도 무방하다.


공식적인 디반은 대재상과 총재가 주축이 되고 유럽과 아시아 방면의 군사법관과 재무대신이 참가한다.


이번에는 비정기 회의라 참여 인원이 몇몇 더 늘어났고 그 중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발언을 하는 이는 전 대재상이었던 뤼스템 파샤였다.


“그러니까 이번에 바예지드 전하의 작전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대실패라는 겁니다.”

“···대실패라니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실 필요는···.”

“몰타 기사단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하시고 무려 폐하의 직속부대인 예니체리까지 동원했습니다. 여기에 미끼로 쓰려고 동원한 가짜 상선들이 한두척이 아닌데 이렇게까지 하고 얻은 성과가 고작 포로 셋 아닙니까. 게다가 듣자하니 포로 둘은 건강 악화로 사망했고, 다른 한명은 풀어주셨다고요? 이게 대실패가 아니면 뭡니까.”


이 개자식은 대체 한 이야기를 몇 번을 또 하고 있는 거야.


바예지드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간신히 삭히며 최대한 침착하게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말씀드렸다시피 포로는 그냥 놓아준 게 아니라 회유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저는 늦어도 올해 안에는 성과가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아···그렇군요. 이미 지금쯤이면 몰타섬에 도착해서 발 뻗고 늘어져 자고 있을 기사를 회유하고 계시는 거로군요. 바예지드 전하께서는 배를 타고 최소 열흘에서 보름은 가야 하는 거리에 있는 자를 회유하실 수 있는 수단이 있으신가 보군요. 제가 전하께 그런 능력이 있는 줄을 모르고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이런 개···론적으로 설명하면 그렇다는 것이니, 조금만 더 두고 보신다음 비판을 하시든 비난을 하시든 하십시오. 그때는 달게 받겠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욕설을 뿜어냈겠지만 아흐메드가 어떤 경우에도 언성을 높이지 말라고 했으니 이번에는 참는다.


이전 같았으면 바로 달려들었을 자신이 성질을 죽이자 뤼스템 파샤 역시 의외라는 듯 눈을 끔뻑였다.


역시 저 놈 일부러 이쪽의 성질을 긁으려고 싸가지 없게 말을 한 게 맞구나.


사실 저 망할 놈은 엄밀히 말하면 바예지드와는 남남이 아닌 사이였다.


바예지드의 동복 누나인 미흐리마 술탄이 바로 저 뤼스템의 아내였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사이임에도 저 인간이 계속 이쪽을 까대는 이유는 명백했다.


뤼스템은 셀림쪽을 차기 황제로 지지하는 친셀림 파벌.


그러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쪽의 무능력함을 강조해서 쉴레이만의 신뢰를 떨어트리려는 수작 아니겠나.


애초에 원래는 대재상이었던 저 인간이 지금 자리에서 내려온 이유도 유력 황위계승자였던 무스타파를 모함해 처형당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무스타파가 억울하게 살해당했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쉴레이만도 여론을 달래기 위해 대재상이었든 그를 해임할 수밖에 없었으니.


다만 그렇게 되고 나서도 쉴레이만은 뤼스템을 계속 대재상으로 복귀 시키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을 정도로 그를 총애했다.


비공식이라고는 해도 대재상에서 해임당한 인간을 디반에 계속 부르고 있는 게 바로 그 증거 아닐까?


‘그래. 네가 언제까지 그렇게 설칠 수 있는지 한번 두고보자.’


어차피 뤼스템은 무스타파를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점에서 아흐메드의 원수나 다름없다.


사도인 아흐메드가 개인적인 감정으로 움직일 거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도 부모의 원수는 이야기가 다르겠지.


자신 역시 파디샤가 되기 위해서는 친 셀림 파벌을 다 쳐내거나 회유해야 하니 뤼스템을 찍어내는데는 아무런 불만이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저놈을 제일 먼저 보내버릴 수 있으면 소원이 없을 거 같다.


속내야 어떻든 겉으로는 순순한 태도로 일관하자 다른 고관들도 바예지드를 공격하는 공세를 조금 늦추었다.


“폐하, 전하께서 무리를 하신 건 맞지만 그게 감당 못할 정도의 손해를 초래한 건 아닌 듯 합니다.”


이건 발칸반도를 관장하는 루멜리아 총독 소콜루 메흐메트 파샤의 의견.


이 자 역시 셀림쪽에 조금 더 가까웠지만 그래도 완전히 한쪽으로 기운 정도는 아닌 중립적인 인사다.


무엇보다 예니체리 출신임에도 지방관 중 가장 서열이 높은 루멜리아 총독까지 올라갔다는 점에서 능력을 엿볼 수 있다.


이자만큼은 어떻게 같은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묘책이 없나 고민하고 있으려니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대제의 입이 열렸다.


“바예지드, 처음 내게 이 일을 맡겨달라고 했을 때만 하더라도 확실한 계획이 있을 것처럼 말하지 않았더냐. 그 계획이라는 게 잘 되지 않아서 잡은 포로를 다시 놔준 것이냐?”

“아닙니다. 지금 전부 계획대로 진행 중입니다.”

“일이 잘 되지 않았다면 그렇게 말하고 용서를 구하면 된다. 루멜리아 총독의 말대로 네가 끼친 손해가 적은 건 아니더라도 처벌을 받을 정도로 무거운 건 아니니까. 단, 틀렸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고집을 부리는 건 경우가 다르다.”


언제나처럼 편향되지 않아 객관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무겁다.


예전 같았으면 저 위압감에 움찔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바예지드는 표정에 아무런 미동도 없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오히려 이렇게까지 해명을 하고 있는데도 저를 계속 공격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어떤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비록 비공식 디반이라고는 하나 이곳은 제국의 실권자들이 모여 국정을 논하는 자리다. 너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절대 가벼이 취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말하는 거겠지?”

“물론입니다. 하지만 폐하, 폐하의 말씀대로 이렇게 가볍지 않은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저를 비판한 자들 또한 발언에 상응하는 대가를 감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리있는 소리다. 그럼 네 말은 지금 나눈 이야기에 대해 정식으로 책임 소재를 가려달라는 의미냐? 그냥 이대로 없었던 일로 하고 좋게좋게 넘어가는 방법도 있다.”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자 아까까지만 해도 신나게 열을 올리던 뤼스템이 몸을 움찔했다.


“폐, 폐하! 이건 회의 중에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사소한 의견 차이로···.”

“그럴 수도 있지만 바예지드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하군.”

“폐하의 말씀대로입니다. 제 말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전’대재상께서는 정식으로 제게 사과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는 제가 그렇게 하고요.”


‘전’자에 힘을 줘서 강조하자 뤼스템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여기에 현 대재상인 카라 파샤가 재빠르게 바예지드의 의견에 찬동하고 나섰다.


“제가 생각할 때는 두 분의 관계를 고려해서라도 그렇게 정리를 하고 가는 게 깔끔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앙금이 남지 않는 게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뤼스템이나 메흐메트와는 다르게 카라 파샤는 친 셀림 파벌이 아닌 온전한 중립 인사였다.


하지만 완전한 중립이라는 건 곧 누구의 편도 아니라는 뜻,


쉴레이만이 뤼스템을 불러들이기로 마음먹는 즉시 그는 목이 날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잔뜩 욕을 먹고 내려간 재상을 다시 불러오려면 현 재상이 답이 없다는 구실을 내세울 수밖에 없으니까.


저쪽도 그 사실을 모를리가 없으니 내심 저렇게 뤼스템을 견제하면서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려는 거겠지.


국정을 논하는 회의라고 해도 이 안은 차기 황권부터 자신의 몸보신, 경쟁자 견제가 동시에 벌어지는 작은 전쟁터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쉴레이만은 이런 다툼을 굳이 억누르지 않았다.


권력은 절대적인 게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다.


제국의 하나뿐인 태양인 파디샤의 힘이 공고해지려면 반대로 그 밑에 있는 귀족들의 힘이 약해져야만 한다.


오스만 제국은 옛날부터 크게 튀르크 계열의 개국공신 세력과 예니체리로 대표되는 데브시르메 세력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다.


파디샤의 입장에서는 양쪽이 죽어라 싸워야 황권이 상대적으로 강해지니 이렇게 주기적으로 신하들을 다투게 해서 힘을 빼는 것이다.


다만 쉴레이만의 치세에 와서는 데브시르메 세력을 너무 강하게 밀어줘서 튀르크계 세력이 죽어버린 감이 없잖아 있었다.


쉴레이만 본인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데브시르메 출신끼리 서로 싸우게 만들려는 계산이 기저에 깔려있지 않을까.


바예지드는 내심 그렇게 추측하는 중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총애하는 전 재상에게 굳이 저런 압박을 줄 필요가 없었던 까닭이다.


“그럼 폐하께서도 허락하신 걸로 알고 저는 계속 계획을 진행해보겠습니다.”


마치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의 회의가 끝나고 바예지드를 비롯한 대신들은 하나 둘 자리를 떠났다.




모두가 돌아가자, 자리에 남은 쉴레이만은 루멜리아 총독인 소콜루 메흐메트 파샤만을 자리에 남겼다.


“요새 자네에 대한 찬사가 여러 곳에서 올라오더군. 그렇게나 능력이 좋다지?”

“과찬이십니다, 폐하.”

“그런 자네가 볼 때 지금 상황은 어떻던가?”

“누가봐도 바예지드 전하께서 판단 착오를 하신 듯 합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바예지드 전하께서 노리시는 게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정확히 자신과 같은 의견에 쉴레이만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사실 360도 상하좌우 동서남북으로 뜯어봐도 이견의 여지가 없는 사실 아닌가.


뤼스템이 당황한 것도 진짜로 자신이 내기에서 질까봐가 아니라 순수하게 바예지드가 저렇게까지 나올 줄 몰랐기 때문이다.


“좋아. 자네의 생각은 알았으니 이만 가보게.”


홀로 남은 쉴레이만은 고요한 회의실을 바라보며 복잡해진 머리속을 정리했다.


바예지드가 정말로 변했다면 그건 긍정적인 일이지만 모든 일에는 계기라는 게 있는 법.


바예지드의 변화를 촉진한 촉매는 분명 무스타파의 죽음일 것이다.


그로 인해 폭주를 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알을 깨고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인가.


뭐가 됐든 간에 결국 머지 않은 미래에 아들 중 하나는 또 죽어야 한다.


대제는 이 잔혹한 운명이 되도록 조금이라도 더 늦게 오기를 바랐다.



* * *



[필수 목표와 부가 목표 달성으로 특성이 대폭 강화되어 발동 판정이 완화되었습니다.]


이번에도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세지가 떴다.


그런데 저번하고는 문구가 조금 다른데?


분명 조건이 완회되었다고 했던 거 같은데 이번에는 판정이 완화되었다는 문구로 바뀌었잖아.


[보유 특성: 심즉살(자신에게 격렬한 적의를 품고 신체를 접촉한 사람을 대상으로 발동할 수 있습니다)

남은 횟수: 0회/2회

특성 충전까지 15일]


부랴부랴 특성을 확인해 봤지만 능력 자체는 바뀐 게 없었다.


하지만 실망도 잠시, 밑에 새로운 설명이 쓰여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신체 접촉의 판정: 피부 외에도 체액이나 피가 닿은 것도 접촉으로 판정. 단 몸에서 떨어져 나온 신체의 일부를 사용할 수 있는 건 1분 간만 유효함]


쉽게 말해 침이나 피를 상대에게 묻혀도 특성을 발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제한시간이 길었다면 실로 무궁무진한 용도로 쓸 수 있었겠지만, 1분이라는 조건이 붙으니 조금 애매한 느낌인 건 사실이다.

이게 대폭강화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호들갑을 떨 일인가?


아니지. 잘 생각해 보면 앞으로도 특성은 계속 강화 될 테니 지금 얻은 능력의 가치는 결코 낮지 않다.


저 1분이라는 제한이 나중에 일주일, 한달, 일년 이런 식으로 늘어난다면 정말로 엄청나게 활용도가 늘어날테니 말이다.


잘 생각하면 지금도 그렇게 쓸데 없는 강화는 아니다.


지금까지는 신체를 접촉한 상태에서 능력을 발동했지만, 지금부터는 신체를 맞대지 않은 상태에서도 즉사기를 발동한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거야말로 진정한 알라 데스빔.


연출을 하기에 따라서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충격을 줄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저번에는 필수목표를 완료하자마자 바로 다음 목표가 떴는데 이번에는 왜 잠잠한 거지?


혹시 기한을 넉넉히 남겨둔 상태에서 클리어를 해서 다음 필수 목표가 갱신되는 시간이 연장된 걸까.


뭐가 됐든 간에 이제 막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세력을 넓혀보려고 했는데 마침 잘 됐네.


저놈의 사망무새 상태창이 또 사망 패널티로 협박하기 전에 종교계에 내 추종자들로 말뚝이나 박아넣어 보자.



* * *



이제 곧 마튀랭이 이쪽을 찾아올 거다.


나의 상태창 추리를 들은 바예지드는 상상이상으로 리액션이 좋았다.


“···진짜로? 드디어! 마침내!”


상당히 많이 시달렸던 건지 다크서클이 눈밑까지 내려온 광소를 터트리는 모습이 왜인지 모르게 애잔해 보이기까지 했다.


“흐흐흐! 좋아, 좋아. 뤼스템 파샤, 이 개자식. 내 반드시 모두가 보는 앞에서 무릎 꿇고 용서를 빌게 해주마.”

“어지간히 시달렸나 보네요.”

“그래.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 자식은 내가 좀 밟아놔야겠다. 너도 불만 없겠지? 너한테도 개인적인 원수가 되는 놈이니까.”

“저와의 개인적 원한은 차치하더라도 숙부님을 그렇게 긁어댄 인간이 있으면 당연히 밟아버려야죠.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뤼스템 파샤가 내 가문의 원수 중 하나라고는 하는데 사실대로 말하면 나는 이 몸에 대한 기억이 없어서 별다른 감흥이 들지 않는다.


물론 주변에는 이 또한 사사로운 감정에 초탈한 사도의 위대함으로 보이겠지만.


“그래, 그래. 다 이해한다. 너는 입장상 나설 수 없을 테니 내가 네 몫까지 확실하게 해주마.”

“그런데 숙부님, 괜찮겠습니까?”

“음? 뭐가 말이냐?”

“뤼스템 파샤는 숙부님의 매형 아닙니까. 그런 사람을 완전히 밟아 놓으면 숙부님의 누님이나 어머님께서 개입하실 텐데요.”

“쓰읍···그건 그렇지. 아직 어머니의 도움이 절실하니 어머니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은 피하는 게 좋긴 한데.”


방금 전만 해도 뤼스템을 거의 찢어죽일 듯 하더니 어머니를 떠올리자마자 기세가 확 죽어버린 건 딱히 바예지드가 엄청난 효자라서가 아니었다.


거의 완벽하다고 평가받는 쉴레이만 대제의 약점이 딱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지나친 애처가라는 것.


그는 오스만의 파디샤는 정식으로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전통까지 깨부수며 유럽의 노예 출신이었던 휘렘 술탄을 사실상의 황후로 맞이했다.


내 아버지인 무스타파가 유력한 황위후보에서 탈락한 것도 결국 셀림이나 바예지드가 아닌 휘렘 술탄과의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여인이 지나치게 국가 중대사에 개입했다는 비판이 있기는 했어도 그녀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긴 했을 것이다.


무스타파가 왕이 되면 휘렘 술탄은 자신의 아들이 전부 죽는 꼴을 지켜봐야 했을 테니까.


“적어도 휘렘 술탄께서 건재하신 동안에는 뤼스템을 아예 박살내는 건 좋지 않습니다.”

“···그럼 그냥 봐주라고?”

“설마요. 감히 숙부님을 욕보이려고 한 자 아닙니까. 그 정도의 대가는 받아내야지요. 다만, 수위 조절을 하는 척 해서 어머님께도 점수를 따시란 겁니다.”

“그렇군. 죽을 때까지 팰 걸 죽기 직전까지만 패라는 뜻이로구나. 그렇게 하마.”


정확히 말하면 관용을 가장한 협박을 하라는 뜻이지만 제대로 이해한 거 맞겠지?


그래도 기분이 풀렸다면 좋은 게 좋은 거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아아, 맞다. 그러고보니 하미드가 요새 만날 때마다 네 이야기를 하던데? 총명한 걸 넘어서 그냥 자기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천재라고 입에 침을 튀겨가면서 칭찬을 하던 모습이란···난 그가 저렇게까지 흥분한 건 처음 봤다.”

“안 그래도 하미드와 다른 울라마들이 정기적으로 자기들과 함께 신학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자고 부탁하더군요.”

“나한테도 만날 때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을 한다. 너는 천재가 확실하다고.”


그렇겠지.


만날 때면 주로 철학이나 신학, 역사를 논했는데 내 지식은 명백히 십대 수준을 아득히 초월했으니까.


여기에 내가 현대에서 개념이 정립된 개념을 늘어놓아도 내 추종자들은 의심없이 그걸 받아들이고 곱씹었다.


그러면 자신들끼리 알아서 해석을 덧붙이고, 연구를 하다가 ‘오오오! 이런 뜻이었구나!’ 하는 식으로 알아서 감탄을 해주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같은 말을 해도 메신저가 중요하다는 진리를 이렇게 실감하게 될 줄이야.


“그래서 숙부님께서는 뭐라고 하셨습니까?”

“당연한 걸 뭘 그렇게 새삼스레 강조를 하냐고 해줬지. 솔직히 나는 별로 놀랍지도 않다. 오히려 내가 알고 싶은 건 마튀랭 그 자가 대체 무슨 자료를 가지고 오느냐지.”

“그건 지금부터 즐겁게 확인해 보면 되겠죠.”


나는 바예지드와 함께 마튀랭을 은밀하게 맞이할 준비에 착수했다.



그리고 2주가 넘게 지나고 비밀리에 수도로 들어온 그는 이전에 봤을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머리는 좀 식혔나? 그래서, 다시 돌아왔다는 건 생각이 정리 됐다는 뜻이겠지?”


마튀랭은 대답대신 무릎을 꿇었다.

귀족이나 왕에게 경의를 표할 때처럼 한쪽 무릎을 굽힌 그는 공손하게 양피지 다발을 건넸다.


“···이게 제가 드리는 답입니다.”


나 대신 양피지를 건네받은 바예지드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


“이거···진짜인가?”


뭐지? 뭐 기사단의 핵심 정보라도 빼왔나?


“예. 몰타 기사단이 오스만 내에 잠입시킨 첩자들의 신상 정보입니다. 이번에 집행관으로 승진하며 기밀 자료를 열람할 수 있게 되어 전부 필사해 왔습니다.”


이야, 일이 이렇게까지 딱딱 맞아떨어진다고?


슬쩍 돌아보니 감동으로 물든 바예지드의 두 눈이 초롱초롱 빛나고 입꼬리가 씰룩거리며 하늘로 승천하고 있었다.


그런 나와 바예지드를 번갈아 쳐다보던 마튀랭의 눈에 의문의 빛이 스쳐지나갔다.


“그런데 제가 여기까지 들키지 않고 올 수 있게 준비가 다 되어 있던데···설마 제가 떠난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 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계셨던 겁니까?”

“그럴리가 있겠느냐. 여기 있는 우리의 사도님께서 네가 이제 이쪽으로 올 마음을 먹었다는 걸 알려주셨다. 준비는 그때부터 했지.”

“···혹시 그게 언제였습니까?”

“음? 17일 정도 지났지 아마?”

“세, 세상에···그때입니다! 제가 몰타 섬을 떠나 이곳으로 올 마음을 완전히 굳혔을 때가.”


바예지드가 그럴 줄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마튀랭은 남은 한쪽 무릎마저 완전히 꿇은 채 내게 머리를 숙였다.


기사단의 기사는 본디 귀족이나 왕을 알현할 때도 양쪽 무릎을 꿇지 않는다.


그건 인간이 아닌 신과 관련된 권위를 접했을 때.


즉, 종교적 의무와 헌신을 표현해야 하는 경우에나 허용된 일이었기 때문이다.


마튀랭은 내 앞에 두 무릎을 꿇고 자신의 검을 땅에 박아 넣은 채 맹세했다.


“지금까지 신앙을 잃는 것은 죽음이라고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진실된 신앙을 새로 얻었으니, 선지자님께서 말씀하셨듯 저는 이 자리에서 죽고 새롭게 다시 태어나고자 합니다. 앞으로 저의 검은 선지자님의 적을 쳐부수기 위해서만 존재할 것입니다.”


나는 무릎을 꿇은 그의 손을 힘주어 잡아 일으켰다.

그리고 격동으로 떨리는 마튀랭의 두 눈을 바라보며 그의 맹세에 답했다.


“잘왔다. 마튀랭, 나의 기사여.”


이걸로 기사단의 첩자들이 누구인지 확실하게 가려낼 수 있게 됐고 저들의 핵심 인물을 포섭하는데도 성공했다.


바예지드와 뤼스템의 내기는 이제 누가 이겼는지 굳이 따져볼 가치조차 없겠지.


그러니, 지금부터는 승자의 특권을 만끽할 차례다.







작가의말

오늘도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즉사 권능으로 신의 사도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중단 공지-죄송스럽게도 이번작은 여기까지인 거 같습니다. +35 24.06.13 1,023 0 -
공지 즉사기로 오스만의 신이 되었다->[즉사 권능으로 신의 사도가 되었다]로 제목 변경했습니다 24.06.10 104 0 -
공지 연재시간은 매일 오전 10시입니다 24.05.08 5,652 0 -
41 셰이훌 이슬람 (8) +12 24.06.12 2,066 148 13쪽
40 셰이훌 이슬람 (7) +17 24.06.11 2,387 148 14쪽
39 셰이훌 이슬람 (6) +15 24.06.10 2,621 165 14쪽
38 셰이훌 이슬람 (5) +15 24.06.09 2,749 163 16쪽
37 셰이훌 이슬람 (4) +15 24.06.08 2,838 157 14쪽
36 셰이훌 이슬람 (3) +13 24.06.07 2,987 161 14쪽
35 셰이훌 이슬람 (2) +14 24.06.06 3,080 183 14쪽
34 셰이훌 이슬람 +13 24.06.05 3,149 175 14쪽
33 황태자 (4) +21 24.06.04 3,314 193 14쪽
32 황태자 (3) +38 24.06.03 3,451 258 16쪽
31 황태자 (2) +17 24.06.02 3,454 190 17쪽
30 황태자 +14 24.06.01 3,557 196 19쪽
29 마흐디 (5) +23 24.05.31 3,558 206 14쪽
28 마흐디 (4) +24 24.05.30 3,615 205 15쪽
27 마흐디 (3) +20 24.05.29 3,607 205 15쪽
26 마흐디 (2) +22 24.05.28 3,729 206 16쪽
25 마흐디 +11 24.05.27 3,664 182 17쪽
24 사도와 황족 (5) +13 24.05.27 3,866 199 16쪽
23 사도와 황족 (4) +18 24.05.26 3,939 208 17쪽
22 사도와 황족 (3) +15 24.05.25 4,120 203 18쪽
21 사도와 황족 (2) +19 24.05.24 4,297 203 21쪽
20 사도와 황족 +12 24.05.23 4,549 209 14쪽
19 모든 걸 받아가겠다 (4) +17 24.05.22 4,547 215 17쪽
18 모든 걸 받아가겠다 (3) +16 24.05.21 4,288 218 15쪽
17 모든 걸 받아가겠다 (2) +13 24.05.21 4,519 197 14쪽
16 모든 걸 받아가겠다 +15 24.05.20 4,816 210 16쪽
15 내가 흑막이라고? (5) +20 24.05.19 4,810 230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