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사 권능으로 신의 사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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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식마왕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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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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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내 아들이 이렇게 똑똑할리가 없어

DUMMY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격언이 있다.


겸손함의 미덕을 알려주는 구절이지만 사실 정말로 특출난 이는 굳이 나 잘났다고 떠들 필요가 없다.


어차피 가만히만 있어도 사방에서 대단하다고 띄워주는 사람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선지자님, 앞으로 제가 선지자님을 어떻게 부르면 되겠습니까? 지금처럼 선지자님이라고 불러도 괜찮겠습니까? 아니면 사도님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사도든 선지자든 네가 좋을 대로 불러도 된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앞으로 어떻게···선지자님의 곁에서 선지자님을 모실까요?”

“아니. 여기 좀 머물다가 기사단으로 돌아가서 계속 직무를 수행하고 있도록.”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내가 미쳤다고 마튀랭을 여기에 눌러앉히겠나.


그의 지금 가장 큰 가치는 몰타 기사단의 집행관이라는 타이틀이다.

그 가장 큰 가치를 스스로 버리는 머저리가 세상 어디 있을까.


“예? 하지만 저는 이제 기사단에 대한 믿음이···.”

“마튀랭. 네가 이대로 여기에 눌러앉는다면 너의 몸과 마음은 편안할 것이다. 하지만 몰타에 있는 너의 동료들은? 그들이 잘못된 믿음으로 해적질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 모두가 근본적으로 악한 이들인가?”

“아닙니다. 의리가 두텁고 정이 넘치는 친우들도 많았습니다.”

“그게 사람이다. 신념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다고 해서 타인을 악마화하고 낙인을 찍고 마구잡이로 탄압을 하니 이런 기본적인 사실을 고려하지 않게 되지. 이슬람이든 카톨릭이든 개신교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진짜로 중요한 건 타인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과 약자에 대한 관용.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 아니겠느냐.”


종교라는 건 극단으로 나아가면 십자군 전쟁이나 테러 같은 행위를 일으키지만 그렇다고 종교가 역기능만 있는 건 아니다.


고대 사회에서 종교란 인간에게 도덕적 기준을 제시해주며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필수적인 요소였다.


기능이 약화 된 현대에 와서도 세계 자선 단체의 절대다수가 종교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종교의 선한 영향력은 결코 적지 않다.


단점은 최소로 하면서 장점은 극대화.


기왕 신의 대리인이라는 포지션을 잡아서 종교계의 최정상까지 올라가기로 했으니 나도 저 정도 목표는 미리 세워둬야하지 않을까 싶다.


이대로 가면 나 역시 결국 언젠가는 기독교가 중심인 유럽과도 직접적으로 엮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은 이슬람뿐이지만 언젠가는 이슬람, 기독교를 전부 아우르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이렇게 커다란 줄기를 미리 잡아두고 지금부터 태도를 맞춰두지 않는다면 나중에 어떤 식으로 발목이 붙잡힐 지 모른다.


“선지자님의 큰 뜻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말씀대로 기사단에 돌아가 저처럼 진실에 눈을 뜰 가능성이 있는 친우들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래. 그래도 너무 무리할 필요는 없다. 사람의 정신은 본디 직접 기적을 체험하지 않는다면 믿음을 가지지 못하게 되어 있으니. 너는 그저 거기서 나의 대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착실히 지원만 하고 있어도 된다.”


이쯤되면 자신이 무얼 해야하는지는 대강 이해 했겠지?


그러니까 지금부터···.


“예. 언젠가 때가 왔을 때 기사단 전체가 선지자님의 위광 앞에 엎드릴 수 있도록 제가 토양을 다져놓겠습니다.”


좋아. 아주 제대로 이해하고 있네.


마튀랭이 깊숙하게 고개를 숙이고 물러가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바예지드가 불쑥 한 마디를 흘렸다.


“몰타 기사단을 통째로 바치겠다라···성공만 한다면 정말 전무후무한 업적이 되겠는데? 그런데 저 자 혼자 가능할까?”

“당연히 불가능하겠죠. 적절한 시기가 온다면 제가 직접 나설 겁니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명한 기독교 인사를 돈으로 매수하거나 목숨으로 협박한 사례는 있어도 아예 진심으로 개종을 이끌어낸 건 이번이 처음일 거다. 그걸 넘어서 기사단 전체를 수중에 넣는다? 오스만이 아니라 저기 페르시아부터 인도까지 그 어떤 무슬림도 너의 앞에서 당당할 수 없을 거다.”

“어차피 기독교와 정면으로 부딪치려면 이슬람 세계를 통합한 뒤여야 합니다.”


일단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이슬람 문화권 전체가 나를 진정한 사도로 인정받는 것부터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아무리 기적을 보여주고 추종자들을 거느린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사람들은 무조건 나오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우 높은 확률로 이런 사람들은 종교계에서든 세속에서든 막대한 권력을 쥐고 있는 이들일 가능성이 높다.


감히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절대적인 신의 사도의 등장은 결국 그들이 쥐고 있는 기득권이 약해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오스만의 파디샤 또한 그렇다.


속세의 술탄만이 아니라 종교계의 우두머리인 칼리프라는 직위까지 갖고 있는 파디샤는 오스만의 모든 신민들의 위에 군림하는 절대자였다.


그런데 갑자기 무함마드 뺨치는 신의 권위를 지닌 신의 사도가 나타나면 어떻게 되겠나.


파디샤든 뭐든 이슬람 세계에서 신보다 위에 올 수 있는 존재는 없다.


그러니 제 아무리 파디샤라고 하더라도 나에게는 한수 굽히고 들어올 수밖에 없는데 파디샤나 그의 측근들이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미지수였다.


물론 이성적인 이라면, 그리고 신에게 독실한 신자들이 절대다수인 지금 시대에서는 나를 건드릴 생각을 하지 못하겠지만 세상에는 언제나 또라이들이 나오기 마련.


독이 됐든 암살이 됐든 나를 어떻게 해보려는 인간이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여기에 기독교와도 얽히게 되면 저런 인간이 나올 가능성은 몇 배로 오르지 않겠는가.


물론 이런 속물적인 계산이 티가 나면 안 되니 적당히 그럴싸한 핑계를 붙여야겠지.


“그러고보니 숙부님, 하미드나 다른 울라마들이 바깥에서 제 말을 잘 따라주고 있는지 확인해 보셨습니까?”

“그래. 확인해 봤는데 모두 네 말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하더구나. 너에 대해서는 그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사실 내 마음 같아서는 당장 아버지께 너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싶은데 말이지. 아니, 아버지만이 아니라 저 서방 세계의 교황도 네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하지 않겠느냐.”

“누누이 말씀드렸다시피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니 너무 조급해 하지 마세요.”


내가 쉴레이만과 아무 상관 없는 타인이라면 또 몰라도 나는 그가 직접 처형을 명령한 핏줄이기도 하다.


내가 권위를 인정받고 부상하면 할수록 쉴레이만의 입지는 난감해질 우려가 있다.


그러니 모든 변수를 컨트롤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기 전까지는 내가 전면에 드러나서는 안 되는 것이다.


“성벽을 공략할 때는 해자부터 메우고 장수를 잡을 때는 말부터 쏘아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너무 앞서가면 괜히 사람들의 반발만 불러일으키니 보다 적은 피가 흐르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최근에는 네 입으로 사도라 말하지 않는 것이고?”

“예. 당대의 사도는 자신의 입으로 사도라 칭하지 않을 것이니, 저는 그저 보여줄 뿐 따르는 건 그들의 몫으로 남겨둘 겁니다.”

“그거 참 의미심장한···어? 그런데 나한테는 직접 말하지 않았었나?”


그래, 이래서 커다란 그림을 그릴 때는 훗날 말이 꼬이는 상황이 오지 않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거다.


안 그래도 이걸 한번쯤은 짚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먼저 물어봐주니 고맙네.


“숙부님은 훗날 오스만의 파디샤가 되실 분이니까요. 특별한 사람에게 특별한 대우를 해드린 것뿐입니다.”

“아···흠흠, 그렇구나. 하긴 나만큼 너를 아끼고 도와줄 사람이 또 없는 것도 사실이긴 하니까.”


역시, 입꼬리 올라가는 것 좀 봐라.


”그렇게 좋으세요?“

”그럼, 그럼. 기분이 좋지 그럼 나쁘겠냐? 하하하!“


바예지드는 호쾌하게 웃으며 내 등을 기분 좋게 두드려주었다.


물론 단순히 기분 좋으라고 거짓말을 한 건 아니다.


오스만의 파디샤가 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사도를 공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큼 나의 권위를 드높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바예지드에게도 이건 나쁜 게 아니다.


무려 신의 사도가 직접 선택한 최초의 파디샤라는 영광을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이상적인 윈윈관계.


그게 바로 우리 숙질을 정의하는 문장이었다.



* * *



마튀랭의 정보를 기반으로 한 숙청작업은 매우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뭐, 뭐야? 당신들 누구야! 감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위대한 파디샤의 명에 따라 지금부터 이 저택을 샅샅이 수색한다. 뭣들 하느냐! 뒤져라!”

“네!”

“지, 지금 무슨 짓을···갑자기 쳐들어와서 이게 무슨 행패란 말이냐! 폐하! 저는 억울합니다! 폐하아아!”


마튀랭이 건넨 명단은 바예지드는 물론이고 천하의 쉴레이만마저 당혹스럽게 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실려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은 오스만에 점령당한 트리폴리의 옛 총독이자 현 몰타 기사단의 함대 사령관인 장 파리소 드 라 발레트가 심혈을 기울여 정보망을 펼쳐두었기 때문이다.


과거 로도스 공방전 때부터 오스만과 싸워왔던 그는 로도스가 함락될 때도 죽을 때까지 오스만과 항전하는 걸 주장했을 정도의 강경파였다.


하지만 끝내 로도스가 오스만에게 넘어가고, 이후 그가 총독으로 있던 트리폴리까지 함락 되자 그는 전력 확보에 광적으로 매달렸다.


여기에 오스만이 언제 출병해도 바로 대비를 할 수 있게 정보망을 확충하는데 전력을 기울였는데, 무려 황궁 안에도 그의 첩자가 있을 정도였다.


쉴레이만도 처음에는 쉽사리 믿기 힘들어했지만, 무려 몰타 기사단의 최고위층에게 나온 정보였으니 확인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


일단 이 정보가 사실이라면 가장 먼저 쳐내야할 자들을 우선 선발해서 기습 조사에 들어갔다.


그 대상 중 하나가 된 황궁 관리인 케말은 애타게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으나.


“찾았습니다! 여기 서재 뒤에 지하실로 향하는 비밀공간이 숨겨져 있습니다!”

“아, 아니···저건 그러니까 그냥 비상금 같은 걸 좀 담아두려고···.”

“대장님! 거래 장부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여기 보면 앞으로 해적 토벌군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보내주면 추가적인 돈을 주겠다는 확인증도 숨겨져 있었습니다!”

“더 볼 것도 없군. 이 배신자 새끼를 당장 끌고 가라!“

“잠깐! 나는···나는 그냥···아니야! 제발, 제발 한번만! 한번마아아아안!”


철저한 조사 끝에 정보를 빼돌린 정황이 발각 되어 즉각 재판에 넘겨졌다.


여기에 황궁 관리인만이 아니라 행정부처는 물론이고 군과 관련된 상층부에도 몰타 기사단의 돈을 받고 있는 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놀라운 사실이 밝혀지자마자 쉴레이만은 즉각 디반을 소집했고, 바예지드는 마치 개선장군이 된 것처럼 당당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거, 이거 대.실.패.를 한 이 실패자가 이런 곳에 참석을 해도 되나 모르겠습니다.”

“······.”

“뤼스템 ‘전!’ 재상님 제가 혹시 참가를 해도 되겠습니까?”

“···죄···합니다.”

“예? 아아, 이거 가는 귀가 먹었는지 벌써부터 소리가 잘 들리지가 않네요.”


평소 바예지드가 경솔하게 행동할 때마다 꾸짖던 쉴레이만도 이번에는 아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뤼스템이 자신의 판단이 틀렸을시 정식으로 사죄를 하기로 약속을 했으니 개입을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황자 전하께···무례를 범해···죄송···합니다.”

“아니죠, 아니죠. 무례를 범한 게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 짧은 식견으로 제 계획을 섣부르게 재단한 게 이번 사태의 본질적인 원인이 아니겠습니까. 거기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할 거 같은데요?”

“···맞는 말씀이십니다. 제가···전하의 깊은 뜻을 감히 헤아리지 못하고···경솔하게 세치 혀를 놀렸습니다. 정말 죄송···.”


단둘이 있는 장소라면 몰라도 지금 이곳은 디반이다.

제국을 이끌어가는 실세들이 총 집결해 있는 장소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얼마나 굴욕적일지 바예지드 본인도 짐작이 가지 않았다.


물론 저 자가 잘못을 한 건 맞지만 이렇게까지 굴욕을 줘야 할까 잠시 마음이 약해···질리가 있나.


기분이 날아갈 것처럼 째지고 실실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참는 것만으로도 배가 다 아플 지경이다.


지가 뭐라도 된 것마냥 비판을 퍼부을 때는 좋았겠지?


그럼 좋았던 과거를 곱씹으면서 지금의 굴욕을 견뎌보라 이 말이야.


“다음부터는 제발 좀 생각을 하고 지적을 좀 해주십시오. 제가 분명히 계획이 순항 중이라고 말을 했으면 최소한 이해를 해보려고 노력은 하셔야지요. 아니면 이 오스만의 ‘전’ 재상이신 분이 그것도 이해를 하지 못할만큼 총기가 떨어지신 겁니까?”

“드릴 말씀이···.”

“원래는 디반이 아니라 완전히 공개된 곳에서 사죄를 받을까 했었는데 제가 어머니와 누이를 생각해 이쯤에서 참겠습니다. 가서 누이께 꼭 말씀드리세요. 제게 엄청난 무례를 저질러서 크게 곤욕을 치를 뻔했는데 제가 누이의 얼굴을 봐서 이 정도로 넘어갔다고.”

“···전하의 관대함에···몸 둘 바를···모르겠나이다. 감사합니다.”


역시 완벽한 복수만큼 자신감이 샘솟고 존엄성이 회복되는 건 세상에 또 없다.


오스만 제국의 모든 실세들이 보는 앞에서 이렇게 개쪽을 당해버린 이상 이제 당분간 재상 복귀는 물건너 간 것이나 마찬가지.


여기서 뤼스템을 위해 변호를 해주는 이는 한 마디도 없었다.


패배자를 위해 발벗고 나서줄만큼 자비로움이 넘치는 이들은 지금 이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으니.


주변이 잠잠해지자 현 대재상인 카라 파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럼 폐하께서 이번 회의를 소집한 본제로 돌아가서, 몰타 기사단에서 우리쪽에 잠입시킨 첩자들은 대부분 다 파악이 됐습니다. 지금 약 3분의 1을 검거했고 이를 통해 미루어보면 바예지드 전하께서 가져온 정보의 신빙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겁니다.”

“황궁에까지 놈들의 마수가 뻗쳐있었을 줄은 몰랐는데 바예지드, 네가 참으로 큰 공을 세웠다.”

“영광입니다, 폐하!”

“그러면 이제 남은 첩자들을 어떻게 처리하는 게 좋을지 의견을 개진해 보라.”


대제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지금까지의 굴욕을 만회하겠다는 듯 뤼스템이 발언권을 요청했다.


“폐하! 이 이상 정보가 넘어가기전에 하루빨리 저들을 소탕해야 합니다. 하지만 저들도 동료들이 잡혀가는 걸 보았을 테니 지금 증거를 소각하고 있을 게 틀림없습니다. 오늘이라도 대대적으로 병사들을 풀어 저들을 모조리 잡아들여야 합니다!”

“쯧, 지금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바예지드가 한심하기 그지없다는 어조로 콧방귀를 뀌자 뤼스템의 얼굴이 휴지조각마냥 일그러졌다.


“첩자들을 하루빨리 체포하자는 게 어째서 잘못된 말이라는 겁니까?”

“허참, 논리적으로 생각을 좀 해보세요. 방금 전 재상님이 말씀하신대로 쟤들도 바보가 아닌데 증거를 가만히 놔두고 있겠습니까? 어떤 식으로든 다 처분하고 있겠죠. 그리고 여기서 저들을 다 쳐내면 당분간은 잠잠해지겠지만, 본진인 몰타가 멀쩡한 이상 저기 기독교 놈들은 또 허튼 짓을 해올 게 뻔합니다.”

“그렇다고 쥐새끼들을 수도 내에 방치하자는 건···.”

“방치가 아니죠. 저 놈들은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미 첩자들의 신상을 다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첩자들을 전부 추포했다고 선언을 하면 놈들은 어떨까요? ‘아, 다행히 나는 걸리지 않았구나’ 하고 안심하겠죠? 그러면 우리는 천천히 놈들의 반응을 지켜보면 됩니다. 필요하다면 역정보도 흘릴 수 있겠죠.”


물론 이건 바예지드가 떠올린 게 아니라 아흐메드가 살짝 귀띔을 준 계책이었다.


역시 신께 간택받은 사도답게 끝내주게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나.


이게 11살짜리 어린 아이의 머릿속에서 나온 책략이라는 말을 했을 때 그 말을 믿을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


장담컨대 조카를 따르고 있는 열 명의 추종자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을 게 확실하다.


“바예지드, 그러니까 네 말은 남아있는 첩자들은 그냥 그대로 두자는 것이냐?”

“중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자들은 이미 다 치웠습니다. 남은 놈들은 수만 많은 잡범들에 가까운데 치워버리는 것보다는 살려둔 채로 요긴하게 쓰는 게 더 좋지 않겠습니까?”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하다.”

“오히려 지금 중요한 건 우리가 어떻게 저 첩자들을 색출해냈는지 그럴싸한 이유를 만들어 저 첩자들이 알 수 있게 슬쩍 흘리는 겁니다. 그러면 저자들은 이번에 대규모로 정보가 새어나간 게 기사단의 고위층이 우리에게 회유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 때문이라고 여기게 될 겁니다.”


사실 아흐메드가 첩자들에게 역정보를 흘리자고 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마튀랭의 배신은 지금 시점에서 절대 몰타 기사단측에 알려져서는 안 된다.

정확히 말하면 알려지지 않는 것만이 아니라 사소한 의심조차 받아서는 안 된다.


잠시 말없이 바예지드를 빤히 바라보던 쉴레이만이 손가락으로 책상을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바예지드의 의견대로 시행하겠다. 그리고 바예지드에게는 이번에 세운 공을 치하하는 의미에서 아마시아를 영지로 하사하겠다.”

“감사합니다, 폐하!”

“그럼 그렇게 알고 모두 물러가 보도록.”


기존에 주었던 영지에 더해 추가 영지를 더 하사하겠다는 건 이번에 바예지드가 확실히 파디샤의 눈에 들었다는 뜻과 다를 바 없다.


물러나는 신하들은 하나같이 바예지드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보거나 가까이 다가가 조금이라도 더 친근하게 인사를 나누려 했다.



그 광경을 지긋이 관찰하고 있던 쉴레이만은 그날 밤 비밀리에 서기관을 자신의 집무실로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폐하!”

“그래. 자네에게 한 가지 긴히 명령할 게 있네. 은밀하게 바예지드의 뒤를 조사해보도록.”

“···예? 전하를 말씀이십니까? 전하께서 혹시 무슨···.”

“아니, 심각한 건 아니니 그렇게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네, 그저 그 아이의 뒤에 대체 어떤 책사가 붙었는지 궁금해서 그러는 것 뿐이니까.”

“책사라니요?”


쉴레이만은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가 멋쩍게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아무리 봐도 그 아이에게 머리가 아주 잘 돌아가는 지략가가 붙은 거 같다는 뜻일세. 그럼 짐은 어떻게 해야겠나? 그 지략가가 바예지드를 충실히 보필 할 사람인지, 아니면 쥐고 흔드려는 사람인지 파악을 해야겠지?”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우선 바예지드 저 놈 성격상 자기보다 확실하게 더 뛰어난 사람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면 말을 들을리가 없다. 그러니 명성이 높거나, 연륜이 쌓인 학자들을 위주로 살펴보도록. 내가 볼 때는 연륜과 명성을 다 갖춘 중년에서 노년의 울라마 중 한명일 가능성이 높아.”


만약 바예지드를 꼭두각시로 만들고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인물이라면 후환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깔끔하게 치워버려야 한다.


제국의 파디샤는 체스의 말을 움직여야 하는 사람이지 체스판 위의 기물이 되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니까.


“알겠습니다. 당장 사람을 풀어 은밀히 조사를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폐하, 그···바예지드 전하의 뒤에 누가 붙었다고 확신하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전하께서 가지고 계신 능력이 마침내 꽃을 피웠을 가능성도 있지 않겠습니까?”

“아니.”


쉴레이만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발언 중 가장 큰 확신을 담아, 그가 의심을 기정사실로 확정지은 이유를 입에 담았다.


“내 아들이 저렇게 똑똑할리가 없거든.”

“아···!”


온갖 감정이 교차하는 부모의 통렬한 한 마디에.

말을 꺼낸 쉴레이만도, 전해들은 서기관도, 그리고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모두가 가슴으로 함께 울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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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모든 걸 받아가겠다 (4) +17 24.05.22 4,515 213 17쪽
18 모든 걸 받아가겠다 (3) +16 24.05.21 4,257 217 15쪽
17 모든 걸 받아가겠다 (2) +13 24.05.21 4,485 196 14쪽
16 모든 걸 받아가겠다 +15 24.05.20 4,779 209 16쪽
15 내가 흑막이라고? (5) +20 24.05.19 4,774 22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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