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사 권능으로 신의 사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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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식마왕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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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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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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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내가 흑막이라고?

DUMMY



사람이 처절하게 몰락할 때가 과연 언제일까?


바로 잘나간다고 방심하고 있을 때다.


냉정한 말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처절한 몰락이라는 건 잘나가는 사람들만의 특권이다.


그저 그런 위치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애초에 망해봐야 떨어지는 깊이가 그리 깊지 않기 때문이다.


서있는 위치가 높아야 떨어지는 낙차도 그만큼 크지 않겠는가.


그런 점에서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위험한 때가 바로 한창 잘나가고 있다고 느낄 때다.


초고속 승진이나 출세는 마치 철근을 빼먹고 지은 아파트와도 같으니.


기반이 튼튼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조그마한 충격에도 사상누각처럼 와르르 무너질 위험이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그 위험은 자만으로부터 시작 된다.


“알겠습니까, 숙부님? 자나 깨나 조심 또 조심해야 합니다. 지금 숙부님이 파디샤 후보로 결정된 거 같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그런 생각은 저기 쓰레기통에 가져다 버리세요.”

“···아니, 나는 그런 말은 한마디도 안 했는데.”

“지금까지 하는 말만 봐도 훤히 보이는데 직접 들을 필요가 어디 있습니까. 디반에서 아주 세상 다 가진 사람처럼 날아다녔잖아요.”

“아니, 뤼스템 파샤 그 놈이 머리 박고 한번만 봐달라고 비는데 그걸 어떻게 참느냐? 네 말을 그래도 잊지 않았으니 딱 그 정도만 하고 봐준거란 말이다.”


그거야 이해하지.


예전부터 계속 신경을 긁던 놈을 개망신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그걸 어떻게 참고 넘어가겠나.


적당히 패주고 어머니의 체면을 생각해 넘어간다고 한 것 까지는 좋았다.


아내 사랑 하면 쉴레이만, 쉴레이만 하면 아내 사랑이니 점수를 딸 수 있는 좋은 퍼포먼스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대재상이나 각지 총독들과 인사를 한 것까지는 그렇다 치자고요. 그런데 왜 그렇게 으스대면서 거물인 척 하셨냐고요.”

“아니 그거야 그쪽에서 계속 날 띄워주다 보니까 신이 나서 그랬지.”


얼씨구, 그래. 당연히 기분이 좋았겠지.


지금까지 아버지한테 순종적인 형에게 밀렸었는데 이번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역대급 공적을 세웠으니 얼마나 어깨에 힘이 들어갔겠는가.


여기에 쉴레이만이 추가로 영지까지 하사했으니 당연히 오스만의 실세들도 바예지드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두려 할 게 뻔하다.


그러나 황태자를 노리는 사람이라면 그런 때일수록 숙이면서 현 황제를 높여줘야 하는 법.


이건 역사 시뮬레이션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황제에게 있어 황태자는 제위를 물려받을 후계자임과 동시에 권력에 위협이 되는 경쟁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능력이 출중한 아들에게 제위를 물려주고 싶다고 하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이 죽은 뒤의 이야기다.


살아있는 자신의 권력에 위협이 될만한 사람을 황태자로 앉히는 황제가 과연 있을까?


그런 모자란 놈은 이 세상에 없을 거라 단언할 수 있다.


하물며 오스만 최고의 명군이라 불리는 쉴레이만라고 하면 더 말할 필요조차 없으리라.


“숙부님, 신이 난 건 이해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록 더 머리를 밑으로 박을 때입니다. 무스타···그러니까 제 아버지가 처형 당한 죄목이 뭡니까? 반란모의입니다.”

“···나도 그렇게 당할 수 있다고?”

“물론이죠. 숙부님을 견제하는 셀림 숙부 파벌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숙부님이 콧대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그들에게 물어뜯을 거리를 주는 거라고요.”


고대 왕정 국가에서는 제 아무리 권력이 강한 권신이라도 한큐에 모가지를 날려버릴 수 있는 필살기가 바로 반역죄다.


만약 바예지드가 너무 설치다가 진짜로 반역죄를 뒤집어 쓰기라도 하면 이건 나도 커버해줄 수가 없었다.


다행히 바예지드는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했는지 순순히 내 말을 인정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네 말대로 다음부터는 기회가 올 때마다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을 좀 보이도록 하마.”

“되도록이면 그런 기회를 스스로 만드시면 좋을 거 같네요. 학자들과 교류할 때 예전과는 다르게 겸손해졌다는 걸 팍팍 티를 내보세요. 은근슬쩍 폐하를 높이는 발언을 공식석상에서 흘려보시고.”

“아···그런 거 잘 못하는데. 그래도 알겠다. 확실히 지금은 아버지께 잘 보여야 할 때니까.”

“아, 그리고 혹시 셀림 파벌에서 숙부님의 뒷조사를 할지도 모르니 평소 행실에서도 책 잡힐 일은 절대 하지 마시고요.”


내가 알기로는 바예지드도 은근슬쩍 사람들을 풀어 셀림의 뒤를 캐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쪽이 하는 일은 당연히 저쪽도 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뒤통수를 맞지 않겠지.



이렇게 지금까지의 상황을 복기했으니 이제는 앞으로의 일을 논의해야 할 때.


바예지드에게 주의를 주느라 신경을 쓰는 게 늦었는데 과연 쉴레이만이 영지를 하사한 게 순도 100퍼센트 치하의 의미였을까?


물론 공을 세웠으니 상을 내린다는 의도도 있었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영지로 던져준 지역이 참으로 의미심장했다.


나는 오스만의 제국의 강역이 담긴 지도를 펼쳐두고 바예지드와 함께 이 위화감의 정체를 분석해보았다.


“아마시아는 너도 알다시피 마니사와 함께 왕자들의 도시라고도 불리는 중요한 지역이다. 수많은 황제들이 황자 시절 이곳을 통치했었고, 이곳에서 학문을 배웠으니까.”


확실히 이야기만 들어보면 실제 가치와는 별개로 아주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곳이다.


괜히 이곳을 하사받자마자 바예지드의 어깨가 하늘 뚫고 천원돌파해버린 게 아니었구나.


지금 집권하고 있는 게 다른 파디샤였다면 바예지드가 후계자 레이스에서 크게 앞서갔다는 평가를 내렸어도 틀린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문제는 지금 파디샤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친아들 무스타파를 처형해버린 쉴레이만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무스타파가 다스리던 영지 중 하나가 바로 아마시아였다.


“아버지가 아마시아를 다스릴 때 평판이 아주 좋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혹시 지금 현지 여론이 어떤지는 조사해보셨습니까?”

“음? 그거야 뭐···좋지는 않겠지.”

“설마 안해보셨다고요?”

“사실 아마시아를 영지로 받을 줄은 몰랐기 때문에 아직 그쪽의 소식을 받아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일단 요청은 해뒀으니까 며칠 내로 받아볼 수 있을 거야.”


하긴 바예지드도 바보가 아닌데 일부러 정보 수집에 소홀했을리는 없지.


그러나 내가 워낙 안 좋은 의미의 정치질에 절여진 뇌라 그런가 쉴레이만의 의도가 왠지 모르게 짐작이 될 것만 같았다.


“숙부님. 황위를 노리는 사람은 본디 언제나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고 대비책을 마련해둬야 합니다.”

“최악의 경우? 반역죄를 말하는 건가?”

“그건 최악이 아니라 무조건 피해야만 하는 미래고요. 지금 당장 현실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뭘까요? 능력을 증명하라고 던져준 자리에서 굴러 떨어지는 거 아닐까요?”

“설마 아버지가 내게 준 영지가 단순히 치하의 목적이 아닌 시험이라는 말이냐?”


음? 이해하는 속도가 생각보다도 훨씬 빠르네?


요 근래 나와 계속 붙어 다니며 21세기식 협잡질과 정치질을 열심히 주입해줬더니 눈치가 빨라진 모양이다.


암암, 서당개도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사람이라면 일년안에 성취가 있어야지.


“제 생각으로는 둘 다 입니다. 폐하같은 분께서는 단순히 하나의 목적만을 가지고 일을 추진하지는 않으시니까요. 공을 세운 숙부님께 선물을 주는 동시에 그걸로 숙부님의 그릇을 한번 더 시험해 보려는 게 아닐까요?”

“영지를 주는 걸로 시험을 해보려고 하는 거라면···아마시아의 정세가 불안해질 수도 있다는 거로군. 그럴만한 요인이 있나?”

“당연히 있죠.”


내가 손가락으로 바예지드를 겨누자 그가 눈을 끔뻑이며 손가락을 들어 자신을 가리켰다.


“나?”

“예. 아버지께서는 영지에서 선정을 펼쳐 아주 인망이 좋았습니다. 당연히 현지 지방관들이나 주민들은 아버지의 처형에 불만을 품고 있겠죠. 그런데 그 자리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버지의 처형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휘렘 술탄의 아들이 떡하니 꿰차버리면 반응이 어떻겠습니까?”

“···나는 무스타파 형님의 처형에 그 어떤 관여도 하지 않았는데?”

“인식이 그렇다는 겁니다. 솔직히 숙부님은 관계가 없어도 휘렘 술탄께서 아버지의 처형을 주도한 건 사실 아닙니까.”

“그···조카야, 너도 말했다시피 나는 어머니의 계획과는 아무런 관계가···.”

“아아, 그건 알고 있으니까 더 말할 필요 없고요. 중요한 건 저나 숙부님이 아니라 아마시아 주민들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겁니다.”


아마시아 주민들과 현지 관리들은 무스타파가 차기 파디샤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심지어 무스타파는 영지 관리부터 주민들의 생활 개선, 치안 유지는 물론이고 세수 관리까지 완벽히 처리한 인재였다.


재능이 어찌나 넘쳤던지 유럽의 외교관들조차도 무스타파가 쉴레이만 대제의 뒤를 잇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를 내렸을 정도라고 한다.


그러니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이 자비로운 황자님이 황제가 되어 자신들을 더욱 더 잘 보살펴주기를 바라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흐름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모두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황자가 말도 안 되는 모함으로 처형당해버리지 않았는가.

이런 졸속 행정에 불만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 황자의 처형을 주도했다고 알려진 황후의 아들이 신규 총독으로 부임해 온다면?


내가 저곳 주민이라고 해도 ‘이 새끼들이 지금 조롱하려고 이러는 건가?’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도 자기 아들에게 이 자리를 주려고 자신들의 황자에 누명을 씌운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질 터.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바예지드의 표정이 무겁게 굳어졌다.


“···제기랄 어쩐지 답지 않게 엄청 선심쓴다 싶더니 이거 설마 독이 든 사과였던 건가? 하긴, 몇 년 정도 지난 상태라면 모를까 형님이 처형당하고 1년도 채 안 됐는데 나를 거기에 박아넣으면 말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겠군.”

“폐하께서는 구경만 하고 계실 겁니다. 대신 셀림 숙부 파벌쪽에서 가만히 있지 않겠죠. 아니, 이 좋은 기회를 마다하면 저쪽이 머저리라고 봐야겠죠? 무조건 뒤에서 공작을 할 겁니다.”

“제기랄. 망할 영감탱이 같으니. 아주 끝까지 나와 형을 두고 저울질 할 생각이신가 본데 사람 피말리게 하네 진짜로.”


끝없이 자신을 증명하고 형제를 밀쳐내지 않는다면 황위만이 아니라 목숨까지 날아가는 배틀 로얄에 참가해야 하는 기분이 어떨까.


심지어 이건 포기하고 싶다고 내려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숙명이나 마찬가지다.


이 정도면 오스만의 황자로 태어난 건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이기면 황위에 위협이 될만한 경쟁자는 단 하나도 없는 상태로 지중해 최강대국의 절대권력을 한손에 움켜쥘 수 있게 된다.


그야말로 극한의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나는 한숨을 퍽퍽 내쉬는 바예지드에게 너무 그렇게 부정적인 면만을 볼 필요는 없다는 걸 알려주었다.


“숙부님,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처럼 항상 붙어있기 마련입니다. 다시 말해 이건 위기이자 기회라는 거죠.”

“기회? 아···그렇지 이건 시험이라고도 했으니까.”

“예. 이걸 무사히 넘기고 아마시아를 완벽히 통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폐하께서는 정말로 숙부님을 다르게 볼 겁니다. 그때는 진짜로 이 후계자 경쟁에서 크게 한발 앞서 나갔다고 할 수 있겠죠.”

“당연히 나도 그건 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지금 딱 떠오르는 게 없어서 머리가 복잡한 거지.”


에헤이, 이 사람 눈치 좀 빨라졌나 했더니 갑자기 또 왜 이러실까.


아니면 하도 사도님 사도님 하면서 같이 붙어 있다 보니 내가 누구인지 잠깐 잊어버린 건가?


“복잡하긴 왜 복잡해요?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이 여기 있는데.”


나는 이번에는 손가락을 들어 이쪽의 명치를 툭툭 두드렸다.


“···혹시 이번에도 신께서 예언을···.”

“아니, 그거 말고요. 물론 그것도 필요하다면 쓰겠지만 아까 숙부님도 말씀하셨잖아요. 아마시아는 제 ‘아버지’의 영지였다고.”

“아···!”


바예지드는 지금까지 어째서 이렇게 간단한 방법을 떠올렸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입을 떡 벌린 채 눈을 깜빡였다.


그럴 수 있다. 어느 한쪽에 생각이 매몰되어 있으면 시야가 극단적으로 좁아질 때가 종종 있으니까.


“그런데 넌 살아있다는 게 들키면 안 되지 않나?”

“대대적으로 드러내서는 안 되겠지만 아버지를 따르던 충복들에게는 슬쩍 알려줘도 될 겁니다. 그러면 그들은 이제 돌아가신 아버지가 아니라 숙부님을 따르겠죠.”


안 그래도 계속 수도에만 있어서는 나의 세력을 마음껏 확장할 수 없다는 한계점을 슬슬 느끼고 있던 참이다.


그런 점에서 수도와 한참이나 떨어져 있고, 무스타파가 입지를 다져놓았던 아마시아는 내 추종자들이 대규모로 자라나기에 더없이 알맞은 조건을 가진 지역이었다.


제국을 주름잡을 예언자이자 사도라면 무릇 구름처럼 많은 신도들을 거느려야 하지 않겠는가.


자비로운 파디샤가 친히 내려준 기회를 절대 놓칠 수는 없지.


닥치는 대로 씨앗을 뿌리고 뿌리고 또 뿌려주마.


어차피 수확의 시기가 오면 육체적으로 고생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옆에 있는 우리 숙부님이 될 테니까.


물론 이건 다 나만이 아닌 우리 숙부님을 이 나라의 파디샤로 올려주기 위해서다.


세상에 아빠도 아니고 숙부를 황제로 만들기 위해 이렇게나 애써주는 조카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그러니 우리 숙부님도 조카의 이런 애틋한 마음을 알아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 *



아흐메드와 바예지드가 쉴레이만의 시험을 완벽히 통과할 수 있는 파해법을 만드는 동안.


쉴레이만은 서기관들과 정보조직을 총동원해 조사한 결과물을 받아보는 중이었다.


“···이게 끝인가?”

“예. 바예지드 전하께서 최근 접촉한 사람들은 이들이 전부입니다.”

“확실히 학자들과 많이 만나긴 했는데···이들은 대부분이 다 예전부터 바예지드와 교류하던 자들이 아니더냐.”


지금 저들 중 바예지드를 쥐고 흔들만한 지략을 갖춘 자가 있다면 바예지드가 더 이전부터 두각을 드러냈어야지.


게다가 바예지드가 만나는 이들은 예외없이 다 종교적으로 인정을 받는 신학자들이었다.


신학자들은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거나 신앙에 관한 조언을 해줄 수는 있어도 직접적으로 정치에 관여하기는 힘들다.


완전히 예상 밖의 결과를 받아든 쉴레이만은 눈가를 가늘게 좁히며 혀를 찼다.


“···내 예상이 틀렸다고? 아닌데? 바예지드가 그렇게 총명할리가 없는데···.”

“폐하. 그러고 보니 전하께서 최근 한 어린아이를 계속 옆에 끼고 다니시면서 애지중지 하신다고 합니다.”

“그래. 여기 적혀 있구나. 올해 열 한 살이 되는 소년이라고. 하아···.”


쉴레이만은 보고서에 적힌 문구를 보자마자 한숨을 쉬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남자 중 여자를 탐하지 않는 사람은 소수지만 바예지드 이 놈은 예전부터 남달랐다.


밑으로 자식들만 무려 일곱명이 있었고 옛날부터 미인들만 보면 눈이 훅훅 돌아가 황후에게도 황족다운 품위를 지키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을 정도다.


“이놈이 정신 좀 차린 줄 알았는데 어디서 사생아를 만들어 와서 옆에 끼고 돈다 이건가?”

“아직 사생아라고 확정이 된 건 아니···.”

“사생아가 아니면 그럼 그 놈이 남의 집 자식을 그렇게 애지중지 끼고 다닌다는 말이냐? 다른 가능성이 있다면 어디 하나라도 말해봐라.”

“그···바예지드 전하께 총기를 불어넣은 사람이 그 아이라거나···죄송합니다!”


말을 하고서도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서기관은 재빠르게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였다.


쉴레이만은 한심하기 그지없다는 눈길로 서기관을 보더니 지긋이 눈을 감았다.


바로 잘못을 인정했으니 망정이지 진지하게 그딴 소리를 지껄였으면 바로 보고서를 저 면상에 집어던졌을 것이다.


이건 뭐 말이 되는 추론을 해야 대꾸라도 해주든 말든 할 게 아닌가.


“후우···아무리 여자가 좋다고 하더라도 일단 절차는 지키라고 그렇게 말을 했거늘.”


오스만은 일부일처를 고집하는 기독교 국가에 비하면 훨씬 더 유연했으나 당연히 지켜야 할 경계는 있었다.


첩을 들이는 건 상관없지만 그냥 아무 여자와 뒹굴고 애까지 가지게 했다면 이는 당연히 황실의 평판 손상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쉴레이만은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에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


그래도 옆에 데리고 와서 책임은 지는 모습을 보여주니 대견하다고 해야 하나 조심성이 없다고 해야 하나.


어쨌거나 최근 들어 정신을 차리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으니 앞으로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면 이해하겠지.


이제야 사람 구실 하기 시작한 아들의 기를 꺾지 않고 좋게좋게 타이를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잠시 고민을 이어가던 쉴레이만은 불현듯 느껴지는 위화감에 두 눈을 번뜩였다.


‘아니, 잠깐. 뒤에 배후가 붙은 게 아니라면 지금까지 바예지드의 행동이 모두 본인의 의사였다는 건데.’


놀랍도록 머리 회전이 빨라졌던 최근의 모습을 보면 그 아이가 이게 커다란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를리가 없다.


설마 그렇다면 일부러 약점이 될만한 요소를 스스로 내비쳤다?


‘···재미있군. 아주 흥미로워.’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욱 더 호기심이 생겼다.


설마하니 자신이 아들의 진의를 궁금하게 여기는 날이 올 줄이야.


쉴레이만 대제의 즐거운 상상은 브레이크가 고장난 폭주마차처럼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부터 평일에는 가능할 때 한편씩 연참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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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황태자 (2) +17 24.06.02 3,447 190 17쪽
30 황태자 +14 24.06.01 3,551 196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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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마흐디 (4) +24 24.05.30 3,608 205 15쪽
27 마흐디 (3) +20 24.05.29 3,602 205 15쪽
26 마흐디 (2) +22 24.05.28 3,723 206 16쪽
25 마흐디 +11 24.05.27 3,659 182 17쪽
24 사도와 황족 (5) +13 24.05.27 3,855 198 16쪽
23 사도와 황족 (4) +18 24.05.26 3,934 208 17쪽
22 사도와 황족 (3) +15 24.05.25 4,115 203 18쪽
21 사도와 황족 (2) +19 24.05.24 4,291 203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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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모든 걸 받아가겠다 (2) +13 24.05.21 4,514 197 14쪽
16 모든 걸 받아가겠다 +15 24.05.20 4,811 210 16쪽
15 내가 흑막이라고? (5) +20 24.05.19 4,804 22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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