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사 권능으로 신의 사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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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식마왕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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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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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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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내가 흑막이라고? (5)

DUMMY



아트마자는 초저녁까지 준비를 끝내놓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아마시아의 군사, 행정, 사법, 치안, 재무 책임자들을 한 자리에 모은 그가 나와 바예지드를 불렀다.


“준비가 끝났습니다. 도련님, 그런데 혹시 바예지드 님과 함께 들어가실 겁니까?”

“당연히 그래야지.”

“제 생각에는 일단 바예지드 님만 가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만에 하나라는 게 있지 않겠습니까.”

“말했잖아. 배신자가 누구인지 알아내려면 내가 직접 갈 수밖에 없어.”


아트마자는 근심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보더니 이내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눈을 부릅뜨고 수상해 보이는 자를 찾아보겠습니다. 도련님께서는 그때까지는 정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해주십시오.”

“그래, 그래.”


나는 대강 대답하며 바예지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에 앉아있는 다섯을 슥 훑어보니 그들의 시선은 전부 바예지드쪽에 집중되어 있었다.


호기심부터 무감정, 인위적인 영업용 미소까지.


음, 어디보자 관상으로 봤을 때 저쪽 포섭된 배신자는···당연히 누구인지 전혀 모르겠다.


내가 뭐 제대로 관상학을 배운 것도 아니고 원래 인터넷 관상학이라는 게 다 그렇지 않나.


나쁜 일을 저지른 다음 얼굴이 공개가 되어야 ‘아 관상 보니 그럴 줄 알았다’고 추임새를 넣을 수 있는 법이다.


지금 이렇게만 놓고 봤을 때는 아무리 매의 눈으로 훑어 본다고 해도 전부 의심스럽거나 전부 결백해 보일 뿐이다.


“어서 오십시오, 바예지드 전하.”

“총독님, 여기 상석에 앉으십시오.”

“그런데 뒤에 계신 어린 도련님은···작은 의자를 하나 가지고 오라고 할까요?”


뒤늦게 나를 눈치 챈 관료들이 당혹스러워했지만 나는 아무런 말도 없이 중앙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그리고 바예지드를 위해 마련 된 상석에 그대로 가서 앉았다.


“···?”

“저, 저기···.”


당연히 바예지드가 앉을 거라고 여기고 있었겠지.

황당하기 그지없다는 시선으로 나를 보던 이들은 이내 바예지드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리 아들이라고 해도 이런 개념없는 짓을 했다면 따끔하게 혼을 내야 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바예지드는 자연스럽게 내 뒤편에서 나를 지키듯 시립했다.


누가봐도 내가 상전이고 바예지드가 아랫사람인 모양새.


점점 더 당혹스러워하는 그들을 향해 나는 태평하게 인사를 건넸다.


“다들 반갑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도 있고 처음 보는 얼굴도 있겠지?”

“···예?”

“저희가 총독 님의 아드님을 언제 뵀다는···혹시 아마시아에 오신적이 있으십니까?”


역시 목소리만으로는 아무도 못 알아보는 건가.

하긴, 아트마자도 내가 두건을 벗기 전까지는 짐작도 못하는 눈치였잖아?


상식적으로 처형당했다고 알려진 사람이 자기 발로 멀쩡히 돌아다니고 있다고 누가 상상이나 하겠나.


그리고.


“한명쯤은 목소리만으로도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조금은 섭섭한 걸.”


그 사람이 자신의 정체를 스스로 밝힐 거라고는 더더욱 생각조차 하지 못했겠지.


나는 그대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천을 걷어내며 말했다.


“셰흐자데 아흐메드다.”


음, 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의 고요한 분위기.

아주 마음에 든다.


이제 메인 이벤트를 시작해 볼까?



* * *



아트마자는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소리를 지를뻔 했다.


‘아니! 도련니이이이이임!’


처음에 갑자기 걸어와서 상석에 앉을 때부터 등골이 싸하긴 했었다.


아니, 사실 입이 벌어질 정도로 놀란 게 먼저였다.


바예지드가 아흐메드를 대하는 태도가 심상치 않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일반적인 조카와 숙부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가까웠고 격의 없어 보였으니까.


하지만 그거랑 이건 별개지 않나.


차기 황제 후보이자 총독인 바예지드를 뒤에 세워두고 본인이 상석에 앉아버리는 건 대체 무슨 의도지?


애초에 바예지드가 이걸 왜 용인하는 건지부터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저렇게 새파랗게 어린 조카가 자기보다 위에 있는 것처럼 연출해주는 게 대체 무슨 이득이 있다고.


‘아니지. 따지고 보면 도련님을 살려주고 같이 다니는 이유부터가 의문 아닌가?’


자신들 입장에서 고맙기는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이득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손해만 가득 볼 선택지를 고른 셈이다.


그런데 이 모든 의문이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질만큼의 대형사고를 쳐버리다니!


갑자기 이렇게 정체를 밝히면 대체 어떻게 수습하란 말인가.


예상대로 아흐메드의 말이 끝난 뒤에도 실내에는 적막만이 가득했다.


직접 말은 하지 못해도 마치 이거 진짜냐고 묻는 듯한 시선이 아트마자쪽으로 날아들어왔다.


“···그···.”

“궁금한 자들이 많을테니 일단은 설명을 해볼까? 하지만 내가 살아 있는 이유는 구구절절하게 설명하면 너무 길어지니 알기 쉽게 직접 보여줄 거다. 그 편이 너희들도 이해하기 쉬울테고.”

“······”


저건 또 무슨 영문을 모르는 소리인지 모르겠네.


혹시 자신이 살아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서 배신자의 마음을 돌리려는 건가?


가능성이 아예 없는 방법은 아니지만 위험이 너무 커서 절대로 찬성할 수 없는 방법이다.


지금이라도 수습을 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머리가 반쯤 백지상태가 된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흐메드는 태연하게 위험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여기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지만 배신자가 있다고 하는군.”

“······?”

“예? 배, 배신?”

“그래. 나의 아버지의 은혜를 입었음에도 다른 세력의 꼬드김에 홀랑 넘어간 배은망덕한 자들. 은혜를 모르는 후안무치한 자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자가 지금 이 안에 있다.”


아니, 아니, 아니 저렇게 말하면 안 되지!


저런 식으로 말하면 진짜 배신자가 있더라도 당연히 반감만 생기지 않겠나.


양심에 호소할 생각이었다면 살살 달래서 죄책감을 가중시키고, 다 용서할테니 자백하라는 식의 화법으로 임해야 한다.


이렇게 된 이상 다섯 명 전부 외부와의 접촉을 할 수 없도록 가둬버려야 하나?


아니, 그러면 또 문제가···.


“신께서는 신의를 중히 여기신다.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계책을 부리는 건 그 자체로는 죄가 되지 않지. 하지만 은혜를 입고도 그 은혜를 배신하는 건 심각한 중죄다. 한낱 짐승조차 거두어준 사람에게 이빨을 드러내지 않는데 짐승만도 못한 존재를 자처하는 것이니.”


혹시 일부러 기분 나쁜 말을 해서 배신자의 반응을 떠보려는 걸까.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애석하게도 표정에 변화가 있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다섯 명 모두 여기에 배신자가 있을리 없지 않나 하는 표정으로 눈만 끔뻑거리고 있을 뿐.


“물론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은 아버지와의 인연을 잊지 않고 아트마자와 뜻을 함께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대들의 헌신에 머리숙여 감사를 표하고 싶다. 하지만 여기에 숨어있는 배신자들이여, 너희들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말해두마.”


그러니까 제발 그만 자극하라고.


명석하게 자랐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오판이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커다란 사건 때문에 분노로 이성이 마비된 걸까.


그럼 바예지드라도 말려야지 마음이 답답하고 음식으로 목구멍이 막힌 것처럼 숨을 쉬기 힘든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아흐메드는 너무나 평온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주전자의 뚜껑을 열었다.


아까 그의 부탁으로 아트마자가 손수 끓여온 커피다.


아흐메드는 그걸 인원수에 맞게 따른 뒤 자신이 가장 먼저 커피잔에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또박또박, 지금까지 했던 말중 가장 크게 힘을 주어 입을 열었다.


“들어라! 신께서 말씀하셨나니 신의를 버리고 장막 뒤에 숨어 간악한 계략을 꾸미는 자들의 민낯이 지금 드러날 것이다. 모두 앞에 놓인 잔을 받아 마셔라. 이건 내가 아닌 그분의 말씀이니, 그 한모금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기 전까지 스스로의 죄를 고하면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저 커피에는 그 무엇도 타져 있지 않다.

그건 손수 커피를 끓인 아트마자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제법 그럴듯한 공갈이긴 하지만 이걸로 배신자가 자진해서 나올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흐메드는 자리에 다시 앉더니 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다음으로 아트마자가 한숨을 내쉬며 커피를 마셨다.


뜨거움으로 타들어가는 게 자신의 혀일까, 아니면 마음일까.


이상한 약이나 독은 타지 않았다는 게 확실해지자 나머지 다섯도 어리둥절해하며 잔을 들었다.


“애석하구나. 기회를 주었는데도 잡지 않다니. 신께서 그에게 편안한 ‘죽음’을 내려주시길.”


그리고 그 어떠한 전조도, 예고도 없이 바로 옆에 앉아 있던 경비대 사령관 수바시 무라드가 그대로 책상에 얼굴을 박고 쓰러졌다.



* * *



어떻게 하면 최대한 자연스럽게 내 신체의 일부를 저들과 접촉하느냐가 이번 계획의 핵심이었다.


대놓고 침을 뱉는 건 너무 티가 나니 안 된다.


커피에 피를 한방울씩 타는 것도 생각을 해봤지만, 한두명이면 몰라도 여섯명 모두에게 하기에는 1분이라는 시간 제한이 걸린다.


하지만 이렇게 커피를 따라두고 그 앞에서 침을 튀기며 연설을 해주면 아주 자연스럽게 이곳에 내 신체의 일부를 섞을 수 있다.


내 연설이 끝나고 자리에 모인 여섯이 커피잔을 입에 가져다대기 까지 고작 10초.


계획의 성공을 확신한 나는 우선 딱 한번의 능력을 발동했다.


쿵! 쨍그랑!


그와 동시에 아트마자의 옆에 있는 자가 그대로 엎어지며 손에 쥐고 있던 잔이 땅에 떨어져 깨졌다.


“무, 무라드? 갑자기 왜 그러나? 기면증이라도 있는 건가? 갑자기 왜···.”


역시 한 놈은 확실히 있었구만.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아트마자가 다급하게 무라드라는 자의 몸에 손을 가져다 댔다가 그대로 흠칫 굳었다.


“···숨을···쉬지 않는데···이, 이게 대체···.”

“배신자의 이름이 무라드였나 보군. 미리 앞으로 나와 용서를 구했다면 이런 꼴이 되지 않았을 것을.”

“주···죽었! 히이익!”


아트마자 외에도 뒤늦게 정신을 차린 관리들이 허겁지겁 잔을 내려놓고 의자를 뒤로 뺐다.


“도, 독! 독인가? 해독제! 해독제에에!”

“잠깐! 독이라면 왜 무라드만···그리고 저거 다 한주전자에서 나온 커피 아닌가? 도련님이나 총독님도 같이 마셨는데···.”

“미리 해독제를 먹은 거 아니야?”

“아니, 그럼 우리는···왜···멀쩡하지?”


혼란스러울법 하지.

내가 저 입장이었어도 패닉에 빠져서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을 테니.


나는 느긋하게 의자의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그들의 의문에 답을 주었다.


“말하지 않았느냐. 배신의 삯은 사망이다. 신께서는 이 나라의 파디샤로 셰흐자데 바예지드를 낙점하셨으나 단순히 그의 반대편에 섰다는 이유만으로는 처벌되지 않는다. 저 자가 죽은 이유는 단 하나. 잘못을 반성할 기회를 주었음에도 응하지 않았다는 거다. 그리고 지금 이곳에···.”


배신한 사람이 최대 셋을 넘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그건 모르는 일.


나는 혹시 모를 가능성을 위해 일부러 특성을 한번만 발동했다.


말끝을 흐리며 싸늘하게 주변을 둘러보자 사법 책임자인 카디가 움찔거리며 벌떡 일어났다.


“저···저기! 죄송한데 그···급한일이 생겨서···아니, 화장실! 화장실을 좀···!”

“아니, 자네 이런 상황에서 무슨···.”

“금방!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저놈이네. 여기서 일어나면 자신이 뒤가 켕긴다는 걸 자진해서 실토하는 것 밖에 안되잖아?


하지만 눈앞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봤으니 애초에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리가 없다.


마침 딱 두 명이니 이걸로 끝이다.

아트마자를 비롯한 경비병들이 말리기도 전에 허겁지겁 방문을 나서려던 카디는 그대로 쾅! 소리가 나게 앞으로 고꾸라졌고.


앞서 숨이 끊어진 무라드처럼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영원한 잠에 빠졌다.


이 모든 게 내가 커피를 따라준 지 정확히 50여초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세상에···세상에···어찌 이런···이런 일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리는 자들.


“히이이익! 저는 아닙니다! 저는 배신하지 않았어요! 진짜입니다!”


겁에 질려 무릎을 꿇고 바들바들 떠는 이들.


“기적이다···신께서 기적을 보여주셨어! 이건 기적이야! 오오오오오! 신이시여어어어!”


인지를 벗어난 현상에 전율하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지만 이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공통적으로 단 한곳.


여전히 의자에 등을 기댄 채로 느긋하게 잔을 기울이고 있는 내쪽이었다.


“아트마자, 커피를 잘 끓이는군. 수도에서 마시던 것보다 훨씬 맛이 좋아.”

“···예? 아, 예···감사···합니다? 그런데 도련님 지금 이건···.”

“상황을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라고 말했었지? 내가 지금 멀쩡히 살아서 숨을 쉬는 이유.”


내 뒤에 있던 바예지드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와 나를 향해 공손하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리고 바예지드 숙부가 자리에 앉지 않고 나의 뒤에 서 있는 이유까지도.”


실내에 있는 사람들의 고개가 마치 하나의 생물처럼 동시에 위아래로 흔들렸다.


달칵 소리가 나게 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기이할 정도로 크게 울렸다.


그 누구도 감히 입을 뻥긋하지 않았고 숨막힐 정도의 고요한 정적만이 실내를 가득 메웠다.


나는 이 즐거운 침묵을 느긋하게 음미하며 물었다.


“자, 그럼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이 있나?”


너무나도 당연히. 입을 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두려움은 곧 경외로 승화되고 경외란 곧 신의 이름으로 귀결될지니.


지금의 침묵은 아마시아가 나의 발밑에 무릎 꿇었다는 더없이 확실한 증거였다.















작가의말

오늘도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힙니다!


부산아재김님, gogurye01님 소중한 후원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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