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사 권능으로 신의 사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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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식마왕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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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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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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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받아가겠다 (2)

DUMMY




예나 지금이나 사람에게 있어서 돈은 필수품이다.


제 아무리 고귀한 귀족도, 독실한 종교인도 돈이 없으면 결국에는 굶어 죽는 게 이 세상의 이치다.


내가 딱히 돈에 환장한 인간은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돈의 필요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는 바예지드의 돈만으로도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점점 더 해야 할 일이 많아지지 않겠는가.


그때마다 숙부님 돈 좀 주세요 하는 건 역시 모양이 빠진다.


이런 마음은 오르혼을 포로로 잡은 뒤 떠오른 상태창의 문구를 확인한 뒤 한층 더 강해졌다.


[필수 목표: 세력을 불리십시오.

조건: 구성원의 수와 경제력을 종합하여 판단

실패 시 패널티: 1년 이내로 기준점 달성에 실패할 시 사망]


저놈의 사망무새가 실패하면 죽는다고 협박하는 건 일단 차치해두고.


이제 슬슬 필수 목표가 어떤 식으로 정해지는지 감이 온다.


아무래도 저 필수 목표라는 건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따라 방향성이 정해지는 모양이다.


일단 아마시아를 통째로 손에 넣은 이상 구성원의 수는 거의 충족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곳은 3만 명은 넘고 4만은 조금 안 되는 규모의 나름 커다란 영지였으니까.


하지만 경제력은 조금 애매했는데 이곳의 모든 재산이 온전히 내게 속하는 걸로 판정 될지가 아직 미지수였다.


표면상 총독은 바예지드이기도 했고,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아마시아의 전체 GDP가 내 경제력으로 계산될 거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저런 애매모호한 문구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해석해야 뒤탈이 없는 법.


아트마자가 정리해둔 아마시아의 세입과 예산 지출의 흐름을 보니 어떻게 계획을 구상해야할지 그림이 그려졌다.


바예지드는 그 사이에 오르혼의 신문을 성공적으로 마쳤는지 표정이 아주 좋아 보였다.


“놈이 가져온 모든 자료를 탈탈 털은 결과 뤼스템 파샤가 배후에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특정할 수 있을 거 같다. 아무리 발뺌해도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는 증거를 여러 개 건졌거든.”

“오르혼은 뭐라던가요?”

“이야기만 들어서는 믿지 않을 테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대신 네가 말한 대로 뤼스템은 처음부터 내 손바닥 위에서 춤추고 있던 광대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해뒀지. 뤼스템과 함께 죽을지, 아니면 시키는 대로 하고 목숨을 건질지 결정하라고 하니 후자를 고르더구나.”

“눈물겨운 충성심이네요. 그래도 그렇게 바로 배신을 때린다고 하니 일은 쉽게 풀리겠어요.”

“그렇지? 그럼 오르혼에게 뤼스템이 이 모든 일을 시켰다는 증언을 하게 하면 그 놈을 끌어내리는 건 시간 문제···.”


아니, 아니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우리 바예지드 숙부님 아직도 상대방을 정면에서 찍어누르려는 기질을 다 버리지는 못하셨네.


“오르혼을 그렇게 쓰면 안 되죠. 어떻게 손에 넣은 비장의 카드인데.”

“그렇게라니? 뤼스템이 나를 찍어내기 위해 아마시아에서 폭동이 일어나도록 사주했다는 걸 밝히면 그 놈은 바로 끝장나는 게 아닌가?”

“끝장이야 나겠죠. 하지만 단순히 폭동 사주 정도로 끝나면 그 자의 목만 날아가는 걸로 사건이 종결되지 않을까요?”

“그거야···그렇겠지?”


이번 계획의 핵심은 뤼스템 파샤를 제거하는 게 아니다.


물론 친셀림 파벌의 거두 중 한명인 그를 날려버릴 수 있다면 우리측에도 이득이 되는 건 맞다.


하지만 단순히 그래서는 지금까지 이 고생을 한 보람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잖아?


“숙부님, 아마시아에서 폭동은 일어나야 합니다.”

“···뭐라고? 대체 어째서?”

“뤼스템 파샤가 이대로 처형 당하면 그의 막대한 재산은 다 어디로 가게 될까요?”

“그거야 뭐···별다른 사유가 생기지 않는 한 그의 아내인 내 누이에게 귀속되겠지.”

“맞습니다. 폐하께서도 아마 그런 방향으로 상속 문제를 해결하실 겁니다.”


뤼스템 파샤는 오스만 제국 내에서도 개천에서 난 용의 대표주자로 여겨지는 사람이었다.


크로아티아 지방의 가난한 농민의 자식으로 태어나 제국의 대재상까지 오르고, 황제의 딸과 결혼하는데 성공한 인간승리의 대명사.


그만큼 그의 출세를 시기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뤼스템이 진짜로 사람들의 질투를 받는 건 그의 어마어마한 재산 때문이었다.


제국의 대재상, 그것도 황제의 사위라는 지위 덕분에 그는 오스만의 여느 귀족들보다도 훨씬 더 큰 부를 축적해 왔다.


우선 그는 오스만 제국만이 아닌 전 유럽을 통틀어 최고의 곡창지대로 여겨지는 아나톨리아 지역에 대농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제국 전역에 뻗어 있는 그의 제분소만 해도 무려 470개 이상에 여기서 일하는 노예들은 1700명.

여기에 수중에 있는 말과 낙타를 더하면 도합 4000필에 가깝다.


이 정도의 부라면 제국 내에서 열 손가락안에 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쉴레이만 입장에서도 저렇게나 막대한 부라면 다른 곳으로 흘러가느니 황실의 일원인 딸에게 귀속시키는 게 낫다고 판단하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결국 뤼스템을 폭동 사주로 잡아넣는 건 아무리 잘해봐야 놈의 목을 날리는 수준에서 끝입니다. 그자가 가지고 있는 막대한 돈은 전부 고모님께 가겠죠. 그냥 주인만 바뀌는 겁니다.”

“뭐···그렇긴 한데 애초에 상속 구도상 내가 그놈의 재산을 가져올 방법은 없지 않···아하!”


이제야 내 의도가 파악이 됐는지 바예지드가 무릎을 탁 쳤다.


“그래서 폭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한 건가?”

“예. 뤼스템 파샤는 아마시아에 폭동이 일어나게 꾸몄고 이로 인해 아마시아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 지역의 총독인 숙부님께서는 당연히 그 피해를 보상받을 권리가 있겠지요?”

“그렇군. 이거 정말 엄청난 피해가 예상되는데?”


아무렴 인구 4만에 달하는 도시에서 대규모 봉기가 벌어질 테니 얼마나 많은 재산 피해가 있겠는가.


이건 필히 뤼스템이 자신의 사비를 털어 갚아야만 한다.


얼마나 많은 건물이 불에 타고 얼마나 많은 돈이 소실이 될지는 지금부터 정···아니, 추산을 해봐야겠다.


아마시아에서 옮길 수 있는 재산과 돈은 전부 옮겨놓고 본다.


일단은 도시 외곽에 마련해둔 내 창고 안으로.



* * *



내 계획을 전해들은 아트마자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즉각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나를 사도로 인정하는 착하고 선량한 아마시아의 신도들은 바로 십수개의 조직으로 쪼개져 도시 전체를 혼란에 빠트릴 준비에 들어갔다.


중앙으로 올라갈 막대한 양의 농산물과 화폐가 도적 떼로 돌변한 시민들에 의해 불에 타버릴 것이다.


약탈이 아닌 방화인 이유는 저들의 목적이 강도가 아닌 복수이기 때문이라는 설정이다.


물론 실제 현물은 전부 비밀리에 지어놓은 창고로 쏙쏙 옮겨지는 중.



화르르륵!


이야 고놈 참 시원하게 잘타네.


나와 바예지드는 빈 수레가 화려하게 불타고 있는 걸 구경하며 아트마자가 준비해온 케밥과 카이막을 열심히 흡입했다.


“사도님, 그리고 총독님. 지시하신 대로 중앙으로 올라갈 예정이었던 물자는 전부 빼돌렸습니다. 그리고 수레는 전부 태웠고, 관청 내에 있는 창고도 싹 다 불태워버릴 예정입니다.”

“좋아, 좋아. 그리고 저들을 제압하는데 엄청난 인명 손실이 났다는 사실도 확실히 잊지 말고 기록해두도록.”

“알겠습니다.”


아미시아의 군사, 행정, 사법, 그리고 농민들로부터 세금을 거두는 시파히들까지 전부 내게 붙은 이상 이런 자작극을 꾸미는 건 일도 아니다.


여기에 저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최고책임자들은 황제보다도 나를 더 우선시하고 있으니 중앙에서 사건의 내막을 아는 건 불가능했다.


수도에 있는 황제에게 들어갈 보고는 아마시아에서 만 단위 규모의 폭동이 일어나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뿐.


도시 곳곳에서 위장용 더미가 화려하게 불타오르기 시작했고, 아트마자는 쇠사슬로 포박당한 오르혼을 바예지드의 앞으로 질질 끌고왔다.


오르혼에게는 내 정체를 드러낼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아트마자는 내가 아닌 바예지드를 향해 허리를 숙이며 보고를 올렸다.


“총독님, 명령하신 대로 데려왔습니다.”

“그래. 오르혼, 너는 분명 목숨만 살려주면 이쪽이 시키는 모든 걸 하겠다고 했었지?”

“···예, 예. 그, 그런데 그···목숨만이 아니라···.”

“아아, 그래. 평생 굶을 걱정 없는 수준의 돈과 땅을 줄 테니 걱정마라. 단, 평생 이 땅을 떠나지 못하고 감시를 받아야겠지만.”

“괘, 괜찮습니다! 살려만 주신다면···.”


바예지드를 바라보는 오르혼의 눈은 명백한 공포에 잠식되어 있었다.


저건 단순히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이기 때문이 아니다.


오르혼의 머릿속에서 바예지드는 모든 걸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대국을 마음대로 조정하는 지배자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원래 따르고 있던 뤼스템이 지지하는 셀림과 눈앞의 이 바예지드.


둘 중 누가 권력다툼에서 승리하고 파디샤가 될 거라고 생각하겠는가.


여기서 그래도 끝까지 셀림이나 뤼스템과의 의리를 지키겠다고 한다면 그건 충성이 아닌 세뇌의 산물이다.


“좋다. 네 협력으로 내 목적을 이루는데 도움이 된다면 나는 반드시 약속을 지킬 것이다. 그러니 원래 하기로 했던 수단으로 뤼스템 파샤에게 연락을 보내라. 계획대로 아마시아에서 폭동이 일어났고, 바예지드 황자는 이 사태에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하고 도주했다고.”

“알겠습니다. 지, 지금 당장 보내겠습니다.”

“그쪽에서 네가 보낸 연락이라는 사실은 어떻게 확인하지?”

“제 직인을 찍고 거기에 서신의 앞뒤로 제가 보낸 게 맞다는 암호문을 써놓을 겁니다.”


직인만이 아니라 암호까지 정해뒀다고?

진짜로 이중 삼중으로 안전 장치를 걸어뒀었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저 먼 수도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죠?


할 수 있는 게 없는 걸 넘어서 뭐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건지 감히 알 수조차 없을 것이다.


지금 쉴레이만은 전쟁을 앞두고 있는 참이라 한층 더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을 터.


진실이 밝혀진다면 과연 얼마나 맛있는 반응이 나올지는 나조차 예측할 수가 없다.


바예지드는 오르혼이 공손히 내민 서신을 넘겨받았다.


자, 이제 모든 걸 넘겨받을 차례다.



* * *



1554년 5월, 오스만의 황실은 눈앞에 다가온 전쟁 준비로 한창이었다.


지금까지 몇 번이고 싸웠음에도 완전히 무릎꿇리는데 실패한 지긋지긋한 시아파 사파비 제국을 토벌하기 위해서다.


쉴레이만은 오스만의 파디샤답게 이번에도 친정에 나설 계획이었다.


황제가 이끄는 유럽 최강의 군대는 나약한 사파비 왕조의 군대를 순식간에 격파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 것이다.


복잡했던 국내 문제도 대부분 일단락 된 상황이었기에 황제는 아무런 걱정없이 군을 일으키려 했다.


헌데, 선전 포고문을 보내기로 결정한 바로 이틀 뒤.


전 대재상 뤼스템 파샤가 황제의 성질을 박박 긁을만한 비보를 전해왔다.


“폐하! 아마시아 방면에서 대규모 폭동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바예지드 전하께서는 가까스로 화를 비켜가셨지만 폭도들의 기세가 너무 거세 상황을 통제하실 수가 없다고 합니다!”

“···뭐라? 아니, 그 아이가 아마시아에 간 지 얼마나 지났다고 바로 폭동이 발생했다는 말이냐?”

“자세한 이유는 아직 들어온 바가 없어 파악이 되지 않았습니다.”

“전쟁이 코앞인 상황에서 대체 이게 무슨 변고란 말인가!”


사파비 왕조는 메소포타미아와 아제르바이잔부터 저 밑의 페르시아 지역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수도에서 전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아마시아와 필연적으로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데 그 지역을 폭도들이 장악하고 있다면, 이는 전쟁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폭도들이 직접적으로 싸움을 걸지는 않겠지만 저 정도의 대규모 폭동이 일어났는데 어떻게 마음 놓고 다른 나라와 전쟁을 수행할 수 있겠나.


“바예지드···그렇게 자신있어 하더니 이런 사고를···.”


최근 달라진 그 아이라면 무스타파의 영지를 진정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렇게나 예상이 빗나갈 수 있는 건가.


진정시키기는커녕 부임하자마자 대규모 폭동이 일어나다니.


“폐하.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바예지드 전하의 안위가 아니겠습니까. 우선은 전하께서 무사히 돌아오시도록 병력을 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기서 쓸데없이 병력을 파병하고 반란을 진압하면 그만큼 개전의 시기가 늦춰질 수밖에 없다.


단지 거기서 문제가 끝나는 게 아니라 사파비 제국에 이쪽의 움직임에 대비할 시간을 주게 될지도 모른다.


“이해할 수가 없단 말이야. 반란이나 폭동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일어날 수 있는 게 아닌데. 바예지드가 대체 무슨 짓을 했는데 이런 사고가 발생한 거지?”

“최대한 빠르게 알아보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쉴레이만이 바쁘게 상황을 파악하고 지시를 내리려던 찰나.


바깥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울려퍼지더니 서기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폐하! 바예지드 전하께서 수도로 들어오고 계신다고 합니다.”

“···뭐라고?”


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

반란을 피해서 도망온 건가?


그렇다쳐도 이제 막 보고가 도착했는데 지금 바로 수도에 도착하는 게 시기 상 말이 되는 것인가.


쉴레이만이 슬쩍 돌아보니 뤼스템 또한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바깥으로 고개가 돌아가 있었다.


‘뭔가가 있군.’


바예지드와 뤼스템.


이건 양쪽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거 같다.


쉴레이만은 서기관을 안으로 들여 황명을 내렸다.


“디반을 소집하겠다. 대재상과 총재, 대신들을 전부 황궁으로 부르도록. 그리고 뤼스템, 자네는 나가지 말고 여기 남아있게.”


사파비와 전쟁을 앞둔 이 중대한 시기에 허튼 짓을 부린 자가 있다면 그 누구라도 용서치 않는다.


그건 자신의 아들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하물며 농간을 부린쪽이 바예지드가 아닌 뤼스템이라면, 고작 파직이나 추방 정도로는 끝나지 않으리라.


쉴레이만의 싸늘한 시선을 받은 뤼스템은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으나, 자신은 찔리는 게 없다는 듯 당당히 어깨를 폈다.


왠지 모르게 오늘은 자식과 아끼는 신하 중 하나를 잃어버릴 날이 될 것만 같다는 확신에 가까운 예감이 들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산아재김님 후원금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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