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사 권능으로 신의 사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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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식마왕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3
최근연재일 :
2024.06.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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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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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받아가겠다 (4)

DUMMY




사실 뤼스템의 말이 영 틀린 건 아닐 것이다.


아무리 대재상을 역임했던 권력의 실세라고 해도 이번에 뤼스템이 펼친 계략은 스케일이 커도 너무 컸다.


전쟁을 앞둔 상황에서 대규모 폭동을 일으켜 상대방 후보를 끌어내린다.


여기에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 바예지드만이 아니라 셀림까지 무스타파의 처형에 연관되어 있다는 루머를 퍼트리지 않았나.


이 정도의 대작업을 셀림이나 미흐리마의 용인 없이 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쉴레이만도 개소리 하지 말라고 단번에 일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해명할 거면 해보라고 본인이 기회까지 준 상황이었으니까.


물론 이 모든 게 미흐리마의 계획이라는 말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겠지만.


“···뤼스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거라면 더욱 처벌이 커질 뿐이다.”

“폐하! 저는 억울합니다! 저는 정말 시킨 대로 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직접 물어보면 될 일이지. 미흐리마를 이리 데려오도록.”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있는지 쉴레이만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전령이 뜀박질로 달려나갔다.


잠깐 시간이 붕 뜬 사이 황제는 한숨을 내쉬며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었다.


“이제는 하다하다 딸들까지···.”


보통 오스만의 황제는 피비린내나는 계승전쟁을 거쳐 황제로 취임한다.


그 과정에서 친형제들의 죽음을 보며 황제가 되기 때문에 황제들은 어느정도 이런 전통에 내성을 쌓게 된다.


하지만 쉴레이만은 다른 황제들과는 달랐다.

그는 아무런 분쟁 없이 황위에 오른 극히 드문 케이스에 속하는 이였으니.


그의 아버지인 셀림 1세가 황위에 오르며 친족들을 모조리 죽여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황제가 되기 위해 형제들과 친척들을 죽여야 하는 이 현실에 진한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잘만 하면 이쪽으로도 파고들어갈 여지가 꽤 있을지 모르겠네.


쉴레이만의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려 있는 동안 쉴레이만에게 최대한 온건하게 이야기를 진행하라는 수신호를 보내자 그쪽도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전령이 미흐리마 술탄과 함께 청문회장으로 돌아왔다.


오면서 대강 상황을 들었던 모양인지 그녀는 바로 쉴레이만의 발을 끌어안으며 엎드렸다.


“아버지! 아니, 폐하! 저는 너무나도 억울합니다. 어째서 이런 무서운 자리에 저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인지···저는 그저 동생들이 무사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신께 기도를 드린 죄밖에 없는데 이런 것도 죄가 되나요?”


아버지라는 존재는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딸에게 약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귀여우면서도 영특해 어렸을 때부터 옆에 끼고 다니다시피 하며 사랑을 준 딸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랴.


“···그럼 너는 이번에 뤼스템이 꾸민 계략에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소리냐?”

“다, 당연하죠. 아버지, 제가 어떻게 무서운 일을 꾸밀 수 있겠어요.”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셀림 전하를 후계자로 만들어야 하니 바예지드 전하를 어떻게든 끌어내려야 한다고 하신 건 당신이지 않습니까!”

“아버지, 저 말을 믿으시는 건 아니죠? 아무리 황족이라고 해도 저 같은 여인이 어찌 이 나라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사에 개입을 할 마음을 품겠어요. 물론 동생들이 잘못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던 건 맞지만 저는···.”


누구 말이 맞는지 정확히 판단은 어렵지만 내가 볼 때는 미흐리마쪽이 더 고단수다.


자연스럽게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감성을 자극하는 것 좀 봐라.


사실 현대의 이슬람과 기독교를 생각하면 상상이 되지 않는 일이지만 지금 시대에서 오스만의 여성 인권은 명백히 유럽보다 높았다.


물론 이건 오스만이 특히 여성의 권리가 높았던 게 아니라 지금 시대의 유럽이 그만큼 차별이 심한 동네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남녀의 권리가 뚜렷하게 구분되는 사회에서는 저런 감성을 자극하는 화법이 더 먹히기 쉽다.


남자가 여자보다 우월한데, 어떻게 여자인 자신이 뤼스템 같은 거물을 쥐고 흔들겠냐는 말에 그만큼 설득력이 실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무리 하렘의 정치 싸움이 제국의 정치와 직결된다고 해도 공식적으로 오스만은 여성의 정치 개입을 불허한다.


미흐리마가 저렇게 자신을 낮추는 화법을 구사하는 건 철저히 계산된 행동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그러면 너는 이 계획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는 뜻이냐?”

"그···뤼스템이 셀림을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무슨 계획을 진행할 건데 허락을 해달라고 하기는 했어요. 하지만 저는 동생을 위한 일인 줄 알고···그게 설마 이런 일일 줄은 정말 몰랐어요.”


어차피 부부 사이에 오간 개인적인 대화를 어떻게 증명하겠나.


현대에서도 괜히 이혼 전문 변호사가 있는 게 아니다.


이런 걸 객관적으로 따지려면 전문가들이 붙어서 엄청난 논쟁을 벌여야 하는데 쉴레이만에게는 지금 그럴만한 여유도 없고 시간도 없다.


“하아···일단 모두 물러가라. 좀 더 검토를 해본 뒤에 판결을 내리도록 하겠다.”


결국 쉴레이만은 대신들을 전부 돌려보내고 바예지드만을 남겼다.


나 같은 어린 아이는 어차피 들어도 별 상관이 없다고 여겼는지 굳이 내보내지는 않았고.


덕분에 나는 두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근처에서 들을 수 있었다.


“···바예지드, 넌 두 사람 중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방금 말만 들어서는 알 수 없지 않나 싶습니다. 사실···둘이 그냥 공범이었을 가능성도 있지 않나 싶고요.”

“역시 그런가.”

“하지만 그렇다는 건 결국 폐하께서 내리시는 결정이 정답이라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뤼스템이 뭐라고 지껄이든 결국 황제인 쉴레이만이 딸의 손을 들어주면 이야기는 거기서 끝난다.


하지만 쉴레이만이 모두의 앞에서 이야기를 들은 이상 최소한의 납득이 가는 판결을 내려야 할 필요가 있었다.


황제의 말이 법이라지만 지금 이건 후계 구도를 둘러싼 민감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


여기서 딸이라는 이유로 누가봐도 편파적인 결정을 내리면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우려가 있겠지.


쉴레이만은 내심 뤼스템에게 해명할 기회를 준 걸 후회하고 있지 않을까.


아니지. 쉴레이만 정도의 판단력이면 처음부터 이 결정을 아들에게 넘겨버릴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굳이 이런 번거로운 자리를 마련한 것일 테고.


예상대로 쉴레이만은 나직하게 혀를 한 번 차더니 지긋이 바예지드를 응시하며 말했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곧 수도를 떠날 예정이다. 따라서 이번 일의 뒤처리는 너에게 맡기마.”

“···예?”

“다만, 잘 생각해 보거라. 뤼스템의 재산을 확실하게 너에게 옮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역시 예상대로네.


진짜 머리 회전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빠른 노친네라니까.


사랑하는 딸은 봐줘야겠고, 본인의 위신에 흠집은 나면 안 되니 이걸 이렇게 미룬다고?


심지어 그 짧은 시간 안에 계산을 다 마쳤다는 게 놀라울 지경이다.


역시 오스만 역사상 최고의 군주 중 한명으로 뽑히는 사람답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바예지드는 쉴레이만의 의도를 다 이해하지 못했는지 눈가가 아주 미세하게 씰룩였다.


그래도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즉각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마십시오 폐하.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호오···이렇게만 말했는데도 다 이해했다고? 이번에 뤼스템을 몰아붙이는 것도 그렇고 너에게 조금 더 많은 기대를 해보아도 될 것 같구나.”


머리 회전이 쉴레이만보다 조금 느리면 뭐 어떠랴.


어차피 나중에 내가 알아서 해줄 거라는 절대적 확신이 있는데.


우리 바예지드 숙부는 결과로 쇼 앤 프루브 한다 이거야.


쉴레이만은 고개를 끄덕이며 믿음직스러운 아들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버지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따라주겠다는 아들의 저 듬직한 모습을 어찌 의심할 수 있을까.


다른 건 몰라도 연기력 하나만큼은 바예지드가 쉴레이만을 뛰어넘은 거 같긴 하다.



* * *



황위계승전은 황자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황제의 의사가 절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원역사에서 가장 능력이 탁월했던 무스타파가 제일 먼저 탈락한 이유.


셀림보다 확실히 더 능력이 좋았던 바예지드가 끝끝내 반란을 일으키고 토벌당했던 이유.


전부 황제였던 쉴레이만이 결정적인 순간에 셀림을 밀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아직 우리의 기반이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황제의 환심을 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흐리마 술탄?

친애하는 우리 고모님은 확실히 거슬리는 적이었지만, 이제는 날개와 발톱이 전부 뽑힌 매에 불과했다.


적당히 살려서 쉴레이만의 호의를 끌어내는 용도로 삼으면 이보다 유용한 패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고 해도 바예지드도 친누나를 죽이고 싶지는 않겠지.


쉴레이만에게 이번 사태를 수습할 전권을 부여받은 바예지드는 바로 미흐리마 술탄을 불렀다.


그녀는 어차피 나와 직접 만난 적이 없기 때문에 나도 대충 얼굴에 천을 두르고 함께 동석했다.


청문회장이 아닌 사적인 자리에서 처음으로 마주한 미흐리마 술탄의 인상은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당당함 그 자체였다.


호랑이의 자식은 여자라고 해도 호랑이인 법.


아무래도 쉴레이만의 자식 중 범부는 셀림 하나밖에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능력이 뛰어난 자식들을 그렇게 낳았음에도 정작 후계자는 가장 무능력한 아들이 됐다니.

이것 또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싶다.


당당한 걸음걸이로 실내로 들어온 미흐리마 술탄은 바예지드를 보자마자 표정을 싹 바꾸더니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옆으로 다가왔다.


“어머~친애하는 우리 동생. 이렇게 따로 불러주다니 너무 반갑고 고맙구나. 이렇게 우리가 단 둘이 만나는 게 얼마만이야?”

“정확히 말하면 둘이 아니라 셋입니다만.”

“아, 맞다. 네 아들도 있었지? 이 아이 이름은 뭐니?”

“그냥 아흐메드라고 부르세요.”


저쪽의 반응을 떠보기 위해 일부러 흘린 거였는데 미흐리마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방긋방긋 웃으며 내게 인사를 건넸다.


“반갑구나, 아흐메드. 나는 네 고모인 미흐리마란다. 앞으로 부담없이 고모라고 부르렴.”

“네, 고모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머나, 목소리만 들어봐도 총명해 보이는구나. 보아하니 우리 딸인 아이세와도 비슷한 또래 같은데 나중에 소개해 줄테니 좋은 친구로 지내주지 않을래?”

“누님, 그쯤하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내가 부른 이유는 잘 알고 있을 텐데요?”


냉기가 풀풀 날리는 바예지드의 말에도 미흐리마는 생글생글한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지금 여기서 절대적인 우위에 선 자가 누구인지 아주 잘 알고 있다는 눈치였다.


“그래, 그래.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주책을 떨었네.”

“지금 본인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는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아, 그거···저번에도 들었겠지만 난 진짜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내가 친동생을 상대로 그런 계략을 펼칠 정도의 악독한 이는 아니잖아? 아무리 티격태격 싸워도 우리는 피를 나눈 남매 사이인데.”

“보통은 그렇게 생각하겠죠. 우리가 태어난 곳이 피를 나눈 사이는 남보다도 못한 관계가 되어야 하는 가문이 아니었다면.”

“그건 남자들끼리의 이야기지 여자는 예외잖아? 기억 안 나니? 내가 어렸을 때 널 무릎에 앉히고 책도 읽어줬었는데.”


그녀는 여전히 가식적인 웃음을 한가득 머금은 채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단 둘이서가 아닌 네가 소중히 여기는 아들과 함께 나를 봤다는 건 너도 이 사태를 그렇게 크게 키울 마음은 없다는 뜻이겠지?”


보통은 이런 아이를 데려다 놓고 친남매를 사형대로 보내버리겠다는 살벌한 말을 할리가 없긴 하지.


그녀가 여유를 부리는 이유를 알게 된 바예지드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누님, 뭔가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는 거 같은데 이 아이는 누님이 생각하는 그런 아이가 아닙니다. 이 제국의 그 누구와도 비견될 수 없는 특별한 아이니까요. 막말로 내가 누이와 뤼스템을 공범으로 지목해 사형시켜 버려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겁니다.”

“···뭐?”

“그러니까 그 봐주기 힘든 연극 그만하고 그냥 평소처럼 툭 까놓고 이야기합시다. 우리가 언제부터 우애좋은 남매였다고 그런 닭살 돋는 말 해봐야 역효과만 날 뿐이라니까요?”


하긴, 남자라면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은 친누나가 와서 애교를 부려봐야 속만 메스꺼워질 뿐이다.


나와 바예지드를 번갈아 바라보던 미흐리마는 바로 사람 좋은 미소를 거두고 나직하게 혀를 찼다.


“쯧, 그냥 좀 좋게좋게 넘어가주지. 그래, 이렇게 이야기하자는 거지?”

“훨씬 낫네요. 그러면 누님이 원하는 걸 말해보시죠.”

“내가 원하는 게 뭐 하나밖에 더 있겠어? 동생아, 부탁이니 나 좀 살려주지 않으련?”


너무나도 당당한 어조로 말하며 고개를 숙인 미흐리마의 태도에 바예지드도 나도 순간 웃음이 터질 뻔 했다.


“말이랑 행동이 너무 따로 노는 거 아닙니까?”

“그냥 무작정 목숨 구걸 하는 건 아니다. 나를 살려준다면 너에게도 나쁠 건 없을 거야.”

“한번 들어나 보죠.”

“내가 셀림을 지지하고 있었던 건 알고 있지? 하지만 앞으로는 그 아이가 아닌 너를 적극적으로 지지할 거다. 어머니는 어차피 중립이시니 내가 네 편에 붙으면 하렘의 여론은 네 쪽으로 기울게 되어 있어.”

“그리고?”


미흐리마의 영향력이 나름 강하기는 해도 하렘의 실질적인 지배자는 그녀와 바예지드의 어머니인 휘렘 술탄이다.


그녀가 누군가의 편을 들지 않는 이상 미흐리마가 아무리 애써봐야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는 힘들다.


물론 휘렘 술탄이 세상을 떠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긴 하겠지만.


“···그리고 셀림을 지지하는 이들 중 네가 모르는 사람들도 꽤 있거든? 그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전부 알려주마. 여기에 나만이 아니라 네 쪽으로 갈아탈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도 많을 거야. 그들을 설득하는 일도 내가 맡으마.”

“나쁜 거래는 아니네요.”

“그렇지? 너도 알겠지만 아버지는 나를 총애하시니 내가 너에 대한 좋은 말을 계속 흘려주면 아버지도 지금보다 더 널 좋게 보실 거야. 이게 장래에 얼마나 큰 자산이 될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단순히 휘렘 술탄을 보내버리면 셀림 파벌에 마이너스만 될 뿐이다.

하지만 그녀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면 저쪽에는 마이너스, 이쪽에는 플러스가 된다.


이것만 해도 분명 큰 이득이긴 했지만 역시 제일 중요한 건 일부러 말을 하지 않는구만.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역으로 미흐리마 술탄이라는 사람에 대한 평가는 더욱 상승했다.


“거기에 추가로 하나 더 약속을 해주셔야겠습니다.”

“약속? 어떤 약속?”

“제 아들이 묻더군요. 이번 사건의 주범인 뤼스템 파샤가 전 재산을 몰수 당하고 죽는다면 과연 재산 환수가 그렇게 쉽게 이뤄질지.”

“······.”

“뤼스템의 막대한 재산의 상속권은 누님에게 있고 누님은 절대로 자신의 권리를 순순히 내놓을 사람이 아니죠. 지금 이 순간도 뒤로 재산을 빼돌리고 있지 않습니까?”


겉으로 드러난 제분소나 노예들, 말이나 낙타 같은 실물 자산은 빼앗을 수 있겠지만 그가 뒤로 얼마나 더 많은 돈을 꿍쳐두었을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미흐리마의 성정을 고려하면 그녀는 뤼스템 본인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 뤼스템의 재산을 대부분 파악해 놓았을 것이다.


“뤼스템 파샤의 모든 재산을 전부 다 환수해서 나한테 바치도록 하세요. 그리고 아까 누님이 말한 모든 약속을 다 이행한다는 맹세를 서면으로 남겨놓는다면 누님의 말대로 따라드리죠.”

“···그걸 저 꼬마 아이가 지적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특별한 아이라고. 아니면 제가 이유없이 저 아이를 끼고 도는 줄 알았습니까?”


완전히 정곡을 찔린 미흐리마는 잠시 말없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게 한참 나와 바예지드를 번갈아 쳐다보던 그녀는 이내 진한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까딱였다.


“하아···이래서 셀림이 더 편했던 건데.”


유약한 동생을 내세워 뒤에서 실권을 휘두르려 했던 여장부의 원대한 계획은 지금 이 순간부로 폐기처분 된 셈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본인의 목숨이니 어쩌겠는가.


“그래. 네가 이겼네. 내가 졌다.”


쉴레이만 대제가 가장 사랑하는 딸은 깔끔하게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항복문서나 다름없는 합의서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이로서 친셀림 파벌은 가장 강력한 우군의 존재를 잃었고.


나와 바예지드는 수년 안에 하렘 내부의 여론을 완벽히 틀어 쥘 수 있는 수단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나름 치열하게 전개되던 후계자 쟁탈전의 구도는 이렇듯 어느 한쪽을 향해 급속도로 기우는 중이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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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마흐디 (4) +24 24.05.30 3,615 205 15쪽
27 마흐디 (3) +20 24.05.29 3,607 205 15쪽
26 마흐디 (2) +22 24.05.28 3,729 206 16쪽
25 마흐디 +11 24.05.27 3,664 182 17쪽
24 사도와 황족 (5) +13 24.05.27 3,866 19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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