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사 권능으로 신의 사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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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식마왕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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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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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와 황족

DUMMY



1554년 6월.


오스만의 파디샤 쉴레이만은 루멜리아 총독 소콜루 메흐메드 파샤와 함께 사파비 왕조에 선전포고를 했다.


파디샤가 대군을 이끌고 떠난 뒤 수도에 남은 바예지드는 황제의 전권대리인으로서 아마시아 사태의 뒷수습을 맡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쉴레이만이 가장 아끼는 딸 미흐리마 술탄.


그리고 그녀의 남편이자 오스만의 정재계를 주름잡던 뤼스템 파샤가 서로를 범인이라고 지목하며 진흙탕 싸움을 벌인 사건이다.


주범으로 지목 된 이는 엄중한 처벌 수준이 아닌 목이 날아가는 형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건 단순히 뤼스템과 바예지드 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친셀림 파벌에 속하는 대신들이 공유하고 있는 감상은 단 하나.


‘좆됐다’였다.


반면 바예지드를 지지하는 파벌은 세상 다 가진 사람들마냥 축제 분위기였다.


“이번 기회에 저 놈들 싹을 싸그리 뽑아버려야 합니다!”

“암암, 저 정도의 대작업을 뤼스템 혼자서만 했을리가 없지요.”

“제가 볼 때는 미흐리마 술탄과 뤼스템 양쪽을 모두 엮어서 보내버려야 합니다.”

“그런데 미흐리마 술탄은 폐하께서 아끼시는 분인데···.”

“지금 이 사안은 반역죄에 해당하는 중죄입니다. 황족이라고 해도 용서받을 길이 없죠.”


바예지드와 셀림은 성향이 완벽히 갈렸기 때문에 지지하는 파벌의 성격도 극단적으로 갈리는 경향이 있었다.


셀림은 온건하고 친관료적인 성향이었기에 뤼스템을 필두로 한 고위 행정직들의 지지를 받았다.


반면 바예지드는 과거 전투적이고 급진적인 성향을 여러번 드러냈기에 주로 군부의 지지를 받았다.


얼핏 보면 황위 계승전을 치러야 하는 황자이니 군부의 지지를 받는 게 유리해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반대였는데 군부의 관리들은 태생적으로 정치적 선동에 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흐리마 술탄은 하렘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뤼스템은 고위 관료들 사이에서 바예지드에 대한 악감정을 끊임없이 조성해왔다.


게다가 군부 관료들이라 해봐야 최고위직인 예니체리 총사령관은 쉴레이만이 직접 임명하는 자리라 어차피 그의 의사에 따를 수밖에 없다.


총사령관의 부재 시 지휘권을 가지는 세크반바시는 바예지드쪽에 가까웠지만, 쉴레이만과 총사령관이 있을 때는 별다른 활동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쉴레이만과 총사령관이 전쟁을 위해 자리를 비운 상태.


여기에 쉴레이만의 권한 대행을 바예지드가 맡았다.


심지어 전 대재상인 뤼스템을 견제하기 위해 현 대재상인 카라 파샤도 바예지드 파벌에 합류한 상황이었다.


본래 그는 중립에 가까웠지만 이번에 바예지드가 올린 공로를 보자마자 주저없이 이쪽으로 붙었다.


즉, 제국 정부의 수장이자 수도의 치안을 책임지는 장군까지 전부 바예지드의 뒤를 밀어주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서 작정하고 몰아치면 수도에 있는 친셀림 파벌을 완전히 뿌리뽑아 버릴 수도 있었다.


“재상님, 바예지드 전하께 이 사건을 더욱 키우자고 건의를 드리는 게 어떻겠습니까?”

“나도 그러려고 했지만 단칼에 거절당했습니다.”

“···예? 대체 어째서?”

“전하의 말씀대로라면 이건 폐하께서 내리신 또 하나의 시험일 수 있다고 하십니다.”

“시험이라니···아!”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따지고 보면 너무나도 절묘한 상황이 아닌가.


행정과 군사권을 모두 손에 넣은 상황에서 상대방 세력을 마음대로 잡아 처넣을 명분까지 틀어쥐었다.


누구를 데려다 놔도 이 기회를 최대한 살려서 권력을 강화하고 싶어할 수밖에 없다.


“폐하께서 설마 바예지드 전하가 권력을 남용하는지 아닌지 살펴보려고 일부러 이런 상황을 조성하셨단 말씀입니까?”

“바예지드 전하께서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보시고 최대한 공정하게 일 처리를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해야 폐하께서 바예지드 전하에 대한 평가를 크게 높이실 거라고.”


맞는 말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바예지드가 왜 이렇게 소심해졌는지 걱정하던 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예전에는 능력은 있었어도 젊은 혈기를 억누르지 못하고 막나가는 모습을 많이 보였는데, 이렇게나 달라진 모습이라니.


“이대로만 간다면 그분께서 후계자가 되시는 건 시간문제겠네요.”

“하하하! 그러게나 말입니다.”

“아, 그런데 그분과 계속 붙어 다니는 그 작은 도련님 말입니다. 전하의 아드님이라는데 혹시 아는 사람 있습니까?”

“글쎄요···어느 날부터 갑자기 옆에 데리고 다니셨다는데 저도 잘 모릅니다.”


이 나라의 대재상은 물론이고 정부의 그 어떤 관료도 바예지드의 아들로 추정되는 꼬마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 순간, 실내에 모여있는 이들의 머릿속에 각양각색의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뭐지? 혹시 나중에 그 아이를 후계자로 삼으려는 건가?’


‘만약 그 아이가 바예지드 전하의 가장 총애하는 아들이라면···.’


‘지금부터 줄을 서둘까? 아니면 길들이기를···.’



* * *



수도 전역을 뒤흔든 이 일대사의 여파는 당연히 남자들의 세계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오직 오스만의 황제만이 출입할 수 있는 금남의 공간.


톱카프 궁전의 제 2중정에 위치한 하렘의 술탄들의 귀에도 이 소식이 들어왔다.


무스타파가 처형 된 이후 하렘의 실권자들은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걸 자제해 왔다.


그도 그럴 게 어차피 이제 후계자는 셀림과 바예지드 둘 중 하나가 될 예정이었으니 누군가를 위해 공작하는 것도 애매했기 때문이다.


사실 휘렘 술탄은 매사에 반항적이었던 바예지드보다는 온건한 셀림을 마음에 들어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감정일 뿐.


그런 이유로 아들 중 한명을 죽이고 다른 한명을 황제로 만든다는 건 어머니 된 사람으로서 내리기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휘렘 술탄도 이번만큼은 즉각 반응을 보였다.


가만히 놔뒀다가는 친아들이 친딸을 처형시켜버릴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로 막상 이야기를 나눠보니 애초에 걱정 따위는 전혀 할 필요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너는 앞으로 바예지드의 편을 들어주기로 했다는 거니?”

“네. 그 방법이 최선이겠더라고요.”


갑자기 180도 달라진 딸의 태도에 휘렘 술탄의 목소리가 자연히 의아함으로 물들었다.


“잠깐 고개를 숙이는 게 아니라 아예 바예지드쪽으로 갈아타겠다고?”


미흐리마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확신이 들었거든요. 셀림은 바예지드를 못 이겨요. 어머니가 강력하게 셀림을 밀어주시면 또 모르겠지만.”

“···그이가 바예지드가 많이 변했다는 이야기를 하긴 했었는데 설마 진짜로 그렇게 달라진 거니?”

“네. 어머니도 직접 보시면 놀라실 걸요? 아, 그리고 그 애의 아들이 범상치가 않았어요. 바예지드보다도 훨씬 더 그릇이 큰 거 같았는데···보아하니 바예지드는 벌써부터 그 아이를 자신의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던데요?”

“바예지드의 아들?”


궁전만이 아니라 수도 전역에서 정보를 전해듣고 있는 그녀는 당연히 바예지드의 사생아에 관해서도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미가 누구인지도 불분명한 출생으로는 황위 계승권자로 인정받기 힘들다.


그럼에도 저런 특별대우를 할만큼 능력이 탁월하다는 뜻일까?


“네. 잠깐 이야기를 나눠 봤는데 도저히 그 나이대의 아이처럼 보이지 않았어요. 심지어 바예지드의 말을 들어보니 벌써부터 정치적으로도 유용한 조언을 해줄 정도라고 하고요.”

“하긴, 바예지드의 아들이라면 결국 그이와 내 피를 이어받았다는 뜻이니.”


셀림과 바예지드는 솔직히 기대 이하였지만, 손자들의 경우에는 제대로 핏줄에 흐르는 능력을 물려받은 모양이다.


“바예지드의 진짜 의도가 궁금하긴 하구나. 정치적으로 득이 될 요소가 없는 아이임에도 그렇게 싸고 도는 이유가 정말로 능력 때문이라면···.”


이 세상에 손자에게 정을 느끼지 않는 할머니는 거의 없다.


심지어 아들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더라도 손자나 손녀는 아끼는 조부모들이 많았다.


심지어 그 손자가 놀랍도록 총명하다는 말까지 나돈다면?


“나중에 한번쯤 만나보고 싶구나. 기왕이면 바예지드와 함께.”

“알겠어요. 내가 물어볼게요.”


적어도 딸 아이가 잘못될 일은 없어 보여 안심이지만, 어떻게 되더라도 아들 중 한명은 죽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그 꼴을 보지 않고 눈을 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긴 하지만.


휘렘 술탄은 이게 과연 다행인지 불행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 * *



뤼스템을 처형하는 걸로 결정한 바예지드는 신속하게 판결의 근거를 마련해나갔다.


우선 아마시아에 있는 오르혼의 증언을 보다 구체적으로 수집했고, 이를 통해 미흐리마 술탄은 이번 일과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사 결과, 오르혼의 증언에 따르면 뤼스템은 이 모든 일이 성공하면 자신의 공로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 계획의 입안부터 실행까지 전부 본인이 했으니 공로도 전부 자신의 차지여야 한다는 논지였다.”

“아, 아닙니다! 저는···.”

“또한, 아마시아에서 뤼스템 파샤와 동조했던 현지 관리들을 끌어들이는데도 뤼스템 파샤의 재산이 사용됐음을 확인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뤼스템 파샤의 단독범행인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주범 뤼스템 파샤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웃기지 마! 아니야! 나는···폐하! 폐하께 재판을 받게 해줘! 폐하께서 나를 버리실리가 없단 말이다아아아! 폐하아아아!”


당연히도 같은 파벌에서도 뤼스템을 감싸주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바예지드가 미흐리마 술탄을 눈감아주고 이 사건을 뤼스템의 단독범행으로 선을 그은 건 딱 여기서 사건을 종결시키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드러낸 것이다.


여기서 눈치없이 뤼스템을 편들었다가 괜히 똥물이 튀었다가는 줄줄이 끝장날 수밖에 없다.


“···뤼스템 파샤? 그게 누구죠?”

“어허, 그런 반역자 따위는 모릅니다.”


편을 들기는커녕 혹시라도 친하게 교류한 사이라는 말이 나올까봐 화들짝 놀라 손절하는 이들이 절대 다수.


결국 뤼스템은 누구의 비호도 받지 못한 채 처형장의 이슬로 생을 마감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뤼스템의 재산은 바예지드가 전부 아마시아 영지 재건 명목으로 환수했고, 미흐리마는 남편의 재산을 상속한다는 명분으로 각지에 숨겨진 그의 재산을 박박 긁어 이쪽에 넘겨줬다.


물론 장부에는 엄청난 손실로 기록되어 있는 아마시아의 재산피해는 실제로는 10000배 가까이 부풀려진 가짜자료라 저 재산은 고스란히 내 금고로 들어올 예정이다.


다만, 그렇게 하기 전에 확실하게 마무리를 짓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었다.


“···신분 말이냐?”

“네. 제 본래 신분인 셰흐자데 아흐메드는 죽은 사람이지 않습니까. 제 추종자들은 제가 살아있다는 걸 알지만 아직 이걸 대놓고 바깥으로 드러낼 수는 없으니까요.”

“맞는 말이다. 그러면 어떻게···아버지나 누이가 착각하고 있는 대로 그냥 너를 내 아들로 공표해 버릴까?”

“괜찮을 거 같습니다. 숙부님께서 혁혁한 공을 세우셨으니 바깥에서 아이를 만들었다고 입에 거품 물고 공격하는 놈은 없을 테니까요. 혹시 모르니 숙부님께서는 아들로 인정은 해도 황위계승권은 없다는 걸 확실히 못박아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황족이 황족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건 황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계승권이 없는 황족 따위는 까놓고 말해서 그냥 귀족과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게 현실이다.


바예지드가 먼저 저렇게 선을 확실히 그으면 쉴레이만이나 친셀림 파벌의 고관들도 더 따지고 들지는 않을 터.


어차피 내 맨 얼굴을 아는 사람은 아마시아에 밖에 없으니 들킬 일도 없다.


게다가 그 얼굴도 나이가 들면서 점점 변해갈 테고.


무엇보다 공식적인 신분을 얻게 되면 더 이상 수도에서 눈치 보며 숨어다닐 필요도 없고, 이번에 손에 넣은 재산을 공식적으로 내게 귀속시키는 게 가능해진다.


“그러면 표면적으로 내 아들, 뒤로는 이 세계를 올바른 길로 인도할 사도로서 활동하게 되는 셈이로군. 이것도 일종의 이중 신분이라고 해야하나?”

“그렇게 되겠네요.”

“이거 참···발칸으로 돌아가면 안사람들에게 뭐라고 둘러댈지부터 고민을 해봐야겠구나.”


우는 소리를 하긴 했지만 바예지드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내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확답했다.


“숙부님께도 나쁜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세상에 어디서 저 같은 아들을 데려올 수 있겠어요?”

“무서운을 잘못 말한 게 아니고?”

“예? 저처럼 착하고 선량한 조카가 어디 있다고 그런 말씀을.”

“하하하! 농담이다, 농담. 그래. 기왕 수도까지 돌아왔으니 이 참에 처리해둬야 할 일은 다 처리하고 가자. 일단 너에게 공식적인 신분을 하나 주고···어디 또 해야 할 일이 있나?”

“예. 숙부님께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변수를 차단해야죠.”


수도에서 친셀림 파벌은 납작 엎드린 채 분위기만 살피고 있고 미흐리마 술탄이 이쪽으로 전향한 이상 친바예지드 파벌이 실권을 잡는 건 정해진 수순이다.


그러나 이 흐름에 제동을 걸만한 영향력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 아직 하나 남아 있었다.


“설마? 아···그분은 대하기가 쉽지 않은데.”


누구를 말하고 있는지 짐작한 바예지드가 떨떠름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리 나이가 많이 들고 지위가 높아져도 사람인 이상 절대로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이름.


그게 바로 어머니라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여기서 확실하게 결판을 지을 필요가 있었다.


“네. 수도를 떠나기 전에 할머님과 담판을 짓고 가겠습니다.”


그녀만 중립을 지켜준다면 적어도 이곳 수도에서 바예지드가 밀릴 가능성은 0으로 수렴하게 된다.


절대로 호락호락한 여인은 아니겠지만 귀여운 손자가 만나달라고 하는데 매정하게 문전박대를 하지는 않겠지.


그리고 따지고 보면 거짓말도 아닌 게 나에게도 할머님이 맞긴 하잖아?

피가 한방울도 섞이지 않았을 뿐이지.


작가의말

오늘도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날아올가즘님, 부산아재김님, 비진부님 소중한 후원금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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