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격할 것이다(2)

지하의 깊은 곳이지만 이곳에는 빛이 있다.
검은 용의 박사가 친히 복구하고,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한 결과 광원이 제대로 작동하는 시설이다.
그 시설의 한 작은 방에 두 명의 남자가 있다.
"나는 실패하고······ 검은 용의 심장님을 속였습니다."
한 명은 바인 힐반. 구 신전 기사였던 배교자는 간이 시설에서 목의 화상, 화상 깊은 곳에 짓눌려 사라진 열상조차 사라진 상태였다.
다친 것으로 검은 용은 죽지 않는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장점은 기술력, 그중에서도 의술이 가장 독보적이다.
그런 의술은, 외과적인 부분에만 닿은 것이 아니다.
지금 멍한 눈으로 화면을 바라보는 바인 힐반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 그들이 '정신'을 다루는 뇌 연결 수술 쪽이 더한 특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자는 실수를 한 다음, 그걸 속였다. 이 일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우리의 진심을 알리고, 잘못된 공포에 사로잡히는 사태를 막기 위함이다."
그런 그를 시술한 자는 메이브 틸렉. 그는 지금 그의 자백 영상을 촬영 중이다.
그가 촬영 중에 떠드는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이 설명에는 진솔함이 필요하다. 섣부르게 무언가를 감추는 것처럼 보인다면, 기억 조작을 하고, 진실을 캐내는 과정을 자신도 모르게 당했다는 공포를 가지게 된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 기억을 조작한 사람은 자기가 기억을 조작당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수 있고, 그 시술 과정은 모두에게 이런 영상으로 기록되어 배포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오늘의 영상에는 다른 점이 있었다.
"그곳에는 신전 기사 카니스가 있었습니다. 나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었고······ 그녀가 저보다 더 강했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폭탄을 해제할 방법을 알리고 도망쳤습니다."
기록을 위해 손가락 한 마디만 한 데이터 큐브를 넣은 촬영기가 돌아가는 동안, 바인은 멍한 얼굴로 자기 죄를 설명한다.
"모두 확인하라. 검은 용은 발톱의 실수를 처벌하지 않는다. 어렵다면 항복하는 것도 허용된다. 그러나 발톱이 실수하고 그것을 감추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엄숙하게 말하는 과정에서 메이브 틸렉은 믿음을 회복하고 있었다.
그렇다.
검은 용은 아직도 원칙을 깨뜨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지금 저자는 처벌받을 만 하기 때문에 처벌 되는 것이지, 검은 용이 변질한 것은 아니다.
"처벌 내용은······ 자유의 박탈이다. 그는 검은 용의 심장이 되기를 한사코 거부하고, 발톱으로 남기를 원하던 이였다. 그에게 그런 자유는 남지 않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거짓말이 아닌가.
처벌의 내용은 완전히 거짓은 아닐지라도, 다르다. 그야말로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는 것뿐이다.
"내게 할당된 권한에 따라, 그는 이제부터 검은 용의 심장이 될 것이다. 그는 자력으로 헤쳐 나갈 수 없는 사태가 닥치면 캡슐을 먹어야 한다. 자력으로 먹는 것을 거부한다면, 옆의 인원이 돕는다."
그에게는 의무만이 지워진다. 이미 능력자였으므로.
그럼에도 중복 능력의 개방을 시도해 볼 수도 있지만, 그 예정은 없다.
메이브는 영상 기록을 중단했다. 여기부터는 아직 외부에 알려서는 안 될 이야기다.
"······그래도 너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약을 먹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라."
검은 용의 심장이 된 바인 힐반의 벌린 입으로 캡슐을 넣고 삼키게 한다. 그의 호흡이 멈췄다.
이건, 어쩌면 그에게 보이는 마지막 자비일지도 모른다. 메이브는 씁쓸한 표정으로, 가장 끔찍한 일을 준비했다.
"대사(Ambassador). 그는 능력자다. 그러니 그의 몸을 그대로 조종할 수는 없겠으나······ 너희는 이 자의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겠지."
회색의 회로기판을 가진 희끄무레한 수정체가 그의 말에 답하듯 휘적거리면서 주어진 공물에 접근했다.
메이브는 끔찍한 광경에서 눈을 감았다.
***
데인스는 하넬 드록스의 '감시원'으로 보냈고, 라닐 레펜과 함께 우덴 드록스, 카니스, 오피아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들은 지금 우덴 드록스가 능력으로 뿌리를 접목한, 제법 커다란 나무 근처에 모여서 바닥에 떨궈진 버섯을 파먹고 있는 쥐 떼를 구경하고 있었다.
나무는 꽤 컸다. 뿌리가 좀 노출되었어도 잘 유지하면 제법 오래 버틸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이 한 그루만이 아니라 다른 나무에도 감염을 좀 시켜야······.
"······소나무?"
나무의 형태가 침엽수였다. 그것도 어디서 많이 보던 나무.
"어······ 소나무. 워, 원래 나, 나무도 그런 거 같았어."
나는 저 아래에 쥐들이 맛있게 갉아먹고 있는 버섯을 자세히 봤다.
생긴 게 송이버섯 같다고 느꼈지만······ 설마.
"송이버섯이 맞는 것 같군요. 아녹 테라가 전에 먹는 것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저에게도 줬지만, 그때만 해도 그냥 고부간이었던 터라 사양했습니다만."
젠장. 송이버섯. 제대로 먹어 본 적도 없이 이름이랑 생긴 것만 알았는데.
"······얼마나 남았는데?"
[열흘. 내 떼가 열흘을 먹으면 고갈할 것이다.]
쥐 떼가 먹던 동작을 딱 멈추고 모두가 말한 다음 다시 열심히 파먹는다.
"일단, 다른 식량으로도 배고픔 자체는 달랠 수 있겠지?"
[그렇다.]
내가 한 질문에 또다시 일부가 멈추고 답한 다음, 교대로 버섯을 먹는다.
"하지만 아마 의식이 사라질 수도 있겠고."
[그럴 것이다.]
"······별수 없지. 정족수를 채우지 못할 수준으로 무리를 줄이는 수밖에."
"주, 죽인다고요? 어, 이거······ 뭐랄까, 말도 통하고 사람 같은데?"
무리를 줄인다는 말에 근방의 오피아가 좀 겁먹은 표정으로 따져 물어왔다.
"······기분으로는 쥐 한 마리 한 마리가 지금 우리와 대화하는 '그'처처럼 느껴지지만, 그건 아니지?"
카니스도 심각한 표정이었지만 그녀는 그래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리 말했다. 나는 긍정했다.
"그래. 우리가 대화하고 있는 건 개별의 '쥐'가 아니야. '쥐 떼' 사이의 군중 지성이다. 그런 입장이라 일부 개체가 죽는다고 그가 사라지진 않아."
[······그렇기는 하다.]
마지못한 긍정에 나는 설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그게 좋은 일일 리는 없겠지. 좋게 말하면 재생할 수 있는 몸과 정신을 가지고 숨는 것이지만, 저 한 마리 한 마리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 소실이 일어날 거야."
[······내가 그동안 검은 용에게 물어보며 모은 지식도, 너희에게 물어보며 얻은 기억도 어느 정도 사라질 것이다.]
아직 목소리에 슬픔의 뉘앙스를 담지는 못하고 있지만, 우리는 모두 그 목소리가 슬프다고 느꼈다.
"그래도 그것밖에 없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 이상으로 위험할 수도 있어. 지성체의 경우, 잘못하면 '내가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상태까지 악화할 여지도 있으니."
"······하지만 해야 해."
카니스가 담담하게, 그럼에도 어딘가 결연한 느낌으로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못 하면 나는 확실하게 사라지겠지.]
"잘 되면 너는 남을 것이다."
"으음······ 내, 내가 조금 더······ 회복시켜 볼까?"
우덴 드록스가 잠깐 끼어들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기능은 뭔지 정확하게는 몰라도 '재생'이나 '세포 분열'일 가능성이 높다.
그것이 아닌데 회복이 된다면, 그 회복 정보는 체내에 있는 나노머신에 기록된 정보에 따를 가능성이 있다.
어떤 것이 되었든 정확하게 무엇이 작동하는지 모르는 체 그냥 힘을 쓴다고 될 것 같지는 않다.
"방향을 모르는데 그저 '열심히' 하는 건 상황을 악화시킬 거다. 다른 발상이 생길 때까지 머리를 돌려 보는 건 좋은데, 가설도 없이 노력만 하는 건 그만둬라."
뭔가 그래도 말해보려는 것 같이 구는 애송이······ 젠장. 내가 저 인간보다 어린데. 여하튼 그는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했는지 어물쩍거리다 고개를 축 늘어뜨렸다.
뭐, 정면에서 다른 짓은 중단하고 생각이나 하라고 했지만, 그는 충분히 힘을 발휘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네가 제어를 잃어버릴 때를 대비해서······ 너의 떼를 어딘가 한 장소에 몰아넣을까 한다."
이야기는 되어 있다.
이미 뿌리와 박테리아 이식을 시도한 소나무가 있는 지역 주변에 물 샐 틈 없는 장벽을 치고 쥐 떼가 괜히 새어 나가는 것을 막는 '수용 공간'을 만들고 있다.
그것도 하넬 드록스가 내 요청에 따라 이 공사 현장을 직접 관리한다. 명목상 그는 여전히 군단장이고, 군단장이 직접 감독하는 일을 느리게 할 정도로 미친 사람은 없다.
[알았다······]
쥐 떼의 목소리에는 그동안 지나가며 느꼈던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그는 슬픔은 몰라도 절망은 벌써 배운 것 같았다.
외부의 사람들을 보고 처음으로 배우는 게 절망에 가득한 목소리라는 건 좀 불쌍하지만, 내가 해줄 건 이게 다다.
쥐 떼는 신기한 생물들을 보고 반쯤 겁먹은 인부들과 함께 꾸물꾸물 저편으로 사라진다.
"······그럼, 이제 다른 일에 대해도 확인을 좀 해봐야겠군. 우덴 드록스. 네 능력에 대해서 말이다."
질문의 대상은 우덴 드록스였지만, 내 시선은 카니스와 오피아를 지나치며 이어졌다.
카니스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한 손짓을 보였고, 오피아는 그런 카니스의 모습을 보고 장난기라도 돌았는지 미소를 먼저 띠었지만, 평소처럼 아무 말을 던지지는 않았다.
"어······"
"그것에 대해서는, 당신이 대신 들으라는 이야기에 있던 내용이었습니다."
우물쭈물하던 우덴 대신 답변을 한 건 라닐 레펜 쪽이었다.
그녀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안 나는 씁쓸한 입맛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우덴 드록스에게 말한 기억이 있다. 유물 사냥꾼에 대한 정보를 라닐 레펜에게 말해주라고 한 것이었다.
그리된 정보는 정보상 아녹 테라에게 들어갈 것이고, 그녀는 다시 그 정보를 보관하기 좋은 방식으로 보관할 것이다. 팔 일이 생기지 않는 한, 그 누구에게도 팔지 않고 홀로 되새김질하며 정보가 가장 중요한 순간을 노리겠지.
그리고, 만에 하나 그 정보의 소스인 우덴 드록스가 불의의 사태로 사망하는 일이 있더라도 그 정보를 가장 원할 사람에게 팔 것이다.
내가 알기로 그 정보를 가장 비싸게 살 사람은 나였다. 모든 일을 끝내고, 복수할 여유를 가진 나.
하지만, 일에 관련된 내용이라면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다.
"······유물 사냥꾼 놈들에게서 뭔가의 힘을 받았나?"
"하······한 명이 우리 군, 군벌령에 상처가 난 상태로 놓인 적이 있, 있었거든."
***
우덴 드록스는 높은 건물을 차지했다. 납치 사건 이후로 안전을 강구하던 그는, 창 바깥을 지켜보는 취미는 그다지 없었다. 그건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끔, 마음이 답답할 때 창 바깥을 빼꼼 쳐다보면서 위험이 닥치지 않았을까, 이상한 사람이 오지 않았을까 걱정하는 경우는 있었다.
그날도 그런 날 중 하나였다.
그것도 하필이면 우덴 드록스가 자주 확인하던 곳, 사방으로 막혀 '저곳에 누가 숨어 있지 않을까?' 하고 항상 끔찍한 상상을 하던 빈집이었다.
본래라면 아무도 없어야 할 바로 그곳에 핏자국이 이어진 것이 보였다.
위험을 보면 꺼리고, 피를 봐도 겁을 내며, 주변에서 누가 죽으면 기절하는 심약한 우덴 드록스였지만 그는 그 광경을 그대로 두면 안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누구 있어? 나, 나와 함께 저길 같이 가 줘!'
'도련님. 또 뭘 보시고······'
평소에는 개으르지만 사실 제법 충성도도 높다 보니 종종 우덴 드록스의 개인 보디가드 노릇을 맡던 머저 크레드가 목을 꺾으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일단 또 도련님이 별 이상한 걸 보고 호들갑 떤다면서 고개를 돌리다 핏자국을 확인했다.
'······워······피네. 거······ 다른 치안대 부르죠?'
'아니······ 오늘 북쪽의 겨, 경계 지역에 말썽이 있어서 치, 치안대가 나갔다며? 여기 많이 있는 건 내 호위들 뿐이잖아.'
'그렇기는 하죠······. 흠. 그럼 일부만 보낼까요?'
'나, 나 혼자 있는 게 더 위험해. 호위들 다, 다 같이 가자.'
우덴 드록스는 자신이 있는 방위시설 가지고 안전을 느끼지는 못한다. 그의 체험이 그런 사고방식을 거부했다. 그가 안전을 느끼는 것은 믿을만한 사람들이 많을 때 뿐이다.
'······뭐, 저게 미끼고, 도련님이 여기 혼자 있다가 붙잡힐 수도 있죠. 그래요. 차라리 호위들과 함께 움직이는 게 낫겠네요.'
그들은 다섯 명의 능력자들로 이루어진 호위들과 함께 문제의 건물로 찾아갔다. 그리고 그 장소에서 한 남자를 발견했다.
피투성이가 되어 겨우 가쁜 숨을 쉬고 있는 사내를.
우덴 드록스는 기절하지 않기 위해 자기가 얼마나 안전한 상태에 있는지를 끊임없이 되뇌어야 했다.
'쿨럭······ 너······ 흥. 하넬 드록스의 아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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