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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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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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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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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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좀 치워라!

DUMMY

018.


──────────────

【키메라 파프나챠lv20+++】

【특성】

[키메라], [지하 괴물], [용의 혈통], [탈피]

【스킬】

······[발광lv20], [갑각lv10], [땅굴lv9], [열 내성lv6], [자가 치유lv3], [마력 감지lv4], [후각lv7], [자르기lv10], [분신lv3]······

······

──────────────

키메라에게는 유의할만한 특성과 스킬들이 여럿 있었다.

‘용의 혈통’은 놈을 만드는데 아룡의 피라는 것이 사용되었기 때문이리라.

진짜 용이 아니라 아룡의 피를 섞었음에도 불구하고 용의 혈통이라는 특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내 특수 진화조건중 하나인 ‘용족의 피를 섭취.’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다음으로 눈에 띄었던 특성은 다름 아닌 ‘탈피’다.

거기서 나는 거대한 충격을 느꼈다.


‘난 왜 탈피 안해?’


생각해보면 뱀은 파충류.

게다가 당연하게도 탈피를 하는 종족이다.

그런데 왜 아직도 나는 한 번의 탈피도 안했을까.


잠시 고민한 뒤, 나는 합리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아직 응애였구나 나.

진화로 인해서 덩치가 커져서 깜빡 잊었는데, 나 겨우 태어난지 한달 좀 넘었다.

얼마 지나면 탈피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키메라는 특성에 당당히 ‘탈피’라고 적혀 있었다.

내 특성에 ‘뿔’이 적힌 것과 비슷했다.

놈도 탈피와 관련된 특이한 스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킬 중에서 ‘발광lv20’.

이거 뭐냐.

무려 발광(發狂)이란다.

지랄발광할때 그 발광 되시겠다.

무려 레벨이 20이나 되는 스킬이었다. 스킬 레벨 역시 항상 10이 끝인 것은 아닌 듯했다.


그 외에도 흥미로운 점들이 많았지만, 전부 다 짚기에도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나는 내 거처로 돌아왔다.

며칠 간 늪에서 살았다가 오늘부터 다시 고목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공터에는 나뭇가지로 만든 십자가 묘비가 두 개 꽂혀 있었다.

내가 만든 것이다.

한때, 이곳에 신혼집을 꾸렸던 마음 착한 신혼부부를 위해.


툭.


나무에 앉아있던 새 한마리가 그 위에 새똥을 싸질렀다.

저 새새끼가.

나는 아무래도 조류와 나쁜 인연을 계속 맺게되는 듯하다.


새똥은 반드시 복수하겠어.

그리 다짐하며 나는 고목의 옹이구멍으로 들어갔다.


일단 잠은 자야하니까······.

나한테 날개가 달린 것도 아니고 새를 잡는 것은 여전히 난이도가 높은 일이다.


수면은 필수적이다.

특히, 내게 잠은 또 새로운 기회의 창이나 다름없었다.

휴식이라는 측면에서가 아닌 말 그대로 기회의 상태창.


어느새 잠이 들자, 눈앞에 상태메시지가 떠올랐다.

──────────────

[레벨10을 달성하여 진화할 수 있습니다.]

[진화를 하시겠습니까?]

──────────────

이 메시지를 처음 보았을때 느꼈던 짜릿함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는 진화 한사바리 하겠냐는 상태메시지에게 ‘예스오브콜스지 임마! 큭큭.’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지금은 좀 더 신중해졌다.

──────────────

[※진화를 위해서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수면을 취할 것.

-2등급 마석을 섭취할 것

-레벨 10 달성.

──────────────

진화를 위한 조건은 셋.

저 조건은 진작 달성했다.

내가 레벨 10을 달성하는 족족 진화 조건을 맞췄지만, 생각보다 조건이 가혹하단 말이지.

빌리는 뿔이라는 사기급 스킬과 지네 부부의 희생이 없었다면 코카트리스를 잡지 못했으리라.


아니, 그 두개가 있었어도 정공법으로는 코카트리스를 잡지 못했을 것이다.

창 함정이 아니었어봐.

나같은 뱀이 어떻게 그 공룡같은 마물하고 싸워 이겨.


그런 코카트리스가 가지고 있던 마석이 2등급 짜리였다.

원래라면 레벨 10을 달성했어도 진화조건을 맞추기는 요원했을 것이다.


흐음, 키메라의 진화조건은 어떨려나.

놈의 레벨 옆에 +표기가 있던 것을 생각해보면 꽤 오래 진화를 못했던 것 같다.

아마도 나처럼 쉽게 진화를 할 수 있는 마물은 드물겠지.


뭐 팩트가 그렇다는 거고 나는 조건을 다 달성했다.

저번에 진화할때는 이 시점에서 진화의 선택지를 알 수 없었다.

여기서 지네 부부의 덕을 한번 더 봤다.


그들의 내단을 먹은 내게는 보였다.

진화의 선택지가!

──────────────

【화이트 혼 스네이크lv10】에서


1. 【그린 혼 스네이크】

2. 【포이즌 화이트 스네이크】

······

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

그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진화의 선택지에 대한 정보도 보였다.

근데 이거 내단 때문이 맞나?

아무리 내단을 먹었다고 해도 이 정도로 바뀌는 것은 좀 신기하다.

어쨌든 감사의 마음을 가져서 나쁠 것은 없겠지.

──────────────

【그린 혼 스네이크】

그린 스네이크의 성체.

몸이 커지고 강인해진다.

──────────────

제발 그린 좀 치워라!

난 흰색이 좋다고. 이건 무조건 제외다.


그런 면에서 ‘포이즌 화이트 스네이크’도 아웃.

포이즌이라는 수식어 답게, 이쪽을 선택하면 독성이 강화된다고 한다.

유용하긴 하겠지만 굳이 뿔을 버리고?

내게 뿔이 없어지면 그냥 독사랑 다를 바가 없다.

뿔은 내 정체성이며 자존심이다!

게다가 나는 이미 선견지명을 발휘해 독니를 맹독으로 강화한 참이다.


사실, 진짜 탐나는 선택지들은 그 아래에 있었다.

──────────────

[※진화의 특수조건을 달성해 새로운 진화트리가 해금되었습니다.]

3. 【늪 화이트 혼 스네이크】

4. 【트랩 혼 스네이크】

5. 【더블 혼 스네이크】

──────────────

특수진화 만세다.

펠레리안의 던전에서, 나는 여러 특수 진화조건에 대해 알게 되었다.

3번의 늪 어쩌고는 늪에서 지내라는 특수진화 조건을 달성한 뒤 얻은 것이다.

늪에서 아주 강해진다는 애매한 능력이니 이건 패스.


재미있는 것은, 내가 읽은 특수조건들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4번과 5번이 그랬다.

──────────────

【트랩 혼 스네이크】

던전을 홀로 돌파한 뱀은 함정의 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자신만의 던전을 만들어 그곳을 지배할수도 있겠지요.

──────────────

붙어있는 설명의 어투부터 다르다. 어째선지 친절한 것 같기도 하다.

‘펠레리안의 임시거처’는 분명 던전이었다.

그것을 돌파한 것이 진화조건인 것 같았다.

──────────────

【더블 혼 스네이크】

뿔이 두 개가 됩니다. 새로운 뿔에 담길 힘은 마음에서 비롯될 것입니다.

──────────────

뿔이 두 개지요~

‘빌리는 뿔’은 내가 가진 최고의 스킬이었다.

그와 비슷한 스킬이 하나 더 생긴다면 그만큼 좋을 게 없었다.

아마도 내가 빌리는 뿔을 잘 사용해서 특수조건이 달성되지 않았을지.


4번과 5번 선택지 둘 다 매력적이었다.

내 고민은 거기서 비롯되었다.


‘그냥 진화해도 될 것 같은데?’


그런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굳이 용족의 피를 먹고 어쩌고하는 진화조건까지 달성해야하나.

그렇다고 더블 혼 스네이크보다 낫게 진화할 수 있을지는 몰랐다.

지금 정도의 강함으로는 키메라를 잡기가 어려울 것 같다.


차라리 진화한 뒤 강해진 다음에, 그때 키메라를 잡아도 될 것 같다.

그게 안정적이다.


흐음.

잠시 고민한 나는 결정했다.


좋아.

며칠만 더 관찰해보자.

키메라를 사냥할 각을 보고, 각이 도저히 안보이면 그때 진화하면 되는 것 아닌가?


나는 합리성의 화신 같은 뱀이었다.

마음을 확실히 정했다.


자.

그래서 이 결정은 어떠한 결과를 내었는가.


결론만 말하자면 결정을 미루는 내 선택은 옳았다.

세상에는 ‘때’라는게 있는 법이다.

나의 선택으로 인해 평행세계는 무수히 많은 수로 갈라진다.

그중 어떤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분기점에서 옳은 선택을 해야한다.


괜히 부유한 부부가 월에 수백 씩 쓰면서 애들을 영어 유치원으로 보내는게 아니다.

뇌가 아직 말랑말랑할때, 그때 영어를 때려박아야 ‘안녕 Daddy, 힘내세요 today도.’라며 인사해주는 다중언어(Multilingual) 자식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나는 영어를 못한다. 억지로 본 토익이 신발사이즈와 비슷하게 나왔던 것 같다.


하여튼 내 진화도 비슷했다.

진화는 하면 할 수록 조건을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아직 미약할 때 밟아놔야할 진화트리가 있었다.


* * *


흐암. 졸려라.

진화를 미루며 내가 정해둔 기한은 사흘이었다.

3일 동안 키메라를 관찰하고, 해치울 방법이 보이지 않으면 진화부터 한다.

그리 결심했다.


그로부터 어느덧 3일차가 되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허무했다.


각이 안 보인다.

나 혼자서는 키메라를 잡을 수 없을 것 같다.

동료가 있으면 몰라도.


나무 위에 올라타 있는 나.

저 아래에는 죽어서 피를 흘리고 있는 마물 사체가 있었다.

미끼로는 멧돼지가 가장 좋은데, 이번에는 구하지 못했다.

오늘의 사냥감은 사슴이었다.

사슴이라고 하면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밤비를 떠올릴수도 있겠지만, 저놈은 그런 귀여운 동물이 아니다.

혀가 두갈래로 갈라지고 이빨이 뾰족뾰족한 육식성 사슴이다.

어찌되었든 지금은 구멍난 목에서 피를 왈칵왈칵 흘리며 죽어나자빠진 상태.


드드드드-


아, 멀리서 키메라가 오고 있다.

그놈도 이곳에 날이면 날마다 음식이 준비된다는 것을 눈치챈듯하다.

내가 무료급식소를 운영한 것과 다름없다.

내일부터 음식이 없을텐데 그러면 얼마나 당황할까.


이제는 긴장도 안되서 그런 상상을 하면서 쉭쉭 웃었다.


내가 하늘을 올려다본 것은 아마도 우연일 것이다.

아니, 혹시 갑옷에서 반사된 빛이 반짝였던가.


그래, 절벽 위에 사람들이 있었다.

여섯명 정도였다.

그들은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며 아래로 내려갈 방법을 논의하는 것처럼 보였다.


거리가 꽤 멀었지만, 나는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중에 내 숙적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경비대자앙!’


저자 때문에 꼼장어구이가 되어버린 형누나들이 몇이던가!

언젠가 복수를 하겠다고 맹세했지만 설마 이렇게 빨리 재회하게 될 줄이야.


하필이면 드넓은 절벽 중 이쪽 방향에서 나타난 것은 하늘의 도우심 아닐까.

아니, 생각해보면 메두사맘의 동굴에서 일직선으로 달려오면 이쪽 방향이니까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머리가 핑핑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건 어쩌면, 변수.


키메라 사냥을 포기하려던 내게 변수가 찾아왔는지도 모른다.


* * *


“여기로 내려가면 되겠습니까?”


자인이 그리 물었다.

경비대장이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답했다.


“예, 빛의 기둥이 솟았다는 곳이 이곳임이 분명합니다.”

“ ······그 말씀이 벌써 세 번째 아닙니까.”

“크흠.”


경비대장이 헛기침을 했다.

그는 분명 유능한 군인이었지만, 이곳 아캄 분지까지 찾아오는데는 무려 열흘이 넘게 걸렸다.


“저도 애매한 진술만으로 방향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예에 뭐.”


어쩔 수 없었다.

밤하늘에 선명히 보였던 빛의 기둥은 일 분도 안되어서 사라졌다.

그곳을 조사하라는 명령을 받고 이곳까지 찾아온 것도 용한 일이다.


“줄 타고 절벽 내려가는 것은 가능하십니까?”

“훈련을 받았는지라. 물론입니다.”


기사 자인과 경비대장, 그리고 대수림에 대한 경험이 있는 정예병 네명.

소수였지만 조사대는 분명 정예였다.


병사들이 로프를 절벽 아래로 늘어뜨리는 동안 경비대장은 아래를 살폈다.

어째선지 죽어 나자빠져 있는 마물 한마리.

그리고······.


“음?”


경비대장이 눈썹을 찌푸렸다.

자인이 그것을 보고 다가왔다.


“기괴하게 생긴 사슴이 죽어있군요. 마물이 근처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나무에서 꿈틀거리는 흰 무언가를 본 것 같은데요.

경비대장은 그 말을 삼켰다.

아무래도 착각인 것 같았다.



작가의말

夢行者님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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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배방구 우르르르 +55 24.05.21 61,152 2,173 13쪽
15 수십 시간 이상 불꽃에 노출될 것 +39 24.05.20 60,423 2,021 12쪽
14 특수진화의 단서 +41 24.05.19 60,766 2,047 12쪽
13 발휘해볼까, '진심'을. +36 24.05.18 62,120 1,947 14쪽
12 요격이 확인되었습니다. +43 24.05.17 61,670 1,9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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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FLY HIGH! +52 24.05.09 71,775 2,029 12쪽
3 형이라는 작자의 수차례 독니 공격 +32 24.05.09 75,772 1,895 14쪽
2 지옥 같았던 가정 폭력 +50 24.05.08 81,598 1,957 12쪽
1 꽈추 길이 +147 24.05.08 104,174 2,30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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