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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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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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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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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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진화

DUMMY

023.



으앙!


애처럼 징징 우는게 아니다.

용맹스럽게 키메라의 몸통을 깨무는 효과음이었다.


독샘이 쫙 조이는 기분이 들었다.

독샘 안에 고여있던 신경독을 한계까지 주입했기 때문이다.

텅텅 비었다 이제.


“퀘엑!”


키메라가 피를 마구 뿜어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빠르게 움직인다.

질기기도 해라.

하긴, 체급만 봐도 코끼리보다 커보이는 녀석이다.

무게를 잰다면 톤 단위는 가볍게 넘어가겠지.


게다가 나는 얼마 전에 확신을 가진 것이 있었다.

독내성 lv3인 토끼, 독내성 lv2인 메두사맘이 있다면 누가 더 독에 강할까.


직관적으로 와닿는게 정답이다.

당연히 메두사맘이 더 강하다. 어지간한 맹독에도 끄덕 없을 것이다.

스킬은 분명 유의미하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물리적인 체급의 영향이 있다.

사마귀의 참격lv10보다 질럿의 참격lv1이 강한게 당연하다.


그리고 체질이라고 해야할까, 마물의 격이랄까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허접해도 독사인 나는 어릴 적부터 독에 강한 편이었다.


그런 면에서 키메라 저놈도 우습게 볼 수 없다.

용의 혈통이라고 하지 않았나.

펠레리안이 가오 때문에 용의 피를 구해다 섞어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명 모종의 효과가 있겠지.


파바박!


놈의 성한 다리가 나를 찍어죽이기 위해 죽음의 무도를 춘다.

저 다리에 사람의 몸은 정육점 고기처럼 쉽게 썰렸다.


그러나 나는 작다.

아직도 아기 팔뚝만한 굵기.

저렇게 거대한 다리를 휘둘러봤자 닿을리 없다.


악!

꼬리가 살짝 찝혔다.

피가 나네.


원래도 집중하긴 했는데 더 집중했다.

가속을 이용해 다리를 피해 놈의 몸 안쪽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되면.


쿠웅!


역시나.

놈은 제 다리가 엉켜 넘어졌다.

원래라면 몰라도 이미 놈의 다리를 세 개나 잘라낸 참이다.

좋아 넘어졌으니 이제 불을 끼얹으면 될 터.

어엇!

내 생각처럼 돌아가지는 않았다.


놈은 발광lv20을 광전사lv1로 진화시켰었다.

광전사라 함은 무엇인가.

화살을 맞아도, 찢어진 배에서 내장을 흘리면서도 싸움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놈은 자꾸 넘어지자 미친 짓을 했다.


튼튼한 앞다리 두 개를 다리 삼아 몸을 세운것이다.

즉.


‘섰다······! 이 자식 섰어!’


너무 어이없는 광경에 나는 싸우던 것도 잊고 감탄을 내질렀다.

하여튼, 그리 위협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것이, 선 상태에서 놈이 할 수 있는 것은 남은 다리들을 허우적대는 것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마치 ‘안아줘요!’하고 달려드는 날다람쥐 캐릭터가 생각나는 모습이다.


“구웨에엑!”


놈은 피섞인 구토를 뿜어냈다.

윽, 왠지 위험해보여서 얼른 피했다.


아니나 다를까. 놈은 구토를 하자마자 몸을 내게 던졌다.

그 벌어진 입이 나를 삼키려 쩍 벌어졌다.


*「초급원소마법:흙lv4를 사용합니다.」


나는 골렘에게 활용했던 그 마법을 썼다.

놈이 서있는 바닥을 미끄럽게 만든 것이다.


저 자세로는 넘어지기 더 쉬울 수밖에 없다.

놈은 나를 덮치는 대신 제가 쏟아놓은 토사물 위로 엎어졌다.


철퍼억!


으 드러.


“뀌익, 뀌익!”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이제.

놈은 기어오듯 내게 접근했다.

투지 하나는 정말 대단하군.

그래, 이제 끝내주마.


독니를 박아넣는 짓은 이제 할 수 없다.

거리를 뒀다가는 애써 궁지로 몰았던 저놈이 다시 도망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 여기서 끝장을 보는 수밖에.


나는 어느새 튕겨나간 엘븐 브로드소드 옆에 있었다.

이 가벼운 검은 사실 꼬리보다 입으로 깨무는게 더 편하다.

독니를 쓸 수 있도록 여태까지는 꼬리로 잡아 휘둘렀지만 이제는 상관없겠지.


꽈악.


깨물어서 들었다.

아아, 이 서늘하고도 묵직한 감각.

검사로 돌아갈 때가 왔다.


나는 현문정종의 도가검법을 발휘했다.

검을 물고 열심히 달렸다는 뜻이다.

헛짓거리가 아니다. 이렇게 칼을 쓰는 검사를 만화에서도 봤다.


흡!

마력을 전부 써서 참격을 발휘했다.

놈도 나를 죽이려 다리를 휘둘렀다.


쐐애액!


그 다리가 내 몸을 스치듯 지나가고.

나는 대신 놈의 다리 사이를 통과했다.

몸을 회전하며 놈의 몸통을 벤 것은 물론이다.


뱀도류, 키메라 자르기.


*「참격lv1을 사용합니다.」


서걱-


깊게 들어갔다.

갈라진 놈의 몸에서 시뻘건 내장덩어리 같은게 튀어나왔다.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나는 과감하게 도약을 사용했다.

시뻘겋게 뻥 뚫려있는 상처로, 놈의 몸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이 짓거리는 한 번 해봐서 익숙하다.

혼재규어도 당했다.

그때는 내가 작디작은 실뱀이었는데도 효과가 출중했다.


어디 키메라 너도 한 번 견뎌봐라.

나는 물만난 미꾸라지처럼 놈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마구 주변을 물어뜯었다.

내 덩치와 치악력도 이전과는 비교할 정도가 아니었다.

놈은 괴성을 지르며 발악했다.


물론 나라고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몸 속에서는 숨을 쉬기가 아주 어렵다.

다행히 내가 숨참기 스킬을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지.


질식사 하기 전에 놈을 죽이면 된다.

아니면 놈의 허파를 먼저 찾아내든지.

그러기 위해서 나는 열심히도 놈의 몸속을 휘저었다.

으퉤퉤, 써라. 이거 쓸개인가.

참 나도 비위도 좋아졌단 말이지.


그러다 쑤욱, 아래로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놈이 혼 재규어처럼 절벽에서 뛰어내린 것은 아니리라.

본능적으로 땅굴 속으로 도망치려는 것이다.

이거 얼른 해치워야겠는걸.


그리고 난 마침내 찾아냈다.

뜨겁게 맥동치는 놈의 심장을.


콰악.


아무리 광전사라고 해도 심장이 터진채로 싸우는 괴물은 없으리라.

키메라, 네가 아무리 괴물이라고 해도 그럴 거고.

놈의 움직임이 멎었다.


쿠웅.


곧이어, 대량의 ‘경험치’가 흡수되는 것이 느껴졌다.

아니면 마성이라고 표현하는게 더 적절할지도 모른다.


*「대량의 마성을 흡수합니다.」

*「레벨이 한계치 입니다」

*「흡수하지 못한 마성이 저장됩니다.」


아 이거 아까운걸.

원래라면 분명 혼재규어를 잡았을 때처럼 폭렙을 했을 것이다.

확실히 키메라는 혼재규어보다 훨씬 강한 놈이었으니까.

물론 쌓인 마성으로 스킬을 진화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아쉽긴 하다는 말이지.


*「축적된 마성이 임계점에 가까워집니다.」


뭐지, 무슨 임계점?

다시 한 번 내 상태창을 확인했다.

──────────────

【화이트 혼 스네이크lv10+++】

──────────────

lv옆의 +표시가 세 개가 되었다.

흐음.


일단 마석부터 챙기자.

여태까지 그랬듯, 키메라 역시 심장 안에 마석을 지니고 있었다.


키메라의 레벨은 20이었다.

혼 재규어의 레벨이 30이 넘었으니까, 레벨만 보면 혼 재규어가 더 강해보였다.

하지만 역시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았다.


키메라의 마석은 크고 아름다웠다.

──────────────

【파프나챠의 마석: 4등급】

──────────────

잘먹겠습니다.


아니!

파프나챠의 마석을 먹은 나는 경악하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맛이 다르잖아.


코카트리스의 마석은 뜨끈한 동시에 싸한 맛이 일품이었다.

하지만 파프나챠의 마석은 그보다 훨씬 더 달았다.

용의 혈통이 섞여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마치 달고나처럼 확연한 단맛이 느껴졌다.

맛있다는 뜻이다. 훌륭해.


*「육체에 마성이 깃듭니다.」

*「격이 미약하게 상승합니다.」

*「축적된 마성이 임계점에 가까워집니다.」


다시 한번 마성이 임계점에 가까워졌다는 말이 들렸다.

임계점은 뭐며 임계점에 도달하면 어떻게 되는걸까.

궁금하긴 한데 알아볼 방법이 없었다.


더 이상 진화를 늦추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못참겠어!


나는 키메라의 몸속에서 빠져나와 주변을 둘러봤다.

이곳은 캄캄한 땅굴 속이다.

고약한 냄새가 나고 옆에 파프나챠의 사체가 있지만 이곳보다 안전한 곳은 드물 것이다.

즉, 진화를 하기에는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었다.


좋아, 해볼까?

진화를 위해서는 잠을 자야한다.

나는 키메라의 사체 옆에 자리를 잡았다.


전생에는 잠에 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어쩌면 누워서 스마트폰을 하는 버릇이 들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하곤 하면 여러 생각이 들었다.

불안한 생각, 뭔가 잠들기 아깝다는 느낌도 들었고.

그래서 불면증으로 고생했는데 이제는 달랐다.

눈을 감으면 금방 잠에 들 수 있었다.

어쩌면 불면증도 정신력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지금 뱀으로 사는게 생각보다 만족스럽기도 하고.


금세 졸음이 밀려왔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새롭게 진화해 있겠지.

잘있어라, 세상아.


나는 어둠 같은 잠에 잠겨 들······

지 않았다.


잠깐.

눈이 번쩍 떠졌다.


생각나는게 있었기 때문이다

파프나챠의 상태창.

지금은 놈이 죽어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없지만 기억나는 게 있다.

──────────────

【두 개의 심장lv1】

──────────────

그런 스킬이 있었다.

지가 뭐 박지성이야 싶었는데, 무슨 스킬이었을까.

경기장을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지치지 않는 스킬일까.

아니면 혹시······.


마력감지를 사용했다.

보이는 시야가 달라졌다.

키메라의 피에는 마력이 깃들어 있는 것 같다.

온 사방이 살짝 붉게 빛났으나, 특히 놈의 몸 한 곳에 밝은 빛무리가 뭉쳐 있었다.

아마도, 마석이 있는 곳.


나는 놈의 몸을 파고들어갔다.

그리고 정말 존재했다. 또 하나의 심장이.


두 개의 심장이라는 스킬은 말 그대로였던 것이다.

그런데 심장이 두 개면 하나쯤 터졌다고 안 죽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 생각해보면 그렇게 만화 같이 되지는 않겠지.

──────────────

【파프나챠의 마석: 4등급】

──────────────

이쪽 심장에도 역시 마석이 있었다.

마석이 두 개지요.

이것 역시 와작 삼켰다.

역시 달콤한 맛이 입안에 번졌고, 그 맛보다도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축적된 마성이 임계점에 도달했습니다.」

*「육체에 깃든 마성이 진화를 촉진합니다.」

*「진화하세요.」


어 진화할거다.

뭔가 바뀌었으려나.

파프나챠를 해치우면서 그놈의 피도 배가 빵빵하게 삼켰다.

진화트리가 바뀌었을지 궁금하다.


얼른 잠을 청했다.


가슴이 두근거려서 어쩐지 잠이 잘 들지 않는······

──────────────

[레벨10을 달성하여 진화할 수 있습니다.]

[진화를 하시겠습니까?]

──────────────

하하, 머리가 땅에 닿자마자 잠든 수준이었다.


어느새 눈 앞에 상태창이 보였다.

그리고 기존에는 없었던 내용도 있다.

──────────────

[마성의 축적으로 진화가 촉진됩니다.]

──────────────

촉진이란다.

그리고 떠오르는 진화 선택지들.

──────────────

【화이트 혼 스네이크lv10】에서


1. 【그린 혼 스네이크】(+)

2. 【포이즌 화이트 스네이크】(+)

3. 【늪 화이트 혼 스네이크】(+)

4. 【트랩 혼 스네이크】(+)

5. 【더블 혼 스네이크】(+)

6. 【화이트 혼 파이톤】(+)

──────────────

모든 진화 선택지에 ‘+’ 표시가 떴다.

저게 진화의 촉진이라는 것 같다. 정확히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추가된 6번 선택지.

나는 전율을 금치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드디어 ‘스네이크’가 아닌 선택지가 나왔기 때문이다.

파이톤(Python)이란다.

한국으로 번역하면 비단뱀정도 될까.

어린왕자에 나오는 그 보아뱀하고도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뱀이다.

파이톤의 그 가장 큰 특징은 무늬와 크기다.

‘비단’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처럼 아름다운 무늬가 있고 종에 따라 사람마저 잡아먹을 수 있을 정도로 커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거의 아나콘다와 비슷한 수준까지 자라기도 한다.


메두사맘의 명칭이 서펜트였던 것처럼, 명확히 스네이크의 다음 단계 같다.

역시 용의 혈통!

──────────────

【화이트 혼 파이톤】

보기 드문 흰 개체의 파이톤. 마력에 의해 아름다운 무늬를 지녔다.

흰 빛깔의 몸은 생존에 불리하지만, 그 색깔 덕에 무늬가 독특한 마력을 지니게 되었다.

──────────────

설명마저 아름답기 그지없는 내용이다.

그린은 가라! 드디어 화이트가 인정받는 시대가 온 것인가.


예의상 아주 잠깐만 고민했다.

그래 달리 선택할게 있겠나.


*「화이트 혼 파이톤을 선택했습니다.」

*「진화를 시작합니다.」


특수 진화!

그리고 여기서 비로소 ‘촉진’의 의미가 드러났다.


*「축적된 마성에 의해 진화가 촉진됩니다.」

*「대상이 달성한 조건에 기반해, 진화의 과정이 가속합니다.」


어.

드디어 내 노력이 합당하게 평가되는건가?

그런건가.


*「뿔을 가장 많이 활용했습니다.」


그렇지, 뿔.


*「’화이트 더블혼 파이톤’으로 진화합니다.」


오오.

머리가 간지럽고 뿔이 하나 더 자라난다.

몸이 커지고, 희고 매끈했던 비늘에 아름다운 살구색 무늬가 떠오른다.


그렇게 나는 진화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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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없으면 어쩔 수 없지. +68 24.06.07 47,834 1,973 13쪽
33 울루울룰루!울루울룰루!울루울룰루! +85 24.06.06 48,046 2,064 15쪽
32 펠레리안적 사고 +71 24.06.05 48,027 2,105 14쪽
31 첫 이명은 품위 있는 게 좋겠어 +85 24.06.04 49,813 2,125 14쪽
30 고양이상 미녀 전사 나나루크 +83 24.06.03 52,305 1,948 13쪽
29 키르륵, 켁, 취엣 퀘스타. +65 24.06.02 54,919 2,04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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