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숨찐 정령의 갓생살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사킴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5
최근연재일 :
2024.06.22 06:0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769
추천수 :
2
글자수 :
182,370

작성
24.06.03 18:00
조회
15
추천
0
글자
11쪽

<랑이의 정체>

DUMMY



할리는 하량은 확인하지도 않은 채 그대로 랑이와 희를 확인하러 침대로 향했기에 보지 못했으나 나머지 일행은 모두 똑똑히 보았다.


하량의 시체에서 검은 연기가 나며 그 시체가 부스러져 가루가 되는 것을.



“뭐야. 뭐 마족이랑 계약이라도 한건가?”


“뭔지 모르지만 무서워. 난 그냥 몸싸움이 좋아.”


“동감.”



그제서야 그들은 조심스레 가루를 피해 할리를 도와 랑이와 희를 옮겨 그대로 다음 마을로 출발했다.


아무리 인성이 좋지 않은 이였다고 하지만 한 영지의 주인역할을 하던 남작이 죽었다.


이미 저택의 모두를 제압한 상태였지만 불필요한 뒷처리를 감당할 필요는 없었다.



“..이렇게 된거야.”



길고 긴 할리의 설명이 끝나고 희는 예상하던 그대로의 반응을 보여주었다.



“와아아아아! 뭐야, 가장 중요한 장면을 놓쳤잖아! 그래도 잠자는 공주같은 역할을 해냈다니, 나자신. 멋져.”


“......”



할말이 많지만 하지 않겠다는 표정의 랑이에게 할리가 물었다.



“놀라지 않는거야?”


“뭐에 대해?”


“신수를 소환한 것에 대해.”


“끝까지 숨기지 않고 우리를 구해준 것에 대한거라면 고마워. 큰 빚을 졌어.”


“..아니. 그거 말고. 왜 놀라지 않냐고.”


“아. 그야 나도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사실 대충 짐작하고 있었어, 너의 능력에 대해선.”


“뭐? 어떻게?”


“..그냥 내 감이 좀 좋다고만 해두지.”



가끔 생각하곤 했다. 고유 특성에 있는 관찰력은 도대체 무엇에 쓰는 스킬인지.


이름 : 랑이

클래스 : 미정

진명 : 〼〼

타이틀 : 정령의 친구, 앞서가는 자, 정령의 마음을 얻은자, 유아독존(모든 능력치 +1)

능력치 : 근력(4) 체력(3) 민첩(4) 마력(11) 행운(11)

고유 특성 : 관찰력[C]

잠재 능력 : 정령력[A]

〼〼

스킬 : 정령 소환(대지)[B]


시간이 조금 지난 후 깨달은 것은, 인간화가 된 후 둔해졌던 자신의 감각이 서서히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정령으로서의 감각이 깨어나는 것에 대해 관찰력이라는 이름을 붙여 특성을 부여한게 아닌지, 라는 것이 현재로서 가장 가능성이 있는 추측이다.


랑이가 비슷한 능력이 있다고 밝히자 할리는 팔짝 뛰었다.



“비슷한 능력이라니, 어떤건데?”



반응을 보니 스스로도 드문 능력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확실히 랑이로서도 처음 보긴 했다.


신수를 소환한다라.


신수계와의 문이 열렸다는 뜻이 아닌가.


그리고 할리가 그 자격을 인정받았다는 뜻이 아닌가.


어찌됐든 랑이로서는 자신의 정체를 정령술사라고 밝힐 예정이었으니 할리가 자신의 패를 먼저 꺼낸 이상 자신도 숨길 이유는 없었다.


어쨌든 큰 빚을 진 것이 사실이니까.



“난 대지의 정령을 소환해. 정령술사 라고 불러야 하려나.”


“......”



의외라는 얼굴을 한 할리의 얼굴은 볼만했다.


랑이는 앞으로의 여행이 즐거워지겠다고 생각하며 살짝 미소지었다.



서로 경계하던 사이에서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조금 더 친밀해졌다.


냉소적이던 할리는 의외로 뒷끝이 없었다.


구박과 함께 사과를 받아낸 후로는 그에 대해 더 언급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가벼운 척 하지만 랑이와 희 모두 나름대로 충격받은 상태라는 걸 아는 것 같았다.



“일단.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바늘 마을이야.


실과 바늘이라는 뜻이 맞아.


두 마을은 원래 쌍둥이 형제가 영주였지만 먼 옛날 그 가문의 대가 끊기며 돈 많은 상인에게 실마을이 넘어갔어.


바늘 마을은 대륙연합의 소유로 넘어갔지.


대륙연합의 주재원이 관리중이라서 실 마을보다도 더 번화했어.”


“..그거 참 매우 궁금해지는데, 바깥이.”


“몸이 다 회복되고 움직이는 게 좋을거야.


그 남자가 썼던 약은 오로지 결과만을 위해 제조된 약이라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알 수 없거든.”


“..그 곳에 있던 다른 여자들은?”


“우리는 그대로 도망쳐왔지만 소문으로는 가족들에게 돌아가서 보살핌을 받고 있다고 해.


실종된지 오래된 이들이 대부분이더라구.


신고가 되었는데도 남작 선에서 기록을 삭제한 것 같아.”


“......”



정신을 잃는다는 것은 미묘한 경험이다.


그저 눈을 떴을 뿐인데 주변 환경이 달라져 있고 자각하지 못하는 일들이 일어난 것이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있었지만 랑이는 내심 풀이 죽은 상태였다.



‘..나 뿐 만 아니라 희도 큰일이 날 뻔 했어. 잘 돌보겠다고 했는데.


지슈에게 면목이 없다.’’



게다가 그정도로 정신이 나간 남자였다면 랑이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내자마자 무슨 짓을 했을지 모른다.


실험체로 삼아 각종 고문을 했을지도 모르지.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구나.’



게다가. 정령체인 자신 또한 정신을 잃을 정도로 위험에 처할 수 있었다.


그건 마치 누군가가 뒷통수를 세게 내리친 것 같은 충격이었다.


결론은.



‘힘을 키워야 한다.’



다른 정령과 계약을 하게 되면 란드와의 관계에 영향이 갈까 싶어 주저했던 것도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 때가 된 것 같다.


다음으로 계약할 정령도 이미 정해놓았다.


물.


그동안 마릴족의 영역에서 지낸 것도 있으니 다른 정령들 보다 쉽게 계약할 수 있으리라.



“둘이 쉬고 있을 동안 나는 보다 정밀한 지도를 구하고 정보길드와 접촉해보겠어.”


“..정보길드?”


“이렇게 나온 이상 이세계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만나봐야지.”


“..아. 그렇지. 그랬지.”


“어느 정도 회복되면 이 여관의 1층에 내려가봐. 바로 옆에 유명한 커피숍이 있다고 하더군.”


“..아담? 아침햇살을 담은?? 거기???”



갑자기 희가 튀어오르며 끼어들었다.


왜인지 할리는 당황하는 얼굴로 친절하게 대답해준다.



“맞아. 어떻게 알고 있어?”


“거길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어! 이전 마을에서 들었어. 커피라는게 그렇게 맛있다면서?


가게도 특유의 디자인으로 엄청 멋있다던데. 너무 기대된다!”


“..응. 그래. 한번 가봐.”



어쩐지 어색하게 대꾸한 할리는 귀끝이 살짝 빨개진 채로 사라졌다.


마음같아선 당장이라도 그 곳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참아야 했다.


튀어올랐던 희가 끙끙거리며 다시 침대로 쓰러졌던 것이다.



“..괜챃아?”


“랑랑이는 괜찮은거야?”


“나도 뭔가 감각이 둔하긴 한데 너 정도는 아닌 것 같아.”


“태생의 차이인가. 난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


“..치유력을 쓰면 좋았을 건데. 아쉽게 됐네.”


“쉬면 좋아지겠지. 하아. 실 마을보다도 번화했다니. 여행이란 참 즐거운 거구나. 가는 곳마다 새롭고 기대돼.”



볼까지 발그레해서 행복해하는 희를 보니 어쩐지 걱정했던 것이 다 부질없게 느껴졌다.


좋은게 좋은거지.


역시 희는 그저 존재만으로도 주변을 밝히는 태양과 같은 아이다.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그런데 랑랑.”


“응.”


“..그 남자의 시체에서 검은 연기가 나고 가루가 되었다며.”


“..응.”


“..정체가 뭐야? 랑랑이는 알지?”


“짐작은 해. 아마도 마족과 계약한 것 같아.”


“그렇구나.”



할리가 신수를 소환한다고 들었을떄 깨달은 사실이 있다.


정령계와만 연결되어 있던 이 세계의 문이 열렸다는 걸.


마계와의 문이 열렸다고 해도 놀랍지는 않으나.



‘그렇다면 마족들의 움직임은 없는걸까.’



그들이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다는 것을 안다.


마계와의 문이 열렸다면 천계와의 문도 열린걸까.


아니면 문이 열린게 아니라 마족이 이 틈을 타서 마수를 뻗는걸까.


정보가 더 필요하다.




“단장님. 진짜 단장님이십니까?”


“..보면 모르나?”


“맞으시군요. 늘 만나던 장소가 아니라서 그만.”


“그만 쳐다보지?”


“여전히 얼굴도 안보여주시면서 쳐다보는 것에 신경쓰십니까?”


“..뭔가 변한 것 같은데.”


“정말로 오시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뭔가 변화를 일으키시려는 겁니까?”


“그런 셈이지만. 아직은 아니다. 정보가 더 필요해.”


“니에니에. 그러지 않으셔도 쥐어 짜내고 있습니다. 아실텐데요.”



왠지 다라가 변한 것 같다.


저렇게 능글맞지 않았는데. 너무 고생을 시켰나 싶어 할리는 잠시 반성했다.



그들이 만난 곳은 이 마을에서 가장 큰 아담 커피숍.


여전히 정체를 숨기고 있는 할리였지만 그들의 영역에서 만나는 것이 안전했다.


정체를 드러낸다고 해서 다라가 바뀔 것 같지는 않지만, 적당한 때가 오기 전까지는 감추는 것이 좋겠지.


사실은 세상 밖으로 나와 가장 먼저 확인하고 싶은 것 중 하나이기도 했다.


자신과 브린이 세운 왕국을.


직접보니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브린이 고생 좀 했겠는데.’



구석진 산골에서 자란, 마법으로 골려먹기 좋아하던 말괄량이가 이렇게까지 해내다니.


감탄 반 경악 반.



대형 커피숍 아담이 유명해진 이유는 독특한 디자인과 문화 때문이다.


바늘 마을 지점은 모든 디자인이 바늘이었다.


지붕 위에 커다란 바늘이 꽂혀 있고 문고리도 바늘에 심지어 모든 테이블과 의자에 바늘 모양 디자인이 들어갔다.


커피숍 내부는 온갖 종류의 바늘 모양을 이용한 형이상학적인 문양들과 진짜 바늘로 만든 예술작품들 또한 존재했다.


잔잔한 나무색과 검은 색 금속, 거기에 은색의 바늘이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거기에 더불어 하얀색과 검은색의 유니폼으로 통일된 직원들의 모습은 그 모든 디자인의 완성이었다.



이들이 자리잡은 곳은 2층의 발코니.


커피숍 내부의 모든 것이 잘 들여다보이는 장소였다.


이미 사람들이 빼곡히 차서 더이상 앉을 자리도 없었다.


신메뉴가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곧 있을 개기일식을 기념해 커피에 해와 달을 담았다.


그와 동시에 아담 커피숍만의 개기 일식 디자인을 한정품으로 함께 판매하고 있어 그 것을 구매하기 위한 행렬이 문 밖에까지 늘어서 있었다.



“굉장하지 않습니까?”


“..굉장하네.”


“처음에 그 여자를 봤을때는 의구심이 들었는데 이렇게까지 해낼 줄은 몰랐습니다.”



다라는 어쩐지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았다.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동안 단장을 대신해 그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던 모양이다.


이제 진짜 보스가 등장해서 그 짐을 내려놓고 나니 이렇게 마음이 가벼울 수가 없었다.



“..꽤나 눈길을 끄는 여자들이군요.”



다라의 말에 입구를 돌아본 할리는 피식 웃음지었다.


그 말대로 눈길을 끄는 여자들이었다.


희와 랑이가 들어서고 있었다.


희는 있는대로 호들갑을 떨고 있었고 랑이는 내색은 안하지만 눈빛이 초롱 초롱 빛나고 있었다.


그들이 들어서는 순간 커피숍 안은 잠시 정적이 흐를 정도였다.


물론 그것을 정작 본인들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만.



“..하얀 머리 여자에 대해 조사해봐.”


“..네? 갑자기 이렇게 뜬금없이요?”


“응. 언제부터 질문해가며 따져가며 명령을 수행했지?”


“죄송합니다. 즉시 수행하겠습니다.”



농담처럼 협박한 할리였지만 다라의 업무 능력은 의심해본 적이 없다.


만약 다라가 알아내지 못한다면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말과 같다.




<랑이의 정체> 끝.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힘숨찐 정령의 갓생살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주기 24.06.24 12 0 -
35 <무대에 오르다> 24.06.22 16 0 11쪽
34 <전직> 24.06.20 18 0 11쪽
33 <어쩌면 핑크빛> 24.06.18 15 0 11쪽
32 재회 24.06.16 18 0 12쪽
31 필 왕국 24.06.15 18 0 12쪽
30 <쉼표> 24.06.14 18 0 11쪽
29 <정체> 24.06.13 19 0 11쪽
28 <난관> 24.06.12 16 0 11쪽
27 <미지의 적> 24.06.11 18 0 11쪽
26 <자오> 24.06.10 19 0 11쪽
25 <더치> 24.06.07 20 0 11쪽
24 <게르짐> 24.06.06 17 0 12쪽
23 <감옥> 24.06.05 15 0 11쪽
22 <아담 커피숍> 24.06.04 18 0 11쪽
» <랑이의 정체> 24.06.03 16 0 11쪽
20 <할리의 능력> 24.05.31 19 0 11쪽
19 <남작가 저택> 24.05.30 16 0 12쪽
18 <실마을의 보석상> 24.05.29 16 0 12쪽
17 <헤어짐> 24.05.28 19 0 11쪽
16 <여행의 시작> 24.05.27 17 0 12쪽
15 <동향> 24.05.24 19 0 11쪽
14 <던전 공략> 24.05.23 17 0 11쪽
13 <던전> 24.05.22 17 0 11쪽
12 <정화의식> 24.05.21 19 0 12쪽
11 <시험> 24.05.20 19 0 12쪽
10 <정글> 24.05.17 21 0 11쪽
9 <검은 숲> 24.05.16 18 0 12쪽
8 <한걸음> 24.05.15 20 0 13쪽
7 <변화> 24.05.14 20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