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숨찐 정령의 갓생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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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킴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5
최근연재일 :
2024.06.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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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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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감옥>

DUMMY



실마을과 다르게 바늘 마을은 그야말로 골목들이 바늘과도 같다.


가늘게 끝없이 이어지는 길은 어느정도 이 곳에서 살아온 토박이가 아니라면 길을 잃기 쉽상이었다.


그 길을 따라 전력을 다해 질주 중이다.



‘..자존심 상하는데.’



정글 출신인 할리와 바닷가에서 수영하며 자란 희에 비해 랑이는 인간이 되지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체력에서 현저히 차이가 났다.


눈치상 할리와 희가 속도를 맞춰주고 있는 것 같지만 그들은 땀 한 방울 흐르지 않는다.


마음은 급한데 랑이는 이미 기절하기 직전이었다.


급박한 상황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란드, 나 좀 도와줘. 좀 빠르게 달릴 수 없을까?”


“당연히. 그대는 그저 평소처럼 달려라. 땅을 움직여 줄테니.”



그동안 쌓아온 시간 때문인지, 땀으로 범벅된 랑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란드는 소환되자마자 군말없이 랑이를 도와준다.



“..어어?”



놀란 희가 저만치 멀어진다.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흘긋 돌아보고 확인한 할리의 얼굴도 볼만했다.



“..사기잖아.”



할리의 중얼거림대로 사기가 맞았다.


어떻게 한건지 그저 가볍게 뛰는 중인데 주변의 광경이 눈 깜짝 할 새에 스쳐 지나간다.



“상쾌해. 고마워, 란드.”


“흠.”



커피숍에서 우연히 만난 할리와 동석한 후 우연히 일행의 소식을 들었다.


유명한 커피숍이었던 만큼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중 한 사람이 크게 떠드는 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시장에서 외지인이 끌려갔대!”


“끌려갔다고? 누구한테? 왜?”


“누구겠어, 게르짐. 대륙연합 주재원 있잖아.”


“..돈 냄새 맡았나? 그 인간 잊을만하면 한번씩 하잖아. 수작질.”


“그런가봐. 시장에서 뭘 엄청 사들이고 있었다던데.”


“돈 많은 여행자였네. 어디서 온 사람들인데?”


“그걸 모르겠다는거야, 재밌는건! 피부색이 엄청 희안했대. 어두운 갈색에 푸르···.”



실컷 수다를 떨던 이들과 우리의 눈이 마주쳤다.


이후 그 내용을 떠들던 장본인에게서 게르짐이 어디로 끌고 갔는지에 대해 들었고 곧바로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확실히 쿨란족과 마릴족은 독특한 피부색을 가지고 있어 실마을에서부터 눈에 띄기는 했다.



‘뭔가 가릴 수 있을 만한 걸 사야겠는데. 가는 곳마다 문제가 생기니.’



어쨌든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달려와주었고 마릴족에 이어 쿨란족, 그리고 여기까지 지켜주고 도와준 이들이다.


구해야 했다. 어떻게든.



시간이 없어 게르짐이란 작자가 어떤 인물인지 자세히 듣지 못했다.


이번 마을은 쉬어가는 마을인줄 알았는데, 어쩐지 벌써부터 지치는 느낌이다.



‘혹시 그들을 구하러 가실거면 게르짐을 조심하세요. 그자가 강한 능력을 각성했다는 소문이 있어요.’



끌려가는 모습을 봤다던 아가씨가 머뭇거리다 덧붙인 말이다.


대륙 연합은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네 나라가 모여서 만든 연합이긴 했으나 강한 지도자가 없어 서로간의 알력 싸움이 늘 존재한다.


그래서 생긴 시스템이 바로 주재원.


대륙 연합에 각 나라의 대표가 선출되어 공통 법규를 만들고 각 지역에 주재원을 보내 그 법들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본래는 감시보다는 원활한 소통이 목적이었지만 감시의 목적으로 변질된지 오래다.



다른 생각을 하는 여유까지 부리며 달려 도착한 곳은 관공서 빌딩.


주변의 화려한 건물들에 비해 회색의 직사각형 건물이다.


그 건물 외부의 모습 자체로 차가운 분위기를 뿌려대고 있다.



일행의 리더 역할을 하는 셋 모두 실제로는 어른이 되기 직전 나이의 외향.


멀리서부터 달려오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도 빌딩을 지키고 있는 이들은 눈썹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남작가의 기사단과 달리 각이 잡힌 자세와 군복이 이들이 기사가 아니라 군인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문앞에서 멈춰선 후 잠시 숨을 가다듬은 후 서로의 눈짓 끝에 할리가 나섰다.



“묻고 싶은게 있는데.”


“어린 아이들이 드나들 곳이 아니다. 돌아가라.”


“..무례하군. 일행이 억울하게 끌려왔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 책임자에게 안내하도록.”



역히 할리는 뻔뻔하게 고압적으로 굴 줄 알았다.


작정하고 연기를 하는 것인지 겉으로 봐서는 높은 귀족가의 자제 같아 보인다.



이를 느꼈는지 군인 두 명 중 하나가 잠시 고민하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희는 안절부절 못하긴 했으나 팔목을 랑이에게 붙잡혀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봄 햇살에 꾸게 된 악몽이 예지몽이 아니었기를 바랄 뿐.



문을 지키는 군인 중 한명이 자리를 비웠음에도 남은 하나는 여전히 눈빛을 굳힌 채 우리를 지켜보는 중이다.


군인다운걸지도 모르지만 어디선가 피냄새가 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느낌이 안좋아. 우리를 구하러 왔을때도 그랬어?”


“비슷하다.”



책임자를 부르러 간 군인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직감이 든다.


랑이는 더이상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 내키지 않지만 무력 시위를 해야겠는데.”


“기다리던 바다.”


“..그래도 될까?”



할리와 희가 상반된 대답을 했지만, 사실 상관 없었다.


보아하니 쉽게 무마될 상황도 아닌 것 같고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일행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



“이 일행의 책임자는 우리야. 그들의 안전 또한 우리 책임이다.”



둘에게 선언하며 동시에 스스로도 다짐한다.


지켜야 할 것이 있는 사람은 강해진다고 했었지.


선빵은 내가.



“란드, 준비 됐지? 우리 일행은 어딨어? 괜찮아?”


“..아직은 무사하지만, 곧 무사하지 않을 것 같군. 이 빌딩과 연결된 지하에 있다.”


“그럼 빌딩을 무너트리면 안되겠군. 아쉬운데.”


“..가능은 하다. 어떻게 해주면 되겠나.”



란드가 은근히 온순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랑이는 말을 이었다.



“전부. 무너트려줘. 사람은 다치지 않게. 그러나 건물은 확실히 산산조각나도록.”



긴 말이 필요 없었다.


그 후로 이어진 광경은 직접 명령을 해놓고도 감탄이 나왔다.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앙-


여러 번의 굉음이 울리며 빌딩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란드가 땅을 어떻게 움직였는지 느껴졌다.


사람들이 있는 곳만 피해서 땅을 교묘하게 흔들어 건물이 주축이 되는 곳을 전부 강타했다.


최대한 인명피해를 줄이고자 시간차를 두었기에 여러 번의 지진이 발생했다.


덕분에 건물 잔해를 뒤집어쓴 이들 모두의 벌어진 입으로 먼지가 들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꽤나 볼만했지만 타이밍은 생명이다.



“가자.”



갑자기 말이 없어진 둘이 랑이의 뒤를 따른다.


란드의 도움으로 일행이 있는 곳 까지는 지름길로 갈 수 있었다.


도착한 곳은 무너진 건물 잔해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뒤쪽이다.


얼마나 세심하게 조절했는지 지하 감옥은 크게 손상되지 않은채 땅 밖으로 그 모습만 드러나 있었다.



“..하. 이런 사지를 묶어 래플시아에 던져줘도 시원찮을 놈들이.”



제법 정글 부족 출신 다운 발언을 한 할리에 랑이는 내심 동감했다.


아무래도 나름대로 순화시킨 욕을 한 것 같았지만.



눈앞에 보여진 그들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각각 벽에 쇠시슬에 매달려 있었고 한눈에 봐도 출혈양이 상당하다.


아까 풍긴 피냄새는 이것이었을까.


아니면 그동안 수없는 피를 손에 묻혀왔을 저 인간일까.



그들의 앞에서 놀란 눈을 하고 위를 보는 남자가 보인다.


아마도 게르짐.


그의 주변에 호위를 하듯 서있던 군인들이 방어 태세를 취한다.



랑이의 분노를 느꼈는지 란드가 늘 피우던 연초마저 던져 꺼버리고 대기 자세를 취한다.



“말만 해라.”



마치 손녀의 복수를 해주려는 듯 비장한 말투다.


랑이의 옆에서 여행을 함께하며 그도 나름대로 정이 들었던 걸까.



“일단 우리 일행을 무사히 옮겨줄수 있겠어?”



군인들이 인질로 잡으려는 움직임을 포착한 상태였다.


군인이 민간인을 상대로 인질극을 한다?


느낌이 싸하다.



말이 끝나자마자 땅이 솟구치며 벽 채로 일행이 들려온다.


벽에 매달려 있던 만큼 각 벽은 그들은 눕힌채로 날아왔다.


기괴했지만 효과적이었다.



“사킨!”



마릴족 전사들의 리더의 이름이 사킨이었다.


랑이는 마음 깊이 반성했다.


늘 곁에 있던 이들이라 이름을 알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스스로의 무신경함을 뼛속같이 깨닫는다.


그들은 그저 마릴족 전사들 이었다, 랑이에게 있어. 지금까지는.


그들의 이름을 인지한 순간 그들은 랑이에게 다른 의미가 되었다.



‘동료.’



동료를 해치려고 한 주범이 아직 아래에 있다.


게르짐은 의외로 웃고 있었다.


입 끝을 최대한 끌어올려 웃고 있는 모습이 정상같지 않아 보인다.



“..이상한데. 뭔가 이상해.”


“뭐가 이상해, 랑?”



날아서 운반된 일행들을 위해 하나 하나 손을 대고 치유력을 쓰고 있던 희가 랑이의 속삭임에 돌아본다.



“기운이. 저자의 기운이 낯설어.”


“..낯설다니?”


“이 세계의 기운이 아닌 것 같은데. 굳이 따지자면 하늘의 구멍과 흡사해.”



굳이 말하자면 거슬렸다.


하늘의 저 구멍도. 저 자도.


마치 이 세계에 존재해서는 안될 것을 보는 듯한 거부감.



랑이의 마음이 울렁이기 시작한다.


평소에는 잔잔했던 마음이 거친 파도가 되어 터져나오는 기분.



“란드. 저자의 사지를 구속해줄수 있어?”


“물론이다.”



위쪽을 바라보던 게르짐의 다리가 갑자기 땅 속으로 무릎까지 파고 들어간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는데도 그의 표정은 광대처럼 변화가 없다.


마치 정지된 화면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우리 일행을 왜 이렇게 만들었지?”


“난 그저 돈을 벌려고 했을 뿐인데, 저자들이 쓸데 없이 반항을 하지 않겠어? 그래서 좀 혼쭐을 내줬지. 흐흐흐하하하하하하.”



소리 높여 웃는 그의 목소리가 스산하다.


갑자기 뚝 웃음소리를 그친 그가 정색하며 말을 잇는다.



“드디어 물주가 나타나셨군. 일행들을 가옥..아니. 감옥. 그래. 감옥에 모셔두느라 고생이 많았다구. 빌딩을 무너트린 보상도 해주셔야겠는데. 마침 싹 뜯어 고치고 싶었는데 잘됐군.”



말을 매끄럽게 하는 것 같으면서도 중간에 부자연스럽게 말을 멈추는 것이 이상했다.


마치 사람이 아닌 자와 대화를 하는 기분이 들어 오싹하기 까지 하다.



“그대는 정체가 뭐지?”



최대한 냉정을 되찾으려 노력하며 간신히 입을 연다.



“..정체? 정체라고? 하하하하하하하. 이거. 그걸 묻는 넌 누구지?”



주변의 공기가 이상하게 일렁이기 시작한다.


뭔가 당장이라도 벌어질 것 같은 불길한 기운이 느껴진다.


이상한건 희나 할리는 이런걸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



‘정령인 나만 느끼는 걸까? 왜 그렇지?’



불행히도 랑이에게는 더 깊이 생각할 여유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가 손짓을 하자 검은 물이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무너진 빌딩 위에 있던 호수에서 시체썩는 냄새와 함께 검은 물이 하늘을 가릴 듯 벽을 만들기 시작했다.



“대답할 필요는 없다. 죽여서 알아내는게 더 빠르니까.”


“예티!”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할리는 예티를 소환해냈다.


꾸워어엉-


하얀 털의 거대한 신수는 그렇게 이 세계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었다.





<감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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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옥> 24.06.05 16 0 11쪽
22 <아담 커피숍> 24.06.04 18 0 11쪽
21 <랑이의 정체> 24.06.03 16 0 11쪽
20 <할리의 능력> 24.05.31 19 0 11쪽
19 <남작가 저택> 24.05.30 16 0 12쪽
18 <실마을의 보석상> 24.05.29 16 0 12쪽
17 <헤어짐> 24.05.28 20 0 11쪽
16 <여행의 시작> 24.05.27 17 0 12쪽
15 <동향> 24.05.24 19 0 11쪽
14 <던전 공략> 24.05.23 17 0 11쪽
13 <던전> 24.05.22 17 0 11쪽
12 <정화의식> 24.05.21 19 0 12쪽
11 <시험> 24.05.20 19 0 12쪽
10 <정글> 24.05.17 22 0 11쪽
9 <검은 숲> 24.05.16 18 0 12쪽
8 <한걸음> 24.05.15 20 0 13쪽
7 <변화> 24.05.14 2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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