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숨찐 정령의 갓생살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사킴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5
최근연재일 :
2024.06.22 06:0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752
추천수 :
2
글자수 :
182,370

작성
24.06.16 06:00
조회
17
추천
0
글자
12쪽

재회

DUMMY

<재회>




“할리? 벌써 온거야? 일은 끝났어?”


“......”



희의 물음에도 대답조차 하지 않고 석상처럼 굳어있다.


그런 할리를 보는 랑이의 고개가 갸웃한다.



“..나, 이상해보여서 그래?”



할리는 그제서야 마치 꿈에서 깬듯 한걸음을 디딘다.


한번 내딛은 걸음은 그후로 거침없이 나아갔다.


랑이에게 직진한 그는 랑이의 몸 구석 구석을 살피기 시작했다.


물론 눈으로만.



“..어머 어머. 이게 무슨 음흉한 짓이야? 그런 끈적한 시선은 집어치우지 못해?”



브린의 눈이 둥글어지다 못해 반달이 되게 접히며 뱉은 말이다.


놀리는 기색이 다분한데도 할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 아니, 그게. 그런 의미가 아니라.”


“아니면 뭔데? 정신을 못차리는 숙녀의 온몸을 그런 시선으로, 어머 난 몰라!”


“그게 아니고!.. 괜찮은건가?”



간신히 이성을 부여잡은 할리가 차마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옆눈으로 랑이를 살핀다.



“..응. 나 오래 이러고 있었나봐. 둘이 같은걸 묻네.”


“랑랑. 기억이 잘 안나? 거미한테 잡혀있다 몇일째 정신을 잃고 있었어.”


“거미가 날 휘감은건 기억나는데. 그후로 어떻게 된거야?



안도의 한숨을 쉰 희가 조잘조잘 그동안 있던 일을 떠드는 사이 할리는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랑이는 조용히 앉아서 고개를 살짝 숙인채 희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데 어쩐지 이 곳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위화감이 든다.


보다 못한 할리가 저도 모르게 다다가 랑이의 팔을 잡아챘다.



“...?”



멍한 눈빛으로 할리를 올려다보는 랑이는 평범하게 희와 대화를 하던 것과 달리 마치 얼굴에 표정이란 것이 사라진 것 같았다.



“넌. 뭐지?”


“왜그래, 할리?”


“마릴족과 함께하는 정령술사. 그게 다가 아닌 것 같은데.”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거야.”


“너는 왜 랑이를 그렇게 대하지? 마릴족도 아닌 이를. 직계 가족도 아닌데 어째서 가족보다 애틋하게 대하느냔 말이다.”


“불만이라도 있는거야, 우리 사이에?”


“정확히 말하자면 사이가 아니라 정체야. 난 내 패를 다 보였다. 이제 너희 패를 보여줄 차례인 것 같은데.


무리한 요구인가?”


“......”



잘 떠들어대던 희가 갑작스럽게 입을 조개처럼 꾹 다물었다.


그 표정에 담긴 것은 염려, 당혹, 그리고 난감함.


확실히 무언가 숨기는게 있긴 한거다.



“뭐지? 그렇게 꽁꽁 숨기려고 하는 것은. 넌 사람이긴 한가?”


“..사람이라.”


“......”


“사람이 정확히 뭐지? 인간이 맞냐고 묻고 싶은건가?”


“..그래.”


“내게서 이질적인 느낌이 들어서?”


“그런 것도 없잖아 있다. 그보단 감에 가깝지만.”


“넌 감을 믿는구나.”



뜬금 없게도 할리의 그 대답에 랑이의 표정에 순식간에 감정이 돌아온다.


마치 무언가를 건드린듯이 그 대답 한마디에 랑이의 표정에 온화함이 깃든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 정체에 대해 가장 궁금한게 나야.”


“말장난하는건가?”


“아니. 진짜야. 인간이 맞냐고 물은 질문엔 아니라고 답해야 할 것 같네.”



밖으로 새어 나오는 소리는 없었으나 할리의 부릅뜬 눈이 그가 얼마나 놀랐는지 보여주었다.


브린 또한 정확히 같은 표정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둘은 마치 남매와도 같아 보였다.



“...수. 숨 쉬어, 할리.”


먼저 정신을 차린 브린이 진심을 담은 충고를 건넨다.



“..인간이 아니라면? 그럼 뭐지?”


“너에겐 밝혀야겠지. 우리를 몇번이나 구해주었으니.


난 세계수의 정. 패치가 되면서 인간이 되어버렸어.”


“.....!”



할리의 얼굴은 볼만했다.


그들 부족이 태고적부터 섬겨온 세계수의 정.


고리타분하다며 무시하곤 했던 그들 부족에 대한 모든 감정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감정들이 그를 휩쓰는 것 같았다.



“..하아. 역시. 범상치 않더라니. 멋지잖아, 이거? 근데 내가 알아도 되는거였어?”



할리보다 먼저 정신을 차린 브린이 떨리는 손을 부여잡으며 간신히 대화를 이어간다.


마치 그것만이 가장 중요하다는 듯이 절박한 표정으로.



“그정도로 놀랄일인가? 지금 세상에 일어나고 있는 모든 것이 놀랍지 않아?”


“그렇긴한데. 사실 위험은 모두를 각오하게 하고 뭉치게 하지.


다투게도 하지만. 하지만 상상 밖의 일을 맞닥뜨렸을때 인간은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리는 편이야.”


“내가 상상 밖의 일이라는 얘기구나.”


“어어, 나쁜 의미는 아냐. 그런데.. 반말해도 되는거죠? 이거, 너무 자연스럽게 반말이 나와버렸네요?”


“나한테 인간의 예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나도 존대말을 해야하는 거였나?”


“저언혀! 저언혀. 그럼 이대로 편하게 가도 되는거지?”


“그래주면 고맙겠는데.”


“비밀은 절대적으로 지켜주겠어! 나, 브린의 이름을 걸고!”


“이름이 브린이었구나.”


“반가워. 랑님!”



브린은 일단 대화를 시작하고나자 눈에 띄게 진정하는 것이 보였다.


진정을 넘어서 생선을 앞에 둔 고양이를 보는 듯한 위험한 기세까지 내보이고 있다.



“우리 할리가 보는 눈이 좀 있구나? 이런 귀한 분들을 모시고 다녔다니.”


“..모시고 다닌건 아니긴 한데.”



조용히 모두를 지켜보던 희가 머리를 긁적이며 한 말에 그만 모두 웃어버렸다.


웃음은 이상한 전염력을 가진다.


별 것 아닌 걸로 웃기 시작한 그들은 배를 부여잡으며 눈물을 흘려대며 한동안 웃어댔다.


마치 그걸로 어색함과 슬픔, 당황 등 복잡한 모든 것을 털어내겠다는 듯이.


그 웃음소리를 듣고 달려온 마릴족과 쿨란족의 모든 이들이 함께 웃어대는 바람에 이제 막 정신을 차렸던 랑이가 다시 기절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란드, 리아.’


‘..괜찮은가.’


‘오랜만이에요.’


‘혹시 내가 소환하지 않을때 내가 보고 듣는 것을 알수 있어?’


‘소환이 해제되었을때는 알수 없네. 무슨일인가?’



란드의 목소리에 걱정이 묻어나온다.


말투는 여전히 무뚝뚝하면서.



‘거미에 잡혀가면서 막막해졌을때. 내 힘이 다한 것 같았을 때.


뭔가를 본 것 같아. 아니, 누군가들을 만난 것 같아.’


‘정신을 잃었을 때 말인가.’


‘내가 정신을 잃은걸 알고 있었어?’


‘역소환되었지 않은가, 우리들이. 그때 상황으로 보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그전엔 그러지 않았잖아?’


‘상황이 다르지 않은가. 역소환이 일어나 힘이 채 회복되지 않았는데 다시 한번 역소환이 되었네.


무리가 가는 것이 당연하지. 게다가 이번엔 다른 힘이 개입된 듯 했다.’


‘..다른 힘?’


‘역소환될때 느껴지는 것이 있었지. 그렇지 않은가, 오실리아.’


‘..맞아요. 제가 느낀 것이 맞다면.’


‘상위의 존재들. 이 세계의 신들이다.’


‘..고마워, 란드. 리아.’


‘..내 이름은. 란드셀이다.’



- 주어진 능력의 초과치를 사용했습니다.

- 다시 한번 한계를 뛰어넘은 보상으로 모든 능력치가 +3 증가됩니다.



정신을 차렸을때 확인했던 메세지이다.


드바의 목숨값인 것 같아 제대로 읽어보고 싶지도 않았더랬다.


검게 탄 피부에 하얀 이빨이 인상적이던 남자였는데.


순박한 강아지를 연상시켰다.



란드가 본명을 밝히자 마자 메세지가 떠오른다.


어떤 이들은 글자가 적힌다, 라고 표현하고 어떤 이들은 시야가 가린다고 하고.


랑이에게는 메세지가 떠오르는 것 처럼 느껴진다.


마치 대화를 하듯이.


- 정령소환(대지) A급을 달성했습니다!

- 타이틀 ‘정령을 부리는 자’가 부여됩니다.

- 타이틀 ‘정령을 부리는 자'의 효과가 적용됩니다.

- 정령력이 한단계 상승합니다.


그리하여 오랜만에 확인해본 상태창은 확연한 변화가 있었다.


이름 : 랑이

클래스 : 미정

진명 : 〼〼

타이틀 : 정령의 친구, 앞서가는 자, 정령의 마음을 얻은자, 유아독존(모든 능력치 +1), 개척하는자, 정령을 부리는 자

능력치 : 근력(11) 체력(12) 민첩(12) 마력(20) 행운(18)

고유 특성 : 관찰력[B]

잠재 능력 : 정령력[SS]

〼〼

스킬 : 정령 소환(대지)[A], (물)[A]



오늘도 변함없는 하늘의 구멍을 올려다본다.


기분 탓인지 더 커진 것 같은데, 크기가 크기인지라 잘 가늠이 되지 않는다.


볼때마다 불길함과 불쾌함이 드는 것은 변하지를 않는다.


느낌탓인지 내내 같은 자리에 떠있던 드론이 움직인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이제, 풀어야 할 때다.


“고마워, 할리. 두번째다. 우리를 구해준 것이.”


“..뭘 새삼스럽게.”



랑이를 똑바로 보지 못하며 대답하는 할리의 목덜미가 왜인지 붉어보인다.



“할리. 정보길드와 어떤 관계야? 설명해줄 수 있어?”


“..정보길드의 길드원이야.”


“고위직이겠구나.”


“그런 셈이지"


“그래서 그렇게 익숙해보였구나.”


“..역시 티가 났구나.”


“어떤걸 알아냈는지 알려줄 수 있어?”



필 왕국에 와있다.


브린이 얘기했던 필 왕국의 아담 커피숍은 과연 장엄했다.


마치 성을 연상시키는 첨탑이 빼곡한 건물에 건물 내부 또한 투구, 칼, 방패 등으로 장식되어 있다.


도대체 하나 하나의 지점에 얼마만큼의 공과 돈을 들이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진짜 도시에 와있으나 랑이의 마음은 어지럽다.


이런 저런 일을 겪었지만 일행의 목적은 처음부터 회담에 참가하는 것이었다.


정보길드의 도움이라면 모든 것을 굳이 직접 겪으면서 알아야할 이유가 없어진다.



“알아낸 부분들은 각 국의 동향과 주요 인물들에 대한 것 정도야.”


“우리 일정에 변경사항은 있어?”


“아니. 그대로 간다. 내가 정보길드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고 해도 직접 경험하며 알아내는 건 다르지 않겠어?”


“..그건 그렇지. 그래도 미리 알고 가는 거니 훨씬 낫긴 하겠다.”



무슨 생각을 한건지 깊어진 눈을 한 할리가 잠시 생각에 잠긴다.


랑이는 왠지 이유를 알 것 같아서 살풋 웃어준다.



“네 잘못이 아니야. 그래도 그 많은 일을 겪으면서 성장했는걸?


우린 공동 책임자라구.”


“....”


“시간되면 애쉬랑 얘기를 해보는 것도 좋겠어.”


무심한듯 본론을 흘리고 다 마신 커피잔을 치우러 일어나는 랑이의 뒷모습에서 간신히 시선을 떼어낸 할리는 한숨을 쉬며 랑이가 빠트리고 간 물건 몇개를 챙겨들었다.



“..손이 많이 가는군. 여전히.”



애쉬는 필 왕국으로 들어선 후 원래보다도 더 말수가 적어졌다.


애쉬가 할리에게 어떤 얘기를 한건지는 모른다.


랑이는 이 문제에 대해 방관자가 되어 혹시 모를 사태에만 대비하는 걸로 결정했다.



“랑랑, 요즘 애쉬가 좀 달라보이지 않아?”


“..어떤 부분이?”


“모르겠어. 뭔가 좀 사람이 달라진 것 같아. 위기를 겪어서 그런걸까?”


“성숙해보인다고?”


“맞아! 그런것 같아. 나랑 동갑일텐데..”



그날 정령들이 만들어준 보호구 안에서 남자로 보였던 애쉬는 여전히 말수가 적었지만 점점 드러나는 존재감을 숨기지는 못하고 있다.


필 왕국까지 온 이상 그도 결정을 해야할 것이다.


마음을 연 상대가 있으니 최악은 아닐거라 믿고 싶지만.


만약 그가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피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잡생각을 하며 휴지통을 지난 랑이의 어깨를 급하게 잡아채는 손길이 있다.



“....!”


“..이리로.”



다급해 보이는 할리의 얼굴에 여유가 없어보여 일단 따르기로 한다.


할리의 어깨 너머로 믿기지 않는 광경이 보인다.



커피숍의 유리창 너머로 모여든 사람들.


잔뜩 화가난 얼굴들로 가게쪽으로 무언가를 던지고 있다.


쏟아지는 오물과 잡동사니에 가게가 망가지기 시작한다.


커피숍 입구에서 지키던 이들이 어떻게든 막아보려 하지만 금방 뚫릴 것 같다.


할리가 잠시 멈춰선 랑이를 감싸안아 이끈다.




<재회> 끝.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힘숨찐 정령의 갓생살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주기 24.06.24 12 0 -
35 <무대에 오르다> 24.06.22 16 0 11쪽
34 <전직> 24.06.20 17 0 11쪽
33 <어쩌면 핑크빛> 24.06.18 15 0 11쪽
» 재회 24.06.16 18 0 12쪽
31 필 왕국 24.06.15 18 0 12쪽
30 <쉼표> 24.06.14 18 0 11쪽
29 <정체> 24.06.13 18 0 11쪽
28 <난관> 24.06.12 15 0 11쪽
27 <미지의 적> 24.06.11 18 0 11쪽
26 <자오> 24.06.10 18 0 11쪽
25 <더치> 24.06.07 20 0 11쪽
24 <게르짐> 24.06.06 17 0 12쪽
23 <감옥> 24.06.05 15 0 11쪽
22 <아담 커피숍> 24.06.04 17 0 11쪽
21 <랑이의 정체> 24.06.03 15 0 11쪽
20 <할리의 능력> 24.05.31 19 0 11쪽
19 <남작가 저택> 24.05.30 16 0 12쪽
18 <실마을의 보석상> 24.05.29 16 0 12쪽
17 <헤어짐> 24.05.28 19 0 11쪽
16 <여행의 시작> 24.05.27 16 0 12쪽
15 <동향> 24.05.24 18 0 11쪽
14 <던전 공략> 24.05.23 17 0 11쪽
13 <던전> 24.05.22 16 0 11쪽
12 <정화의식> 24.05.21 19 0 12쪽
11 <시험> 24.05.20 19 0 12쪽
10 <정글> 24.05.17 21 0 11쪽
9 <검은 숲> 24.05.16 18 0 12쪽
8 <한걸음> 24.05.15 19 0 13쪽
7 <변화> 24.05.14 19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