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숨찐 정령의 갓생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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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킴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5
최근연재일 :
2024.06.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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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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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무대에 오르다>

DUMMY

<무대에 오르다>




‘이게 뭐라고 긴장이 되지.’


일단 란드와 리아를 소환했다.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한거다.


그 다음, 다른이들이 알려준대로 ‘정령력' 이라고 쓰인 글자를 눈에 힘을 뽝 주고 쳐다봤다.


몸에서 하얀색 빛이 뿜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눈을 한번 깜빡였는데 눈앞의 풍경이 달라져 있다.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데, 이건.


높은 빌딩들.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사방에서 들려오는 경적 소리.


빵빠아아아앙!


랑이가 서 있는 곳은 지구의 어떤 번화한 도시 한복판이었다.


인간이 되었을때와 또 다른 이질감이 온몸을 강타한다.


공기의 맛, 느낌, 냄새, 기운.. 모든 것이 다르다.



“..전직을 한다고, 여기서?”



기가 막힌다.


한편으론 설렌다.


현실인지 가상공간인지 알 수 없지만.


지구에 와있다.



“..란드. 리아?”



그들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이 곳은 묘하게 건조하다.


생기가 없는 듯한 느낌.


정령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설명할수 없지만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든다.



- 전직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 정령의 존재를 찾으세요.


“......”



뭐, 어떻게든 되겠지.


난이도가 최상인 것 같지만.


혹시 차별하는 건가?



딱히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없어 일단 발길 닿는 곳으로 걷기로 한다.


구경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으니.


어찌됐든 이세계가 아닌가.


그것도 꿈에서라도 와보고 싶었던, 지구.



길은 상당히 경사가 가파른데 바닥은 붉은 벽돌 혹은 시멘트가 깔려있다.


건물은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이 많이 있다.


어쩐지 안개도 낀 것 같고, 비도 으스스 오는 것 같고.


기분이 나쁠 것 같은데 은근히 운치가 있어 멋있다.



간판에 걸린 문자는.. 영어.


미국이나 런던으로 좁혀진다.


퍼억-.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다 누군가와 부딪혀 버렸다.



“Hey, watch out, bitch!”



걸걸한 욕에 발음을 보니, 미국.


일단 자연스럽게 대답을 해주자.



“F- you!”



이정도면 잘 대답한 것 같다.


스스로에게 만족하며 주변을 찬찬히 살피는데, 먼저 욕을 했던 그 남자가 와서 팔을 잡아챈다.


불행히도 그 직후 시야가 암전된다.



‘..이게 아니었나 본데.’



후회해봐야 엎질러진 물이었다.



***



이젠 왠지 정신을 잃는 것에 익숙해진 것 같은 기분이다.


보통 인간들은 경험하지 못하던데.


나름대로 반성을 하며 주변을 살며시 살핀다.


랑이가 쓰러져 있는 곳은 도시의 뒷골목인 것 같다.


살며시 눈을 떠서 보니 상업지구같아 보이는데.


근처에 거지처럼 보이는 이들이 많이 있다.



“..저여자를 누가 데려왔다고?”


“한눈에 봐도 이렇게 건드리면 안되는 여자 같아보이는데.”


“지미 알지? 개차반이잖아.”



이건, 한국어다.


틀림없이 엘의 기억에서 들었던 바로 그 언어다.


이거다 싶어 눈을 반짝 떴다.



“으악!”


“미안해요.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엥? 한국말? 한국사람이세요?”


“따지자면 복잡한데, 그런 셈이긴 합니다.”


“어쩌다가 지미를 건드렸어요? 그놈 미친놈인데.”


“그게.. 길가다가 부딪혔는데 욕하길래 저도 모르게 그만.”


“그래도 그정도니 여기다 버리고 간 모양이네요.”


“저 좀 도와주세요!”



동아줄을 잡아야 한다.


이게 현실이든 아니든 갈 곳도 없고, 아는 이도 하나 없으니. 도움이 간절했다.



“..네? 아니 귀한집 자제분 아니세요?”


“아니, 아가씨. 우릴 뭐를 믿고? 우리가 여기 있는거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네. 전 도움이 필요해요. 이거저거 가릴 처지가 아니라서요.”


“하아..”



마치 잘못 걸렸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이들이 나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난 이미 알고 있단 말이다.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자기 민족에게 약한지.


외국에서 특히 그런 국민성이 얼마나 두드러지게 나타나는지.


한국말을 할 줄 안다는 것 하나로 이들은 나를 도와줄 것이다.



“어차피 제가 걱정되어서 보고 있던거 아니었어요?”


“..그건 그렇지만.”


“저, 그냥 어디서 엉겨붙는 혹 같은거 안될게요. 이래뵈도 쓸모가 많다구요?”


“무슨 한국말을 이렇게 잘해? 외국인처럼 생겨서.”


“외모가 중요한가요! 속이 중요하지!”


“그건 그렇지..”



그렇게 그들은 얼떨결에 그들의 아지트로 나를 데려갔다.


그들의 아지트는 의외로 번화가와 뒷골목 사이에 자리했다.


멀지 않은 곳에 호수가 있었고 - 사이즈가 상당해서 호수보다 바다로 보인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큰 경기장 또한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파머스 마켓.


서로 생선을 던지며 호수가 보이는 골목골목에 아기자기하게 지역 상품들을 판매한다.


이 곳은 시애틀이다.



“..유학생 이시라구요.”


“그렇다니까. 친구 부모님이 좀 사시거든.


학교 같아보이지 않겠지만 저기 저 건물이 학교고.


걸어갈 수 있는 이 아파트를 구해준거지.”


“그럼 여러분들은요?”


“우린 다 얹혀사는 식충이들.”


“식충이, 맞네! 파하하하하하하!”



뭐가 좋은지 자기들끼리 시끌벅적하게 웃어재낀다.


본인들만 좋다면야.


부모님이 돈이 많다는 말이 사실인지 아파트는 제법 근사했다.


거실과 방 사이에 투명한 문이 있어서 가운데의 작은 공간에서 바깥 공기를 쐴수 있는 독특한 구조다.



“여기가 고기 구워먹기 딱 좋은 구조라니까.”


“그래서 여길 고르신거군요?”


“오~ 눈치가 좀 있는데?”



처음 걱정과 다르게 이들은 나쁜 사람들 같지는 않았다.


도대체 왜 그런 곳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높은 행운수치가 진짜로 행운을 가져다 주는건가 싶을 정도였다.



“근데 어쩌다가 떠돌게 된거야? 시애틀엔 왜왔고?”


“..친구를 찾아 왔는데. 잃어버렸어요.”


“..아.”



다들 무슨 상상을 하는지 그 말을 듣고 잠시 침묵을 지킨다.


엄밀히 말하면 틀린 말은 아니지 않은가.


그들의 상상은 그들에게 맡기고.


난 거짓말은 하지 않았어.



유난히 감정선이 세심한 이가 하나 있는지 갑자기 냉장고에서 오만가지를 꺼내기 시작한다.



“됐고! 오늘은 삼겹살 파티다!”


“와아! 찬성 찬성!”



먹으며 푸는건 어느 곳에서나 통하는 진리인가 보다.


갑자기 시끌벅적해서는 먹을 준비가 한창이다.


신입(?)으로 낙점된 랑이는 오늘은 참관만 하는걸로 정해졌다.


요리에 가뜩이나 소질이 없었던 터라 감사할 따름이다.



지글지글.


“......”



눈앞에 익어가는 삼겹살을 기다리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인줄 몰랐다.


직접 맡아본 고기 냄새는 모든 걱정과 번민을 저 세상으로 날려버렸다.


게다가 김치.. 김치.


이 조합이 이렇게 훌륭한 것이었던가?


대충 무엇인지 머리 속으로 알고 있었던 것과, 여러 명과 둘러 앉아 냄새를 맡으며 먹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그런 랑이의 식탐을 타지에서 맛본 고향의 음식에 대한 그리움으로 착각한 그들은 말없이 눈물을 훔치며 랑이의 접시에 더 많은 양을 덜어주었다.


이들은.. 천사다.



금방 단서를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던 전직시험이 길어지고 있다.


왠만해서는 냉정을 유지하는 랑이도 조금씩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들의 집에 머문지 벌써 3일.


잠시일 줄 알고 별다른 부담감도 없었는데.


오늘은 잠시 한국에 갔다던 집주인이 집에 돌아오는 날이다.



‘..상당히 까칠하다던데.’



그동안도 딱히 자신이 소유하는 공간에 머문 적은 없지만.


이렇게까지 누군가의 짐이 된 적은 없었다.


정령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 이 곳에서 자신은 그저 평범한 한명의 여자에 불과했으니.



덜컥.


문이 열리는 소리에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제발 쫓아내지만 말아줘.. 아무리 시험이어도 굶거나 다치는건 싫다고..’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는 키가 상당히 컸다.


야구모자를 쓰고 있어 얼굴에는 음영이 져있다.


박스티에 몸에 살짝 붙는 청바지를 입고 있는데 어깨가 상당히 넓어보인다.


랑이의 불안한 눈빛을 느꼈는지 가장 호의적으로 대해주었던 환이가 랑이를 등졌다.



“어이, 단! 한국은 잘 갔다왔어? 하하하.”


“..누구야?”



안부인사로 분위기를 풀어보려던 노력이 단번에 묵살되었다.


랑이는 왠지 점점 숨마저 막혀오는 느낌이 든다.


저 남자, 공기를 지배하고 있다.



“아아, 이분? 난봉꾼 지미 알지? 몹쓸짓을 당할뻔 하셔서 우리가 구해드렸어.


당분간 여기 지내기로 했고. 괜찮지?”


“아니. 누구 맘대로.”


“아니 왜 그렇게 야박하게 굴고 그래? 다수결로 하자고.”


“식충이같은 니들이 무슨 의견을 내세워? 욱. 너도 찬성한 일인가?”


“어어.. 안도와드릴 수가 없잖아? 나름대로 한국인이셔.”



적당히 얼머 부렸던 부분인데 어느새 한국인이 되어 있었다.


어차피 무국적자나 다름 없으므로 그저 조용히 입다물기로 한다.



“난 반대니까 50/50이네.”


“너무한다, 너. 이미 여기서 지내고 계셨어.”


“어쨌든 난 싫어. 정 그러면 너희가 다 저 여자랑 같이 나가던가.”



이름이 단이라고.


왜인지 할리와 영혼의 쌍둥이일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래서인지 랑이는 그의 까칠한 성격이 왠지 모르게 반가웠다.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던 걸까.


그 남자의 인상이 잔뜩 찌푸려진다.



“하. 씨발.. 우스워?”


“..그런건 아니고.”


“그럼 뭔데? 주제에 비웃는거야?”


“내가 널? 뭐하러?”



내내 존대말로 사근사근하게 굴던 랑이가 같이 막나가기 시작하자 오히려 곁에 있는 이들이 당황하기 시작한다.


랑이로서는 거칠 것이 없었다.


어차피 제 세상도 아닌데다가 전직 시험동안 겪는 이들이다.


길게 볼 것도 없는 것이다.


단서가 쉽게 찾아지지 않아 답답한 마음도 없잖아 있다.



“......”



단은 묘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누구와도 말을 섞지 않는 그가 이례적으로 말을 받아주는 이유다.


원래도 예의따위는 챙기지 않는 성격이었지만 저 여자는 존재 자체가 거슬린다.


마치 잘 알던이가 자신을 모르는 척 무시하는 것 같은.


설명할 수 없는 껄끄러움.



살짝 고개를 흔들어 털어낸 그는 다짜고짜 랑이의 팔을 잡아끌기 시작했다.



“어어, 단.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하면..”


“야, 누가 쟤 좀 말려봐.”


“..누가 단이를 말려?”



안하무인으로 끌고가는데 그저 끌려가주는 랑이가 이상했는지 단이 슬쩍 뒤돌아 확인한다.


자연의 푸르름을 한 곳에 담은 듯한 녹빛 눈동자에 차마 더 마주할수가 없어 재차 잡아끌기 시작한다.


단이 향하는 곳은 강을 옆으로 낀 아파트의 입구.



“..네 정체가 뭔지 묻지 않을테니 그냥 꺼져.”


“그렇게 못하겠다면?”


“뭐?”


“그렇게 안하면 어쩔건데?”


“..하, 별게 다.”



미간에 주름을 진 단이 방향을 돌린다.


지하주차장으로 그대로 랑이를 끌고간 그는 작은 차안에 랑이를 타게 했다.


반항하지도 않았지만 그야말로 짐을 던져넣는 느낌이다.



“..뭐하는 거지? 납치라도 하려고?”


“멀리에 버리고 오려고.”


“굳이 그런 수고를 왜하지?”


“쉽게 돌아오면 안되니까.”


"......"



그렇게 랑이의 지구에서의 첫 드라이브가 시작되었다.




<무대에 오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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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에 오르다> 24.06.22 15 0 11쪽
34 <전직> 24.06.20 16 0 11쪽
33 <어쩌면 핑크빛> 24.06.18 14 0 11쪽
32 재회 24.06.16 16 0 12쪽
31 필 왕국 24.06.15 16 0 12쪽
30 <쉼표> 24.06.14 17 0 11쪽
29 <정체> 24.06.13 17 0 11쪽
28 <난관> 24.06.12 14 0 11쪽
27 <미지의 적> 24.06.11 17 0 11쪽
26 <자오> 24.06.10 17 0 11쪽
25 <더치> 24.06.07 19 0 11쪽
24 <게르짐> 24.06.06 16 0 12쪽
23 <감옥> 24.06.05 14 0 11쪽
22 <아담 커피숍> 24.06.04 16 0 11쪽
21 <랑이의 정체> 24.06.03 14 0 11쪽
20 <할리의 능력> 24.05.31 18 0 11쪽
19 <남작가 저택> 24.05.30 15 0 12쪽
18 <실마을의 보석상> 24.05.29 15 0 12쪽
17 <헤어짐> 24.05.28 18 0 11쪽
16 <여행의 시작> 24.05.27 15 0 12쪽
15 <동향> 24.05.24 17 0 11쪽
14 <던전 공략> 24.05.23 16 0 11쪽
13 <던전> 24.05.22 15 0 11쪽
12 <정화의식> 24.05.21 17 0 12쪽
11 <시험> 24.05.20 18 0 12쪽
10 <정글> 24.05.17 20 0 11쪽
9 <검은 숲> 24.05.16 17 0 12쪽
8 <한걸음> 24.05.15 18 0 13쪽
7 <변화> 24.05.14 1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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