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빨대 스킬로 국가권력급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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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윤사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6
최근연재일 :
2024.05.2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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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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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UMMY



나는 대한민국의 헌터, 뭐 그런 거다.

어느 날 게이트가 열렸고 머리 위로 괴물이 쏟아져 나왔고 어쩌고하는 그런 설명은 관두겠다.

중요한 건, 내가 ‘대한민국’의 헌터라는 것.


노쓰- 아니고 싸-우-쓰 코리아.


뭐, 좀 더 길게 설명하자면, 서울 강동구 나봄산부인과에서 8월 28일 새벽 7시 23분에 웅장한 울음소리를 발사하며 4.2kg 우량아로 태어나 ‘아침 댓바람부터 나온 거 보니까 일복은 참 많겠네요 호호~’ 소리를 들었던 대한의 건아.


방금 말이 많다고 생각했나?

어쩔 수 없다. 양말 하나 찾아도 야항말이 어디있나하~ 노래를 부르는 싱어롱의 민족으로서 혼잣말이 늘어난 이유에도 다 사정이 있다.

그건 나중에 차차 설명하기로 하고.

지금 중요한 건.


여긴 어디?


“이리나? 이인 녀 있노랑?”

“이로써 아느 자롷디?”

“······시발.”


또 외계어야.



*



이 사태의 시작을 돌아보자면 좀 많이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저는 어려서부터 엄격하신 아버지와 자상하신 어머니 밑에서 2남 중 막내로 태어났고 귀여움을 잔뜩 받 ··· 압축중 ···  그래서 게이트가 터지고 형과 나, 둘다 능력을 받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국가권력급 고졸에 알바나 찌끄럭대던 백수 인생이었던 나로서는 초 럭키한 상황이었다.

솔직히 남자라면 한 번쯤 꿈꿔보지 않나?

갑자기 전지구적으로 외계 생물이 침입했는데 내가 손오공이야.

에네르기파 존나 날려서 세계 구해.

옆에 토끼같은 아내 끼고 떡두꺼비 같은 아이들 오손도손 낳아 ······ 헤벌쭉.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는 손오공이 아니었고 형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하늘에게 계시 받은 능력은 [빨대].

플라스틱 빨대 하나 던져 주지도 않아놓고 도대체 뭘 빨라는 건지, 아니면 내가 빨대의 대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헌터 등급은 D로 찍혔으니 준수한 느낌이었다.

뭐. 항상 어중간한 인생이었으니 그걸 반영했다는 생각도 들고.

버라이어티한 인생 역전은 아니었지만 인생 여전은 지켜냈다는 마음이었다.

왜냐면. 형은.


「‘뭐라고? 시발, 내가 왜 페로몬인데! 아니, 싫다고, 싫어어어어―!’」


A등급 헌터, 능력, [매혹].


인간들은 맡지 못하지만 괴물들한테는 환장하는 향이 난다나 뭐라나.

그래서 게이트 앞 괴물 토템으로 선정되어 가열찬 사랑을 받는 중이었다. 괴물에게.

SKY 나와 내로라하는 대기업에서 차근차근 경력 쌓고 한국 상위 1%로서 창창한 미래만 남았던 남자가 저렇게 괴물 끈끈이주걱 취급 받는 걸 보니, 훌쩍.


‘존나 재밌어.’


웃겨서 배가 째질 정도였다.

인생은 역시 한방이다.

나만 아니면 돼.


아무튼 그러한 사정으로 형은 바로 실전에 투입되었지만 나는 아니었다.

남들은 간지나게 [파성마각], [태을무형], [화염의 볼케이노] 뭐 이러면서 검기도 날리고 마법도 날리고 난리인데, 내가 가진 기술은 딸랑 [빨대] 뿐이었으니까.

게이트가 터지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았던 시기의 국가능력관리기구 역시 나같은 놈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주구장창 훈련만 때렸다.

아직 미필인 채로 ‘우와~ 게이트 잘 터졌당~!’ 생각했던 내가 특전사 뺨치는 훈련을 받았다고.


시발.


하지만 그게 나을 때도 있었다.

어떻게든 뭘 빨아보라며 요쿠르트 빨대 한 봉지를 가져와 하루종일 허공이나 쪼옵, 쫍 빨고 있을 때는 자괴감이 장난 아니었다.

어쨌든 검, 총, 활, 창 심지어는 봉 훈련까지 받게 된 나는 대부분의 무기를 그럭저럭 다룰 수 있게 됐다.

능력을 쓸 수 있든 없든 게이트 경험은 쌓아봐야 한다고 배치받은 E, F급 이하의 저급 게이트에 들락날락거렸다.

그래서 적당~히 돈도 벌고 적당~히 경험도 쌓고 하다 보니 레벨도 올리고.


폐급 백수로 하릴없이 침대에서 뒹굴뒹굴할 때보다는 잘 사는, 제법 1인분 할 줄 아는 사람다운 행보를 하게 됐다.

그러니 어무니 아부지도 좋아하시고.

근육도 정리되니 몸도 좀 좋아진 거 같고.

내 나름의 성취감도 생기고.


이대로 살다가 마석 유물 팔아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고 운명의 여자를 만나 토끼같은 아이들 낳고 오손도손 ······ 헤벌쭉.



그런 생각이 들 무렵, 세상이 뒤통수를 후려쳤다.

그것도 네 생각만큼 인생이 편하게 흘러가지 않을거라고 비웃듯.

아주

빠악!



처음 D급 게이트 임무에 들어갔을 때 일이었다.

그날은 원래 있던 D급 파티에 헌터 하나가 빵꾸나서 대타로 차출된 날이기도 했다.

대부분 헌터 등급에 맞는 게이트를 가기 마련인데, 나역시 저급 게이트만 돌았을 뿐 명백한 D급이니 그럴만도 하다······ 라고 차가운 머리는 이해했지만 뜨거운 가슴은 아니었다.


‘시발 내가 왜?’


이대로 저급에서 개꿀 빨고 등급으로 텃세도 좀 부리고 평범하게 살다 뒤지는 게 내 꿈이었다.

간지나는 스킬도 없는 내가 무슨 수로 D급 가서 살아남느냐는 소리를 쿨뷰티계 배치 담당자한테 빽빽 질렀다가 싸늘한 눈빛을 받은 게 끝.


‘업계 포상.’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아무튼 터덜터덜 시간 맞춰 D급 게이트 앞에 도착했을 때, 내 심정은 더 참담해졌다.


“아앙? 네가 강공명이라고?”


투.

발밑에 내뱉어지는 침.


학생 시절에 친구깨나 때려봤을 거 같은 우락부락한 풍채에 스킨 헤드.

눈빛으로 쏘아붙이는 ‘넌 뭔데 이 떨거지 새끼야’의 바이브.

첫인사부터 정말 화려한 반겨줌이 아닐 수 없었다.

입 밖으로 진짜 ‘아앙~?’ 소리를 5초에 한 번씩 내뱉는 아앙충을 만화가 아니라 현실에서 처음 봤던 나는 꽤 신기한 눈으로 구성원들을 훑었다.


아앙충 하나, 이 상황에 전혀 관심 없어 보이는 검은 생머리 여자 하나, 뿌까 머리한 여자 하나 더, 방패남까지.


보통 게이트 하나에 정해지는 파티원들은 오각형으로 구성되기 마련이었다.

탱-딜2-힐, 파티 상태보고 딜이나 힐 1명씩 조절.

여기는 딱 봐도 저 방패남이 탱일게 분명했고, 딜 하나는 분명 이 빡빡이, 나는 +@딜로 낀다고 했으니 여자 둘 중 하나는 힐일 게 분명했다.

올 때부터 ‘목숨줄이나 잡자’가 모토였던 나는 은밀하게 가장 지능 있어 보이고 능력이 확정된 방패남에게 다가갔다.


“아, 안녕하세요. 오늘 잠깐 오신다고 하신······”

“강공명입니다.”

“김태일이에요.”


역시나 사람다운 반응!

인사로 예의도 차렸겠다,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혹시 여기 힐러분이 계신가요?”

“힐러요? 저기 저어.”


방패남의 손가락이 어딘가를 향해 쭉 뻗어졌다.

그 방향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며 내심 가슴 떨려했다.

저급 게이트 힐러는 다 늙은 할아버지 하나뿐이었다.

그러므로 ‘괜찮으세요?!’ ‘당신이······ 내 생명을 구했어요’ 하는 로맨틱한 시추에이션은 있을 수가 없었다.

다 늙은 노인 혹사 시킨다면서 작작 마나 빨아먹으라고 지팡이로 처맞기나 했지. 음음.


아무튼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라고, 나도 제대로 된 힐이나 한번 받아보자 하는 속셈이었다.

아니, 뭐 어떻게 해보겠다는 건 아니고, 그냥 쌩쌩한 풀피 힐맛은 어떨까 싶어서 그런······ 아이, 알잖아.

근데.


“예?”

“예?”

“예?”


방패남의 손가락 끝에 아앙충이 걸려있었다.


“에이, 신삥 들어왔다고 장난치시는 거 아닙니까.”


나는 웃으며 김태일의 어깨를 쳤다. 농담도 잘해.


“웃겼습니다. 그래서 진짜 누굽니까? 아시겠지만 저는 D급 게이트 경험도 없고, 힐러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서.”

“예에.”

“······진짜 저 사람이라고요?”

“네. 서밤비 씨.”

“뭐라고요?”


이제는 어디에 놀라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저 우락부락 빡빡이가 힐러라는 것에 놀라야 할지, 이름이······ 밤비라는 것에 놀라야 할지 전체적으로 쇼크였다.

게다가 서밤비는 우리가 자기 얘기하는 걸 알고 있다는 것처럼 돌 위에 앉아 이쪽을 살벌하게 야리는 중이었다.

여기서 1차.


‘좆됐다.’


2차 좆됨감지레이더는 게이트 입장 3분 전에 발동했다.


“D급은 사실 저희 넷으로도 케어는 될 텐데, 혹시 몰라서 공명 님이 오신 거니까 살살 막아주시는 정도로도 괜찮아요.”

“맞아요! 괜히 헌터 송장 하나 치우게 되면 우리도 기분 나쁘니까요!”


그게 그렇게 발랄하게 말할 대사인가?

뿌까 머리의 여자아이를 바라보며 힘들게 입꼬리를 간수했다.

여기서 표정 하나 구기는 순간 나약함을 인정하는 하남자가 될 게 뻔했다.

원래 텅 빈 수레가 더 요란한 법.

무겁게. 무겁게.


“힐은 조절해서 받아주시길 바라요.”


이번에는 지금까지 입을 딱 다물고 있던 검은 긴생머리 여자가 말했다.

그녀의 이름은 백유진으로, 이 파티의 메인 딜러였다.

허리춤에 찬 두 쌍검이 백유진의 무기였는데 스킬을 발휘하는 모습이 꼭 검무를 추는 것 같이 아름다웠다.

나중에 알고보니까 현대무용을 전공했었다고 하니 납득.

아무튼,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조절해서요?”


나는 멍청한 얼굴로 되물었다.

힐이란 자고로 힐러가 알아서 분배하는 법.

물론 나도 다급할 때에는 할배한테 ‘나나나나나나! 나나나나나나나!’ 쟤 말고 나 먼저―!!

손을 흔들곤 했었지만 조절?


‘내가?’


그랬더니 백유진이 한숨을 내뱉었다.

흘러내린 머리칼을 귀 뒤에 꽂으며 나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려주었다.


“밤비 씨의 힐은 [포옹]으로 작용해요.”


뭐, 뭐라?


“그러니까 앞 사람이 적당히 안겨있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곤란해져요. 그걸 말한 거예요.”


서밤비는 그 말을 듣고 흥 콧바람을 내뱉었다.

옆으로 돌아간 고개가 어쩐지 새침해보였다면 그건 내 착각일까.

하지만 나는 머릿속 편견을 재정립하느라 바빴다.

그러니까, 사실, 알고보니 저 울끈불끈한 이두박근과 대흉근, 풍성한 가슴근육이 전부.


‘나를 안아주기 위해서였다고?’


그때만큼 꼬장꼬장한 틀딱 할배가 보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이 될 게 분명하니 게이트에 들어가고 나서도 플래그를 뽑는 게 나의 1차 목표로 선정되었다.


나는 죽지 않는다.

나는 집으로 돌아간다.

나는.


‘한 번도 저 너른 품에 안기지 않는다.’


강공명. 자체 각성 시작.



어쨌든, 앞에서 김태일이 말했듯이 게이트 공략은 꽤 수월했다.

‘와라아아아아앗!’ 소리 지르는 서밤비에게 풀썩 안기는 파티원들을 보는 건 좀 힘들었지만(서밤비가 부성애적 눈빛을 하고 있어서 더 힘들었다), 그것도 차차 적응이 됐다.

물론 스킬 쓰는 다른 헌터들보다는 많은 마수들을 상대하지 못했지만, 어느정도 타격감은 맛보는 수준이었다.


‘이정도면 D급도 할 만한데?’


다음부터 임무 조금씩 받아볼까. 그런 하릴없는 생각도 하던 차였다.

그러나 위기는 언제나 방심에서 온다고 하던가.


“공명 씨!!”


날카로운 비명을 듣자마자 3차 좆됨레이더가 에옹에옹에옹― 새빨갛게 머릿속을 울렸다.

정신을 차린 순간 내 눈앞에는 검은 구멍이 자잘하게 뚫려 있었다.

게이트 내부의 포탈.


‘아공간이 발생할 징조다.’


말하자면 아공간은 게이트 속의 포탈로, S등급 이상의 게이트에서만 발견되던 이상 현상이었다.

아공간이 생기면 같은 유형의 마수만 튀어나오던 게이트에서 갑자기 쌩뚱맞은 괴물이 추가되며 또다른 재앙을 끌고왔다.

하지만 등급 좋은 헌터들에게 그정도 긴급 사항은 충분히 커버가 되고, 아공간은 지금까지 저급 게이트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현상이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고 능력관리기구가 말했었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


‘지금 내 눈앞에 이렇게 버젓이 있는데.’


“이런 시발.”


나는 아공간에서 대가리 먼저 튀어나온 정체불명의 민달팽이들에게 쓰다듬어지며 생각했다.


‘신동석 담당자님 제가 그러니까 안 한다고 못 한다고 했잖아요 내가 능력을 안 쓰고 싶어서 안 써? 하늘이 그렇게 점지해준 걸 어떡할건데 나보고 어떡하라고 나 죽으면 우리 엄마 아빠는 어떡하라고 물론 잘난 형이 있으니까 50년쯤 후에는 나같은 거 잊고 같이 즐겁게 살겠지마는 거기에 나만 쏙 빠지면 내가’


억울하잖아.


그다음 행동은 무슨 생각으로 저질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단지 살아야겠다는 마음과 여기서 빠져나가면 당장 서밤비의 너른 품에 안기고 말겠다는 일념 하나로 봉을 휘둘렀다.


따악!


158km 강속구를 잘 때린 타자처럼, 이건 홈런이다, 그것도 존나 큰 장외홈런! 이라고 본능적으로 느껴진 손맛에 번쩍 눈을 뜨려던 순간!

퍼더더더덕!

게이트 안에서 불어왔다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강풍이 몰아쳤다.


그리고 그 바람이 잠잠해질 즈음에, 주변 공기가 바뀌었다.


그건 눈을 뜨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순식간에 온도, 습도, 심지어는 공기 냄새까지 달라졌다.

슬며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어두컴컴한 게이트 던전 안이 아니라, 그건 뭐랄까.


‘사이버펑크?’


핑크와 네온색 조명이 범벅인 거리 한가운데 기나긴 봉을 들고 서 있었다.

그리고 생전 처음보는 홀로그램 창이 정신 나갈 것처럼 눈앞에서 빤짝거렸다.


【스킬 (빨대)의 효과로 피연계자에게 이동되었습니다!】


작가의말

잘 부탁 드립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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