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빨대 스킬로 국가권력급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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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윤사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6
최근연재일 :
2024.05.2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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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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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DUMMY



철커덕! 쾅!


검은안경잽이들은 순식간에 날 문 안으로 등떠밀었다.

쭈뼛쭈뼛 돌바닥 위를 걸었다.

자주 보던 한옥 건물들만 있을 뿐,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아 안쪽으로 들어가면 뭐라도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 때.


“공명 님!”


누군가 저 멀리서 정장 차림을 한 채로 나에게 뛰어오고 있었다.

정갈한 단발 머리에 귀염상인 여성이 헥헥 대며 숨을 몰아 쉬었다.


“빨리 오셨네요? 게이트는 벌써 닫고 오신 거예요?”

“···예?”

“얼른 보고 드리러 가야죠. 이쪽으로.”

“아, 아니, 저.”


단발머리 여자, 이하 통칭 단발이는 내 옷소매를 붙잡고 살포시 끌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단숨에 털어내고 구구절절 설명을 늘어놓을 수 있었겠지만, 일단 나를 안다는 것.

그리고 게이트 관련 일을 하는 비서쯤 되보였다는 것이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가게 만들었다.

아니. 그것보다는 사실.


‘뿌리치기 어렵다.’


크흠.


우리가 도착한 곳은 어느 한옥 앞이었다.

무슨무슨전, 이라고 써있는 데 한자 빡대가리인 나는 알 길이 없었고, 단발 씨는 그 앞에 멈춰서 공손히 창호를 두드렸다.


“교위님, 공명 님이 오셨습니다.”

“어, 들어오라고 해.”


드르륵 소리나게 문이 열렸다.

한옥 내부로 들어서니 새까만 데스크 위에 서류를 잔뜩 쌓아놓은 남자가 앉아있었다.

턱에는 샤프심 같은 수염이 잔뜩. 얼굴도 퀭한 게 누가봐도 삶에 찌들어 보이는 인상이었다.

번쩍이는 명패에 적힌 이름은 한태석 교위.

남자는 우리가 들어온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그래. 잘 처리 했냐? 또 귀찮은 일 만든 건 아니지?”

“저어, 그게···.”

“불길하게 운 떼지 말고 사고 쳤으면 빨리 얘기해. 뭐. 마석 훔쳤다고?”

“제가 다른 세계에서 온 거 같은데요.”


한 교위가 홱 고개를 들었다.


“뭔 개소리냐?”

“저는 한태석 교위님이 아는 강공명이 아닌 것 같다고 말씀 드린 겁니다.”

“얘 지금 뭐라냐? 내가 잠꼬대 듣고 있는 건가, 지금?”


그가 단발님을 보며 묻자 그녀 역시 당황한 얼굴로 휙휙 고개를 내저었다.

“공명 님 혹시 게이트에서 다치셨어요? 머리라도 부딪힌···.” 하며 허둥지둥 하는 걸 단호하게 막아섰다.


“저는 D등급 헌터 강공명. 국가능력관리기구 소속입니다.”


드디어 나를 바라보는 한 교위와 시선을 마주했다.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



“···진짜잖아?”


한태석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능력 감지 기계에 찍힌 등급을 살폈다.


‘D등급.’


한태석이 아는 강공명은 F등급 병사로, 들어오는 임무도 족족 못 하겠다고 거절하고 능력도 그리 보잘 것 없는 소극적인 사내였다.

아무리 훈련을 시켜도 칼 하나 드는데 후들거리는 건 물론이고, 게이트 안에서 죽은 척 하거나 꾀병 부리는 건 예삿일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근육 잡힌 모양새부터 다르다.’


자신이 다른 세계에서 왔다, 고 주장하는 눈앞의 강공명은 못해도 기본기는 잡혀 있는 몸을 가지고 있었다.

무인武人 수준 까지는 아니었지만, 꾸준한 훈련으로 단련된 근육은 알아볼 수 있는 법이었다.

검도 꽤 잡아 봤을 거고, 활이나 총···.


‘저 봉이 주 무기일지도 모르겠군.’


판단을 마친 한 교위는 원형 통 기계 안에 들어가 있는 반 나체의 강공명을 바라보았다.

벽면을 퉁퉁 두드린 그는 뭐가 그리 바쁜지 “됐어요? 다 됐습니까?” 잘 들리지도 않는 바깥에 소리치고 있었다.


“성격이 이상한 건 마찬가지 인거 같은데.”

“네?”

“아니야. 꺼내지.”


한 교위는 옷을 가져다주는 유 비서에게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고 허겁지겁 머리를 꿰넣는 강공명을 피곤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지끈거려 오는 눈 앞머리를 꾹꾹 지압하며 물었다.


“어쩌다 여기 오게 되었다고?”

“스킬 때문인 것 같습니다.”

“[빨대] 말인가? 세계적으로 아직 한 번도 발견 되지 않은 능력이긴 하군.”


병사들에게 주어지는 능력은 기계가 읽어내면 데이터 베이스에 입력되었다.

능력자에 대해 더 빨리, 체계적으로 알아내기 위해 분류하기 시작한 건데, 거기에도 강공명이 가진 [빨대]와 비슷한 능력은 없었다.

하긴, 하늘에 뚫린 거대한 구멍에서 마수들이 쏟아지는 세계인데 다른 차원에서 온 남자라고 해서 믿지 못할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다른 차원?’


안 그래도 게이트가 어디에서 왔는가, 그 근원은 무엇인가 하루에도 수 천 건씩 문건이 쏟아지는 판에 ‘이세계 강공명’의 존재는 위험했다.

비록 그가 어떠한 열쇠가 될지는 몰라도, 20년 만에 겨우 회복-안정기에 들어간 정세가 뿌리채 흔들릴지도 모르는 상황에 비하면 작은 희망일 뿐이었다.

한 교위는 복잡한 숨을 팍 내쉬었다.


“돌아갈 방법은 안다 이 말이지?”

“그런 것 같습니다.”

“유 비서.”

“네!”

“당장 데이터베이스로 가서 강공명 파일 삭제해.”


한 교위는 유 비서에게 속닥거리며 품속의 USB 같은 걸 건네줬다.

“네!” 소리낸 그녀가 구십 도로 허리를 숙이고 빠져나갔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의자에 기대다싶이 누운 한 교위가 그제야 편안한 숨을 내뱉었다.


“그래서 뭘 도와주면 되나?”

“이 세계에 있는 강공명의 위치를 알고 싶습니다.”

“그거야 뭐, 어렵지 않지. 하지만.”


강공명의 눈을 마주쳤다.


“되도록이면 조용히 처리됐으면 좋겠네. 어차피 자네는 빠른 시일 내에 돌아가게 될 거, 평행세계니 뭐니, 그런 보고서 올리기도 귀찮고 말이야. 그런 거 아시면 임금님부터 나라가 뒤집어 질걸.”

“···임금? 여기에는 아직 왕이 있습니까?”

“거긴 없나?”


있을 택이 있냐?

한 교위가 더 깊숙이 의자 쿠션에 몸을 기댔다.


“뭐, 어쨌든 별로 궁금하지도 않아. 난 우리쪽 일만 생각해도 머리가 터질 거 같으니까. 강공명이의 위치라고 그랬지?”

“예.”

“보자···.”


한 교위는 스마트폰을 얼굴에서 멀찍이 떨어트려 놓은 채 눈을 가늘게 뜨고 뭘 막 살폈다.

흐음, 이건가. 소리를 내며 클릭을 몇 번 하더니, 갑자기 낯빛이 사색이 되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유 비서. 01932번 게이트 닫혔나?”

“엣, 잠시만요, 아, 아니, 아직···!”


막 돌아오려던 타이밍이었는지 전화를 뺨에 붙힌 유 비서 역시 허옇게 질려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이런, 씨. 욕지거리를 내뱉은 그가 벌떡 일어나 삐삐같은 기계를 집어들었다.


“여기는 승여사, 여기는 승여사, 코드 네임 범호. 관훈동 근처에 있는 병사는 시급히 호출해라.”

― ···.

“유 비서, 지금 게이트 안 도는 병사놈들 위치 빨리 파악해.”

“네, 넵!”

“저기, 무슨 일인데요?”


갑자기 다급한 두 사람 사이에서 소리쳤다.

한 교위는 컴퓨터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설명했다.


“강공명이가 처리해야 되는 게이트가 아직 공략이 안 됐어. 곧 있으면 페이즈 끝나서 바깥으로 마물들이 쏟아져 나올 거야. 이게 네가 나타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이 새끼는 어딜 가 있는 거야!”

“교위님, 현재 마땅히 배치할 병사들이 없습니다. 다 멀리 떨어져 있거나 게이트 마무리를 하는 중이라서···.”

“씨발!”

“죄, 죄송합니다!”


유 비서가 비명 지르듯 사과했다.

얼굴이 새빨개진 그녀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제가 제대로 게이트 확인을 했어야 했는데, 공명 님만 뵙고 처리 된 줄 알아서···.”

“됐어. 일단 사과는 나중에 하고, 관훈동 대피 명령 반경 300m 이상으로 늘려서 다시 때려. 나중에 과하다는 말 나와도 인명 피해 나는 것 보단 낫지.”

“아, 알겠습니다!”

“관리 부대한테는 내가 연락 할 테니까, 나머지는, 하, 젠장!”

“제가 가겠습니다.”


그 소리에 순간 모든 움직임이 멎었다.

한 교위와 유 비서, 두 사람의 시선이 모두 강공명에게 꽂혔다.


“F급 게이트라고 하셨죠? 저는 별다른 기술이 없긴 하지만, D급이니까 아슬아슬하게 케어 될 겁니다. 공략은 못 마치더라도 일단 바깥으로 새어나가는 건 막아볼 테니까요.”

“하지만 너는···.”

“다른 세계에서 왔다고요?”


강공명은 무릎을 꿇고 신발끈을 질끈 묶었다.

검사 받느라 내려놓았던 봉도 쥐고, 몇 번 허공에 돌려보았다.


“그래도 ‘제’가 저지른 일이잖아요.”


아무래도 나보다 더 JOAT한 삶을 살고 있는 이 세계 강공명도 보고 싶고.


“일단 보내주십쇼. 그 쪽으로.”



*



부아아앙―


오토바이가 시원하게 도로를 갈랐다.

유 비서. 그러니까, 단발 머리를 찰랑이던 유한나 씨는 바이크 핸들을 쥐자마자 하나의 매드맥스로 변했다.

힐 신고도 얼마나 드리프트를 잘하던지, 배달 기사 뺨치는 아찔한 주행에 가오 없이 그녀의 허리를 부숴져라 붙잡은 게 몇 번 이었다.


‘출발하기 전에 아무 생각 말고 꽉 잡으라던 게 이런 뜻이었다니.’


“도착했어요!”

“윽, 으욱···.”

“괘, 괜찮으세요?”


그러니 오토바이가 멈추고 나서 헛구역질을 몇 번 내뱉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한나 씨는 몇 번 내 등을 두드려주더니 손목 시계를 확인했다.


“다행히 2분 전이네요!”


뭐가 다행인 건지?

한 교위의 설명에 따르면 그 헌터 본부에서 게이트까지는 빨라도 5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우리는 무려 18분만에 도착했다.

유한나 씨는 폭주족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우욱.


아무튼 겨우 몸을 추스린 나는 게이트를 살폈다.

F급 게이트는 성인 몸만한 크기로, 주로 고블린이나 범뱃(박쥐), 거미들이 등장했다.

듣고 온 정보로는 늪 유형이라 말했으니, 아마 고블린이 나올 확률이 가장 컸다.


그때, 우우웅―.


새로운 페이즈가 시작될 징조를 마친 게이트가 잘게 떨렸다.

내가 좀 더 강한 헌터였다면 지금 당장 게이트를 닫아버렸을 테지만, 이미 페이즈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순간에 뭔가를 시도하는 건 목숨을 내놓는 짓이었다.

자칫하면 폭주로 이어질 수도 있고, 헌터를 집어삼킨 채 사라질 수도 있는 게 게이트였으니.


― 뭐야?


졸린 목소리의 연계가 눈을 떴다.


“게이트 앞에 왔어.”

― 알아. 게이트 진동 때문에 눈 떴어. 강공명은 찾았어?

“아직. 여기가 원래 걔가 닫았어야 할 게이트인데, 사라져서 내가 온 거야. 찾을 수 있을까 싶어서.”

― 이상하네.


연계가 고개를 갸우뚱 꺾었다.


― 기운은 느껴지는데.


그럼 어찌 되었든 강공명은 이 게이트 주변을 떠돌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오토바이를 세우고 이리저리 점검하고 있는 한나 씨를 불렀다.


“곧 시작이니까 오토바이 타고 멀리 떨어져 계세요. 가는 김에 주변에 있는 강공명도 찾아보면 더 좋고요.”

“앗, 주변에 있대요? 교위 님이 위치 찾으셨대요?”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옆에 둥둥 떠있는 연계를 슬쩍 봤다.


“제 스킬이 그렇다고 하네요.”

― 스킬이 뭐냐? 차라리 연계라고 부르라고, 연계!


녀석이 투닥투닥 내 머리통을 내려쳤지만 반투명해서 그런가 그리 아프지는 않았다.

한나 씨는 입을 앙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꼭 몸 조심하세요! 그래도 주변에 있을 테니까 이거.”


그녀가 내민 건 아까 한 교위가 들고 있던 것과 비슷한 호출기였다.

두 손에 쏘옥 넣어주더니, 자그마한 손으로 내 손등을 감싸 안았다.


“초록 버튼 꾹 누르면 연락하실 수 있어요. 제 주파수랑 연결시켜 놨으니까, 마음껏 불러주세요.”

“고맙습니다.”

“이따가 봬요!”


부아아앙―!


그녀는 또 장렬한 배기통 소리를 내며 떠났다.

점점 점이 되는 그 모습을 하염없이 들여보는데, 연계가 어깨를 쿡 찔렀다.


― 야. 너 얼굴 존나 빨개졌다. 설마 손 잠깐 잡은 걸로 그런 거 아니지?

“···아님.”

― 혹시 모쏠이냐? 에이, 그럴리가.

“아, 아니라고!”


그러나 시시껄렁한 잡담은 곧 끝났다.


두웅!


하늘에서 북 치는 듯한 진동이 울리며 게이트 입구가 회오리치기 시작했다.

빗방울이라도 떨어지는 것처럼 표면이 꿀렁거리더니, 쯔아아압.

끈적한 소리를 내며 벌어졌다.


― 열린다.


긴장하며 봉을 붙잡았다.

아무리 내가 D급 헌터고 이 게이트가 F급이라지만 다른 세계였다.

어떤 이상현상이 발생할 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혹시나 공격이 통하지 않기라도 한다면.’


한 교위가 최대한 빨리 다른 병사를 붙여주겠다고 말했지만, 그 전까지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살아있어야 했다.


‘막으면 더 좋고.’


그리고 예상처럼, 칙, 췩췩. 익숙한 소음을 내며 고블린 한 마리가 게이트 입구를 뚫고 나왔다.

생김새, 행동. 내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은 마수였다.

그런데.


“저, 저건···!”

― 허.


우리가 놀란 건 그 다음이었다.

고블린의 삼지창에 몸이 꿰뚫려 죽어 있는 시체.

아직도 흘린 피가 멎지 않고, 팔다리가 달랑거리는.


“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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