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빨대 스킬로 국가권력급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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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윤사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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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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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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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DUMMY


“B- 라고요?”


최태풍의 호출에 헐레벌떡 달려온 하 연구원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몇 번이나 다시 살폈지만 검사지에 찍힌 등급은 정확히 B-.

알파벳 뿐만이 아니라 +, -로도 갈리는 등급에서 강공명이 B-가 됐다는 건.


“···5단계나 상승했다고?”


최태풍이 이마를 짚었다.


“자네도 믿을 수 없겠지만 사실이야. 나는 기계가 고장난 줄 알고 발로 차기도 했네. 이거 봐. 내가 검사지를 몇 장이나 뽑았는지.”

“미쳤어요, 팀장님? 스캔 기계가 마석 몇 톤 어치인데 그걸 차긴 왜 차요!”

“그럼 이 말도 안 되는 결과를 나보고 그냥 믿으라는 거야? 기계 고장이 더 신빙성 있는 말이잖아!”


그 말도 확실히 맞는 이야기였다.

보통 등급 성장은 높아봤자 3단계가 최대.

강공명의 경우는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D등급이.’


식은땀이 등에 죽 흐르는 기분이었다.

전세계적 정설로 다뤄지고 있던 논리가 단 한 사람.

이 눈앞에 강공명이라는 ‘예외’로 인해 부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하 연구원은 다급한 손길로 스캔 기계를 뜯어 살폈다.

안그래도 핏기 없던 얼굴이 점점 더 사색이 됐다.


“···기계는 정상입니다, 팀장님.”

“허.”

“그럼 저 헌터가 진짜로···.”


두 사람의 시선이 모두 강공명에게 쏠렸다.

영문도 모른 채 홀딱 벗겨져 몇 번이고 스캔 기계 안을 들락날락했던 그는 여전히 반나체 상태로 가슴을 감싸고 있었다.


“도대체 뭐가 문젠데요?”


답답한 투로 묻는 모습에 두 남자의 고개가 모두 떨어졌다.


*


‘정말로, B-등급.’


검사지를 뚫어져라 보다가 손가락으로 쓱쓱 쓸어보기까지 했다.

사실 스캔 기계에 들어갔다 나온 즉시 상태창이 업데이트 됐기 때문에 판정에 B-가 뜬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최 팀장이 기겁을 하고 몇 번 더 검사를 돌렸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줬던 거지.

오히려 경악하고 싶은 건 내 쪽이었다.


“연계, 이게 진짜 맞는 거야? F등급 하나 흡수했다고 등급이 이렇게 오르는 게 확실해?”

―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원래 흡수율은 10~20%를 웃도는 게 정상인데 너는 걔를 100% 흡수했다고.


사람 하나 먹어 삼켰으면 그정도야 가볍지.


연계는 심드렁하게 무서운 소리를 해댔다.

한편, 최 팀장은.


“······.”


여전히 무시무시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대접이 약간 극진해진 채로.


‘이 차 맛있는데?’


백날 본부에 들리면 믹스커피나 타먹던 나에게 차가 내와진 적은 처음이었다.

그것 뿐 아니라 예쁜 그릇에 담긴 고급 과자 몇 개.

급하게 사온 티가 나는 떡까지.

D등급 일 때는 꿈도 꾸지 못한 일이었다.


“일단, 승급 축하한다.”


최 팀장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먼저 한 가지 말해둘 사안이 있는데···.”


뻗어오는 최 팀장의 손이 덥썩 내 손등을 붙잡았다.


“네가 반드시 우리랑 계약해줬으면 좋겠다.”

“티, 팀장님. 알겠는데 이 손 좀···.”

“너도 알겠지만 B급 헌터부터는 더 본격적인 국가의 케어를 받는다. 봉급? 분배? 업계 최고 수준으로 맞춰줄 수 있어.”

“아니, 저···.”

“관리국에는 항상 헌터가 부족하다. 그러니까 D급 땜빵을 E급, F급한테 맡기고 그러는 거야! 이게 맞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냐, 강공명이?”


너만.

너만 들어오면 돼.


쏘아대는 시선은 강렬하게 그 뜻만을 내포하고 있었다.

뭐, 이렇게 간절하게 요청하는 뜻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말그대로 관리국은 내내 인력 부족에 시달렸고, 등급 높은 헌터들을 발굴한다고 해도 사기업으로 빠지기 일쑤였다.

유동적으로 원하는 게이트를 치고 빠질 수 있는 기업과 달리, 국가직은 한마디로 공무원.

위에서 까라면 반드시 까야 하는 임무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건 전부 다.


‘더 높은 헌터들한테나 해당되는 소리 아닌가?’


삐질거리며 간신히 최 팀장에게 잡힌 손을 빼냈다.

팀장님이 얼마나 꽉 잡고 있었는지 빨간 자국이 남을 정도였다.

뒷목을 긁적긁적 긁었다.


“무슨 말씀인지 압니다. 근데 저 아직 딴 데로 가겠다느니 그런 소리 하나도 한 적 없거든요? 그리고 B급한테 스카우트가 오면 얼마나 온다고요.”

“다들 앞에서 말은 그렇게 하지.”


최태풍의 얼굴이 눈에 띄게 침울해졌다.

요즘 관리국 인력 유출이 심해졌다고 뒤에서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리긴 했는데, 소문이 사실인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진심이었다.


“펜이나 주세요. 싸인하게.”

“저, 정말인가?”


어차피 한번 관리국에 담았던 몸.

잘 아는 곳이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편했다.

게다가 B급 이상이 되면 국가직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들도 많았다.

달마다 나오는 보조금과 연금은 물론이고, 원하다면 가택 제공에 자녀가 있으면 장학금도 빵빵, 부모님 용돈도 가끔 나옴.

큰 능력 없는 헌터들은 복지 부족한 사기업 가는 것 보다야 기구에 머무는 게 훨씬 좋은 선택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


‘국가직 헌터들만 사용할 수 있는 장비 샵.’


일명, 한국백화점.


아무리 기업들이 날고 기어도 게이트 초반부터 마석이나 마수 부산물 연구를 시작한 국가 격차를 뛰어넘을 순 없었다.

한국백화점에서 파는 장비들은 국내 최정상급이었다.


‘하지만 C급 이하 헌터들은 출입이 불가했지.’


소문으로만 듣던 그 개쩌는 백화점에 지금이라면 들어갈 수 있다.

가끔 형이 쇼핑간다고 하면서 선심쓰는 척 ‘너도 뭐 하나 사다줄까?’ 할 때 얼마나 배알이 꼴렸던지.


‘니가 하는 거 나도 한다 이말이야.’


이를 으득대며 웃었다.

그러나 내 이런 속내를 전혀 모르는 최태풍 팀장은 감격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국가에 이바지 하겠다는 마음! 자네는 크게 될 거야. 반드시 크게 될 걸세!”

‘전혀 아닌데요.’


하지만 겉으로는 웃는 얼굴을 하고 대답했다.


“한국어의 소중함을 좀 깨달아서요.”


이건 좀 사실.


계약은 순조롭게 마무리 되었다.

관리국을 빠져나오는 사이,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


[입금 알림 - 국가관리기구 **-*** ··· 12,850,000원]


“아싸, 계약금 개꿀!”


끽해봤자 게이트 하나에 20, 30만원 쌓이던 계좌에 천만원 돈이 떡 하니 들어오니 이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이걸로 뭘 사지? 일단 가족들한테 밥 한 번 쏘고, 가지고 싶었던 게임 패드랑 옷도 좀 사고, 또오···.


― 새로 얻은 스킬에 대해서는 아직 말 안 할거야?


연계의 물음에 갑자기 흥이 팍 식었다.

말그대로, 스캔 기계는 내 원래 특성 능력.

[빨대] 까지는 읽어냈지만 흡수를 하면서 얻은 스킬은 읽어내지 못했다.


‘[살금살금]이라.’


이것도 한 번 써보긴 해야 할 텐데.

눈썹을 까딱이며 대답했다.


“아직은.”


*


“다녀왔습니다―”

“우리 아들, 잘 갔다왔어? 손에 그건 다 뭐니?”

“고기. 그것도 ++ 붙은 1등급으로만 가져왔지요.”

“뭐? 네가 무슨 돈이 있어서!”


송 여사는 토끼눈으로 내려놓은 비닐 봉지를 마구 파헤쳤다.

끝도 없이 나오는 소고기들을 보고 입을 다물지를 못했다.

그 소란에 티비를 보던 아부지까지 휘적휘적 부엌으로 다가왔다.

늘어진 고기들을 보고 감탄했다.


“이야, 여기가 마장동이야 강가네 집이야? 공명이 위험 수당이라도 나왔냐?”

“그런 거 아니에요, 아부지도 참.”

“위험수당은 무슨! 사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던 판에 돈 주면 다 돼?”


어머니는 내가 사라졌던 그 12시간에 진심으로 억장이 무너졌었는지 갑자기 테이블을 내리쳤다.

후두둑 굴러 떨어진 한우 몇 팩들을 주워 담으며 능청스럽게 웃었다.


“아이고, 그렇다고 아깝게 고기를 내팽개치고 그래, 송 여사.”

“너는 엄마 맘이 어떤지 몰라서 그래. 어제 생각만 하면 심장이 정말···.”

“나 개화했어.”

“뭐?”

“뭐?!”

“우와, 고기 뭐야?”


그때, 마침 샤워를 마치고 나온 형이 머리를 털며 나왔다.

엄마와 아빠는 막내 아들의 대형 선포에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휘적휘적 걸어와 ‘오, 투쁠 9등급.’ 하며 고기를 살피는 형만 움직였을 뿐.

시간이 멈춘 건 같은 순간이었다.

씨익, 웃었다.


“개화했다고, B- 헌터로.”

“···뭐?”


형의 손에서도 툭. 한우가 떨어졌다.



쏴아아아아―.

소나기 소리인지 고기 굽는 소리일지 모를 아름다운 기름 소리가 불판 위에 튀었다.

고기는 역시 기름맛이라며 마블링 잘 낀 부위부터 구워 먹던 어머니, 아부지의 입에서 만족스러운 감탄이 흘러 나왔다.

나 역시, 쏘옥.


‘졸라 맛있다.’


내가 씹고 있는 게 내 혀인지, 아니면 고기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부드러웠다.

이게 성공한 자의 한우의 맛?

가족과의 파티를 망치고 싶지 않다며 들어가버린 연계를 깨워서라도 입에 넣어주고 싶은 맛이었다.


“어쨌든 축하한다, 아들! 우리 집안의 또 하나의 경사가 났구나.”


맥주 한 잔을 시원하게 따른 아버지가 잔을 부딪혔다.


“경사는 무슨. 동명이도 봐, 애가 매일 같이 임무 불려가서 얼굴 살이 쪽 빠진 거.”


이어지는 건 어머니의 걱정 섞인 궁시렁.

그리고.


“······.”


묘하게 기분 나빠 보이는 형의 침묵까지.


금방이라도 웃음이 새어나올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강동명은 태어날 때부터 관종쉑이라 내게 스포트라이트가 뺏긴 지금이 분한 게 분명했다.

언제나 그랬으니까.


‘여보, 우리 동명이가 또 전교에서 1등을 했대요!’

‘허허허, 우리 집안에는 저런 머리가 없는데 도대체 어디서 나온 유전자인지. 기특하다, 기특해.’

‘동명아, 잘했어. 고생했어!’

‘아니에요, 엄마 아빠.’

‘우리 동명이 만큼 공명이도 공부에 관심이 있으면 바랄 게 없을 텐데 말이야···.’

‘공명이도 제가 좀 가르쳐주고 할 게요. 너무 걱정 마세요.’


내리 깔아보던 시선.


‘혀, 형아··· 나 많이 틀렸어?’

‘넌 애초에 대가리가 나빠서 안 되겠다. 공부는 포기하고 노가다 쪽으로 나가지 그러냐?’

‘······.’

‘민폐 덩어리 새끼.’


머리를 짓누르던 폭언.


나이가 먹고서는 서로 마주칠 일이 적어져 흐지부지한 사이가 됐지만, 그렇다고 저 병신의 쎄함이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

동생이 태어나면 자기 자리 뺏겼다고 미워하는 첫째들이 많다던데, 강동명은 20대 후반까지 나이를 처먹고도 아직도 그 유아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도 이렇게.


“그동안 스킬도 못 쓴다고 무능력 헌터 취급 당하더니 이제 그런 건 없어지겠다. 정말 다행이야, 공명아.”

“······.”

“모르는 거 있으면 많이 물어봐. 그래도 내가 너보다는 경험치 있으니까, 아는 대로 대답해 줄게.”


자기가 내 머리 꼭대기에 있는 걸 티내지 않으면 미칠 것처럼 굴었다.

엄마 아빠는 저 녀석의 가증스러운 가면에 속아넘어가겠지만 난 아니다.

대략 20년간 강동명의 교토 화법에 익숙해진 나는 놈이 말하는 걸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등급 좀 높아졌다고 지랄해도 너는 아직 내 아래에 있다.’


B-와 A.

그 간격의 차이는 꽤 컸다.

하지만.


“괜찮아, 형.”


상추를 우적우적 씹으며 웃었다.


“내가 알아서 할게. 이제 뒤 쫓아다니던 어린 애도 아닌데.”


강동명의 눈빛이 일순 싸늘해졌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바로 한국백화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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