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빨대 스킬로 국가권력급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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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윤사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6
최근연재일 :
2024.05.21 21:05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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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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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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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6.

DUMMY


“내가 진짜 여길 와보는 구나···.”


백화점 앞에 도착하자마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한국백화점은 꼭 인증된 헌터 ID 카드가 있어야지만 입장 할 수 있었다.

바로 이것.


‘간지 미쳤다.’


갓 나온 번쩍번쩍한 ID 카드가 내 손에 쥐어져 있었다.

백화점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더니 오늘 아침 퀵으로 배달 받은 것이었다.


― 그렇게 좋냐?


연계가 불쑥 머리를 들이밀었다.


“당연하지. 너는 모르겠지만 헌터들 사이에는 명백한 서열 차이가 있어. 혜택 수준 갈리는 D랑 C 라인이 그중에서도 탑이고.”

― 딱 네가 걸쳐 있었네.

“나는 뭐.”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그정도는 아니었어. 애초에 올라가겠다는 의지가 별로 없기도 했고.”

― 왜?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정상을 찍고 싶어지지 않나?

“한계가 명확히 보였으니까.”

― ······.

“D보단 C, C보단 B, B보단 A. 나약한 소리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될놈될 안될안이라고 안주하는 게 쉽잖아. 저기는 원래 내가 오를 산이 아니었다. 주어진 위치에서 맘편히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고개를 까딱였다.


“노력한 만큼 보상이 주어지는 세계가 아니잖아, 여기는.”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이자 연계는 알만 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각성자가 되는 것도, 능력을 받는 것도, 그로 인해 등급이 나눠지는 것도 모두 우연.

F등급은 백날 노력해도 선천적 S등급을 따라갈 수 없고, A등급 이상은 재능의 영역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강동명이 A등급 헌터로 찍혔을 때 당연히 열등감이나 박탈감을 느꼈지만, 부럽지 않았던 이유도 그것이었다.


‘어쩔 수 없는 벽.’


노력해봤자 넘을 수 없는 것.

아무리 아등바등 발버둥을 쳐도, 이길 수 없는 것.


‘···언제나 그랬듯이.’


― 그런데 이젠 아니잖아.


그때 연계가 끼어들어 사색을 잘라냈다.

놈은 나에게 동의를 구하듯이 한쪽 눈썹을 까딱거렸다.


― 그땐 그거고, 지금은 지금이고.


말하며 내 어깨를 쿡쿡 찔렀다.

그 모습을 빤히 보다가 푸핫, 웃음이 터졌다.

주먹을 꾹 쥐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응. 이제 아니지.”


성큼성큼 걸어 한국백화점의 문 앞에 섰다.

삐빅.

ID 카드를 인식한 자동문이 스르륵 열렸다.


“어서 오십시오, 강공명 헌터님!”


입장 하자마자 정장을 차려 입은 안내원들이 곳곳에서 허리를 숙였다.

인생 최대 친절함이 고깃집에서 고기 대신 구워주는 이모였던 나로서는 당황스러운 환영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오, 온다.’


올백 머리에 포니테일을 한 단정한 여성 직원이 또각, 또각 힐 소리를 내며 다가오고 있었다.

바짝 얼어붙은 몸이 뻣뻣해졌다.


“한국백화점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강공명 헌터님. 헌터님의 퍼스널 쇼핑을 도와드릴 쇼퍼, 김유라 입니다.”

“네, 네, 넵.”

“오늘이 처음 방문이신 것, 맞으시죠?”

“맞습니다.”

“그럼 혹시 미리 봐두신 장비 목록이나 원하시는 종류가 계실까요?”


도리도리.


“그럼 1층부터 차근히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내내 상냥한 미소를 짓던 김유라가 앞서 걷기 시작하자 그제야 숨통이 트였다.

호, 혹시 남자 쇼퍼는 없나? 여쭤보면 실례인가?

여성 한정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빈약한 용기에 결국 말도 못 꺼냈다.

유라 씨가 뭐라뭐라 설명하는 게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단지.


― 얼굴 또 존나 빨갛대요.

“즈용흐 흐르···.”

― 어휴, 쑥맥 자식. 그렇게 티가 나서야 언제 여자랑 손 잡고 연애하고 역사를 쌓아 볼래.

“······.”


신이 나서 낄낄대는 연계의 비웃음만이 귀에 머물렀을 뿐.


“1층은 일반적인 장비들을 팔고 있는 샵들이 많아요.”


유라 쇼퍼의 소개가 시작 되었다.


“특히 각성자 분들 중에서도 미적인 감각을 중요시 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브랜드와 접목시킨 슈넬, 풀로, 루이보통 등이 왼쪽에.”


안내대로 시선을 돌리자 보이는 건 검은색 대리석과 번쩍번쩍 금칠된 이름들.


‘헌터 되기 전부터 이런데서 엄마 빽 하나 사주는 게 꿈이었는데.’


이제 통유리창 안에는 가방 대신 방패며 칼, 활 같은 무기 밖에 없었지만.


“이 앞 구역은 마법이나 기술서 상점이고, 아, 강공명 헌터님께서는 마력 계열은 아니시죠?”

“예, 아닙니다.”

“그럼 다음 층으로 안내 도와드리겠습니다.”


유라 쇼퍼의 뒤를 졸졸 쫓았다.


“이 층에는 조금 더 고가의 무기와 방어구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룬이 박힌 장비도 가끔 있구요.”

“고가라고 하면··· 얼마부터 시작하나요?”

“대부분 1억원 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와아우.”


난 아직 그정도는 아닌듯.

사색이 되어 손사래 쳤다.

그러나 유라 쇼퍼님은 눈을 휘어접어 웃으며.


“구경하는 건 공짜니까요. 그리고 헌터님은 잠재적 고객님이시기도 하시고요.”


하며 편히 둘러보라 말했다.

두근.


아무튼 1층보다 좀 더 화려한 건 분명했다.

검자루 하나에도 시뻘겋고 시퍼런 보석들이 잔뜩 박혀 있는 게 보였다.

밑에 흘긋 가격표를 보니.


‘일, 십, 백, 천, 만 ··· 시발, 12억.’ 


단숨에 손을 치웠다.

여기서 뭐 하나 잘못 건드렸다간 올라간 월급도 죄다 뺏기고 무급으로 몇 년 일해야 될 것 같았다.

아무튼, 그 다음은.


“그럼 다시 내려가실까요?”

“네? 아.”


나는 흘긋 뒤를 돌아봤다.

3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떡하니 있었다.

시선을 눈치챈 유라 쇼퍼가 미안한 미소를 지었다.


“3층부터는 VIP룸으로 S급 헌터 이상, 관리청에서 미리 승인된 헌터부터만 이용하실 수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유라 씨가 죄송하실 거 까지는···.”


내려가면서도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소문이 진짜 였다니.’


한국백화점에는 고등급 헌터만 이용할 수 있는 VIP 상점이 따로 존재한다고 했다.

그 안에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유물과 전설 보석, 무기들이 가득하다고.

부르는 게 값인 장비들도 있고, S등급 이상 헌터들 마저도 무기 하나를 갖기 위해 적합 검사, 실전 테스트, 경매 등의 과정을 거친다고 들었다.


‘물론 카더라일 수도 있지만.’


원래 가려진 곳일 수록 소문만 커져가는 법.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이 눈을 거뒀다.

유라 씨는 그뒤로 나를 봉 상품이 가장 많다는 샵으로 데려갔다.


“이건 에메랄드 창격봉으로 끝에 달린 보석이 포인트인 상품이에요. 내구력은 조금 약할 수 있지만 보석 효과로 인해서 치명타를 찌를 확률이 높아져요. 또 이건···.”

“아, 예예.”


다양한 봉을 손에 쥐어보고, 휘둘러보기도 했다.

내가 쓰던 것보다 열 배, 백 배는 고급지고 훌륭한 무기들이었지만 어쩐지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 없었다.


‘X리X터처럼 선택받은 봉, 뭐 이런 거 있으면 얼마나 좋아.’


도움을 요청하고자 연계를 슥 봤지만.


― ······.


연계는 어쩐지 흥미 없는 얼굴로 봉들을 빤히 들여다보기만 했다.

그가 있는 곳으로 가까이 다가가 소근거렸다.


“뭐 좀 끌리는 거 없어? 네가 보기에도 이건 좋아보인다거나.”

― 다 거기서 거기야. 아무거나 니 맘에 드는 거 사.


그러더니 또 휙.

반대쪽으로 날아간 연계를 보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아무거나 사라니.”


마음 먹고 오긴 했지만, 그래도 봉 하나에 삼백은 너끈히 넘는 판에!


이를 뿌득 갈았다.

이번 샵도 허탕이고, 다음 샵으로 넘어가던 도중.


“여긴 뭔가요?”


이 고급진 백화점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폐공장스러운 샵이 하나 보였다.

무슨 연탄 난로 같은 게 중앙에서 김을 쉭쉭 뿜어댔다.


“각성자 분들이 쓰시다가 망가진 도구들을 싸게 사서 고치고 있어요. 일종의 리페어 샵이라고 보셔도 될 거 같아요.”

“헤에.”


종로만 가도 무기 재활용 샵이 종종 있기는 했으니 놀랄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래도 이왕 온 김에 번떡번떡한 새삥 사는 게 좋겠지.’


이게 얼마만의 새 장비인데.

고개를 주억거리며 넘어가려는데.


― 잠깐 스톱!!


연계가 스크류 드라이버 마냥 돌며 리페어샵 안으로 들어갔다.


“뭔데···! 야!”


속닥거렸지만 들릴 리가 만무.

나는 동그란 토끼처럼 날 바라보고 있는 그녀에게 하, 하하. 멋쩍은 웃음을 짓고 변명했다.


“여, 여기도 한 번 구경해도 될까요?”

“물론이죠!”


유라 씨는 해맑게 웃어주었지만 나는 속으로 자신감이 깎여나가고 있었다.


‘거지라 이런 데까지 본다고 생각하면 어떡하냐.’


나름 정식 헌터라는 나의 가오가!


“빨리 안 와? 아니 이건 내 스킬이라는 게 왜 이렇게 말을 안 듣고.”

― 이거, 이거야.

“그니까 뭐가 이거···!”


말한 순간 연계가 눈앞의 무기를 불쑥 가리켰다.

그건 봉이었다.

봉이긴 봉인데.


“···누더기?”

― 너한테 딱 어울리는 거!


죽일까?


어이가 바닥을 기는 얼굴로 연계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놈은 진심인지 초롱초롱한 눈으로 봉을 오른쪽, 왼쪽, 위아래로 살폈다.

위에 달린 광석인지 돌덩이인지 모를 둥그런 대가리를 대머리 스님 만지듯 쓰다듬기까지 했다.


‘이게 뭔데 얠 꽂히게 만든 건데?’


인상을 찌푸리고 눈앞의 봉을 봤다.

내가 누더기라고 한 데엔 이유가 있었다.

어디서 굴러먹다 온건지 모르겠지만 깨진 초록 창 파편 하나, 그 밑에 검은 긴 파편, 주황 파편, 파랑 파편··· 시발!


‘이걸 어떻게 붙인건데.’


왜 이것저것 깨진 접시를 주워다가 섞고 합쳐서 온전한 하나를 만들었냐고!


아무리 봐도 이건 사고 싶지 않았다.

나에게도 미감이라는 것이 있고, 번쩍번쩍한 장비를 자랑하며 뻗대고 싶은 기분도 있었다.

그런데 이건···.


“아, 그건 백금성룡 파십봉이라는 무기예요.”


유라 씨가 다가왔다.


“백금성룡 파십봉이요?”

“네. 부서진 봉 열 개를 모아 만들어서 파십봉이예요. 장인 분께서 말하시기를, 좋은 무기는 조각나도 그 힘을 잃지 않는다고 하셨죠. 틈 사이에 모래 같은 아주 고운 입자까지 손수 붙이신 거예요.”

“흐음···.”


‘이 안에 봉이 열 개나 들어있었단 말이지.’


나는 손으로 매만지며 파십봉을 살폈다.

또 설명만 들으면 그럴듯 했는데, 근데 그래도 여전히 새삥과 비교하면 맘에 들지 않는 건 사실이었다.


‘연계 녀석은 여전히 정신을 못 차렸지만.’


놈은 진짜로 뭐에 취했는지 곧 있으면 봉에 침이라도 바를 기색이었다.

하. 이마를 부여잡고 한숨을 쉬었다.


‘그래. 뭐, 휘둘러보는 건 공짜니까.’


봉을 잡자마자.


― 살거야? 살거야살거야? 살거야아?


연계가 방정을 떨어댔다.

굳게 그 안달을 씹고 봉을 쥐었다.


“······.”

“헌터님, 무슨 문제라도 있으세요? 갑자기 낯빛이···.”

“아, 아닙니다.”


그리고 휘익!


파바바바밧.

바람이 휘몰아쳤다.


그 순간 나는 직감하고 말았다.


‘X리X터는 시발.’


그 놈도 싫었을 거다.

봉에게 선택 받는 건.


‘눈물 나도록 손에 착 감기잖아.’


이 절묘한 그립감 뭔데?

태어날 때부터 내 손에 있었던 것처럼 부드럽고 찰싹 감기는 이 느낌 뭐냐고!!

얘가 처음부터 나를 기다려온 것 같은 이 손맛 뭐냐고!!


― 응?


연계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옆얼굴 깊숙이 박혔다.

나는 결국.


“···이거 주세요.”


눈물을 되삼켰다.



*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왔을 때처럼 내 등 뒤에 대고 90도 폴더 인사를 하는 직원들을 지나쳐 나왔다.

손에 들린 영수증이 휘날렸다.


고작.


‘10만원.’


― 이야, 싸게 잘 샀다. 그냥 파는 무기에 반에 반에 반값도 안 되네!

“그러니까 내 계획은 이런 게 아니었다고!”


역시 돈도 써본 놈이 쓸 줄 안다고, 나름 미래에 대한 투자로 전재산을 탕비할 준비까지 되어 있었는데.


‘···누더기.’


파십봉이라는 간지나는 이름이 있었지만 여전히 좀 누더기긴 했다.


“엄마! 선물 사왔어!”


집에 돌아오자마자 소리쳤다.

뭘 하고 있었는지 선글라스에 자까지 들고 있던 송 여사가 또 두둑한 손을 보고 목소리가 간드러졌다.


“뭐야, 아들. 아무리 승급했다지만 돈 좀 아껴쓰라니까.”


내용은 무뚝뚝했지만 말꼬리에 아주 애교가 듬뿍 묻어났다.

이게 효도의 맛?

어깨를 당당하게 펴고 거대한 더스트백을 건넸다.

종종 걸음으로 다가온 송 여사가 선물을 풀었다.


“···이게 뭐야. ······방패?”

“어엉. 오늘 한국백화점 갔다왔는데 백이 안 보이더라고. 가방 대신. 예쁘지? 가볍기까지 해, 이거.”

“아이구, 이놈의 자식아!”

“아아, 엄마 아퍼, 아퍼, 아퍼어!”

“내가 이것도 아들놈이라고, 이 화상아! 엄마가 이걸 어따 써!”

“왜 못 써! 요즘 세상이 얼마나 흉흉한데 나갈 때 꼭 챙겨 들고 나가란 말이야!”

“말이나 못 하면!”


악! 아악!!


한동안 매콤한 매타작 소리와 내 비명 소리가 울렸다.

게이트보다 무섭다며 연계가 숨어버린 건 덤.


삐빅, 삐빅!

스마트폰이 울렸다.


[*긴급 호출* B급 게이트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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