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빨대 스킬로 국가권력급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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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윤사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6
최근연재일 :
2024.05.21 21: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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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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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

DUMMY


황급히 택시를 타고 도착한 곳은 집에서 10분 가량 떨어져 있는 인근 공원 앞이었다.

게이트 근처로 가니 이미 서 있는 남녀 두 사람이 보였다.


“어서오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목례로 꾸벅꾸벅 인사를 나눴다.

후드티를 눌러쓴 남자는 키가 컸다.

한 185 정도 되려나···.

그리고 옆에 있는 여자는.


‘딱봐도 커리어우먼.’


단정한 미소가 직장인의 예의바름을 떠올리게 했다.

긴급 소집은 주변에 일 없는 헌터를 불러오는 게 대부분이라, 팀이고 뭐고 할 게 없으니 다들 초면인 상태.

팅, 딜, 힐이 오각형으로 잘 채워지면 좋겠지만 기대도 않는 게 좋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다행히.


“아, 제가 탱커 쪽입니다. 근데 딴딴한 몸은 아니고, 어그로를 끄는 쪽이라서요.”

“괜찮아요. 저는 딜러예요.”

“검을 쓰시네요?”

“네. 예전에 검도를 했었어서 그런지 제일 편하더라고요.”

“방금 오신 분은···.”


인사를 나누는 사이 헉헉 대며 뛰어온 중년 남자에게도 물었다.


“김두황입니다. 무투가 입니다.”

“오···.”

“······.”

“아, 깜짝이야!”


갑자기 아무 말 없이 옆에 나타난 인영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검은 긴생머리에 어쩐지 음울하게 생긴 여자애가 느리게 나를 돌아봤다.


“안녕하세요오···.”

“아, 안녕하세요, 혹시 능력이···?”

“······.”

“뭐라고요?”

“·········히일.”


목소리가 무슨 귓속말 하는 것처럼 작아서 간신히 들었다.

어그로 탱커가 쾌활하게 말했다.


“딱 좋네요. 탱 하나에 딜러 셋, 힐.”

“갑자기 모인 것 치고는 황금 밸런스인데요?”

“하하하하.”


헌터 다섯이 웃었다.

그러다 뚝.

웃음이 그치고 나서 적막이 찾아왔을 때.


“근데 원거리가 없네요?”


내가 말했다.

딜러 셋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스펙터처럼 뒤에서 깔짝이는 놈만 안 나오면 됩니다, 하하.”


김두황이 플래그를 세웠다.


― 저런 말하면 게이트가 꼭 알아먹은 거처럼 귀찮은 원거리 뱉던데.

“조용히 해. 말이 씨가 된댔어.”


속으로는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예감은 예감일 뿐.

연계의 입을 단도리시키고 모르는 척 했다.

그런데.


“···스펙터네요.”

“스펙터네.”

― 봐라. 내가 뭐랬냐.


그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게이트 안에 들어선 팀원들은 전부 다 짠 것 처럼 똑같은 소리를 내뱉었다.

마수 전열 맨 뒤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스펙터 두 마리.

앞에는 방어력 높은 오크 다섯 마리.


“결국 뚫고 들어갈 때까지는 맞으면서 버텨야 겠는데요.”

“나눠져서 공격하는 것보다는 한 마리씩 동시에 치는 게 좋겠어요.”


커리어우먼, 이지연 씨가 나를 힐긋 돌아봤다.


“공명 씨가 오늘 B등급 게이트 첫 데뷔라고 하시니, 그 편이 더 빠를 것 같기도 하고요.”

“동의합니다. 오크 저 녀석들은 둔해도 한 방 맞으면 무지하게 아프니까.”

“처음이면 좀 떨리시겠습니다, 공명 씨.”


탱이 너스레를 떨며 어깨를 툭 쳤다.

떨린다?


‘글쎄.’


사실 떨리기 보다 내 힘을 제대로 시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전에 고블린 대가리를 터트렸을 땐 얼떨떨해서 제대로 움직여보지도 못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동급인 마수니까.’


파십봉을 휙 소리나게 한 번 휘둘렀다.


‘새 장비도 샀겠다. 새 스킬도 있겠다.’


【살금살금】

[살금살금 걸으면 5초간 기척을 숨길 수 있다.]


다시 한 번 스킬을 읽고 창을 내렸다.

도대체 살금살금 걷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기척을 지울 수 있다는 건 전투 중에 큰 메리트일 수 밖에 없었다.


‘다크 사이드나 투명 망토를 가진 것과 다름 없잖아.’


오히려 기대가 됐다.


“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전략적으로 그게 더 나을 것 같아요.”

“좋아요. 그럼, 다치지 말고 돌아가요.”

“오우!”

“파이팅입니다!”

“······.”


가볍게 힘을 나누고 자리로 흩어졌다.

철퇴를 든 탱커가 뒤를 돌아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시작이다.’


콰앙!


그의 철퇴 한 방이 가장 앞에 있던 오크의 머리에 직격했다.

그리고 우리 쪽으로 빠르게 달려왔다.

제일 먼저 맞은 오크가 쿵쾅대며 달려오는 사이, 나머지 오크들도 사태를 파악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 우리한테 오크를 인계하고 반대쪽으로 달려간 탱커가 다시 한 번.


“으아아아아아!”


그의 스킬.


‘사자후.’


게이트 내부가 흔들렸다.

다른 네 마리의 오크들이 어그로가 끌려 탱커의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 뒤로 힐러가 귀신처럼 따라 붙었다.

빨리 갔다는 건 아니고.


‘진짜 움직이는 것도 귀신 같음.’


― 안전한 전략이네. 노오잼.


연계가 별 볼일 없다는 듯 팔을 괴고 누워 말했다.


“안전하면 좋지 뭘.”

― 이걸 네 번이나 더 해야된다는 게 지루하잖아. 고블린 때처럼 머리가 팍팍 터지는 것도 아니고.

“넌 너무 도파민에 찌들었어.”


가볍게 웃으며 봉을 들었다.


“하아압!”


솨악!


지연 씨의 일격이 오크 등을 베었다.

그 뒤로 무투가의 천수관음 펀치.

그리고.


빠아악!


“그어억!”


내 봉맛 한 번에 오크가 나동그라졌다.

쿠웅―!!!

육중한 몸뚱이가 바닥을 강타하며 쓰러졌다.


“···에?”

“주, 죽었어요?”

“죽은 건 아닌 거 같은데···.”


김두황 씨가 용감하게 빈사 상태의 오크 코 밑에 손가락을 댔다.

숨이 왔다갔다 하는 걸 확인하고 나보다 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한 방에 스턴 상태라니.”

“공명 씨, B-라고 하지 않았어요?”

“맞는데···.”


어찌할 바를 모르고 머리를 벅벅 긁었다.


‘왜 이렇게 쎄?’


고블린 머리를 터트린 건 그렇다 치더라도, 오크까지 한 방에 기절시킬 정도라니.


‘혹시 이 봉 덕분에?’


근력 외에 바뀐 건 이 무기 뿐이었다.

추궁하듯 연계를 바라보았지만 놈은 콧노래만 불러댔다.

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처럼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지연 씨와 똑같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순간, 그르르르···.

오크의 눈꺼풀이 움찔거렸다.


“일단 처리하죠.”


말한 그녀가 검을 치켜들었다.


“[화염연환]!”

“[현암일격]!”


딜러 둘의 스킬이 작렬했다.


‘멋있다···.’


부러움은 당연한 것.

잠시 퍼덕거리던 오크는 이내 움직임을 멈추고 숨을 거뒀다.

탓!

안정적으로 바닥에 착지한 둘은 손을 탁탁 털었다.


“이정도면 너무 쉽겠는데요?”

“그러니까. 공명 씨만 있으면 게이트 난이도가 확 떨어지겠어. 대단한 힘이야.”


두황 씨가 마구잡이로 따봉을 날려주며 내 팔근육을 주물거렸다.

이야, 단단하구만, 단단해.

말하는 소리에 부끄러워 웃기만 했다.

그런데 그 때.


“으아아아아악!”


갑자기 김두황이 발작하는 것처럼 눈을 뒤집어까고 부들부들 떨었다.

그의 몸에 밧줄 같은 새파란 마력이 둘둘 감겨 있었다.


‘스펙터!’


지연 씨가 황급히 스펙터 쪽으로 검기를 날려 공격을 끊어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옆으로 움직여 다시 공격 준비를 하는 스펙터를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두황 씨! 괜찮으세요?”

“괘, 괜찮습니다···.”


현기증이 인 것처럼 비틀대며 일어섰다.

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한 스펙터를 피해 우리 셋은 뿔뿔히 흩어져 달리기 시작했다.


“크윽!”

“이러면 함께 공격하기에 무리가 있겠는데요!”


콰앙!

날아오는 푸른 기운을 맞받아친 그녀가 소리쳤다.


“하지만 각개전투를 하면 힐러의 부담이 커질 거요. 지금도 수환 군이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


그 말에 뒤를 돌아보니 진짜로 탱커가 오크 넷을 상대하며 힘겹게 도망치고 있었다.

게다가 우리가 스펙터 쪽으로 가려고 조금 움직이기만 하면 바로 어그로가 끌려 이쪽에 붙으니.


‘우리가 셋을 상대한다고 해도, 남는 건 하나.’


그가 스펙터까지 케어해주기에는 무리로 보였다.


“제길! 원거리 딜러가 하나만 있었더라도···.”


김두황이 낭패감을 드러냈다.

그 말에 무언가 번뜩! 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제가 가겠습니다!”


소리치자 두 사람의 시선이 내게 모였다.


“공명 씨가요? 하지만, 스펙터 두 마리를 한꺼번에 상대하기에는 힘들 거예요.”

“맞아, 붙잡혀서 전기 구이가 될 거라고.”


두황 씨는 아까의 짜릿함을 다시 상기하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확실한 방법이 있었다.


‘살금살금.’


그 스킬을 써볼 때가 드디어 온 것 같았다.


“잡지는 못할 겁니다. 그래도 여러분이 오크를 처치할 때까지 어그로는 충분히 끌 수 있을 거 같아요.”

“······.”


지연 씨와 김두황이 서로 의견을 구하듯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는, 끄덕.


“알겠어요. 최대한 빨리 합류할게요.”

“잘 부탁하네.”


말하는 그들에게 고개를 주억거리고 나는 스펙터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 쉽지 않을텐데~.


늘어져 있던 연계가 기지개를 피듯 일어나 앉았다.


“뭐가?”

― 그 스킬 말이야. 발동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발동?”


눈을 가늘게 떴다.


“스킬은 원래 다 스킬명 한 번 외치면 언령처럼 발동되는 거 아니야?”

― 아이씨, 너 그러고보니까 스킬 처음 써보지?


연계가 깨달았다는 것처럼 한탄했다.


“그래서 뭐. 또 뭐가 필요한데.”

― 니가 백날 연계! 연계! 외쳐봤자 안됐듯이 다 조건이란 게 있는 거야.


도움은 안 되는 연계의 말을 흘려 들으며 스펙터에게 가까이 접근했다.

놈들이 보이는 돌 뒤에 숨어 타이밍을 엿봤다.


‘살금살금의 지속 시간은 약 5초.’


이정도면 눈에 띄지 않게 빽을 잡는 건 쉬웠다.

놈들의 뒤로 가서 교란 작전을 펼친 뒤, 다시 살금살금으로 사라지고 나타나길 반복할 예정이었다.


‘이정도면 훌륭한 어그로지.’


나를 쓰다듬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몸을 굽히고 속삭였다.


“살금살금.”


······.

그러나 요지부동.

스킬이 시전 된다는 알림도 없고, 뭐가 변한 것 같지도 않았다.


“이, 이게 왜 이러지?”


당황하자 연계는 ‘내가 그렇다고 했지 이 새키야’ 하는 얼굴로 나를 업신여기고 있었다.

이를 악물고 다시 한 번 외쳤다.


“살금살금···!”


······.


“지연 씨, 지연 씨!”

“네?!”

“나 보여요?”

“······?”


확인 겸 불러봤지만 싸늘한 시선으로 미친 사람 취급이나 받았다.

정확히 눈을 마주쳤으니 그녀는 내가 보이는 게 분명했다.


‘왜?!’


머리를 쥐어뜯고 있자니, 연계가 쯧쯧쯧. 혀를 찼다.


― 스킬 설명 제대로 읽어 봐.

“스킬이 뭐!”


성을 내며 스킬창을 켰다.


【살금살금】

[살금살금 걸으면 5초간 기척을 숨길 수 있다.]


― 이거 봐.


연계가 또다시 족집게 강사처럼 스킬 창을 퍽퍽 쳤다.


― 살금살금 걸. 으. 면. 5초간 기척을 숨길 수 있다.

“···진짜로 살금살금 걸어야 된다고?”

― 이 새키 국어 9등급 맞았나. 너 한국 사람 맞어?


보이는 대로 하라고, 멍청한 놈아!!

연계가 버럭 소리를 쳤다.

그러나 나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살금살금?’


이 무슨 병신같은.


― 그러니까! 더 자세를 이렇게 숙이라고!! 살금, 살금···.

“뭐 얼마나 더 허리를 구부려야 되는 건데!!”

― 시발, 손, 손! 손 족발처럼 오므리라고, 몇 번 말해 이 새끼야!!

“으아아아아!!”


JOAT 공명은 JOAT가 맞다.

연계에게 살금살금 속성 강의를 들으며 생각했다.

어어. 그 자식은 죽는 게 맞아.


‘이딴 스킬 밖에 못 쓰면 죽는 게 맞다고.’


피눈물을 흘리며 다시 한 번 까치발을 세웠다.

허리를 더 숙이고, 한 번 발을 들 때 구십도로, 내 장기를 눌러 터져도 나는 지금 살금살금 걷겠다는 듯이···!!


“살금··· 살그음.”

【스킬 (살금살금) 이 시전되었습니다!】

― 어, 어! 됐다!!


종아리에 알이 빡 설 때까지 깎아냈던 포즈가 성공하자 기쁨에 소리를 지르려던 것도 잠시.


― 포지션 유지!!


불호령에 다시 [살금살금]에 집중했다.

발레하듯 날카로운 발 끝으로 성큼성큼 걸었다.

시간은.


‘5초 뿐!’


샤악!

스펙터를 스쳐 지나갔지만 놈들은 기척도 느끼지 못한 것처럼 요지부동이었다.

마수의 보라색 등짝 위로 검은 그림자가 졌다.


“이건 몰랐지?”


빠악!!


횡으로 뻗어나간 봉이 두 스펙터의 허리를 가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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