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빨대 스킬로 국가권력급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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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윤사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6
최근연재일 :
2024.05.2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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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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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8.

DUMMY


“끼에에엑!”


스펙터의 비명이 찢어질 듯 게이트 안을 울렸다.

놈들의 촉수가 미친듯이 나풀거리며 공격의 주체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또.


‘살금살금!’


【스킬 (살금살금)이 시전되었습니다!】


― 이제 아주 제대로 감 잡았네!


옆에서 연계가 더 신난 듯이 떠들었다.

그러나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 자세를 유지하느라 들리지도 않았다.

이마 옆으로 땀이 한 방울 주륵 흘렀다.


‘이게 바로.’


무림 고수들의 학 자세?


슈르르릇!

목표물을 잃은 스펙터들이 다른 팀원들에게로 촉수를 뻗으려 하고 있었다.

그때, 다시 5초 땡!


“여기다, 이놈들아.”


파악!


또 한 번 기다란 봉으로 안면을 처맞은 스펙터들이 끼에에에! 비명을 질렀다.

다시 확 자세를 수그린 뒤.


살금살금.

퍽!

끼에에에엑!

살금살금.

퍽!

끼이이익···!!


‘존잼.’


그러나.


“캬아아아아!”


결국 반복된 퍽치기에 분노한 스펙터가 난동 부리듯 촉수를 흔들기 시작했다.

파앗! 파앗!

이곳저곳에 난타하는 덕분에 순간 다리가 삐끗해 살금살금이 풀렸다.


“키이이익!”


스펙터 두 마리가 내 모습을 본 순간 바로 촉수를 흩뿌렸다.


“으앗!”

― 오, 위험.


간신히 한 마리의 촉수는 봉으로 받아쳤고, 나머지 날아오는 건 순발력으로 피했다.

J공명을 흡수하고 거의 F급이었던 민첩 역시 폭증했더니, 이럴 때 도움이 됐다.

그러나 문제는.


‘다시 살금살금을 할 타이밍이 없다!’


한 번 모습이 보인 날 놓치지 않겠다는 듯 스펙터들이 맹공하기 시작했다.

촉수들에게서 도망치며 흘긋 반대 상황을 보니 세번째 오크와 격돌하는 중.

아직 두 마리 오크한테 둘러쌓여 있는 탱도 이쪽으로 올 상황은 아니었다.


‘내가 어떻게든 해야 돼.’


일단 조금이라도 거리를 벌리기 위해 달렸다.


‘한 대만 더 때리면 한 놈은 어떻게든 될 거 같은데.’


지금까지는 기습으로 치느라 온 힘을 다 하지 못했지만, 계속해서 조금씩 데미지를 넣어둔 상태.

진심봉맛을 보여준다면 하나 정도는 아까의 오크처럼 기절 상태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겠지.’


결단을 내리자마자 굳세게 파십봉을 붙잡았다.

몸을 돌려 하나의 스펙터를 조준하고 내달렸다.


"으아아아!"


스펙터들은 나를 향해 광란의 촉수를 내던졌다.

그러나 나는 봉을 돌려 맞서 싸우며 몸을 날렸다.

각도를 비틀어 스펙터 촉수 사이를 날렵하게 빠져나가 파십봉을 뻗쳤다.


“한 놈만!”


딱 한 놈만!!


빠아아악!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스펙터가 허공으로 튕겨나갔다.

벽에 부딪힌 뒤 바닥으로 떨어진 녀석은 기절한 것처럼 촉수를 움찔거렸다.


‘역시나!’


봉을 쥔 손이 전율하듯 잘게 떨렸다.

D급 인생이었을 때에는 맛보지 못한 쾌감이었다.

단박에 내 손에서 떨어져 나가는 마수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 조심!


그러나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으아아아앗!”


나머지 한 마리의 스펙터를 잠시 간과했다.

집중을 잃은 순간 허벅지에 달라붙은 촉수가 공격을 퍼부어댔다.

거대한 전기충격기에 걸린 것처럼 몸이 의지와 상관없이 퍼덕거렸다.


“공명 씨!!”


어디선가 그런 비명이 들린 것도 같았다.


― 정신 차려, 미친놈아!! 발로 차! 발로! 확!


그때, 연계가 싸대기를 날렸다.

번쩍 정신이 든 나는 안간힘을 써 몸을 움직였다.

마비가 걸린 것처럼 온몸 관절이 삐걱댔지만, 있는 힘껏 파십봉을 위로 치켜들었다.


“죽···.”


어어어엇!


내리친 순간.


파앗―!!


주변의 공기가 바뀌었다.

몸을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었던 스펙터의 공격 역시 사라졌다.

그리고.


【스킬 (빨대)의 효과로 피연계자에게 이동합니다!】


“······.”

― ······.

“시발, 또야아아아아아!”


비명이 오래오래 울려퍼졌다.


*


“훌쩍.”

― 아이씨, 그만 좀 울어. 사내 새끼가 고추 떨어질 일 있나.

“울긴 누가 울어, 미친놈아!”


말하며 까끌한 눈가를 북북 닦아냈다.

그러나 곧 불어오는 노란 모래 폭풍에, 휘이이잉―!


“······.”

― 너 완전 미라 같다.

“으퉵, 으퉤퉤퉤!”


뒤집어쓴 모래를 털어내고 뱉어댔다.

눈 앞에 보이는 거대 기어바퀴와 굴뚝.

치익- 치익- 증기 뿜어대는 소리가 멈추지 않는 거대 스팀펑크 단지를 멍한 얼굴로 살폈다.


‘여긴 또 어디야.’


그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했는지 어디서 꺼내 쓴 안경을 추켜올리며 말했다.


― 이번에는 좀 멀리 왔네. G-1035910, 서울이야.

“서울이라고? 여기가?!”

― 응. 네가 서 있는 위치는 크게 바뀌지 않았어. 원래 세계로 따지면··· 용산 정도?

“용산···?”


두 눈을 끔뻑이며 용산과 비슷한 구석을 하나라도 찾아보려 했지만 찾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번쩍이는 건물 벽면들이 석양에 반사되어 거리는 온통 주황빛.

당장 하늘만 올려다 봐도 커다란 증기 터빈이 솟아있고, 곳곳에 붙어있는 파이프라인은 미로처럼 지저분하게 얽혀 있었다.


‘내가 아는 용산은 전자상가 밖에 없는데.’


전자상가? 큰 틀로 보면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그나마 비슷한 거라고는···.


“···기차다.”

― 증기 기관차네. 이야, 진짜 오랜만에 본다.

“지금 몇 세기냐 도대체?”


이 지구의 서울은 어떻게 되먹은 건데.


아찔한 표정으로 머리를 부여잡았다.

연계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 어쨌든 강공명이나 찾자고. 그럼 돌아갈 수 있잖아.

“···그렇지.”


정신을 부여잡고 목표를 되새겼다.

어쨌든, 다시 [빨대] 스킬이 발동되었다는 건 이 세계에도 강공명이 있고, 또다시 흡수할 기회가 생겼다는 것.

내가.


‘강해질 수 있다는 것.’


도착한 곳이 미친 판타지 속 사이버펑크든지 스팀펑크든지 그것만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려 왔다.


‘이번 강공명은 얼마나 능력이 오르려나.’


스읍. 군침이 흘렀다.


“똑같이 관리국 먼저 찾으면 되려나?”

― 흐음··· 글쎄.


이번에는 연계가 미묘한 태도를 취했다.

세계의 모든 걸 아는 것처럼 팁을 주었던 당당한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 사실 이 차원에 대해서는 크게 빼내올 데이터가 없어.

“그게 무슨 소리야?”

― 너네 세계에서나 저번에 간 거기나, 각성체들 스캔하고 데이터를 모아 놓잖아. 근데 여기는 그런 게 안 느껴진다고.

“···관리국이 없다는 거랑 똑같은 말이잖아 그거.”


등골이 오싹해져왔다.


“대한민국에서 행정체계 빼면 뭐가 남는데. 그거 진짜 국가의 붕괴 아니야? 헌터 신고는? 여기는 그럼 증도 없다고?!”

― 모르지, 뭐. 네가 직접 뛰면서 정보 모으는 게 빠를 거다.

“······.”


멍하니 녹슨 기계 거리를 돌아보았다.

방금 전 까지만해도 ‘분위기 쩐다’ 라고 생각했던 공간이 순식간에.


‘미치도록 흉흉한 무법지대.’


···로 보였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순식간에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내가 만약 여기서 이세계 강공명을 찾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그런 가정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첫 번째 [빨대]때는 정신도 없었고, 연계 녀석이 길잡이처럼 이래라 저래라 말도 해줬었고, 상황이 몰아쳐서 몰랐는데.


‘내가 강공명을 찾지 못한다면?’


찾아서 빨아먹지 못한다면?


― 못 돌아가겠지? 아마.


태평하게 코나 긁어대는 녀석을 보며 가슴을 쥐어뜯었다.


“그게 그렇게 태평하게 말할 얘기냐?”

― 그게 사실인데 어쩌라고. 그리고, 니가 원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돌아가게 돼 있어. 사람은 다아 죽는다? 이세계 강공명이 죽으면 자연스럽게 흡수될거고, 그럼 너도 돌아갈 수 있···.

“시발, 나는 안 늙냐? 나는 안 늙어?”

― 그럼 앙탈 부릴 시간에 빨리 찾으면 되잖아.


뭐가 문제냐는 것처럼 고개를 까딱거리는 연계의 태도에 말문이 막혔다.


‘뭐 이런 주인 말은 하나도 안 듣는 싸이코패스 스킬이.’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맞는 말이라는 게 분했다.

별 알지도 못하는 스팀펑크 세계에서 거대 나사와 살다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얼른 강공명을 찾아야 했다.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 순간.


“―!! ―!!!”


어디선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마구 뛰어오는 발소리.

고함치는 사람들의 목소리.

그리고.


쿵.


묵직한 진동에 후드득, 벽면에 있던 먼지들이 떨어졌다.


“무슨 일이지?”

― 이쪽으로 온다.


연계가 알려주자마자 골목 끝에서 거대한 그림자의 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흙처럼 질퍽이는 외관.

놈이 걸을 때마다 휘날리는 모래 폭풍.


‘머드맨!’


C급 게이트에서 자주 등장하는 녀석이 거리를 휘젓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당황스러운 건.


“아니, 왜 다 도망만 쳐?”


사람들이 내쪽으로 돌진해오고 있었다.

강을 거슬러오르는 연어처럼 반대로 서있는 건 나뿐이었다.


― 어, 깔리겠다.


연계가 태평하게 나레이션했다.


“그걸 모를 거 같냐?!”


소리치며 주춤주춤 같은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꺄아아아!”

“여기 헌터 없어요, 헌터!”

“아아악! 비켜어어어!”

“헌터가 한 명도 없냐고!!”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대도 사람들은 도망치기 바빴다.

이게 무슨 테일즈X너인지 달리기가 빠른 사람들만 계속 살아남고, 느린 사람들은 이미 머드맨에게 깔려 처참한 모습으로 쓰러져 있었다.

다행히 삶에서 운동회 계주 실력 1위를 놓쳐본 적 없던 나는 힐금힐금 뒤를 돌아볼 정도로 여유가 있었지만.


‘튀기만 하는 건 정답이 아니다.’


라는 걸 당연히 알고 있었다.


‘조금 기다리면 이 세계 헌터가 올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 거 같고.’


우뚝.

다리를 멈춰섰다.

그대로 뒤를 돌자 경악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봤자 C급.’


핵만 찌르면 부숴질 놈이라고.


파앗!

큰 보폭으로 다리를 벌렸다.

그리고.


‘살금··· 살그음···.’

― 그렇게 걸어서 어느 세월에 죽이냐.


옆에서 딴지거는 목소리가 빈정댔지만 상관없었다.


‘내가 못 가는 만큼 머드맨이 와줄 거니까.’


기척을 숨긴 내 머리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성큼 지나쳤다.

떡대가 큰 놈들의 문제는 이런 것이다.


‘발밑을 잘 안본다는 거.’


타닷!

땅을 박차고 뛰어 올랐다.

유사처럼 흘러내리는 머드맨의 등을 파십봉으로 찍어 순식간에 올라탔다.

그제야 눈치 챈 놈이 날벌레 쫓듯 팔을 들어 내쫓기 시작했지만 이미 늦었다.


“여기다, 이 자식아.”


날카로운 봉 머리가 머드맨의 가슴 한가운데를 꿰뚫었다.

파직!

무언가 끄트머리에 걸린 것을 더 힘주어 밀어내자


채앵―!!


“무, 무너진다···.”

“마물이 부서져내리고 있어!”


사람들이 형체를 잃어가는 머드맨을 보며 제각기 탄성을 내질렀다.

형체를 이루는 핵을 부숴트렸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탁탁.

모래를 털어낸 나는 흘러내리는 머드맨의 모래를 타고 바닥으로 안전히 착지했다.


“너무 이지한데.”

― 당연하지.


연계는 그럴 줄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빈둥거렸다.

그때, 도망치던 사람들이 주춤주춤 내쪽으로 다가왔다.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이 없었으면 꼼짝없이 죽었을 거예요.”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진심으로 감사해요.”

“하하, 이런 걸로 뭘···.”


머쓱하게 뒷목을 매만졌다.

게이트를 처리해봤자 받는 거라고는 언제나 일당과 담당자의 짧은 수고 메세지일 뿐이었지, 이렇게 직접적으로 시민들의 감사를 받은 적은 없었다.

우러러보는 시선에 부끄러워지려던 차, 갑자기 손목이 턱. 붙잡혔다.

너덜거리는 천으로 얼굴을 반쯤 가린 여자애였다.


“저희를 도와주세요.”


당황스러움에 손도 내치지 못했다.

여자애는 막무가내로 나를 이끌기 시작했다.

어떻, 나 어떡해? 어쩌지도 못하고 연계에게 입모양으로만 뻐끔뻐끔 묻자, 놈은 하품을 뻑뻑 해대며 대답했다.


― 뭐 어떡하라고. 관심 없으면 뿌리쳐.

“······.”


결국 터덜터덜 그 여자애를 뒤따랐다.

변명해보자면 여자라서 그런 게 아니고.


‘헌터와 관련된 일이라면 혹시 강공명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진짜임.


*


도착한 곳은 막사 같은 곳이었다.

말이 좋아 막사지, 빈 공터 같은 곳에 대충 천막을 쳐놓은 곳으로 환경이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팎을 오가는 사람들은 분주해보였다.

붕대를 들고 오가기도 하고, 무슨 상자 같은 걸 들고 왔다갔다···.


― 야전 병원 같은 느낌인데.

“응.”


고개를 끄덕였다.

얼핏 봐도 부상자들의 수가 넘치는 걸 보니, 이 세계에 제대로 된 의료 시설 같은 건 없는 게 분명했다.


‘근데 뭘 도와달라는 거지?’


나는 힐러도 아닌데.

여자애는 앞에서 한참을 두리번대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 선생님!”


하고 또 나를 질질 끌었다.

여자애가 데려간 곳은 한 천막 아래였다.

거기에는 분주하게 부상자들을 치료하는 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여자아이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지나 씨.”


부드러운 갈색 머리.

푸른 눈.

어쩐지 한국 사람 같지는 않은···.


“···강공명?!”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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