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빨대 스킬로 국가권력급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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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윤사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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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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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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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DUMMY


“···!”


날 보자마자 눈이 왕방울만 해진건 이세계 강공명 역시 마찬가지였다.

놈은 사시나무 떨듯이 동공을 흔들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


타다다닷!


― 어어, 튄다, 튄다.


그러나 계주 실력 1위 (중략) 나에게는 상대도 안됐다.

고작 열 발자국 정도 도망간 이세계 강공명의 뒷덜미를 붙잡아 끌었다.


“어딜 튀어?”

“죄, 죄송해요. 도플갱어를 만나면 반드시 하나는 죽는다는 말이 생각나서!”

“그건 맞지.”


하지만 죽는 건 네가 될 것이다.

뒷말은 딱히 덧붙이지 않았다.

나는 쩔쩔매는 이세계 강공명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흠··· 내 얼굴이 맞긴 맞는데.


“분위기가 완전 다른데. 피골이 상접해서 그런가? 잘만 하면 못 알아봤을 지도.”

“네? 그, 근데 어떻게 제 이름을···.”

― 머리색이랑 눈 색이 사람 분위기를 좌우하기도 하니까, 뭐.

“역시 그렇지? 이렇게 보니까 나 갈발도 나쁘지 않은 거 같아.”

― 난 반대. 너무 연약해보여.

“그건 빼빼말라서 그래보이는 거 아니냐?”

“누, 누구랑 얘기 하시는 거예요···?”


강공명은 겁먹은 얼굴로 주변을 휙휙 둘러봤다.

확실히, 내가 스킬과 얘기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보면 미친 장면이긴 했다.

하지만 딱히 설명할 가치는 느끼지 못했고.

놈을 붙잡고 있던 멱살을 휙 던지듯 풀었다.


“뭐, 그건 됐고. 먼저 좀 묻자. 너 능력이 뭐냐?”

“저요···?”


강공명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침을 꿀꺽 삼켰다.

뭐, 놈의 입장에서 따져보면 그럴만도 했다.

갑자기 자기 얼굴이랑 닮은 놈이 찾아와서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능력을 캐묻는다니.

하지만 내 입장에서도 답답한 건 마찬가지였다.


‘이세계 강공명은 왜 이렇게 찐따 같은데?’


왜 질문에 제깍제깍 대답도 못하고 눈치만 존나게 보느냔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내 성격이랑은 너무 달라.’


나도 종종 찐따같을 때가 있긴 했지만, 이렇게 독 안에 든 쥐처럼 벌벌 떠는 남자는 아니었다.

평행 세계니까 인격도 다를 수 있는 건가?

뭐, 겪어온 인생이 다르면 그럴지도···.

잡다한 생각을 하던 그때.


“우리 선생님 괴롭히지마!!”


소리침과 함께 허리에 강력 토네이도킥이 작렬했다.

순식간에 걷어차인 나는 땅에 얼굴이 처박혔다.

꺄악! 강공명의 비명 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다.


“지나 씨!”

“쟤가 선생님 괴롭혔잖아요! 감히 더러운 손으로 누구 멱살을 잡아?”

“저, 괘, 괜찮으세요? 피! 코피!”

“헹, 쌤통이다.”

“지나! 얼른 얼음이랑 솜 가져와요!”


날 여기에 손 붙잡고 끌고 왔던 지나는 강공명의 불호령에 입을 삐죽대며 뛰어갔다.

강공명은 황급히 나를 일으켜 세우고 주머니에 넣어놨던 붕대 조각을 꺼냈다.

아직도 어질거리는 머리를 단단히 고정시키고 지혈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부러진 건 아닌 것 같아요. 단순한 코피니까 조금 두면 멎을 거예요.”


그러나 나는 그 태도가 의문스러웠다.


“너 힐러 아니야?”


피맛 나는 입으로 물었다.

힐러라면 이정도 부상은 조금의 마력으로도 치료 가능했다.

조금이 뭐야.

손만 대도 치료되는 힐러도 있었다.

그런데 강공명은.


‘너무 아날로그하게.’


능력이 있는 헌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피로 흠뻑 젖은 붕대가 금세 새 것으로 갈아끼워졌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강공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금 더 표정이 어두워졌을 뿐.


“맞아요.”

“근데?”

“······.”

“하자가 있구나.”


내 말에 강공명은 잠시 발끈했으나 이내 포기하는 얼굴로 픽, 웃었다.

그 감정을 모를 리 없었다.

얘는 나니까.

이 얼굴은.


‘내가 자주하던 얼굴이라서.’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마. 나도 똑같은 사정이라 말한 거니까.”

“똑같은··· 사정이요?”

“하자 투성이였지. 스킬 못 쓰는 헌터가 헌터냐, 하는 거 없이 고혈 빨아먹는 빈대새끼는 내보내야 된다. 뭐, 대충 그런 말들.”


이세계 강공명, 힐공명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나는 담담했다.

지가 소동물이라도 되는 줄 알고 있는 것 같은 [연계]가 내 어깨에 걸터앉아 있었기 때문에.


어느새 피가 멎은 코 아래, 힐공명이 붕대를 치웠다.


“힐러··· 치유사를 그렇게 부르는 거라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어째서?”


힐공명이 결심한 것처럼 굳은 얼굴로 말했다.


“저는 치유 능력이 없거든요.”


문제의 발언에 정적이 흘렀다.

대가리를 흙바닥에 처박았을 때모다 머릿속이 복잡해져 왔다.


“그럼 막사에서는 무슨 일을 하는 거지? 치료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건 맞아요. 근데 누구나 할 수 있는 소독, 붕대 감기 같은 잔기술일 뿐이고, 능력같은 건 아니에요.”

“근데 네가 왜 반은 힐러라는 거야?”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그런데 힐공명은 자신의 존재 자체에 의문감을 가진다고 느꼈는지, 곧 쥐구멍이라도 찾을 것 같은 머쓱한 얼굴로 말했다.


“제 능력은··· [면역]이예요.”

“면역?”

“네. 하지만···.”

“선생님! 얼음 가져왔어.”


지나가 달려온 덕분에 힐공명의 말이 끊어졌다.

대신 얼음 주머니를 콧잔등 위에 대주고, 다음에 이야기 하자는 것처럼 미소 짓고 일어섰다.

나는 그 모습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완전 쓸만 한 스킬이지 않나?’


만약 J공명 때처럼 능력치도 흡수하고 스킬도 얻는 게 맞다면, [면역]은 나에게 힐보다 도움이 되는 스킬이었다.

힐러가 아닌 이상 자가 치유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냥 공짜 포션 정도로 취급 될 것이고.

무슨 면역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몬스터에게 먹히는 방어 요소라면.


‘개꿀이지.’


또다시 동공이 확장되며 가슴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이해할 수 없었다.


“만났는데 왜 흡수가 안 되는 거야?”


지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뒷모습을 보며 속닥거렸다.


― 몇 번 알려줘야 되냐. ‘대체’라고.

“아니. 직접적으로 빨아먹는 방법도 있다며.”

― 맞아. 근데 그것도 상대 자아의 동의가 어느정도 필요해. 저번 세계 강공명은 죽어버려서 동의가 필요 없었지만, 이번에는 살아 있으니까.


흐음. 고민하며 눈썹을 문질렀다.


“결국에는 쟤가 나랑 같이 갈만 할 마음이 들게 만들어야 된다는 거네.”

― 그렇지.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이해는 쉽지, 뭐라고 말해야 힐공명을 설득할 수 있을지 몰랐다.

너는 사실 내 짭이고 내 스킬의 일부니까 나랑 가야된다?

네 세계는 사실 트루먼쇼고 진짜는 나다?


‘말할 수 있을리가.’


또 도망이라도 치면 모를까.

그때, 연계가 말했다.


― 쟤는 사실 어렴풋이 알고 있을 걸.

“뭘?”

― 복제품이잖아.


나와 똑닮은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 오마주, 패러디 그런 말을 붙여도 카피는 카피일 뿐이야. 너 보자마자 알았을 거다. 자기는 결국 너한테 속해 있다는 걸.

“······.”

― 그러니까 도망쳤지, 아까도.


그러고보니 도플갱어 소리를 해대며 도망치던 얼굴이 떠올랐다.

힐공명은 그때부터 이미 알고 있었을 지도 몰랐다.


‘나로 인해 파생된 세계.’


겉모습이 달라도, 환경이 달라도, 결국 나의 조각은 나의 조각.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아까 뭘 도와달라고 말한 거야?”


힐공명의 뒤에 서서 지나에게 물었다.

지나는 여전히 내가 놈의 멱살을 붙잡았던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째려보는 눈으로 툴툴댔다.


“몰라, 짜증나. 모래괴물 쓱싹 해버리길래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무 죄 없는 사람한테 시비나 걸고. 인간성 더러운 놈한테는 부탁도 안 해.”

“지나.”


힐공명이 엄한 목소리로 타일렀다.

그 일갈에 표정을 누그러트렸지만 지나는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단단히 가시가 박혔다.’


알고는 있었지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데이터는 없었다.

어, 어떻게 그런게 아니라고 설명 먼저···.

입을 뻐끔거리며 손만 허공에 휘젓고 있는데, 나를 힐끔 돌아본 힐공명이 설명했다.


“아마 사거리 쪽에 있는 던전을 말하는 걸 거예요.”

“던전?”

“네. 갑자기 벽에 생긴 큰 구멍인데, 거기서 주기적으로 괴물들이 쏟아져 나오거든요. 여기 부상자들도 괴물들을 막다 다쳐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게이트 2페잖아.’


속삭이자 연계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헌터···,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사람들은 없어? 너처럼 능력이 있는데 그게 공격용인 사람들 말이야.”

“글쎄요, 현재로서는 들어본 적 없어요. 게다가 저런 게 나타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닷새 쯤 됐나···.”


닷새?

미간을 찌푸리고 연계에게 바짝 붙어 소근거렸다.


“타이밍이 좀 수상해. 내가 스킬 발동한 때랑 겹치는데.”

― [빨대]가 시전 되자마자 차원이 갈라졌으니까 네 영향일 수도 있지.

“······.”

― 게이트가 터진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면 데이터가 없는 것도 이해가 돼. 혼란스러울 때야.


막사 안의 부상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나마 성한 사람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치료에 치료를 거듭했지만 그 뿐.

피투성이에 절절 끓는 신음들이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내가 보는 시선을 느꼈는지 힐공명이 말했다.


“종일 광산에서 석탄을 날라도 한 끼조차 제대로 못 먹는 세상에선 이게 최선이에요.”

“······.”

“당신이 말하는 치유사들은 이미 돈 많은 고위층들이 데려가버린지 오래예요. 그들만의 안전가옥은 이미 건립됐어요. 남은 사람들은···.”


힐공명이 고개를 까딱거렸다.


“보시다시피 뭐라도 지키려다 이런 꼴이 됐고요.”


덤덤하게 말하는 힐공명 옆에서 지나가 그의 옷자락을 끌어당겼다.

천으로 얼굴이 반 가려져 있었지만 울 것 같은 표정은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도와줄게.”


나는 가볍게 선언했다.


“네?”

“도와준다고. 던전 없애면 되는 거지?”

“하, 하지만···.”

“에이, 걱정하지마. C급 게이트면 그렇게 어렵지도 않아. 아, 대신 물량이 많으면 좀 띠껍긴 하겠지만.”

“도대체 그쪽은 누구십니까?”


힐공명이 어깨동무를 한 내 팔을 팍 치고 말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진심 경계 태세에 나는 양손을 들고 조금 뒤로 물러났다.

누구?

질문에 할 대답은 많았다.

강공명, 23세, 서울 거주, 집돌이, 목표가 생기면 포기하지 않는 남자···.

하지만 지금 제일 중요한 건.


“헌터.”


내가 이 세계 존재하는 B- 급 헌터라는 사실이었다.


“대신, 조건이 있어.”


힐공명에게 손을 내밀었다.

놈은 여전히 들짐승처럼 날카로운 눈빛이었지만, 사리분별 못하고 달려들지는 않았다.

대신 내 제안을 가만히 기다렸다.

나는 그 모습에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너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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