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빨대 스킬로 국가권력급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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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윤사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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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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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5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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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DUMMY


“우리 선생님 거기 데려가봤자 뭐한다고! 아무것도 못 해!”


내민 손을 억지로 치운 건 힐공명이 아니라 지나였다.

지나는 힐공명을 곰돌이 인형마냥 끌어안고 절대 안 된다며 거세게 고개를 저어댔다.

비실비실한! 가냘픈! 싸워본 적도 없는!

척 봐도 없어보이는 수식어를 붙여 힐공명을 데려가는 일에 극구반대했다.


“아하하, 지나야···.”

“이건 뭐 까는 거야, 돕는 거야?”

“당연히 돕는 거지!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하잖아요. 가기 싫죠, 그렇죠?”


지나가 힐공명을 초롱초롱한 고양이처럼 올려다봤다.

그러나 힐공명은 부드러운 손길로 지나를 떼어냈다.

충격 받은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의 머리를 북북 쓰다듬었다.


“가고 싶어.”

“선생님!”

― 오, 빼지 않는 모습 좋아.

“던전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가야죠. 하지만, 어떻게?”


나는 지나를 흘긋 바라보며 코를 긁었다.


“그전에, 아까 하던 얘기를 먼저 들어야겠는데.”


*


타닥타닥.

모닥불 소리가 튀었다.


야전 병원 뒤, 빈 공터에 있는 컨테이너 집 앞이었다.

눈치껏 지나가 없는 데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내 얘기를 알아들은 힐공명이 데려온 곳.

이제 날도 어두워졌겠다, 하루 묵어가는 것 쯤은 나쁘지 않지만.


“···이게 뭐야, 죽?”


이게 물인지 국물인지 반투명한 물에 허연 건더기가 둥둥 떠있었다.

정체불명의 건더기를 숟가락으로 뜨자 후두둑.

그러나 옆에 앉은 힐공명은 아무렇지 않게 한 숟갈을 크게 뜨고 씹었다. 우물우물.


“간이 좀 약하게 됐는데 그래도 먹을만 해요. 많이 있으니까 먹고 또 드세요.”

“아니, 재료가 뭔데?”

“감자예요.”

“감자?”


다시 눈뜨고 봐도 어그러진 형체가 감자같아 보이진 않았다.

꼬르륵.

그래도 먹을 걸 눈앞에 뒀다고 눈치 없이 울리는 배꼽시계 소리.

눈 딱 감고 한입 넣는데···.


“웁.”

“괘, 괜찮으세요?”


이 어석거리고 밀가루 풀때기 같은 맛은 뭐냐고!

황급히 바닥에 뱉자 힐공명은 당황스러워 했다.


“그래도 오늘 나름 잘 됐는데···.”


중얼거리며 몇 번을 다시 맛봤다.

나는 그 모습을 질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밥은 없어? 솔직히 흰 쌀밥만 있어도 그냥 물 말아서 뚝딱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쌀이요?”


힐공명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도대체 어디서 오신 거예요? 아님 혹시 상류층?”

“갑자기 뭔 소리야?”

“한국에서 쌀이 사라진지가 얼마나 오래 됐는데요. 요즘 태어난 애들은 쌀이 뭔지도 모를 걸요.”

“뭐···?”


또다시 찾아온 급성 쇼크에 뒷목 잡을 뻔 했다.

아무리 한국이 기계공화국으로 변했다지만, 쌀 빼면 이 나라에서 뭐가 남는데?

수저를 벌벌 떨며 힐공명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 그럼 혹시 김치··· 김치는?”

“김치는 있죠. 근데 그것도 배추김치나 파김치는 중산층 이상, 깍두기도 우리 같은 애들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먹을 수 있나.”

“젠장, 그게 무슨 한국이야?”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섰다.

자고로 코리안이라고 하면, 삼시세끼 뜨끈한 밥에 제일 목숨을 거는 놈들이었다.

오죽하면 밥 먹었냐? 가 안부인사일 판인데.


‘웬만한 상류층 아니면 밥도, 김치도 못 먹는다고?’


한국말만 쓴다고 다 한국인 게 아니었다.

기분 상, 여기는 주 언어만 한국어로 채택했지 정서적으로는 마음에서 450km 이상 떨어진 어느 국가였다.

암, 그럼그럼.


‘이런 데는 내가 아는 싸우스 코리아가 아니라고.’


그러나 힐공명은 그러든지 말든지, 어느새 ‘안 드실거면 말씀을 하시지···’ 하며 내 밥그릇을 가져다 자기 그릇에 붓고 있었다.

콧바람을 불며 자리에 앉았다.


“아까 하던 얘기나 마저 해보자고. 그래서 네 능력이 뭐?”


힐공명이 허겁지겁 입을 닦았다.


“제 능력은 [면역]이에요. 근데··· 원한다고 쓸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뭔 소리야?”

“그니까, 이게 사용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제 몸에 내재되어 있다고 해야하나 뭐라고 해야하나···.”

“패시브네.”

― 패시브여.

“나랑 비슷하네.”

― 너랑 비슷혀.


연계와 동시에 말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힐공명은 누가봐도 못 알아먹었지만 일단 대충 수긍하고 넘어갔다.


“그래서 제가 반은 힐러고 반은 아니라고 말씀 드린 거예요. 무슨 괴물의 공격을 맞아도 저는 멀쩡해요. 하다못해 이 못.”


힐공명이 주변에 굴러다니던 녹슨 쇠못을 주워들었다.

그리고, 꾸욱.


“야, 너 미쳤어?!”

“이렇게 다치더라도 파상풍 하나 안 걸리죠.”


엄지손가락 중앙에 박았던 못을 뽁 소리나게 뺀 힐공명이 태연하게 핏방울을 닦았다.

경악스러운 행태에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냥 말로 하면 되지 왜 저래?’


징그럽다는 눈빛으로 보는 건 연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메인 목을 큼큼 가다듬었다.


“어쨌든, 쓸모는 있네. 그게 있으면 독성도 막아낼 수 있다는 거잖아.”


머드맨의 주요 공격은 입에서 내뿜는 보라색 진흙 독.

힐공명의 스킬을 흡수한다면 훨씬 수월하게 공략이 가능할 터였다.


“하지만···.”


암울한 힐공명의 눈빛이 흔들렸다.


“처음으로 던전이 생겼을 때, 그 자리에 저도 있었어요.”

“용케 살아 남았네?”

“그렇죠. 다른 사람들은 다 죽었지만요.”


정적이 흘렀다.


“괴물의 용액이 쏟아졌을 때, 저는 혼자 서 있었어요. 형체도 없이 녹아버린 사람들 사이에서요.”

“······.”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죠. 돌멩이 몇 개 던진다고 그게 죽는 것도 아니고, 물리적인 공격에는 한 방에 나가 떨어졌거든요.”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듯, 힐공명의 얼굴이 괴로움으로 일그러졌다.


“저는 아무 도움도 안 될 거예요. 제 능력으로는 저만 살 수 있으니까.”


선생님이란 호칭도 과분하죠.


힐공명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그게 딱 나한테 필요한 건데.”


나는 그런 쓸쓸한 사연팔이에는 관심이 없었다.

나만 사는 거?


‘그게 뭐가 문제지?’


모든 헌터들은 궁극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싸운다.

부가적으로 돈과 명예, 인기가 따라 붙는거지 깊게 파고들면 결국.


‘생존.’


그걸 위해 아등바등하는 거라고.

근데 누구보다 재능있는 놈이 징징거려?


‘들어 줄 필요도 없다.’


내가 원하는 건 힐공명의 스킬.

그거 하나였다.


“그러니까 나한테 줘.”


말하자, 힐공명의 눈에 서서히 크게 뜨였다.


“내일 내가 게이트를 파괴하면, 너는 나랑 간다.”


불쑥 내민 새끼 손가락에 힐공명의 시선이 머물렀다.



*



다음날, 우리는 힐공명의 안내에 따라 게이트 앞에 도착했다.

주변은 머드맨이 쏟아져 나온 흔적으로 초토화 되어 있었지만, 길을 오가는 사람들은 비일상적으로 평온해 보였다.


“통제도 없는 거야? 이러다 갑자기 마수라도 쏟아져 나오면 어쩌려고.”

“그럴 인력도 없을 뿐더러, 이 길로 다니는 사람들이 그런 걸 신경 쓸 리가요.”

“아주 운빨에 생과 사를 맡기는 구만.”

“원래 사람이라는 게, 죽는 것보다 당장 오늘 먹을 밥 없는 게 더 무서운 거잖아요.”


힐공명은 해탈한 사람처럼 말했다.

나는 그런 놈의 옆모습을 빤히 쳐다보다가, 묵묵히 게이트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2페이즈에 들어선 게이트가 마물을 내뱉는 타이밍은 최소 6시간에서 최대 24시간.’


현재 지난 시간은 16시간.

거의 쿨타임이 꽉 찼다고 봐도 무방했다.

지금부터는 그저 대기 싸움이었다.

게이트 앞에 탁탁, 자리를 깔고 앉았다.

길가 한가운데, 흙바닥 위에 철퍽 앉으니 지나가던 사람들이 쳐다보긴 했지만.


‘어쩔건데.’


하암. 하품을 뻑뻑하고 있자 어느새 힐공명 역시 스르륵 내 옆에 주저앉았다.

오, 좀 동화됐나?

속으로 웃고 있는데 놈이 말했다.


“어제 말씀하신 거, 생각해봤는데요.”

“응?”


관심 없다는 투로 한쪽 눈만 떴다 감았다.

자고로 모든 일에는 밀당이라는 게 중요한 거다.

놈을 흡수 못하면 집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쌀밥도 못 먹는 이런 거지 같은 세계에 머물게 되는 건 나지만, 그런 약점은.


‘애초에 드러내지도 않는 거지.’


음음. 협상의 법칙.

그런데 시간을 줘도 힐공명은 아직도 우물쭈물했다.


‘답답하네, 이 자식.’


아무리 생각해도 찐따력 120% 강공명은 나라도 상대하기 짜증난다.

빨리 말하라고 채근하려던 차.


두두두두!


게이트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일어나.”


순식간에 일어서 힐공명의 팔을 잡고 끌어올렸다.

얼떨떨하게 일으켜 세워진 놈은 긴장감에 떨고 있었다.

패닉이 온 것 같기도 했다.

쯧쯧. 연계의 혀차는 소리가 들렸다.


― 못 쓰겠네, 못 쓰겠어. 너보다 더 담이 약하다, 야.

“초 치는 소리 좀 하지 마.”

“네?”

“긴장 풀라고.”


힐공명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고 말했다.


“죽이는 건 내가 해. 넌 최대한 머드맨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유인해.”

“네, 넵···!”

“그렇다고 멍청하게 때리는 거 다 처맞고 있지는 말고.”


파십봉을 꺼내 휙! 소리나게 한 번 휘둘렀다.


“네가 못하는 건 내가, 내가 못하는 건 네가. 오케이?”


힐공명이 얼빠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스슷···.

게이트 안에서 머드맨이 삐져나오기 시작했다.


“가보자고.”


땅을 박차고 뛰어 올랐다.


파직!

가장 선두에 있던 머드맨의 핵을 봉으로 내리찍었다.

봉 끄트머리에 힘을 줘 밀어 넣었다.


“흐읍!”


채앵!

깨지는 소리와 함께, 사아아아― 놈은 모래를 튀기며 무너졌다.

유사를 타고 내리며 바로 그 다음 목표물에게 타깃을 맞췄다.

그와중에도 게이트에서는 계속해서 다음 머드맨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1, 2, 3, 4···.’


젠장.


콰앙!!

육중한 모래 놈들의 숫자를 채 새기도 전에 머드맨의 손길이 내쪽으로 작렬했다.


― 최대한 사리면서 해. 지금은 힐러도 없잖냐.

“나도 알아!”


연계가 별 쓸모도 없는 조언을 던졌다.

근데 어떡하라고.


‘마수가 쏟아져 나오는데.’


슈욱.

파직!

채앵―!


머드맨을 3호기나 쓰러트렸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다.

힐공명은 내가 말한 대로 열심히 다른 머드맨들의 어그로를 끌고 있었는데, 그래도 골목 사이사이로 뻗어나가는 놈들을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시발, 하필 사거리에 포탈이 박혀서!’


흩어진 거 다 찾아서 죽이려면 시간도 시간일 텐데.

이를 악물고 4호기, 5호기를 박살냈다.

그 순간.


“슈사아아아악!”


머드맨이 보라 진흙토를 발사했다.

타고난 순발력으로 간신히 피했으나, 지면에 닿은 독이 바닥을 부글부글 태웠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슈사아아악!”

“슈사아아악!”

“슈사아아아악!”


쿨타임이 비슷하게 도는 머드맨들이 5초 시간차를 두고 독을 토해댔다.

쏟아지는 건 피했어도 바닥에 고이는 것 까진 피할 수 없었다.

발에 닿자마자 치이익! 깔창이 타들어갔다.


“아 따거!!”


한 세 번 더 밟으면 그 다음에는 백퍼 맨발이랑 인사한다.

이를 악물고 뛰어올라 머드맨 6호의 가슴팍에 파십봉을 꽂아넣었는데.


“슈샤아아아악!”

“젠장!”


교통체증인 게이트 앞에서 깔짝대고 있던 머드맨 1n호가 스킬 발사의 전조를 보이고 있었다.

게다가 나는 공중에 떠 있었다.

허공답보 스킬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 머드맨의 보라토를 처맞고 고꾸라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X된다.’


닥쳐올 따끔한 미래를 예상하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슈샤아아아아악!”


머드맨의 독이 쏟아졌다.


“···응?”


그러나 온몸이 따끔거리는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뜨끈한 온기가 피부 위로 느껴졌다.

감았던 눈을 살짝 뜨자.


“갈게요.”


보라색 토가 범벅된 힐공명이 내 위를 감싸고 있었다.


“당신이랑 같이 갈게요.”


【(빨대) 스킬의 효과로 피연계자의 능력이 흡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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