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빨대 스킬로 국가권력급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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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사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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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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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0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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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DUMMY


빠악!


박 깨지는 것처럼 살벌한 소리와 함께, 둔탁한 고통이 찌릿하게 느껴졌다.

개구리처럼 바닥에 들러붙은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아이고, 시바, 머리통아···.”


깨질 것 같은 두통.

어디로 떨어진 건지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유진 씨! 유진 씨, 괜찮습니까? 정신 차려봐요!”

“아으, 으···.”


내가 떨어진 곳 조금 옆에서 쓰러져 있는 그녀를 발견하고 번쩍 정신이 들었다.

다행히 작은 타박상만 입었을 뿐이지, 정신을 잃은 것 같진 않았다.

안절부절하며 이름만 부르고 있자, 백유진이 서서히 눈을 떴다.


“여기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스킬 (빨대) 의 효과가 시전되었습니다!】


여긴 평행차원이다.


외관을 뭘로 만들었는지 반사체 처럼 빛나는 건물들.

SF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정교하고 깔끔한 곡선의 마천루.

그보다 더 눈에 띄는 건.


‘새?’


아니.


‘드론이다.’


새파란 하늘이 점박이처럼 보일 정도로 무수히 많고 작은 드론들이 정렬해 날아가고 있었다.

정확한 년도는 몰라도 확실히 미래로 날아온 게 분명했다.

아공간으로 휩쓸리기 전에 기적처럼 스킬이 발동된 건지, 아니면 아공간으로 들어와서 발동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차라리 다행이다.’


아공간에 휩쓸렸으면 이보다 더 당황스러운 현실이 펼쳐졌을 텐데, 돌아갈 방법은 아니까.


그런데···.

흘금.


‘백유진이랑 같이 이동했다고?’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빨대]가 2인용이 될 수 있다고는 애초에 상상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죽어라 붙잡고 있었던 탓인가?’


백유진이 아공간에 휩쓸려 들어가지 않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한 기억은 나는데.

아무튼, 아직도 어지러워 정신 없어하는 연계의 등을 퍽퍽 쳤다.


“야, 괜찮냐? 정신 차려.”

― 돈다, 세상이 돌아···.

“······.”

“아, 제 스킬입니다.”


미친놈 보듯 바라보는 백유진에게는 한 마디 덧붙여 주고.


“여기가 어딘지 알겠어?”

― G-85109···. 그나마 가까운 평행우주, 우욱···.

“결국에 또 서울인 거 맞지?”

― 맞아, 맞아. 맞으니까 잠깐 말 좀 시키지 말···.


갑자기 입을 틀어막은 녀석이 실체화를 풀고 사라졌다.

미친, 뭐 도움이 안 돼?

몇 번이나 다시 연계를 불렀으나 놈은 나오지 않았다.

하아···. 푹 한숨을 쉬며 백유진을 돌아봤다.

눈이 마주치고.


“······.”


다시 휙! 뒤돌았다.

옆에서 쪼잘대던 놈이 없어지니 그녀와 단 둘이 다른 차원에 떨어졌다는 상황이 실감되기 시작했다.

손에 척척하게 땀이 배어나기 시작했다.


‘연계야, 미친놈아, 너라도 없으면 나 어떡하냐.’


두 손을 꼭 쥐고 ‘제발 빨리 와라, 다시 나와라’ 중얼거리고 있는데,


“몇 번이나 이런 곳에 떨어졌던 거예요?”


백유진이 물었다.

최선을 다해 아무렇지 않은 척 목을 가다듬고, 평범하게 대답했다.


“뭐, 비슷합니다. 여기보다 더 심한 곳도 있었고, 아닌 곳도 있었고. 그래도 위치는 항상 똑같았습니다. 대한민국, 서울.”

“여기가 서울이라니··· 믿기지가 않아요.”

“저도 그랬죠.”


그녀는 주변 풍경과 상식의 괴리감을 줄이려는 것처럼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돌아갈 방법은 알아요?”


툭 물었다.

나는 단순하게 답했다.


“네.”

“······.”

“······.”

“그게 끝?”


답변이 성에 차지 않았는지 백유진의 미간이 살풋 구겨졌다.

되레 당황하게 된 건 나였다.


‘이걸 말해도 되는 건가?’


설명한다면 어디까지 해야 되는 건가?

내 스킬? 내 등급?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

아니, 근데 어차피.


‘돌아가기 위해서는 백유진도 이세계 강공명을 만나게 될 테니까.’


혹시나 헷갈려서 내 목에 칼을 들이밀기 전에··· 확실히 해두는 게 좋겠지.

침을 꿀꺽 삼키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건 최 팀장님한테도 자세히 설명 안 한 건데요···.”

“비밀은 지킬게요.”


그런 뜻으로 서두를 뗀 건 아니었지만,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스킬에 대해 설명했다.

백유진은 평소와 다름 없는 얼굴로 듣다가, 흐음, 낮은 탄성을 내뱉었다.


“그러면서 강해지기도 하는 건가요?”

‘날카롭네.’


강공명을 흡수하면 돌아갈 수 있다, 까지만 말했는데, 백유진은 핵심을 꿰뚫었다.

근래 갑자기 등급이 상승한 내 이야기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맞습니다.”


여기까지 와서 숨길 게 뭐냐.

시원하게 답했는데, 되돌아오는 질문은 상상치도 못한 것이었다.


“그럼 공명 씨가 지면요?”

“네?”

“공명 씨가 이 세계에 있는 강공명한테 지면.”


비스듬히 올라간 눈꼬리가 깜빡였다.


“여기 있는 강공명이 진짜가 되는 건가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이었다.

내가 지면 죽기밖에 더 하겠나?

단순하게 여겼던 것도 맞았다.

답을 찾지 못하고 어버버하고 있는데, 그 순간 백유진이 먼저 말머리를 잘랐다.


“제가 곤란한 걸 물어봤나 보네요. 어쨌든, 공명 씨 말은 이 세계의 강공명을 찾아야 한다는 거죠?”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또 한 번 한숨.


“우선 말부터 통해야 할 텐데요.”


백유진의 시선이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 말이 사실이었다.


‘간판들이 죄다 외계어.’


그래도 최근에 간 두 곳은 한글 비슷하게라도 적힌 간판이나, 누가봐도 한국말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조금 아방가르드 하긴 해도 입는 옷이나 스타일은 크게 동떨어지지 않았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을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무슨 뚜? 까? 이러는 거 같기도 하고.’


위기감이 엄습했다.

그와중에 백유진은 의지하듯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 다음은 어떻게 할 거예요?’

호기심 가득한 두 눈이 그렇게 묻는 듯 했다.


‘젠장!’


속으론 피눈물을 흘렸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척 연기하며 빠르게 주변 상가들을 파악했다.


‘도움이 될만한 데, 도움이 될만한 데, 도움이···.’


아!

건너편에 꽤나 테크놀로지한 가게를 발견하고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백유진이 걷는 폼이 영 심상치 않았다.

다리 하나를 절뚝이는 게···.


“괜찮으세요?”

“괜찮아요. 떨어지면서 약간 삐었나봐요.”


잘 보니 발목 부근이 조금 부어있었다.


‘어, 어떡하지. 업는 건 조금 오바 같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자니 신사답지 못하고.’


기껏 용기 내 말한다는 게 이런 거였다.


“부축··· 해드릴까요?”


쭈뼛쭈뼛 어깨를 내밀었다.

그러나 백유진은 잠깐 그런 날 보더니, 품속에서 붕대를 꺼냈다.

발목 위로 강하게 감아 고정시키고 고개를 까딱였다.


“일단 이걸로 버텨볼게요. 상대 더 안 좋아지면 부탁 드려요.”

“넵.”


상상만 해도 아찔했는데 차라리 다행이었다.

그래도 속도를 맞춰 조금 천천히 걸으며 상가 앞에 도착했다.

봐둔 것 처럼, 무슨 용도인진 모르겠지만 스마트폰이나 휴대용 기계같이 생긴 놈들이 유리 진열대 너머에 좌르륵 펼쳐져 있었다.

자동문이 열렸다.


“-- -- ----.”


카운터에 서 있던 남자가 뭐라고 말했다.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 대충 어서오라는 그런 말이겠지.

후. 기합을 넣고 소리쳤다.


“아저씨! 여기 번역기 있어요, 번역기?”


당당한 태도에 백유진은 물론, 카운터 아저씨까지 주춤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나 나는 태도를 고수했다.


“내 말 못 알아듣죠? 그러니까 번역기 있냐고.”

“-- --- ---.”

“번역기. 모르냐고, 번, 역, 기!”

― 그런다고 말이 통하겠냐?


부를 땐 죽어도 안 오더니 불쑥 튀어나온 연계가 딴지를 걸었다.

이를 아득 갈았다.


“도와줄 거 아니면 가만히 있어.”


그 뒤로도 나는 한참이나 번역기를 외쳤다.

상대 아저씨도 처음에는 어떻게든 대화를 시도하려 들다가, 바디랭귀지도 써봤다가, 결국에는 고질라처럼 가슴을 쿵쿵 내리쳤다.

답답하긴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존나게 삐까뻔쩍한 미래도시처럼 생겼으면서 왜 기계를 쓸 생각을 안 하지?”

“-- ---! --.”

“말. 바꾸는 거. 기계 없냐고, 기계!”


유리창을 팡팡 내리쳤다.

아저씨는 한참 혼자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뭔가 깨달은 사람처럼 옆 상가로 뛰쳐갔다.

뭐 하나 싶어 쳐다봤더니 웬 기묘한 모자이크 선글라스를 낀 아주머니 한 분을 옆에 끼고 나타났다.

서로 방언으로 뭐라뭐라 대화하다가···.


“엇?”


불쑥 귀에 뭔가 끼워졌다.


“이게 뭡니까?”


가리키며 묻자 아주머니는 한번 더 말하라는 것처럼 검지를 폈다.


“이게 뭐냐고 물어봤습니다.”


아주머니는 허공에 무언가를 잡듯이 손을 움직였다.

주파수를 맞추는 것처럼 높은 전자음이 귓속에 몇 번 울려퍼졌다.

그리고는.


“어디서 왔어?”

“어! 들린다!”


들려요, 들려! 소리치자 아주머니는 재빠르게 백유진의 귀에도 장치를 껴줬다.

답답함에 가슴을 치던 아저씨도 드디어 개비스콘 들이부은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자네들은 뭐야? 어디서 온 거야.”

“사라진 고대 언어를 쓰다니, 원시인이라도 되나?”

“···고대 언어요?”


두 사람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서서히 뒷골이 땡겨오기 시작했다.


“죄송한데, 혹시, 여기 지금 몇 년도?”

“3905년도야.”

“날짜도 모르고. 정말 제정신이 아닌 친구들 아닌가?”


그러나 순순히 앞담을 까는 아저씨의 말은 들리지도 않았다.


‘삼천, 구백, 오 년도?’


따지자면 겉모습은 저쪽이 훨씬 늙었어도 나는 그들의 까마득한 조상이 되는 격이었다.

근미래도 아니고 존나 미래.

거의 20세기를 뛰어넘은 만남.


‘하나도 관심 없고.’


“얼맙니까? 이 기계.”


빨리 이 자리를 떠나 이세계 강공명을 찾고 싶었다.

두 상인은 어깨를 으쓱거리다가 말했다.


“550 크레딧.”

“···연계야.”

― 550 크레딧은 한국 돈으로 60만원 정도야. 마석 판 값도 그대로 있으니까 주면 되겠네.

“오케이.”


이런 상황이 언젠가 닥칠 줄 알고 무지성 현금 보유를 시작했던 나에게, 치얼스.


그리고선 백유진 것까지 2개를 쿨하게 구입했다.

내가 돈을 내밀자 한참 이게 진짠지, 가짠지 확인하던 두 사람은 한순간에 아주 예의범절 가득한 모습으로 변했다.


“감사합니다, 손님~. 호호호, 더 필요한 건 없으세요?”

“진작 옴니구얼이 필요하다고 못 알아들은 내 탓이지, 허허허허.”


역시 어딜가든 돈을 주는 사람이 갑이다.


‘인생의 진리지.’


고개를 끄덕이며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사전 조사를 시작했다.

먼저, 게이트.


‘상층부에서 관리함.’


그러나 등장하는 지역이 한정돼 있고, 그 부분은 일반인들에게 봉쇄되어 있음.

이것부터 골때리는데.


“그럼 헌터들은요?”

“글쎄요, 요즘 헌터 업체들은 아주 물밑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특별한 커넥션이 없는 한···.”

“보기가 어렵지?”

“그렇지.”


‘이거 X된 거 아니냐?’


어쩐지 이번 차원은 체류 기간이 꽤 길어질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있으면 차라리 다행인데···.

또다시 흘긋.


‘아무 생각 없어 보여서 다행인가.’


백유진은 말이 들리기 시작하자마자 조금 안심했는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이곳저곳을 살피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뜻은 아닐 게 분명했다.


‘나도 그러니까.’


나도 시발 집에 가고 싶으니까!

복잡한 머릿속에 입술만 뜯고 있는데, 아주머니가 말했다.


“아무래도 뭔가 잘못된 정보를 듣고 멀리서 여행오신 분 같은데, 이 주변에도 아주 볼 거리가 많아요.”

“맞지, 맞아. 이 백화점만 해도 서울에서 가장 입점된 상점이 많은 곳이에요. 무려 99층!”

“···예?”

“헌터들을 찾는 거라면 50층 부근에 장비 상점이 있으니까 거기로 가보시던지.”

“장비···.”


잠깐.


‘장비?’


순간 두 눈이 번쩍 뜨였다.

그동안은 너무 정신이 없었거나, 아니면 너무 거지같은 세계여서 깨닫지 못했는데.


‘헌터가 있으면 장비 상점도 있을 게 당연하잖아?’


그렇다면.


‘내가 유한나의 호출 기계를 가져온 것처럼.’


내가 붙잡고 있던 백유진이 함께 이 세계로 온 것처럼.

이세계의 장비를 구입해서 가지고 있으면···.


‘그대로 가져갈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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